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19나30258 구상금
원고, 항소인
A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청지
담당변호사 김명진, 유동승
소송복대리인 변호사 고정우
피고, 피항소인
B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경재
제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5. 17. 선고 2019가소1032434 판결
변론종결
2019. 10. 25.
판결선고
2019. 11. 29.
주문
1.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769,6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17.부터 2019. 11. 29.까지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 총비용 중 2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의 금전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4,712,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8. 8. 17.부터 이 사건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사실
가. 이 사건 사고 경위는 다음과 같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관련하여 피고 차량에게 전적인 과실이 있다고 주장하며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청구하였고, 구상금분쟁심의위원회는 2018. 12. 17. 원고 차량의 과실이 20%, 피고 차량의 과실이 80% 존재함을 인정한 후 피고에 대하여 3,769,600원(= 4,712,000원 × 0.8)을 원고에게 지급하도록 결정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이와 같다),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내지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
원고 차량은 정상적인 속도로 이 사건 교차로에 이르러 신호에 따라 좌회전을 하던 중, 긴급자동차가 아님에도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하는 피고 차량과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는바, 상대방 차량이 정상적인 방법에 따라 운행하리라는 신뢰를 갖고 신호기의 진행신호에 따라 운전한 원고 차량으로서는 이 사건 사고 발생에 있어 아무런 과실이 없고 이는 피고 차량의 전적인 과실로 인한 것이다.
(2) 피고
이 사건 사고는 피고 차량의 신호위반 과실로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원고 차량으로서도 피고 차량이 긴급자동차와 같은 외관을 가지고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이미 교차로 내로 진입하여 직진 중임을 감안하여 도로교통법 제25조에 의해 양보운전을 하여야 함에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진행방향 신호등만을 확인하고 만연히 진행하였다. 결국 원고 차량의 이러한 과실도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부분이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원고 차량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원고의 구상금 청구 부분에는 응할 수 없다.
나. 판단
(1) 긴급자동차 접근시 다른 차의 주의의무
도로교통법에 의하면 교차로 또는 그 부근에서 긴급자동차가 접근한 때에는 모든 차는 교차로를 피하여 도로의 우측가장자리에 일시 정지하여야 하고(제25조 제4항), 긴급자동차라 함은 소방자동차·구급자동차, 그 밖의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동차로서 그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중인 자동차를 말한다(제2조 제16호)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면, 피고 차량에는 당시 응급치료를 요하는 환자가 탑승하고 있지는 아니하여 그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지 않아 사실상 긴급자동차가 아니라 할 것이나, 피고 차량이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리면서 마치 긴급자동차와 같은 외관으로 이 사건 사고 지점을 주행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은 바, 피고 차량이 위와 같이 긴급자동차로서의 외관을 갖추고 운행하고 있는 이상 신뢰의 원칙상 피고 차량이 접근한 교차로상의 일반 차량으로서는 위와 같은 외관에 따라 도로교통법에 정한 긴급자동차 접근시의 주의의무를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1988. 10. 11. 선고 87다카1130 판결 등 참조).
(2) 원고 차량의 과실 여부
원고 차량이 위와 같은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살피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지점은 편도 4차로로 비교적 넓은 교차로이고, 당시 한낮으로서 시야에 별다른 장애가 없던 점, 원고 차량은 교차로에 멈춰 있다가 피고 차량을 보지 못했을 수는 있으나 그 사이렌 소리는 충분히 들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신호기에 좌회전 신호가 들어오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좌회전을 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원고 차량으로서는 그 긴급자동차가 어느 위치에 있는지, 어느 방향으로 진행하는지 여부 등을 살펴 일시 정지하였다가 위 자동차를 먼저 보내고 서서히 출발하는 등 사고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의무가 있다 할 것임에도, 앞서 본 바에 의하면 원고 차량에게는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하고 자기 진행차선 신호기의 신호만 보고 그대로 운행하다가 적색신호를 무시하고 직진한 피고 차량과 충돌하여 이 사건 사고를 발생하게 한 과실이 인정된다 할 것이다.
(3) 과실 비율
이 사건 사고는 위와 같은 긴급자동차에 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고 그대로 좌회전한 원고 차량의 과실과 신호에 위반하여 직진한 피고 차량의 과실이 경합하여 발생하였다 할 것이므로, 앞에서 살펴본 이 사건 사고의 경위, 피고 차량은 긴급자동차가 아님에도 긴급자동차와 같은 외관을 작출하면서 신호를 위반하여 진행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기여한 원고 차량과 피고 차량의 과실비율을 20 : 80으로 봄이 상당하다.
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구상금으로 3,769,600원(= 4,712,000원 × 0.8) 및 이에 대하여 보험금 지급일 다음날인 2018. 8. 17.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존재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한 당심판결 선고일인 2019. 11. 29.까지 민법이 정한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5%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 대하여 이 법원에서 인정한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황기선
판사 이미선
판사 이준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