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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18.10.12. 선고 2018고합397 판결
존속살해(인정된죄명:존속유기치사),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사건

2018고합397존속살해(인정된죄명:존속유기치사),성폭력범

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고인

A

검사

김병욱(기소), 송봉준(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로에

담당변호사 강연경, 김지혁, 김태경

판결선고

2018. 10. 12.

주문

피고인을 징역 5년에 처한다.

피고인으로부터 압수된 노트북 1대(증 제1호)를 몰수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정보를 2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공개한다(다만, 공개되는 성범죄의 요지는 판시 제2항 기재 범죄에 한한다).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2년간 취업제한을 명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2015. 5. 21.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강제추행죄 등으로 징역 8월을 선고받고, 2015. 10. 16. 그 형의 집행을 종료하였다.

1. 존속유기치사

피고인은 피해자 B(71세)의 유일한 자녀이다.

피해자는 2015년경부터 불상의 이유로 반신불수가 되어 혼자서 보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고, 2016. 9.경부터는 그 증상이 악화되어 혼자서 앉는 것도 불가능하고 식사도 혼자서 준비하거나 주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피해자의 배우자인 C(2017. 2. 12. 사망, 피고인의 계모)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하는 등 생명을 유지해왔다.

피고인은 2017. 2. 12.경 위 C이 사망하자 서울 종로구 D E호에 있는 피해자 소유주거지에서 피해자와 단둘이 거주하며 피해자를 간병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일한 자녀로서 피해자와 함께 거주하게 되었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의 도움이 없이는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거나 대소변을 치울 수도 없고, 스스로 일어나 앉거나 움직이지도 못하는 등 전혀 거동할 수 없는 상태였으므로, 피해자의 건강상태를 고려하여 적절한 식사와 도움을 제공하고 피해자로 하여금 병원치료를 받게 하거나 집 또는 다른 시설에서 요양을 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등 노유 및 질병 등으로 인하여 부조를 요하는 피해자를 부조하여야 할 법률상 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해자를 부양하는 것이 힘들고 짜증이 난다는 등의 이유로 2017. 2.경부터 2017. 10.경까지 직계존속인 피해자에게 제대로 된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 한 달에 1, 2회 정도 1회당 약 3, 4일 간 집을 비우면서 피해자에게 음식과물을 제공하지 않고 방치하여 최초 피해자를 부양하기 시작할 무렵 80kg 내지 90kg에 이르던 피해자의 몸무게가 43kg(키 162cm) 상당으로 야월 정도에 이르게 하였고, 2017. 10. 6. 02:50경 위 D 집을 나가 2017. 10. 15. 03:30경까지 약 10일 간 피해자에게 아무런 음식과 물을 제공하지 않은 채 피해자를 집 안에 방치하여 유기하고, 그로 인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2017. 10. 15.경 위 피해자의 주거지에서 굶주림 등으로 인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2.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피고인은 2018. 3. 29. 02:00경 서울 강북구 F모텔 G호에서 피해자 성명불상의 성매매 여성을 전화로 부른 뒤, 미리 준비한 노트북 컴퓨터 화면에 영화 등의 영상을 재생해 놓아 위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 등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도록 한 상태에서 그녀 몰래 위 노트북 카메라 동영상 촬영 기능을 켜놓고 위 노트북 전면에서 위 피해자로 하여금 옷을 벗고 피고인의 성기를 입으로 빨게 하고, 그녀와 성관계를 갖는 등 위 피해자의 신체 및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하였다. 이를 비롯하여 피고인은 2018. 2. 23.경부터 2018. 3. 29.경까지 사이에 위 F모텔 G호에서 위와 같은 방법으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5회에 걸쳐 4명의 성명불상 피해자들의 신체 및 성관계 장면을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하여 각각 촬영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법정진술

1. H, I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압수조서

1. 발생보고(변사)(수사기록 제5, 6면), 내사보고(현장 도착 당시 상황), 내사보고(유가족 J의 행적 관련) 및 그에 첨부된 CCTV 사진, 내사보고(변사자의 배우자 사망 당시 신고자 진술), 수사보고(배달음식점 탐문수사), 수사보고(피의자의 통화내역 분석) 및 그에 첨부된 휴대전화 발신 역발신 내역, 유선전화 발신 역발신 내역, 수사보고(피해자의 의무기록사본 및 가족관계증명서 확인) 및 그에 첨부된 가족관계증명서, 서울대병원 진료기록, 수사보고(배달음식점 탐문), 수사보고(배달음식점 장부 확인 관련) 및 그에 첨부된 각 식당 장부, 수사보고(참고인 H 전화 통화), 수사보고(디지 털증거분석 결과회보서 및 CD 첨부) 및 그에 첨부된 디지털증거분석 결과회보서와 CD, 수사보고(캡쳐사진 첨부) 및 그에 첨부된 캡쳐사진

1. 변사자의 배우자 사망 당시 발생보고서 및 신고자 진술조서 출력물

1. 시체검안서, 부검감정서, 유전자 감정서, 유전자감정서(가족관계 성립 여부)

1. 변사현장사진

1. 판시 전과 : 조회결과서, 수사보고(누범 전과 및 형기 종료일자 확인) 및 그에 첨부된 판결 사본, 개인별 수용 현황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형법 제275조 제2항 후문, 제271조 제2항, 제1항(존속유기치사의 점, 유기징역형 선택), 각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 제1항(카메라등 이용촬영의 점, 징역형 선택)

1. 누범가중

각, 형법 제35조(다만, 존속유기치사죄에 대하여는 형법 제42조 단서의 제한 내에서) 1. 경합범가중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제42조 단서(형이 가장 무거운 존속유기치사죄에 정한 형에 경합범가중)

1. 이수명령

1. 공개명령

1. 몰수

형법 제48조 제1항 제1호 신상정보의 제출의무 등록대상 성범죄인 판시 제2항의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 활영)의 범죄사실에 관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되는 경우에 피고인은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제1항에 따라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되므로, 같은 법 제43조에 따라 관할경찰관서의 장에게 신상정보를 제출할 의무가 있다.

고지명령의 면제

피고인의 연령, 전력, 직업, 재범의 위험성, 범행의 동기, 경과 및 죄의 경중,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피고인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및 예상되는 부작용, 그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성폭력범죄의 예방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성폭력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49조 제1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50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신상정보를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고지명령을 선고하지 아니한다.

양형의 이유 1.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 징역 5년 이상 50년 이하

2. 양형기준상 권고형의 범위

가. 기본범죄 : 존속유기치사죄

[유형의 결정] 체포·감금·유기 · 학대 > 유기 · 학대 > 사망의 결과가 발생한 경우 > 제1유형(유기 · 학대치사)

[특별양형인자] 존속인 피해자 [권고영역 및 권고형의 범위] 가중영역, 장역 3년 이상 5년 이하다. 제1경합범죄 :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대하여는 양형기준이 설정되지 아니하였다.

다. 다수범죄 처리 기준의 적용

징역 5년 이상(양형기준이 권고하는 형량범위의 하한이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보다. 낮으므로 법률상 처단형의 하한에 의한다)

3. 선고형의 결정

피고인은 초등학교 2학년 경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친부인 피해자 B(이하 이 항에서는 '피해자'라고만 한다)와 떨어져 별다른 왕래 없이 지내다가 2017. 2.경부터 계모 C의 사망으로 돌보아 줄 사람이 없게 된 반신불수의 피해자를 홀로 부양하던 중 이로 인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이 사건 존속유기치사 범행에 이르게 되었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는 하나, 피고인은 판시 첫머리의 강제추행죄 등으로 인한 누범기간 중에 존속유기치사 범행과 동종의 성범죄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부양하기 시작한 지 불과 3, 4개월여 만에 피해자를 부양하는 것이 힘들고 짜증난다는 이유로 수시로 피해자를 집에 홀로 두고 3, 4일씩 집을 비우기 시작한 점, 피해자가 2017. 6.경에 피고인에게 요양시설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였고, 그에 따라 피고인도 2017. 9.경 요양보호사를 알아보기 위하여 주민센터, 복지센터 등에 연락을 해보기도 하였으며,1) 당시 피해자가 보유한 재산도 부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이 직접 피해자를 부양하는 것이 어려웠다면 피해자를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에 모시거나 집으로 요양보호사를 부르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음에도 결국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피해자를 유기한 것이어서 비난가능성이 큰 점(피고인은 위와 같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유에 대하여 수사단계나 이 법정에서 납득할만한 진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은 그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를 적절한 보호 없이 9일 동안이나 홀로 방치하게 되면 피해자가 사망하게 될 수도 있다고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을 것임에도 피해자가 죽기야 하겠냐는 안이한 인식 하에 피해자를 방치함으로써 친부의 사망이라는 중대한 결과를 발생시켰는바,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는 점, 피해자는 심한 육체적·정신적 고통 속에서 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이고 그 피해는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게 된 점, 피고인은 구속 전 피의자심문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채 도주하여 체포되기까지 성매매를 하며 판시 제2항의 범행을 저지른 데다가, 구속재판을 받는 도중 구치소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입실을 거부하거나 다른 수용자를 폭행하여 여러 차례 징벌처분을 받는 등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거나 재범하지 않기로 다짐하고 있다고 보기도 어려워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아니한 점, 따라서 상당 기간 동안의 시설 내 처우를 통하여 피고인에게 법의 엄정함을 깨닫게 하는 한편 피고인으로부터 사회를 방위할 필요성이 인정되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직업, 환경, 가족관계 등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정상을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1.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의 요지2)

피고인은 피해자 B(71세)의 유일한 자녀이다.

피해자는 2015년경부터 불상의 이유로 반신불수가 되어 혼자서 보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태였고, 2016. 9.경부터는 그 증상이 악화되어 혼자서 앉는 것도 불가능하고 식사도 혼자서 준비하거나 주문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피해자의 배우자인 C(2017. 2. 12. 사망, 피고인의 계모)의 도움을 받아 식사를 하는 등 생명을 유지해왔다.

피고인은 2017. 2. 12.경 위 C이 사망하자 서울 종로구 D E호에 있는 피해자 소유주거지에서 피해자와 단둘이 거주하며 피해자를 간병하게 되었고, 그 무렵 C의 재산을 피해자 명의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C이 보유하고 있던 250,000,000원 상당의 예금을 피해자가 상속하게 되고 위 주거지도 피해자 명의로 되어 있는 등 피해자에게 상당한 액수의 재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피고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식사를 하거나 대소변을 치울 수 없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거나 스스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등 전혀 거동할 수 없는 상태이나, 피고인이 적절한 식사와 도움을 제공하면 상당 기간 계속 생활을 할 수 있고 피고인 외에 달리 피해자를 간병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피해자가 과거 피고인의 친어머니인 (피해자의 전 부인)을 폭행한 것에 대한 불만과 피해자를 부양하는 것이 힘들고 짜증이 난다는 등의 이유로 2017. 2.경부터 2017. 10. 초순경까지 피해자에게 하루 1끼의 식사만 제공하는 등 식사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한 달에 1, 2차례 약 3, 4일간 집을 비우면서 피해자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지 않는 등 방치하여 최초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양하기 시작할 무렵에는 80, 90kg에 이르던 피해자의 몸무게가 2017. 10.경에는 약 43kg(키 162cm)까지 야월 정도로 극심한 기아 수준의 신체 상태에 이르게 하였다.

이와 같이 2017. 10. 초순경 피해자는 혼자서 거동하거나 식사를 챙겨먹을 수 없는 상태였고, 약 8개월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체중이 40kg 가량 줄어들어 더욱 허약 해진 상태였으며, 피고인 외에 피해자에게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주변 음식점의 배달 종업원 외에 위 주거지에 드나드는 사람도 전혀 없는 상태였으므로, 이러한 상태의 피해자에게 10일 가량 식사와 물을 제공하지 아니 하면 굶주림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7. 10. 6. 02:50경 위와 같은 상태의 피해자를 위 D 집에 홀로 남겨둔 채 집을 나간 뒤 2017. 10. 15. 03:30경까지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그 사이집 주변 음식점에 피해자의 식사를 주문하거나 지인이나 이웃들에게 피해자에게 식사를 챙겨줄 것을 부탁하지도 않는 등 약 10일간 아무런 음식과 물을 제공하지 아니한 상태로 피해자를 계속 방치하여 2017. 10. 15.경 피해자를 굶주림 등의 원인으로 사망

하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직계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

2. 피고인 및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부양을 소홀히 하고 집을 비운 것은 사실이나, 피고인이 처음부터 피해자의 재산을 노리고 피해자를 유기하면 피해자가 사망할 것이라고 예견하였으면서도 사망의 결과를 용인할 의사로써 집을 비운 것은 아니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

3. 관련 법리

살인죄와 같이 일반적으로 작위를 내용으로 하는 범죄를 부작위에 의하여 범하는 이른바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만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 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부작위로 인한 법익침해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다만, 여기서의 작위의 무는 법령, 법률행위, 선행행위로 인한 경우는 물론,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사회상규 혹은 조리상 작위의무가 기대되는 경우에도 인정된다.

또한 부진정 부작위범의 고의는 반드시 구성요건적 결과발생에 대한 목적이나 계획적인 범행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법익침해의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 작위의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을 예견하고도 결과발생을 용인하고 이를 방관한 채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인식을 하면 족하며, 이러한 작위의무자의 예견 또는 인식 등은 확정적인 경우는 물론 불확정적인 경우이더라도 미필적 고의로 인정될 수 있다. 이때 작위의무자에게 이러한 고의가 있었는지는 작위의무자의 진술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작위의무의 발생근거, 법익침해의 태양과 위험성, 작위의무자의 법익침해에 대한 사태지배의 정도, 요구되는 작위의무의 내용과 이행의 용이성, 부작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부작위의 형태와 결과 발생 사이의 상관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위의무자의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공소가 제기된 범죄사실의 주관적 요소인 고의의 존재에 대한 증명책임 역시 검사에게 있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형벌법규의 해석과 적용은 엄격하여야 하므로, 범행 결과가 중대하고 범행 동기나 방법 및 범행 정황에 비난 가능성이 크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양형에 불리한 요소로 고려하여 형을 무겁게 정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그러한 사정을 이유로 살인의 고의를 쉽게 인정할 것은 아니고 이를 인정할 때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5도5355 판결 등 참조).

4. 구체적 판단

가. 주위적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사실 또는 사정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를 홀로 두고 피해자의 집을 떠날 당시 또는 피해자의 집을 떠난 뒤 일정 시점에는 피고인에게 노유, 질병으로 부조를 요하는 피해자를 보호받지 못하는 상태에 둔다는 인식을 넘어서 자신의 부작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고자 하는 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

1) 피해자는 장기간 미분화조현병으로 치료를 받아왔고, 2015년경부터는 불상의 이유로 반신불수가 되어 피해자의 집 안방의 의료용 침대에 누워서만 생활하였다. 피고인도 수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스스로 앉을 수도 없고, 침대에 누운 상태에서 옆으로 몸을 돌려 손을 움직여 식사를 하고 텔레비전 리모컨을 조절하는 것만 가능한 상태였 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또한 피해자는 C(재혼 배우자로 피고인의 계모이다)과 생활할 때부터 주민센터, 복지관 등 외부기관의 도움을 받기를 거부하고 폐쇄적인 생활을 이어오고 있어서 C이 사망한 이후로는 피해자의 외아들로서 사실상 유일한 친족(피해자의 여동생이 있으나 장기간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다)인 피고인만이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2) 피고인은 2017. 10. 6. 02:56경 피해자의 집을 나가 9일이 지난 2017. 10. 15. 03:23 경에야 돌아왔다.

3) 피해자는 침대 위에 누워 사망하여 부패 및 건조가 동반된 상태로 발견되었고, 피해자에 대한 부검 결과 위와 식도 및 소장의 내부에 음식물이 들어있지 않은 점, 부패를 고려하더라도 체중이 39kg인 점, 가슴 및 배의 피하지방과 소장 주변의 내장 지방이 위축된 점을 종합하면, 굶주림이 피해자의 사망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4)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집을 나가면서 피해자에게 식사를 직접 시켜먹으라고하고 피해자의 침대 옆 탁자에 현금 200,000원과 물 1.5리터 3병, 전화기, 음식점 전단지를 두고 나갔다'고 진술하였다[이후 검찰에서는 현금은 100,000원을 두고 나갔고, 빵 등 음식물도 두고 나갔다고 추가로 진술하였다(수사기록 제627면)]. 그러나 출동한 경찰이 찍은 현장사진의 영상에 의하면 전화기는 거실 컴퓨터 책상 위에 있었고(수사기록 제605면), 현금 200,000원은 주방 김치냉장고 위에 있는 종이박스 안 유리그릇에 들어있었으며, 음식점 전단지는 주방 싱크대 안에 있었다(수사기록 제614면). 또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피고인이 두고 간 물 1.5리터 3병만으로 피해자가 9일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일반인의 경험칙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5)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이전에도 피해자를 부양하다 힘이 들면 3, 4일 정도 집을 비운 일이 있었고, 집을 비울 때에는 근처 중국집에 미리 계산을 하고 식사 때가 되면 집으로 배달을 해달라고 요청을 하고 갔었으나, 2017. 10. 6. 집을 나왔을 때는 미리 식사를 주문해 두지는 않았고, 따로 주민센터나 요양보호자에게 연락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하였다.

6)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2017. 10. 6.부터 2017. 10. 15.까지 P에 있는 자신의 집에 있었고, 그 기간 동안 피해자의 집에 전화를 한 적은 없고, 이전에도 3, 4일씩 집을 비운 일이 여러 번 있었으며, 일주일 정도 집을 비운 적도 있었는데, 피해자에게 별문제가 없어서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7)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피해자가 전화를 이용하여 음식을 시켜먹거나, 옆집에 전화를 해서 도움을 받을 줄 알았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스스로도 '피고인과 함께 있을 때 피해자가 혼자 음식을 시켜 먹은 적은 없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에 온 뒤로는 옆집 사람과 연락을 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어(수사기록 제28면, 제29면) 전후 진술이 모순되는 부분이 있다.

8) 피해자는 C으로부터 적금 약 250,000,000원, 예금 40,000,000원 상당을 상속받았고, 피해자의 집도 피해자의 소유였다. 피고인은 2017. 5. 24. 피해자를 데리고 Q은행에 방문하여 피해자 명의의 계좌를 개설한 뒤 C 명의의 적금 및 예금을 피해자 명의의 계좌로 옮겼고(수사기록 제721면 내지 제723면), 피해자의 사망 후 2017. 10. 26.부터 2017. 11. 13.까지 피해자 명의의 예금계좌에서 피고인 명의의 R은행 계좌로 37,946,400원을 이체하여 그중 일부를 생활비, 집 청소비 및 수리비 등으로 사용하였다.(수사기록 제329 면, 제330면), 또한 피고인은 2017. 11. 17. 피해자 명의의 적금 약 250,000,000원에 대하여 상속에 의한 명의변경 신청을 한 뒤 이를 해지하여 피고인 명의의 Q은행 계좌에 입금하였고(수사기록 제716면 내지 제720면), 같은 날 인터넷에서 피해자 소유 집의 매매 시세를 검색하기도 하였다(수사기록 제738면, 제739면).

나. 주위적 공소사실과 반대되는 사실 또는 사정 그러나 이 사건 기록에 비추어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피해자가 사망에 이를 수 있음을 예견하고도 이를 용인하고자 하는 내 심의 의사를 가지고 피해자의 집을 떠났거나, 피해자의 집을 떠난 후 일정 시점에 위와 같은 의사를 갖고 피해자를 계속하여 방치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1)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피해자의 사망을 바라거나 예견하고 집을 비운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살인의 고의에 대하여는 부인하고 있다[피고인은 검찰 제2회 피의자신문 조사과정에서 피해자가 사망해도 상관없다는 마음이 있었냐는 검사의 질문에 "네 그런 마음은 있었던 것 같습니다."고 답변하였으나, 조서 열람 과정에서 "그 정도까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는 진술을 추가하였다(수사기록 제 679면)1.

2)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에게 피해자를 살해할만한 뚜렷한 동기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① 피고인은 피해자의 집을 나간 이유에 대하여 수사단계에서 "그냥 모시는게 힘들어서 그렇다."(수사기록 제131면), "짜증이 났던 것은 사실이다. 아버지를 어떻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무심해졌던 것 같다. 점점 더 그렇게 되었던 것 같다."(수사기록 제631면), "집 나가기 전에 피해자랑 싸우기도 한 상태라 그래서 그냥 피해자를 두고 나갔다."(수사기록 제670면), "당시에 많이 짜증이 나있었으니까 귀찮아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좀 미운 감정이 있기도 해서 (그랬다)."(수사기록 제676면)고 진술하고 있다.

그 진술의 전반적인 취지는 피해자를 간병하는 것이 힘이 들고 짜증이 났으며 집을 비우기 직전에 피해자와 다툼이 있었다는 것인데, 피고인이 초등학교 2학년경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피해자와 떨어져 살면서 피해자와 거의 왕래가 없어 부모 자식 간의 정상적인 애착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사정을 더하여 보더라도 위와 같은 정도의 감정상태를 자신의 부모를 살해할 동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② 검사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상속받을 재산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산 내역에 대하여 알게 된 2017. 5.경과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나간 2017. 10, 6.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고, 그사이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산을 함부로 소비하거나 피해자의 재산을 피고인 앞으로 빼돌린 사정은 보이지 않으며, 피고인이 2017. 10. 6. 무렵 경제적으로 절박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찾아볼 수 없고,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일한 친족이자 보호자로서 이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해자의 재산을 사실상 관리, 처분할 수 있었으므로(피고인이 피해자의 사망신고일인 2017. 11. 13. 이전에도 피해자의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금원을 이체할 수 있었다), 피고인이 금전적 동기에 의하여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를 갖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3)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나갈 때 이미 장기간 귀가하지 않을 의사를 갖고 있었고 그로 인한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까지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기가 어렵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집을 나간 뒤 일정 시점이 지난 후에는 피해자의 사망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러한 결과를 용인할 의사를 갖게 되었다고 인정할만한 증거도 없다.

①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현장사진의 영상에서 전화기가 거실 컴퓨터 옆에 놓여있던 이유는 피해자의 시신에서 냄새가 너무 많이 나서 전화기를 거실로 가지고 나와서 신고했기 때문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수사기록 제126면), 피해자의 집 옆집에 거주하는 H는 수사단계에서 '2017. 2. 10.경 C의 연락을 받고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니 까C이 전화기를 옮겨달라고 하여 피해자 쪽에 있던 전화기를 C이 있는 방 입구 쪽으로 옮겨 주었다'고 진술하였는바(수사기록 제110면), 피해자의 집 전화기를 옮기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여 피고인의 위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전화기 외에 현금, 전단지 등 탁자 위 물건들은 119 구급대원들이 출동한 후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사이에 직접 치웠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 데(수사기록 제405면), 종로소방서장이 이 법원에 회신한 내용에 의하면 최초 출동한 119 구급대원이 촬영한 사진의 영상에는 피해자의 침대 옆 탁자 위에 1.5리터 콜라병 이 놓여있으나, 이후 출동한 경찰이 찍은 현장사진의 영상에는 위 탁자 위에는 S재가 복지센터 명함만 있고, 탁자 아래로 1.5리터 콜라병이 2개(수사기록 제608 면, 제616면)가 놓여있으며, 주방 싱크대 안에 1.5리터 콜라병 1개가 전단지와 함께 있어(수사기록 제614면) '119 구급대원이 출동한 후부터 경찰이 출동하기 전 어느 시점에 위 탁자 위에 놓인 물건들을 치웠다'는 피고인의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피고인이 집을 나가면서 피해자에게 식사를 직접 시켜먹으라고 하고 피해자의 침대 옆 탁자에 현금과 물 1.5리터 3병, 전화기, 음식점 전단지 등을 두고 나갔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의 위와 같은 조치가 적절하였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피고인이 한 위와 같은 조치에 비추어 피고인이 집을 나갈 당시부터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의욕 내지 용인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②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이전에도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전화를 한 적이 있고, 피해자가 손과 팔은 움직일 수 있어서 피고인에게 전화를 할 줄 알았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수사기록 제632면), 실제로 C이 사망한 후인 2017. 2. 14. 및 같은 달 15. 피해자의 집 유선전화에서 피고인의 휴대전화로 여러 차례 발신한 기록이 존재하고, 그 발신 시각이 오전 7, 8시경이어서 피해자가 아닌 제3자가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여 피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보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므로(수사기록 제254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이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③ 피고인은 수사단계 및 이 법정에서 '집을 나가기 전후로 피해자의 식사를 주문하기 위해 여러 곳에 전화하였으나 전화를 받지 않아 식사를 주문하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그런데 검사가 제출한 피고인의 휴대전화 통화내역의 조회기간 만료일이 피고인이 집을 나간 당일인 2017. 10. 6. 03:00경이어서 그 후의 내역은 확인할 수가 없는 점, 공교롭게도 2017년에는 추석연휴, 개천절, 한글날, 대체공휴일 등이 겹쳐 연휴기간이 2017. 9. 30.부터 2017. 10. 9.까지로 장기간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와 같은 진술도 거짓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4) 피고인은 2017. 10. 15. 03:23경 스스로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왔고,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하자마자 곧바로 119에 신고하였다. 그런데 피고인은 당시 누범기간에 있었고, 이후 이 사건으로 조사를 받던 중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받게 되자 도주하기도 하였다. 만일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로 피해자를 방치한 것이라면 자신이 범인이라고 충분히 의심받고 처벌받을 수도 있는 상황임에도 도주나 증거인멸의 시도 없이 곧바로 피해자의 사망 사실을 신고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5) 그 밖에 피고인이 원래부터 탐욕적이고 인명을 가벼이 여기는 범죄적 악성과 잔혹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는 정황은 이 사건 기록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한다.다. 위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할 의사로 장기간 가출한 후 귀가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자로 하여금 굶주림 등에 의한 사망에 이르게 하여 존속인 피해자를 살해하였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이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 의심을 배제하게 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5.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할 것이나, 예비적 공소사실인 판시 제1항의 존속유기치사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아니한다.

판사

재판장판사이순형

판사최동환

판사김대현

주석

1) 피해자의 집 유선전화로 2017. 8. 30, 2017. 9. 1. K 주민센터(L)에, 2017. 9. 21. M 재가복지요양센터(N)에 각

각 진화를 견 기록(수사기록 제256면)이 확인된다.

2) 검사는 존속살해 범행 외에 카메라 등 이용촬영으로 인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범행(이하 '이

사건 성폭력범죄'라고 한다)도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로 함께 기재하였으나, 존속살해 범행 또는 존속유기치사

범행의 유죄 인정 여부는 이 사건 성폭력범죄 공소사실의 일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그 범행에 이르게 된 동

기나 경위에 불과하여 주위적 공소사실에 기재된 이 사건 성폭력범죄 부분과 예비적 공소사실에 기재된 이 사건

성폭력범죄 부분의 내용은 동일하므로, 검사가 존속살해 범행과 존속유기치사 범행만을 주위적·예비적으로 공

소제기한 것으로 본다.

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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