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2가단164786 손해배상(기)
원고
흥국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
피고
1. A
2. B
변론종결
2014. 2. 5.
판결선고
2014. 6. 25.
주문
1.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72,488,496원 및 이에 대하여 2010. 3. 16.부터 피고 A은 2012. 8, 9.까지, 피고 B은 2012. 7. 31.까지는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3.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 A은 부산 부산진구 C빌딩 9층에 있는 'D병원' 원장이고, 피고 B은 위 병원의 상담실장으로 내원 환자에 대한 수술비용 관계, 보험 관계에 대한 상담과 진료 보조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위 병원은 하지정맥류 진료와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이다.
나. 피고들은 부산지방법원 2010고단2219호로 사기죄로 기소되어 2010. 10. 12. 유죄판결을 선고받았고, 이에 대해 피고들과 검사가 부산지방법원 2010노3577호로 항소하였으나 모두 기각되었으며, 피고들이 대법원 2011도1620호로 상고하였으나 기각되어 위 유죄판결은 그 무렵 그대로 확정되었는데(이하 '이 사건 형사판결'이라 한다), 그 범죄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들은 환자들이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도록 허위의 입퇴원확인서 등을 발급해주는 방법으로 환자를 유치하여 병원 수익을 극대화하기로 모의한 다음 피고 B은 내원하는 환자들의 보험 가입 여부를 확인하여 실제 입원 치료를 받지 않고서도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해 주고, 피고 A은 위 환자들이 실제 수술 후 입원 치료를 받지 않았음에도 마치 입원 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진단서, 입·퇴원확인서 등을 작성하여 환자들에게 교부하고 환자들이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제출하게 하는 방법으로 수술비 등 보험금을 편취하도록 공모하였다. 피고들은 2007. 6. 1.경부터 2010. 4. 6.경까지 총 268회에 걸쳐 실제 환자들이 입원을 하지 않았음에도 레이저정맥폐쇄술(EVLT) 후 입원한 것처럼 허위의 입퇴원확인서 등을 발급해주거나 초진일자를 변경한 진료기록부 등을 사본해 주고, 환자들이 이를 보험회사에 제출하게 하여 보험금으로 총 565,600,458원을 교부받아 편취하였다.
다. 이 사건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범죄사실 중 원고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는 별지 범죄일람표와 같으며, 원고가 지급한 보험금에서 통원의료비 한도금액 등을 뺀 편취금액의 합계액은 152,488,496 원인데, 이후 원고는 위 편취금액 중 피고 A이 공탁한 공탁금 80,000,000원을 출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공모하여 원고를 기망한 다음 이에 속은 원고로부터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 편취금액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편취하였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각자 원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72,488,496원( = 편취금액의 합계액 152,488,496원 - 원고가 출급한 공탁금 8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보험금 최종 지급 다음날인 2010. 3. 16.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인 피고 A은 2012, 8. 9.까지, 피고 B은 2012. 7. 31.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각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피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가. 허위 입원으로 볼 수 없고 편취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
피고들은, 이 사건과 유사한 일부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이 확정된 사정에 비추어 위 환자들 역시 수술 후 실제 입원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피고들이 위 환자들에게 보험금 신청에 필요한 관련서류를 교부한 행위를 편취 행위에 가담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민사재판에서 형사재판의 사실인정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도 동일한 사실관계에 관하여 이미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 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들에 비추어 형사재판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와 반대되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9621 판결 등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서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하지정맥류 수술시 입원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고, 이과 관련된 일부 형사사건에서 무죄판결 등이 확정된 정황도 인정된다. 그러나 피고들은 이미 이 사건 청구원인과 동일한 사실로 유죄판결이 확정되었고(이 사건 형사판결), 피고들이 주장하는 무죄판결 또는 혐의없음 처분을 받은 사안과 이 사건의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으며,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형사판결의 사실 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다. 오히려 갑 제1호증의 1, 갑 제2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들은 환자들의 입원 필요성을 판단하여 입원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니고, 단순히 허위의 입·퇴원확인서만 발급한 것이 아니라 초진일자 또는 수술일자를 보험가입일 이후로 변경 기재하는 등의 방법으로 허위의 진료기록부 또는 허위의 진단서를 작성하여 적극적인 방법으로 보험회사를 속인 사실이 인정된다. 이러한 사정까지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하지정맥류 수술의 입원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유죄판결이 확정된 피고들이 공동불법행위책임을 면하기는 어려우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손해액에 대한 주장
피고들은 원고의 손해 발생액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주장하나, 피고들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편취금액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들은 이 사건 형사판결에서 편취금액을 다룬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는 별지 범죄일람표의 지급금액을 실제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주장하는 손해액은 이 사건 형사판결의 편취금액인 점, 이 사건 형사판결의 편취금액 산정 당시 피보험자별로 지급된 보험금에서 100,000원 ~ 500,000원의 사이의 통원의료비 한도금액을 이미 공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편취금액 상당의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피고들의 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다. 과실상계 주장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용하여 고의로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람이 바로 그 피해자의 부주의를 이유로 자신의 책임을 줄여 달라고 주장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고(대법원 1995. 11. 14. 선고 95다30352 판결 등 참조), 환자를 진료한 의사의 판단과 적정한 치료사실을 신뢰하고 보험금을 지급한 원고에게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으므로, 피고들의 과실상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판사 김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