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복수 당사자 사이의 합의 중 일부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경우, 나머지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유효한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매수 토지의 처분 및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에 관한 적법한 대리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복수의 당사자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는 전체로서 일체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그 중 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나머지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유효한지의 여부는 민법 제137조 에 정한 바에 따라 당사자가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당사자의 의사는 실재하는 의사가 아니라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당사자 쌍방이 이에 대비하여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말한다.
[2] 매수 토지의 처분 및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에 관한 적법한 대리권의 존부에 관한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또는 심리미진이 있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민법 제137조 [2] 민사소송법 제187조 , 민법 제130조
원고,피상고인
원고
피고,상고인
피고 1 외 1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창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들 및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함께 판단한다.
법리오해의 점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토지의 소유자이던 피고 1과 이 사건 토지의 실질적 매수인으로서 계약상의 명의만을 가진 원고를 대리한 소외 1, 소외 2 및 그들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양수한 피고 2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를 함에 따라 피고 2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게 된 것이라는 피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제1심 증인 소외 3의 일부 증언은 원심 증인 소외 4의 증언 및 갑 제1 내지 갑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비추어 신빙성이 없고, 달리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고서 위 소외 1에게 원고를 적법하게 대리할 권한이 없는 이상 위 소외 1이 그 자신의 피고 2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변제에 갈음하여 이 사건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해 주기로 약정한 것은 원고에 대한 관계에서 무권대리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피고 1이 피고 2에게로 경료하여 준 소유권이전등기는 그들 사이에 물권행위만이 있었을 뿐 그 원인이 되는 채권계약은 존재하지 아니하는 셈이어서 원인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그와 같은 이전등기만으로는 피고 1이 원고에 대한 소유권이전 의무를 이행한 것이라고 할 수 없고, 또한 그 의무가 이행불능으로 되었다고도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복수의 당사자 사이에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를 한 경우 그 합의는 전체로서 일체성을 가지는 것이므로, 그 중 한 당사자의 의사표시가 무효인 것으로 판명된 경우 나머지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유효한지의 여부는 민법 제137조 에 정한 바에 따라 당사자가 그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판정되어야 할 것이고, 그 당사자의 의사는 실재하는 의사가 아니라 법률행위의 일부분이 무효임을 법률행위 당시에 알았다면 당사자 쌍방이 이에 대비하여 의욕하였을 가정적 의사를 말하는 것 으로서, 이 사건에 있어 피고들이 위 소외 1에게 원고를 적법하게 대리할 권한이 없는 것을 알았다면 아무런 실체적 관계가 없는 피고들 사이에서도 소유권 이전의 합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가 정당함을 전제로 하는 한 피고들 사이의 소유권 이전의 합의 또한 무효임을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니, 원심의 설시가 다소 부적절한 흠은 있으나 결국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소유권 변동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거나 채권자대위권의 행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이를 다투는 논지는 이유 없다.
채증법칙 위배의 점에 대하여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고는 그가 1990. 7. 13. 피고 1로부터 이 사건 토지를 매수하여 대금 전액을 지급한 이후 그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그의 사촌동생인 소외 1에게 의뢰하였는데, 위 소외 1이 피고 2와 결탁하여 1991. 7. 29. 피고 2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는 이유로 1993. 11. 3. 그 말소 및 원고 앞으로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 무권대리인이라는 위 소외 1을 증인으로 신청하였다가 증인 신청절차를 밟지 아니한 채 소를 취하하였으나 피고들의 부동의로 다시 재판이 진행되었고, 그 재판 과정에서는 원고가 내내 불출석한 상태에서 피고들이 신청한 증인 소외 3 한 사람만을 신문한 끝에 변론이 종결되어 원고 패소의 판결이 선고되었으며, 그 항소심인 원심에서는 항소인인 원고가 2회에 걸쳐 출석하지 아니하였다가 다시 기일지정 신청을 하여 비로소 재판이 진행되면서 원고는 제1심에서의 주장과는 달리 위 소외 1에게 이전등기절차조차 의뢰한 사실이 없는데, 우연히 매매 사실을 알게 된 위 소외 1이 교통사고의 후유증으로 정신이 온전치 아니한 원고의 남편 소외 2를 대동하여 가서 마치 원고를 대리하는 것인 양 가장하여 중간생략등기의 합의를 한 것이라고 주장을 변경하였고, 원심은 원고가 신청한 증인 소외 4 한 사람만을 신문하고 변론을 종결한 다음 위 소외 1에게 원고를 대리할 적법한 권한이 있다는 피고들의 주장을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척함으로써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기록에 나타난 위 소외 3의 증언을 보면 위 소외 1은 원고의 주장과는 달리 원고의 친동생으로서 그의 중개로 피고 2에게 다른 토지를 전매하였다가 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어 위약금 등을 물게 되자, 이 사건 토지를 자신의 누나인 원고와 함께 매수하였다면서 대물변제조로 이 사건 토지를 인수하라고 제의하였다는 것이고, 위 소외 1과 위 소외 2는 이 사건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의 이행 및 소유권이전 과정에 수차 관여하였다는 것이며, 원고와 위 소외 2는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이후인 1991. 9. 초순경부터 1992. 2.경까지 그가 근무하는 부동산중개사사무소를 약 6회 정도 찾아와 피고 2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으로써 중개로 인한 책임을 면하게 되었음을 이유로 동생인 위 소외 1을 도와달라고 요구하고, 그 이후로도 1992. 11.경 무렵까지 수차에 걸쳐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하여 위 소외 1에게 다른 토지의 중개료라도 반환하여 달라고 요구하였을 뿐 피고 2에게 경료된 소유권이전등기에 관하여는 하등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인바, 위 증언에 의하여 곧바로 위 소외 1에게 중간생략등기의 합의 당시 원고를 대리할 권한이 있었던 것으로 단정하기에 미흡한 점은 있으나, 위 증언에 신빙성이 있다고 볼 경우 대금 전액을 지급하였다는 원고가 그도 모르게 타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된 이후 2년여가 경과하여서야 그 말소를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데다가 소를 취하한다든지 수차에 걸쳐 출석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불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 온 점, 원고의 남편과 동생이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에 관여한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들의 주장을 쉽사리 배척할 수는 없는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원심이 위 소외 3 증언의 신빙성을 부정하는 반대증거로 든 위 소외 4의 증언을 보면 원고의 주신문에 대하여는 그는 이 사건 토지의 거래를 중개한 자로서,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잔금의 지급 및 소유권이전등기 등은 그를 통해서만 하기로 약정하였고, 그도 모르게 피고 2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음을 사후에 알게 되자 원고와 함께 피고 1을 찾아가 아무런 상의 없이 위 소외 1의 말만을 믿고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 준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항의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피고들의 반대신문에 대하여는 이와 반대로 항의한 일이 없다고 증언하고 있고, 최소한 그 증언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의 체결이나 중도금의 지급 등에 위 소외 2가 계속 관여하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이러한 증언만으로는 위 소외 3 증언의 신빙성을 뒤집기에 부족하다 할 것이고 그 밖에 갑 제1 내지 제4호증은 이 사건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문서에 불과하고, 갑 제5호증(사실증명)은 위 소외 2가 교통사고로 기억이 상실되어 이 사건 소유권이전등기 무렵인 1991. 6.부터 같은 해 8.까지 기도하며 요양하고 있었음을 확인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사설기도원장 명의의 문서로서 기록상 그 진정성립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을 뿐 아니라, 그 작성일자 또한 3년이 경과한 1994. 8. 3.이므로 증거가치가 있는 문서로 보기 어려우며, 갑 제6호증의 1, 2는 위 소외 2가 1987. 1. 24. 교통사고를 당하여 같은 달 28.부터 같은 해 7. 31.까지 입원치료를 받았고, 같은 해 6. 25. 현재 뇌손상후유증으로 인한 기질성 뇌증후군의 소견을 보인다는 취지가 기재된 대학병원의 진단서와 향후진료비추정서이기는 하나 피고들이 주장하는 중간생략등기의 합의 시점은 그로부터 4년여가 경과한 후이므로, 그 합의 당시 위 소외 2가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입증할 자료로는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원심이 중간생략등기의 합의에 직접 관여한 위 소외 1 또는 소외 2의 증언을 청취하는 등으로 실체 발견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지 아니한 채 앞서 든 증거만으로 위 소외 3 증언의 신빙성을 부정하고, 나아가 피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기에 이른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였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