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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12.27.선고 2016다243696 판결
손해배상(기)
사건

2016다243696 손해배상(기)

원고피상고인

A

피고상고인

대한민국

원심판결

부산지방법원 2016. 7. 15. 선고 2015나50023 판결

판결선고

2016. 12. 27.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육군본부 전사망심사위원회가 망 B(이하 '망인'이라고 한다)의 유족인 F에게 망인의 사인을 '병사'에서 '순직'으로 정정하는 의결을 하여 그와 같은 사실을 유족에게 통보한 2013. 1. 28.까지는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 전에 망인의 유족들을 비롯한 원고의 권리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유족들 및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어서 원심은, 원고들이 '상당한 기간' 내에 손해배상채권을 행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제1심 및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국방부조사본부는 F의 망인에 대한 사망 원인 규명과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내용의 민원에 대한 답변으로 F에게 2013. 1. 28. 육군본부 전사망심사위원회에서 망인의 사인을 '병사'에서 '순직'으로 정정하는 의결을 하였다고 통지한 사실, 이에 망인의 딸들인 F, H, I(이하 'F 등'이라 한다)는 2014. 2. 14. 청주지방법원 2014가합25273호로 피고를 상대로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승소 또는 일부승소하여 2015. 2. 10.과 같은 달 11. 위 판결이 확정된 사실, 원고는 망인의 처인 G가 재혼을 하여 출생한 아들인데, F 등과 원고 사이에는 별다른 왕래가 없었던 사실을 각 인정한 후, 위 인정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국방부조사본부가 F에게 망인의 사망원인 변경사실을 통지할 당시, 원고는 망인의 사망원인 변경사실을 통지받지 못하였으며 그 후 망인의 딸들인 F 등이 피고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실도 전혀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망인의 사망원인 변경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어머니로부터 상속된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이 있다는 사실을 위 F 등에 대한 확정판결 이후 이 사건 소제기 무렵에야 알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원고가 이와 같이 F가 조사결과를 통보받은 때로부터 6개월 내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하지 못하고 2 년 6개월 정도 경과한 때에 비로소 이 사건 소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보아,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채무자의 소멸시효를 이유로 한 항변권의 행사도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있었다면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으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한편 채권자에게 객관적으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던 경우에도 채권자는 그러한 장애가 해소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하여야만 채무자의 소멸시효 항변을 저지할 수 있다. 여기에서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관계, 신뢰를 부여하게 된 채무자의 행위 등의 내용과 동기 및 경위, 채무자가 그 행위 등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한 목적과 진정한 의도, 채권자의 권리행사가 지연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할 것이다. 다만 위와 같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들어 시효 완성의 효력을 부정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의 달성, 입증곤란의 구제, 권리행사의 태만에 대한 제재를 그 이념으로 삼고 있는 소멸시효 제도에 대한 대단히 예외적인 제한에 그 쳐야 할 것이므로, 위 권리 행사의 '상당한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여 단기간으로 제한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그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에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의 경우 그 기간은 아무리 길어도 민법 제766조 제1항이 규정한 단기소멸시효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개별 사건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있어

상당한 기간을 연장하여 인정하는 것이 부득이한 경우라 함은, 채무자인 국가가 입법 등을 통하여 피해자들에게 일괄적으로 보상을 한다거나 채권자의 보상 요구에 응하여 기존의 법령·제도에 따른 보상절차를 진행하는 등 피해보상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가 이를 기다릴 만한 사정이 있었던 경우 또는 채권자가 다른 법령에 의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에 갈음할 수 있는 보상을 청구함으로써 적어도 그 절차의 종결 시까지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 등 채권자의 손해배상청구권 행사가 6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는 망인의 유족인 F가 망인의 사망원인이 병사가 아닌 순직이라는 통보를 받아 이 사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 객관적 장애사유가 해소되었으나 그로부터 민법상 시효정지의 경우에 준하는 6월 내에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하여 망인의 군복무 중 사망 피해의 보상을 위한 특별법의 제정이나 기타 개별 조치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할 만한 사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피고측 담당자가 2013. 1.경 F에게 망인의 사망원인을 알려줄 당시나 그 이후에 원고에 대하여 보상 등 조치를 취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는 사정도 인정되지 않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에서 원고의 권리행사가 6월 이상 지연될 수밖에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원고의 권리행사가 지연된 것에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아 원고가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행사를 하였다고 판단함으로써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소멸시효 항변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김용덕

대법관김신

주심대법관김소영

대법관이기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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