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가단5326535 손해배상(기)

A

대한민국

2016. 1. 20.

2016. 2. 17.

1. 피고는 원고에게 107,109,306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8. 11.부터 2016. 2. 17.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이를 10등분하여 그 중 7은 피고가, 나머지는 원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피고는 원고에게 149,479,075원 및 이에 대하여 2013. 8. 1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망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3. 4. 15. 입대하여 신병교육을 마친 후 2013. 6, 11. 제7보병사단 D(이하 '이 사건 부대'라고 한다)로 전입하여 소총수로 군복무 중, 2013. 8. 11. 11:11경 소속대 화장실에서 목을 매어 사망한 자이고, 원고는 망인의 어머니로서 상속인이며, 망인의 전역예정일은 2015. 1. 14.이었다.

나. 망인의 이 사건 부대에서의 생활

(1) 망인은 입대 다음날인 2013. 4. 16. 실시된 복무적합도검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심한 죄책감 때문에 자신에게 끔직한 일을 저지를 것만 같았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는 답변을 하는 등 자살, 군탈, 정신장애가 사고예측유형으로, 군생활에 있어 어려움이 예상되며 군 복무 중 사고로 인한 조기전역이 예측되고, 정신질환 관련 문제가 시사되므로 보다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는 판정이 나왔다.

(2) 망인은 이 사건 부대에 전입한 후 2013. 6. 19. 실시된 복무적합도검사에서도 위 검사에서와 같이 '끔직한 일을 저지를 것만 같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이외에 '때때로 나 자신이나 남을 해칠 것 같다'고 답변하는 등 위 검사결과와 동일하게 정신질환이 시사되므로 정밀한 진단이 요구된다는 판정이 내려졌다.

(3) 또한 2013. 7. 4. 실시한 군생활적응검사에서 망인은 '우울 정도가 심하고, 편집증상이 주의할 정도'이므로 즉각 전문가 의뢰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소대장은 망인에 대하여 그 다음날 7. 5. 다시 군생활적응검사를 실시하였고, 이 검사에서는 '우울이나 편집증상 모두 양호하여 군생활 적응에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4) 망인은 2013. 7. 28.부터 8. 3.까지 휴가를 다녀온 후 전화통화 횟수가 많아지고 초초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표정이 어두웠으며 동료들의 장난을 받아주지 않는 등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이에 중대장은 망인의 친척누나와의 전화통화에서 '망인이 당장 나가고 싶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이등병들이 첫휴가 후에 통상 보이는 증상이라고 생각하였다.

(5) 망인은 병영생활 지도기록부에 스스로 소심한 성격으로 기재할 정도로 조용한 편이었고, 평소 선임병들한테서 정리정돈 미흡, 임무수행 미흡, 암구호 미숙지, 느린 행동 등의 이유로 잦은 질책과 욕설을 들었으며, 사망 전날인 2013. 8. 10. 22:50경에도 다시 선임병한테 '왜 암구호를 숙지하지 않느냐? 너 때문에 상, 병장들이 욕먹는다, 아~씨발'이라는 욕설을 들었다.

(6) 망인은 메모지에 '아직 막내인데 너무힘들다. 틈만나면 불러모아 놓고 혼내고 협박하고...소대개편하고 싶다. 암기 강요에 조금만 실수해도 심각하다. 아직 잘 모르는게 많은데 앞으로가 두렵고 걱정이다. 다른 중대로 가고 싶을 정도이다. 힘들다. 후임은 없고 선임만 가득하고 삶의 의욕이 없다. 이제 시작인데 두렵다'라고 기재하였다.

(7) 이 사건 부대의 간부들은 평소 병사들에게 폭언이나 욕설을 자주하였고 병사들과의 면담은 형식적이어서 애로사항이나 건의 사항이 제대로 조치되지 않았다.

다. 망인의 사망 경위

(1) 망인은 2013. 8. 11. 오전 7시에 기상하여 7시 30분에 점호 및 아침식사를 마쳤고, 10시경 생활관 침상에 앉아 휴식하던 것이 최종 목격된 후, 11시 5분 집합 지시에 소대원들이 망인을 찾다가 11시 11분경 화장실 변기 출입문 위에 전투화 끈으로 목매어 있는 망인을 발견하였으나 결국 사망하였다.

(2) 망인의 '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일명 소나기)'에는 '2013. 7. 23. 휴가 마지막까지 고민해보자 장소는 한강, 바다. 제천?'이라는, 8. 4. 어떻게 버텨야 할지 모르겠다. 하루빨리 끝내고 싶다'라는 메모가 각 기재되어 있었고, 유서에는 ' 그만두고 싶다.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많지만 시도할 생각은 없었는데 엄마와 이젠 아무 얘기도 못하겠다. 처음엔 집도 가고 싶고 전역하고 살고 싶었는데 이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졌다. 자살이 최선의 선택이다. 분대나 가족에게 죄송한 마음 갚아 드리고 싶다. 죽는 것 말고 답 없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라. 관련규정 및 관련자의 징계처분

(1)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서는 ①신병교육대 지휘관은 교육기간 중 자살우려자 식별 즉시 등급을 분류하고 등급별 우려 정도에 따라 병영생활전문상담관 상담, 정신과 군의관 등의 진단을 받도록 하고 진단결과에 따라 병원 치료 및 현역복무 적합성 여부를 심사하여야 하고(제234조), ② 자대복무 지휘관은 전입시부터 인성검사, 관찰 및 면담, 신상결산 등을 통해 자살우려자의 식별 및 등급을 부여하여야 하고, 자살우려자를 식별한 경우 대대장급 지휘관은 전담인원을 임명하여 집중 관찰토록 조치하며 정신과 진료, 그린캠프 및 병역심사관리대 입소 등 상급부대로 신속히 분리조치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규정하고 있다(제236조).

(2) 이 사건 부대의 중대장은 2013. 9. 3. 망인의 관리등급이 B인 점을 모른채 다른 일반 병사와 같이 C 등급으로 분류하였고, 소대장이 위와 같이 망인에 대한 군생활적응검사를 다시 실시하여 양호결과가 나오도록 한 사실을 몰라 망인에 대한 등급을 유지한 사실로 감봉 2개월, 소대장은 같은 날 위와 같이 군생활적응검사를 다시 실시하여 양호등급을 받도록한 사실을 중대장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또한 평소에 망인을 만화 드래곤볼의 캐릭터인 'E'을 닮았다는 이유로 'E', 'F'이라 불러 모욕한 점으로 견책의 징계처분을 각 받았다.

[인정근거] 다툼이 없는 사실, 갑제1 내지 13호증의 3, 을제1 내지 을제7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책임의 근거

(1)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방의 의무를 지고(헌법 제39조 제1항), 현역병은 입영한 날부터 군부대에서 복무함을 원칙으로 한다(병역법 제18조 제1항 본문). 이에 따라 장병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징집되어 군복무를 하게 되고, 군대의 특성상 복무기간 동안 외부 사회와의 접촉 내지 소통이 제한되고 엄격한 규율에 의하여 행동이 통제되는 한편, 그 업무의 내용이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경우가 많으므로, 국가로서는 망인과 같은 장병이 군복무기간 동안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유지·보존하여 건강한 상태에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보호하고 배려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국가는 당해 장병이 자살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하여 사전에 충분한 면담과 검사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살 가능성이 확인되면 적정한 치료, 업무조정 등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여야 할 것이고, 이러한 조치를 게을리 하였다면 당해 장병에게 고유한 자살의 소인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국가의 보호 및 배려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2)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기초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망인은 이미 병무청 복무적합도검사와 입영 후 실시한 각종 검사 및 면담과정에서 자살을 시도할 위험성이 매우 높게 나타나는 등 고도의 주의가 필요한 대상이었던 점, ② 따라서 이 사건 부대의 지휘관들로서는 국방부 부대관리훈령에서 정한 지침 등에 따라 망인을 집중관리하면서 전문인력에 의한 적절한 면담, 의사의 진단 등을 받게 하여 그가 군 생활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여부를 다시 한 번 면밀히 살펴보고 부모 면담 등의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고 가정, 부대, 병원이 연계되는 입체적인 신상관리를 하였어야 함에도 중대장은 만연히 망인을 일반병사와 같은 등급으로 분류하였고, 소대장은 망인에 대한 군생활적응검사에서 '즉각적인 전문가 의뢰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다음날 다시 이를 실시하여 양호등급이나온 것만을 상급자에게 보고하여 망인에 대한 관심등급을 상향시키는 등의 조치를 게을리 한 점, ③ 이 사건 부대 지휘관들은 평소 사병들에게 욕설과 질책을 일삼고 그에 대한 건의사항이나 애로사항을 수렴하는데 인색하였으며, 선임병들이 망인에게 지속적으로 심한 질책을 하는 것을 방치하여 소심한 성격의 망인이 이를 극복하는데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 점, ④ 망인이 첫 휴가를 다녀온 이후 어두운 표정을 짓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등 이상한 징후를 보였고, 이를 지휘관 및 여러 병사들이 알아챈 후 소대장이 친척에게 전화를 걸었음에도 만연히 '첫휴가 후유증' 정도로 치부한 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부대의 지휘관들은 망인의 높은 자살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망인을 주의 깊게 관리, 감독하거나 망인의 자살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할 것이고, 이러한 지휘관들의 보호 및 배려의무 위반은 그들의 직무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피고는 국가배상법 제2조 제1항에 의하여 망인의 자살로 인하여 망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나. 책임의 제한

한편 앞서 본 사실에 의하면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데에는 망인의 개인적 문제도 원인이 되었다고 보이고, 비록 부족하였지만 이 사건 부대가 심리검사, 지휘관 면담 및 친척에 대한 전화상담 등을 통하여 망인을 관리 하고 있었음에도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끝내 자살이라는 비정상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선택한 잘못이 있다. 이러한 망인의 과실은 피고를 면책시킬 정도에는 이르지 않지만 망인이 자살에 이르게 된 중대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정함에 있어 이를 참작하되 그 비율은 앞서 본 제반 사정에 비추어 전체의 70% 정도로 봄이 상당하므로, 피고의 책임을 30%로 제한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일실수입

망인의 사망으로 인한 생계비 (1/3)를 공제한 일실수입의 현가가 323,697,689원인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 책임의 제한

97,109,306원 = 323,697,689원 x 0.3 (피고의 책임비율)

다. 위자료

(1) 참작사유 : 망인의 나이, 가족관계, 교육정도, 사고의 경위 및 결과, 기타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

(2) 결정금액

① 망인 : 10,000,000원

② 원고 : 5,000,000원

라. 상속관계 및 공제금액

(1) 상속금액 : 107,109,306원 (= 재산상 손해 97,109,306원 + 위자료 10,000,000원)

(2) 공제금액 : 피고가 지급한 사망위로금 5,000,000원(다툼이 없는 사실)

마. 소결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107,109,306원(= 상속금액 107,109,306원 + 위자료 5,000,000원 - 사망위로금 5,000,000원)에 대하여 망인의 자살 사고일인 2013. 8. 11.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16. 2. 17.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