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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1. 9. 4. 선고 2000다26128 판결
[약속어음금][공2001.10.15.(140),2158]
판시사항

피용자가 퇴직한 뒤에 행한 불법행위에 대하여 종전의 사용자가 손해배상책임을 지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어야 하므로, 피용자가 퇴직한 뒤에는 퇴직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의 행위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종전의 사용자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참조조문
원고,상고인겸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변호사 석창목)

피고,상고인겸피상고인

피고 주식회사(소송대리인 한려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종환)

원심판결

창원지법 2000. 4. 20. 선고 98나 1359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원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가. 어음행위의 위조에 관하여도 민법상의 표현대리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만 이때 그 규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은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한정되고, 약속어음 배서행위의 직접 상대방은 피배서인만을 가리키므로, 피배서인으로부터 어음을 취득한 제3취득자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게 표현대리가 인정되는 경우에 이를 원용하여 피위조자에 대하여 어음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1999. 1. 29. 선고 98다27470 판결, 1999. 12. 24. 선고 99다13201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소외 1에 의하여 위조된 이 사건 약속어음들의 배서인들이 어음의 발행이 유효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믿었다거나 그와 같이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그 배서인들로부터 이 사건 약속어음들을 취득한 원고로서는 발행인으로 되어 있는 피고에 대하여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표현대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나. 또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어음 할인업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금융기관인 원고로서도 어음 발행의 진위나 어음 할인자의 본인 여부와 신용상태 등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한 채 장기간 동안 거액의 어음을 할인하여 준 과실이 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이러한 과실을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정함에 있어 참작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과실상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다. 법인의 목적사업 수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법인의 명성이나 신용을 훼손하여 그 사회적 평가를 침해하면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대법원 1999. 10. 22. 선고 98다6381 판결 참조).

원심이, 원고의 진주지점장 겸 지배인인 소외 2가 이 사건 약속어음들의 지급이 거절된 뒤 검찰청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언론기관에 보도자료를 배포하여, 경남일보와 진주문화방송 등 언론기관에서 피고가 약속어음을 정상적으로 발행하고도 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소외 1이 어음을 위조하였다는 사유로 어음의 지급을 거절하였다는 취지의 보도를 하도록 함으로써, 피고의 신용과 명예가 훼손되고 그 사업수행에 지장이 초래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는 소외 2의 사용자로서 이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여, 피고의 위자료 채권과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대등액에서 상계한 것은 옳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나 법리오해 등의 잘못이 없다. 따라서 이 부분 상고이유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 피고의 상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이 피고의 경리과에서 수행한 직무의 내용과 그가 위조한 약속어음의 유형, 피고 대표이사 명판 및 직인의 보관상태, 소외 1이 장기간 거액의 어음을 위조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였던 피고의 어음발행업무 실태, 피고의 총무차장 소외 3이 한일은행 진주지점으로부터 이미 퇴사한 소외 1이 피고의 어음책을 수령하러 왔다는 연락을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고 오히려 소외 1에게 피고 명의의 위조 어음 결제자금을 피고의 공금에서 빌려준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소외 1이 피고에서 퇴사한 뒤에 약속어음을 위조하고 그 어음을 원고로부터 할인받은 행위도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직원으로서의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이므로, 피고는 소외 1이 퇴사한 뒤의 약속어음 위조 및 할인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756조의 사용자책임이 성립하려면 사용자가 불법행위자인 피용자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어야 하므로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8다62671 판결 참조), 피용자가 퇴직한 뒤에는 퇴직에도 불구하고 사용자의 실질적인 지휘·감독 아래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의 행위에 대하여 원칙적으로 종전의 사용자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

이 사건에서 보면, 소외 1은 1994. 7. 9. 피고 회사에서 퇴직한 뒤 피고의 사무실에 출근하거나 그 곳에서 근무한 일이 없고, 다만 은행 직원을 속여 피고의 어음책을 받은 다음 야간에 숙직 근무자를 속이고 피고의 사무실에 들어가 피고의 직인과 명판을 날인하는 방법으로 어음을 위조하였을 뿐이며, 소외 1이 퇴직한 뒤에도 피고가 그를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하는 관계에 있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소외 1이 퇴직한 뒤 원고로부터 할인받은 원심판결문 첨부 별지 목록 1, 2, 4 내지 21의 어음에 대하여는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다.

원심은, 소외 1이 퇴직한 뒤 할인받은 어음들에 대하여 피고에게 사용자책임을 인정하는 근거의 하나로 소외 1이 퇴직한 뒤에도 피고의 어음책을 받아갈 수 있도록 방치하였다는 사정 등을 들고 있으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에 대하여 또 다른 피용자의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구성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피고와 소외 1 사이에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가 계속되었다고 볼 수 없고, 이미 실질적인 지휘·감독관계에서 벗어난 소외 1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아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이 퇴직한 뒤 할인받은 어음들에 대하여도 피고의 사용자책임을 인정한 원심은 사용자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을 저지른 것이고,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배기원(재판장) 서성(주심) 유지담 박재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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