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 을이 피고인 병과 공모하여 전자상거래시스템에서 허위의 매매계약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후 이를 피해자 정 은행의 기업대출 전산시스템을 통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 은행에서 기업구매자금 대출을 받은 사안에서, 피고인들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갑 주식회사 대표이사인 피고인 을이 피고인 병과 공모하여 전자상거래시스템에서 허위의 매매계약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작성한 후 이를 피해자 정 은행의 기업대출 전산시스템을 통해 제출하는 방법으로 정 은행에서 기업구매자금 대출금 명목으로 대출을 받은 사안에서, 갑 회사와 정 은행 사이에 체결된 기업구매자금 대출 여신거래약정은 기본적으로 여신한도의 총액을 정한 계약으로, 일단 기본 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계약자가 별도의 추가적 심사 없이 대출금을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출 여신거래약정과 동일하고, 다만 기업구매자금 대출의 특성상 ‘매매계약서 및 전자세금계산서의 입력’이라는 요건만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 위와 같은 매매계약서와 전자세금계산서의 입력은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사정은 계약 체결 과정 및 그에 대한 설명 과정, 대출 실행 과정에서 충분히 언급된 점 등을 종합할 때, 피고인들은 위와 같은 대출이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보아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검사
신은선 외 1인
변 호 인
법무법인(유한) 율촌 담당변호사 정태학 외 1인
주문
피고인 1을 징역 1년 6월에, 피고인 2를 징역 1년에 각 처한다.
다만, 피고인 2에 대하여는 이 판결 확정일부터 2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범죄사실
피고인 1은 컴퓨터 관련 제품과 완구 등의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근무한 사람이고, 피고인 2는 컴퓨터 및 주변장치 등의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공소외 2 회사’라 한다)의 대표이사로 피고인 1과 고교 동기이다.
피고인 1은 2010. 10. 8.경 서울 금천구 (주소 1 생략) 밸리 1909호에 있는 ○○○○○○ 서울△△△지점 사무실에서 공소외 1 회사에 대한 대출한도 15억 원의 기업구매자금 보증서를 확보한 다음 피해자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피해자 공소외 3 은행’이라 한다) 서울△△△3단지지점에 제출하여 대출계좌를 개설하였다가 이후 거래은행을 피해자 공소외 3 은행 □□□□□□지점으로 변경하여 거래하던 중, 2012. 2. 자금난으로 인해 위 대출금의 변제가 곤란한 상황에 이르자 평소 거래하던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2에게 “구매자금 대출상환에 필요하니 전자상거래시스템에 로그인하여 공소외 1 회사가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컴퓨터 1,199,999,865원 상당을 구매하는 내용의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달라. 그리고 그 구매자금이 공소외 2 회사의 법인계좌로 입금되면 이를 다시 공소외 1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해 달라.”라고 부탁하였고, 이에 피고인 2는 공소외 1 회사에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기로 승낙하였다.
피고인 2는 2012. 2. 3.경 서울 용산구 (주소 2 생략) 밸리 701호 소재 공소외 2 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에 2011. 8. 10. 컴퓨터 1,199,999,865원 상당을 판매한 사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자상거래시스템 운영업체인 공소외 4 주식회사의 전자상거래시스템에 로그인하여 위와 같은 내용의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하여 ○○○○○○ 구매자금 대출의 적합성 검사를 위한 ○○○○○○ ‘게이트웨이(Gateway)’ 전산시스템 및 피해자 공소외 3 은행 기업대출 전산시스템을 통과시켜 ○○○○○○ 및 피해자 공소외 3 은행 □□□□□□지점에 위 매매계약서 및 전자세금계산서를 제출하였다.
피고인들은 2012. 2. 8. 위와 같이 컴퓨터 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여 피해자 공소외 3 은행 □□□□□□지점으로부터 총 24회에 걸쳐 구매자금 대출금 명목으로 합계 1,199,999,865원을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법인계좌로 송금받아 동액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였다.
[컴퓨터등사용사기죄를 유죄로 인정하는 이상 택일적으로 공소제기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의 점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들의 일부 법정진술
1. 증인 공소외 5, 6의 각 법정진술
1. 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공소외 7, 8의 각 진술기재, 증인 공소외 9의 일부 진술기재
1. 공소외 10에 대한 각 검찰 진술조서
1. 공소외 3 은행에 대한 사실조회 회신(2014. 1. 9.자)
1. 수사보고(참고자료 첨부 보고), 수사보고(B2B 전자상거래 구매자금 대출 흐름도 첨부 보고), 각 수사보고(은행 거래내역조회서 첨부), 수사보고(○○○○○○ 대출담당자 전화진술 청취)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들: 형법 제347조의2 , 제30조 (포괄하여,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피고인 2: 형법 제62조 제1항 (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피고인들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고의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건별 대출 실행이 피해자 공소외 3 은행의 대출담당직원인 공소외 7의 승인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것으로 알았고 전산상 자동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몰랐으므로,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고의가 없었다.
나. 취득한 이익에 대하여
피고인 1이 이 사건 대출금을 피해자 공소외 3 은행에 대한 기존 대출금의 상환에 사용하였으므로, 사기의 피해액은 1,199,999,865원이 아니라 기존 대출에 대한 변제기를 유예받는 기한의 이익에 불과하다.
다. 피고인 2의 가담 정도에 대하여
피고인 2는 피고인 1의 요청에 따라 도움을 준 것에 불과하고 자신이 취득한 이익도 없으므로, 이 사건 범행의 공동정범에 해당하지 않고 방조범에 지나지 않는다.
2. 판단
가.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고의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들이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허위의 세금계산서와 매매계약서를 이용하여 이 사건 대출을 받기로 공모한 점, ② 공소외 1 회사와 피해자 공소외 3 은행 사이에 체결된 기업구매자금 대출 여신거래약정은 기본적으로 여신한도의 총액을 정한 계약으로, 일단 기본 계약이 체결된 후에는 계약자가 별도의 추가적 심사 없이 대출금을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대출 여신거래약정과 동일하고, 다만 기업구매자금 대출의 특성상 ‘매매계약서 및 전자세금계산서의 입력’이라는 요건만을 추가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점, ③ 그런데 위와 같은 매매계약서 및 전자세금계산서의 입력은 e-MP사를 통해서 전자적으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사정은 계약 체결 과정 및 그에 대한 설명 과정, 건별 대출 실행 과정에서 충분히 언급된 것으로 보이는 점(수사기록 제1권 178 내지 181, 217, 240쪽 등), ④ 실제로 공소외 1 회사는 이 사건 범행 전에도 위와 같은 기업구매자금 대출 시스템을 이용하여 5회에 걸쳐 건별 대출을 받은 적이 있었던 점(수사기록 제1권 403쪽 이하), ⑤ 피고인 1은 과거 공소외 11 주식회사와 사이의 허위 매매계약서와 전자세금계산서를 입력하여 건별 대출을 받은 후 이를 그대로 다시 상환하는 것을 짧은 시간 내에 반복하는 방법으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있고, 이 사건 범행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이루어졌는바, 피고인 1로서는 위와 같은 대출 및 상환이 은행의 별도 심사 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은 이 사건 건별 대출이 정보처리장치에 정보를 입력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설사 피고인들이 이 사건 건별 대출과정에서 은행 직원의 심사가 일부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하더라도,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를 입력함으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의 본질적 부분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고의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재산상 이득액에 대하여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이 사건 대출이 실행되어 대출금이 공소외 2 회사 명의의 법인계좌로 송금되어 피고인들이 이를 임의로 처분할 수 있는 상태였던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로써 피고인들이 이 사건 대출금 전액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된 것이므로, 피고인 1이 실제로 이 사건 대출금을 기존 채무의 변제에 사용하였다고 하여 피고인들이 기한의 이익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
다. 피고인 2의 공동정범 여부에 대하여
1) 형법 제30조 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한편, 공동정범의 본질은 분업적 역할분담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에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동정범은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음에 반하여 종범은 그 행위지배가 없는 점에서 양자가 구별된다( 대법원 1989. 4. 11. 선고 88도1247 판결 ).
2) 위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피고인 2가 피고인 1에게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를 발행해 주었고, 피고인 1이 위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를 근거로 허위의 매매계약서를 만들어 이를 마켓플레이스를 통하여 송부하자 피고인 2가 이를 승인하였던 점, ② 피고인 2가 피해자 공소외 3 은행에 판매자 등록을 한 후 위 허위의 전자세금계산서 및 매매계약서에 기하여 실행된 구매자금 대출금을 공소외 2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받아 이를 전액 공소외 1 회사의 법인계좌로 송금해 주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 2는 이 사건 대출의 핵심적 경과를 지배하였다고 보여 공동의사에 의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고인 2가 단순히 피고인 1의 범행을 용이하게 한 방조범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
양형의 이유
1. 양형기준의 적용
[권고형의 범위] 일반사기 〉 제3유형(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 〉 감경영역(1년 6월~4년)
[특별감경인자] 미필적 고의로 기망행위를 저지른 경우 또는 기망행위의 정도가 약한 경우
2. 선고형의 결정
가. 피고인 1: 징역 1년 6월
이 사건은 피고인 1이 피고인 2와 공모하여 기업구매자금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전자상거래시스템에 허위의 매매계약서, 전자세금계산서를 입력하여 약 12억 원의 대출을 받은 사안으로, 원청업체의 하청업체에 대한 자금결제의 부담을 덜어주고 하청업체의 자금난을 해소해 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공적 제도인 기업구매자금 대출제도를 악용하였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은 점, 피해액의 규모가 크고 공소외 1 회사가 부도가 남으로써 결국 피해금액이 회복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 1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지급받은 대출금의 전액이 즉시 공소외 1 회사의 피해자 공소외 3 은행에 대한 기존 대출금의 변제에 사용된 점, 피고인 1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 1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나. 피고인 2: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피고인 2는 피고인 1에게 허위의 매매계약서 및 전자세금계산서를 작성하여 주는 방법으로 피고인 1의 범행에 가담하였는데, 피해액수가 크고 금융대출 제도를 악용하였다는 점에서 역시 죄질이 좋지 않다.
그러나 피고인 2는 친구인 피고인 1의 부탁에 따라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취득한 이익이 전혀 없으며,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하고, 그 밖에 피고인 2의 연령,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드러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들을 종합하여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를 이탈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