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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방법원 2008. 3. 18. 선고 2007노4541-1(분리) 판결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1외 3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임선화

변 호 인

법무법인 다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영기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항소 이유의 요지(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피고인들은 평화공원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제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신정교회 마당에서 15명 가량 모여 있었던 것으로, 당시 피고인들이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아니하여 피고인들의 이러한 행위를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상의 “시위”라 할 수 없더라도 “집회”로서는 인정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하여 해산명령의 대상인 집회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단

가.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들은 국방부가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 등에 따라 추진 중인 미군기지 평택이전사업이 주한미군철수를 주장하는 자신들의 소신에 반하고 미군기지 편입 예정지 주민들의 생존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사업에 반대하여 오던 중, 평택범대위, 한총련, 민주노총, 전교조 등 각 사회단체와 연합하여 팽성읍 대추리 소재 마을회관 공터(일명 ‘평화공원’)에서 제4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하여 미군기지이전을 저지하기로 결의하고, 위 각 단체 소속 회원 4,000여 명과 공모공동하여, 2006. 5. 14. 10:00경 평택시 팽성읍 본정2리 82-2 소재 신정감리교회에서, 전세버스 17대를 타고 집결한 한총련, 민주노총, 평택범대위 회원 약 4,000여명과 함께 주한미군 확장이전 반대 등의 각종 구호가 적힌 깃발 등을 소지하고 위 평화공원으로 가기 위하여 도보로 행진하다가 위 신정감리교회에 들어와 미신고 집회인 제4차 범국민대회에 참석하던 중 관할 책임지역장으로 경비근무 중인 안산경찰서장의 3회에 걸친 해산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즉시 퇴거하지 아니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이 신정교회 마당에 머무르게 된 경위, 소지하였던 물건과 그곳에서 하였던 행위, 연행된 시간, 당초 집회 예정지와의 거리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피고인들이 신정교회 마당에 일시적으로 집결하고 있는 상태는 집회 참가를 위한 준비 단계에 불과할 뿐,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해산명령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집회 또는 시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고, 위와 같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집회가 존재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이상, 가사 관할 경찰서장의 해산명령이 있었고, 위 피고인들이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해산명령 자체가 적법한 것이 아니어서, 피고인들을 그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

다. 당심의 판단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2007. 5. 11. 법률 제84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에 의하면 관할 경찰관서장은 적법한 집회신고 없이 이루어진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상당한 시간 이내에 자진 해산할 것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아니할 때에는 해산을 명할 수 있으며( 제18조 제1항 제3호 ), 집회 또는 시위가 위 해산명령을 받았을 때에는 모든 참가자는 지체없이 퇴거하여야 하고( 제18조 제2항 ), 위 해산명령을 받고도 즉시 퇴거하지 아니한 참가자들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의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제21조 ).

그런데 위 법은 옥외집회와 시위만을 신고의 대상으로 정하면서( 제6조 제1항 ), “옥외집회”의 개념을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않은 장소에서의 집회’로 정의하고 있을 뿐( 제2조 제1호 ), 그 외에 특별히 “집회”의 개념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어떤 것이 과연 위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미신고 “집회”라 할 것인가에 관하여 논의의 여지가 있는바, 대법원은 “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3조 의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그 모이는 장소나 사람의 다과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고 판시하여( 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도2528 판결 ), 위 법상 집회의 개념을 넓게 보고 있으나, 위 견해에 의하더라도 최소한 “다수인이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일 것”이라는 객관적 요건과 “특정한 목적”이라는 주관적 요건은 갖추어져야 위 법상 “집회”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수인들이 일정한 장소에 집결해 있더라도 그들 사이에 공통되는 특정의 목적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 예컨대 다른 곳에서의 집회에 참가할 예정으로 우연히 한 장소에 집결하게 된 자들에 대하여도 그들이 참가할 예정인 집회가 미신고 집회로서 금지되는 이상 위 해산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문제가 된다.

살피건대, 적법한 집회 및 시위를 최대한 보장하고 위법한 시위로부터 국민을 보호함으로써 집회 및 시위의 권리의 보장과 공공의 안녕질서가 적절히 조화되게 한다는 위 법의 입법목적 및 현저히 사회적 불안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는 집회 또는 시위에 해당될 경우에도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정당화되는 것이며,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하여 허용될 수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해석론{ 헌법재판소 2003.10.30. 2000헌바67,83(병합) }에 비추어 보면, 집회 예정지 이외의 장소에서 집회참가를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자들은 설령 그들이 참가하고자 하는 집회가 불법집회로서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 하더라도 위 법 제18조 에 의한 해산명령의 대상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⑵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원심이 적법하게 조사하여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2006. 5. 14. 11:00경 미군기지 이전을 반대하는 제4차 범국민대회가 평화공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위 집회가 미신고 불법집회임을 이유로 평화공원에의 진입이 사전에 봉쇄된 사실, 이에 피고인들은 전교조 본부 혹은 범국민대책위원회 측으로부터 새 집회 장소인 평택시 본정리 농협 앞으로 모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버스 등을 이용해 위 농협 쪽으로 행하던 중 본정리 3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진입을 막자 버스에서 내려 삼삼오오 신정 감리교회 방향으로 가게 된 사실, 그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집회 시간까지 마땅히 있을 곳이 없거나 본정리 앞 분위기가 삼엄하다는 이유로 위 교회에 잠시 머무른 사실, 당시 위 신정교회 부근에 모여 있던 인원은 15명 내지 20명 정도였고, 당시 그들이 구호를 외치거나 구호가 적힌 깃발 등 일반적으로 집회나 시위에 사용되는 물건을 소지하지도 않았던 사실이 인정되는바,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들이 당시 신정감리교회에서 미군기지 이전사업 반대의 의사표현을 위한 집회에 참석중이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며, 피고인들은 단지 본정리 농협 앞에서의 집회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⑶ 그러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8조 에 의한 해산명령의 대상인 집회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옳은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검사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검사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오기두(재판장) 오지원 백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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