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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대구고법 1987. 7. 29. 선고 87노637 제1형사부판결 : 상고
[살인등피고사건][하집1987(3),449]
판시사항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상의 자백이 임의성은 있으나 신빙성이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아무런 가혹행위를 가하지 않았고 20일동안 5회에 걸쳐 피고인을 신문할 때 한번도 가혹행위를 한 수사경찰관을 참여시킨 바도 없다면 검사 앞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을 임의성이 없다고 할 수 없으나 범행의 동기나 시간 등에 있어 여러가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면 검사 앞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을 진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

피 고 인

피고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한다.

원심판결선고전 구금일수 중 125일을 위 형에 산입한다.

압수된 한국은행 만 원권 25매(증 제1호)를 피해자의 재산상속인들에게 환부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살인의 점은 무죄

이유

피고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한 일이 없는데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살인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원심판결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오인의 흠이 있다는 것이고, 그 국선변호인의 항소이유 요지는, 원심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살인의 점에 관하여는 범죄의 증명이 없어 무죄의 선고를 하여야 할 것임에도 원심이 이를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점 항소논지는 이유있어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 에 의해 나머지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그와 절도죄가 형법 제37조 전단 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하나의 형이 선고된 만큼,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범죄사실

피고인은, 1986.10.6. 04:50경 경남 고성군 (동명 생략) 소재 (상호 생략) 주점 2번룸에서 술에 취해 그곳 의자에 누워 잠자고 있는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에서 동인 소유의 현금 340,000원을 꺼내 가지고 가서 이를 절취했다.

증거의 요지

판시사실은,

1. 피고인의 원심법정에서의 판시사실에 부합되는 진술

1.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중 판시사실에 부합하는 진술 기재

1. 압수된 한국은행 만 원권 25매(증 제1호)의 현존 등을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으므로 그 증명이 있다.

법령의 적용

피고인의 판시 소위는 형법 제329조 에 해당하므로 소정형 중 징역형을 선택하며, 그 형기 범위내에서 피고인을 징역 8월에 처하고 같은 법 제57조 를 적용하여 원심판결선고전의 구금일수 중 125일을 위 형에 산입하며, 압수된 한국은행 만 원권 25매(증 제1호)는 판시 절도죄의 범행으로 인하여 취득한 장물로서 피해자에게 환부할 이유가 명백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33조 제1항 에 의하여 피해자 피해자의 재산상속인들에게 환부한다.

무죄부분

이 사건 중 살인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86.6.경부터 경남 고성읍 (동명 생략) 소재 6촌형인 공소외 1이 경영하는 (상호 생략) 주점의 지배인으로 종사하는 자로서, 1986.10.6. 04:50경 위 주점 2번룸에서 어릴적부터 같은 마을 이웃에 살았고 학교 후배인 피해자(20세, 남)가 평소 짝사랑하던 위 주점 종업원 100번 아가씨를 만나러 왔다가 그 아가씨가 그 전날 위 주점을 그만두는 바람에 만나지 못한 채 술을 먹고 그곳 의자에 누워 잠자는 것을 발견하고 마침 영업이 끝난 때이라 피해자를 깨우기 위하여 손으로 몸을 흔드는 순간 피해자 좌측 상의 호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보이자 훔칠 마음이 생겨 그 속에 든 현금 340,000만 원을 꺼내어 가서 이를 절취한 뒤 룸을 나오려는 순간, 피해자가 잠에서 깨어 일어나서 "형 내 돈을 가져갔소"하면서 돈을 돌려 달라고 하자 위 절취사실이 발각되어 당황한 나머지 피해자에게 "이 돈은 네가 100번 아가씨에게 주려고 한 돈이니 내가 네 대신 100번 아가씨가 오면 전하여 주겠다. 그 대신 네가 100번 아가씨를 사랑하다가 자살했다는 취지의 유서를 써 장난을 치자"고 제의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유서 1통을 쓰게 한 다음 피해자에게 위 돈으로 술을 한잔 먹자고 하는데도 이에 불응하면서 계속 돈을 돌려달라고 조르자 평소 잘 아는 피해자의 돈을 훔친 죄의식과 조금전까지만 하여도 위 돈으로 아가씨와 외박을 하겠다고 한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술 한잔 사라고 하는데 이를 거절하는 등 피해자의 소행에 배신감을 느낀 나머지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결이하고 같은 날 05:10경 위 주점 화장실 안으로 피해자를 데리고 가서 양손으로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 벽에 머리를 부딪치게하여 피해자가 `어,어’하면서 몸을 구부리자 피해자의 뒤로 돌아가서 오른손으로 입과 코를 꽉 막고 왼팔로 목을 졸라서 피해자로 하여금 기도압박으로 인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하여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것이고, 이에 대해 피고인은 원심법정에서부터 당심에 이르기까지 일관해서 피해자를 살해한 일이 없다고 부인하므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검사 제출의 각 증거를 아래와 같이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검사 제출의 각 증거 중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증거로는,

1. 사법경찰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자술서, 진술조서, 2. 사법경찰관작성의 검증조서와 3. 검사작성의 피의자신문조서 및 이를 뒷받침해 주는 사인에 관한 의사 공소외 7 작성의 시체검안서와 시체부검 감정서가 있다. 그외 기록에 편철된 다른 증거들은 모두가 정황에 관계되는 것으로서 그들 증거만에 의해서는 피고인의 이건 살인 피의사실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위 4가지 증거에 관해 중점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사법경찰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진술조서, 자술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1차 범행사실을 부인하다가 연행된 후 2일이 지나면서부터 공소사실에 나타난 바와 같은 이유로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바 있으나 피고인은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을 부인하고 있어서 이는 증거능력이 없고, 또 진술조서와 자술서도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므로 그것이 진술조서나 자술서의 형식을 취하였다해도 결국 피의자신문조서와 다를 바 없으므로 피고인이 원심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이상 이들 역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자료로 삼을 수가 없다.

(2) 사법경찰관작성의 검증조서

사법경찰관작성의 검증조서 중 피고인의 진술을 기재한 부분과 범행 재연의 사진영상에 관한 부분은(나머지 부분은 이건 범죄사실과 직접 관련이 없다) 원진술자이며 행위자인 피고인에 의하여 그 진술 내지 재연의 진정함이 인정되지 아니할 뿐 아니라, 검증현장에서의 피고인의 진술 및 범행재연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진 것이라고 볼 자료가 없고, 오히려 원심공판정에서 나타내 보인 피고인의 상처와 원심증인 공소외 1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은 경찰에서 조사받는 동안 범행사실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경찰관들로부터 이틀 밤에 걸쳐 심한 고문을 받은 사실이 엿보이니 그 무렵 행해진 현장검증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외포된 상태하에서 이루어졌다 할 것이어서 이 또한 증거능력이 없어 유죄의 자료로 삼을 수 없다.

(3) 검사작성의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

먼저 이 증거가 증거능력이 있는지 여부부터 살펴 본다.

피고인의 변호인은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할 때 어떤 가혹행위를 하지는 않았지만 경찰에서 피고인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에 미리 두번이나 검사 앞에 데리고 가 고문한 경찰관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자백을 되풀이하게 함으로써(그 당시는 피의자신문조서가 작성되지 않았다)뒷날 그 자백을 번복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은 뒤에 피고인을 검찰에 송치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이 검사 앞에서 범행사실을 자백할 때에도 경찰의 가혹행위에서 받은 임의성없는 심리상태가 계속되어 경찰에서 한 내용과 같은 내용의 허위자백을 한 것이므로 검사 앞에서 한 위 자백 역시 임의성이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사가 피고인에 대해, 피고인이 자인하고 있듯이, 아무런 가혹행위도 가하지 않았고, 또 20일동안 5회에 걸쳐 피고인을 신문할 때 한번도 가혹행위를 한 수사경찰관을 참여시킨 바 없었다면, 검사 앞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이 임의성없는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심과 당심이 조사한 여러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을 이 사건 범인으로 단정하기에는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범행의 동기나 시간 등에 있어서 여러가지 수긍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므로 검찰에서의 피고인의 자백을 진실한 것으로 보아 유죄인정의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

그 점을 차례로 살펴보기로 한다.

(1) 범행의 동기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기 20분 전에 피해자의 돈 34만 원을 절취한데에 대한 죄의식과 피해자가 위 돈으로 아가씨와 외박을 하겠다 해 놓고 피고인에게 술을 안산다고 한데에 대한 배신감을 느껴 순간적으로 살해할 결심을 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공소외 1, 2, 3의 경찰에서의 각 진술과 피고인의 진술을 종합해 보면, 피해자는 어릴 때부터 피고인과 한동네에 살면서 피고인을 형으로 부르며 친숙하게 지내왔고, 그날도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술을 마셨으며, 피해자가 외박을 하고 싶다고 하자 사망 10분 전인 그날 05:00경 이웃 제일장 여관에 피해자와 동침할 아가씨를 구하는 전화를 했으며, 피고인은 창원전문대학 2년을 수료하고 군복무까지 마친뒤 6촌형이 경영하는 (상호 생략) 클럽의 지배인으로 근무해 오면서 경제적으로 특히 궁박했던 사정은 엿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돈 34만 원 훔친 죄의식에서 또 술을 안산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동생처럼 가깝게 지내온 피해자를 느닷없이 살해했다고 하기에는 그 동기가 석연치 않은 것이다.

(2) 유서와 자살 가능성에 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날 04:50경 피해자로부터 돈 34만 원을 훔치자 이를 알고 돌려달라고 하는 피해자에게 이 돈은 너가 좋아하는 100번 아가씨( (성명 생략))에게 주려한 돈이니 내가 대신 주겠다. 그 대신 100번 아가씨를 사랑했다는 취지의 유서를 써 장난을 치자고 제의해 유서 1통을 쓰게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범행 현장에서 유서와 칼 한자루가 위 주점 1번룸에서 발견되고 유서의 필적을 감정한 결과 피해자의 자필임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사망은 자살이 아니며 단지 피고인이 자살로 위장하여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공소사실에 기재된 대로의 경위에 따라 위 유서가 작성되었다면 유서의 내용이 바로 100번 아가씨에 대한 것으로 시작될 것이 보통인데도 기록 412면에 나타난 유서내용을 보면, 부모에 대한 하직인사, 친척·친구에 대한 인사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100번 아가씨에 대한 사랑의 고백과 인사가 나오는 것을 보면, 위 유서가 공소장 기재의 경위로 작성된 것이라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이는 피해자의 자살 근거로 볼 가능성은 있을지언정 피고인의 자살 위장용 유서로 보기에는 선뜻 수긍이 가지 않는 것이다.

(3) 범행의 방법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그날 05:10경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화장실 벽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여 피해자가 어어 하면서 몸을 구부리자 피해자의 뒤로 돌아가서 오른손으로 입과 코를 막고 왼팔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공소외 4의 감정서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망시 알콜 혈중농도가 0.14퍼센트였고, 그 정도의 주취상태는 이른바 마취상태로서 기분좋은 정도라는 것이고, 공소외 2, 5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목부로 종사하는 신체건강한 남자인 사실이 인정되는 바, 피해자보다 오히려 신체조건이 건장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 피고인이 술에서 깨어나 미취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아무런 반항 흔적이나 외상을 남기지 않고(사체를 처음 부검한 의사 공소외 6의 당심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사체에는 아무런 외상이 없었고 심지어 두부에도 아무런 외상이 보이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화장실로 끌고가 감쪽같이 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4) 사인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해자의 사인이 기도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로 되어 있고, 부검의사인 공소외 7의 원심 및 당심에서의 증언에 의하면 사체의 항문이 열려 있는 것으로 보아 사인은 기도압박으로 인한 질식사이고, 경부압박흔이 있으므로 타살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당심증인 공소외 6, 8의 각 증언을 종합하면, 항문이 열려 있다는 사실만으로 질식사라 단정 못하고(모든 사체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사망으로 인한 근육이완으로 항문이 열린다고 한다), 설사 질식사라 본다해도 경부압박흔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타살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공소외 7의 증언에서도 나타나듯이 연둔체에 의한 목이 조였을 때에도 경부압박흔이 생기는 것이고, 더우기 범행현장에서 발견된 길이 1.5미터 가량의 연둔체인 비닐탁상보를 말아서 목을 졸랐을 경우에도 경부압박흔이 나타난다고 할때 유서까지 쓴 피해자가 비닐탁상보를 말아 자살했을 가능도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고, 따라서 사인을 타살이라 단정지우기 어렵다 할 것이다.

(5) 범행시간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피고인은 1986.10.6. 04:50경 피해자의 돈 34만 원을 절취하고, 20분 후인 같은 날 05:10경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소장에 기재된 시간의 정확하다고 가정한다해도, 피고인이 20분 동안에 피해자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고, 그것이 발각되어 시비를 하고,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건 유서를 쓰게 한 다음, 술을 못사겠다 하자 다시 시비를 하고, 화장실로 데리고 가 다시 다투고 벽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고 목을 졸라 질식사시키는 일련의 행동을 아무런 사전 계획없이 해치운다는 것은 시간상 무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피고인이 05:10경 과연 범행장소에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공소외 1의 경찰에서의 진술에 의하면, (상호 생략) 주점(이하 주점이라고만 한다) 주인인 공소외 1이 03:45 위 주점을 떠났고, 공소외 9의 진술에 의하면, 그가 주점에 김밥을 팔러 왔다가 04:00(관계인의 진술이 일치한다) 위 주점을 떠나 주점서 20미터 가량 떨어진 제일장 여관으로 가 있었더니 40분 가량( 공소외 9은 시종일관 40분이라 진술하고 있다)지나, 피고인으로부터 아가씨 2명과 방 2개가 있는지 물어보는 전화가 왔고, 그후 약 8 내지 10분 가량( 공소외 9은 경찰 1회 진술시는 전화가 있은 뒤 3분만에 피고인이 왔다고 하다가 2회 진술시에는 8 내지 10분후라 하고, 검찰에서의 진술시에는 20분 뒤라 하고, 원심법정에서는 뚜렷한 답을 않고 있으나 피고인의 진술과 대조해 보면, 8 내지 10분 뒤라고 봄이 정확하다고 판단된다) 지나서 피고인이 제일장 여관에 나타나 아가씨가 있느냐고 재차 물으니 제일장여관 종업원인 공소외 10이 아가씨가 없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김밥과 콜라 등을 사먹고 20분가량(관계인의 진술이 일치한다.) 있다가 제일장 여관을 나간 사실이 인정되는 바, 위 진술에 따르면 피고인은 04:40경 제일장 여관에 전화했고, 04:50경 제일장 여관에 왔다가 김밥 등을 사먹고 05:10경 제일장 여관을 나간 것으로 된다. 그런데 위 시각 중 다른 시간들은 모두 관계인의 진술이 일치해 정확해 보이나 "40분"가량 지난 뒤 전화가 왔다는 40분이라는 시간은 공소외 9의 짐작에 의한 것이나 다소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러면 과연 피고인이 제일장 여관으로 전화하고 찾아온 정확한 시간을 언제로 봐야 할까? 위 주점 종업원인 공소외 11, 2, 12의 진술을 종합하면, 사건당일 04:45 내지 50경 피해자만 위 주점내에 둔채 주점종업원과 마지막 손님인 공소외 13이 위 주점을 나갔고 피고인이 공소외 13을 배웅한 뒤 주점 2층 아가씨 숙소에 가서 5분가량 지체하다 그 숙소에서 내려갔고, 30분 뒤인 05:20 내지 25경 위 주점의 삿다 문이 내려진 사실은 틀림없이 인정되는 바이고, 피고인이 전화를 한 곳이 위 주점일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므로 결국 피고인은 04:50에서 05:00사이에 제일장으로 전화했다고 봄이 옳다(피고인이 04:50경 아가씨 숙소에서 내려와 바로 피해자의 돈을 절취한 것은 피고인도 시인하고 있고, 피고인이 제일장 여관에다 그와 피해자와 함께 외박하기 위해 아가씨 2명을 구하는 전화를 했던 것인 만큼 살해의 고의가 생기기 전에 전화했을 것은 명백하므로 살해 10분 전인 05:00까지 전화했을 것이라 추측하는 것은 사리에 맞는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은 04:50경 제일장 여관에 전화했고(그러면 공소외 9의 진술 중 40분 뒤에 전화했다는 것은 1시간 뒤에 전화했다는 것이 되는데 그 정도의 오차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것이고, 만약 공소사실에 맞추어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하고 샷다문을 닫고 나서 제일장 여관으로 갔다면, 전화 후 25 내지 30분 뒤에 제일장 여관으로 갔다고 해야하던지 아니면 전화를 공소외 9이 위 주점을 떠나간지 1시간 20 내지 30분 뒤에 한 것으로 해야 되는데 이는 앞서 인정되는 사실에 비추어 지극히 믿기 어렵다 할 것이다.), 05:00 전후하여 제일장 여관에 가서 김밥 등을 사먹고 05:20을 전후하여 위 여관을 나갔다고 추단할 수 있다.

그러하다면 공소장에 적힌 피고인의 범행시각인 05:10경에는 피고인이 제일장 여관에 있었던 것이 되므로 공소일시에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6) 피해자의 사망시각에 관하여,

공소사실에 의하면, 05:10경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공소외 7 작성의 감정서에 의하면, 사체의 위장속에는 내용물이 없었다고 되어 있고, 피고인과 주점 종업원의 진술에 의하면, 피해자는 약간 취한 상태로 주점에 들어와 적어도 사건당일 02:00까지 맥주 9병과 2접시 이상의 안주를 친구 3명 및 피고인과 나누어 마셨고, 다시 02:00경 맥주 3병과 안주 2개를 03:00까지 접대부와 나누어 마셔 피해자가 마신 양이 맥주 7병 가량되고, 한편 공소외 8의 증언에 의하면, 그 정도의 술을 마신 사람이 혈중 농도 0.14퍼센트까지 내려오려면 술을 마시기 시작해서부터 약 10시간 가까이 소요되어야 하고, 03:00경까지 술과 안주를 먹은 사람이 위장이 비게 되려면 약 4∼5시간 소요된다고 하므로 피해자의 사망시간은 적어도 07:00 이후로 추단함이 상당하고(그 시간에 피고인은 수경옥에서 술을 마신 뒤 공소외 14와 함께 있었다.), 따라서 사망시각에 관해서도 공소사실을 선뜻 믿기 어렵다.

(7) 사건후 피고인의 행적에 관하여,

공소외 9과 공소외 10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제일장여관에 가서 훔친 돈을 자랑했고, 최명규의 진술에 의하면 그뒤 택시를 타고 수경옥까지 가면서 자기가 (상호 생략)의 지배인이라고 밝혔고, 공소외 14의 진술에 의하면, 수경옥에 와서 주점에 친구를 두고 왔다는 말을 수차례에 걸쳐 하면서 거기서도 돈자랑을 했다는 것이고, 공소외 11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이 태연히 피해자사망사실을 얘기하고 자기 업소에서 사망한 데 대해 걱정했다는 것이니, 사람을 죽인 피고인이 자신의 신분과 범행의 주요단서가 될 돈의 자랑을 했다는 등의 위와 같은 피고인의 사건후의 행적은 피고인이 과연 피해자를 살해했을까에 대한 의심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하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비록 검찰에서 이건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뚜렷한 살해동기가 없고, 범행시간과 사망시간도 맞지 않을 뿐아니라 자살의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는 이상과 같은 경우라면 피고인의 변소대로 법정에서 모든 것을 밝히리라 마음먹고 검찰에서는 체념한 상태로 경찰에서의 자백내용과 같이 반복해 자백했다는 피고인의 변소가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지언정 검사 앞에서의 위 자백을 증명력있는 증거로 믿고 피고인을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장기재와 같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믿을만한 직접적인 증거는 하나도 없게 되었고, 나머지 증거들은 피고인의 이 자백이 진실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의 정황증거에 불과하며, 그와 같은 정황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이건 살인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할 수 없고, 달리 공소사실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의 선고를 하는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지홍원(재판장) 조창호 김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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