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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12. 27. 선고 2016다43872 판결
[손해배상(기)][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766조 제2항 에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정한 ‘불법행위를 한 날’의 의미

[3] 갑 지방자치단체 등이 지하철 연장공사를 위하여 조달청장에게 공사계약의 체결을 요청하자, 조달청장이 위 공사의 각 공구별로 입찰공고를 한 다음 을 주식회사 등을 대표자로 하는 각 컨소시엄을 공구별 낙찰자로 선정하여 1차 시설공사도급계약을 각 체결하면서 계약서에 계약금액 외에 총공사준공일 및 총공사금액을 부기하였고, 그 후 공사완공일까지 매년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회사 등을 상대로 그들이 한 공구분할과 들러리 입찰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을 구하자, 을 회사 등이 갑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채권은 총괄계약 및 1차 시설공사도급계약이 체결된 때로부터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에서 정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 소멸하였다고 항변한 사안에서,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과 연차별 계약의 관계 및 총괄계약의 효력에 비추어 1차 시설공사도급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는 갑 지방자치단체가 을 회사 등에게 지급할 총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이와 달리 보아 갑 지방자치단체의 손해배상채권 전부가 1차 시설공사도급계약 및 총괄계약 체결 시부터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나 소멸하였다고 본 원심판단에는 총괄계약의 효력 등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잘못이 있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서울특별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지향 담당변호사 정연순 외 9인)

원고보조참가인

부천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로웰 담당변호사 김동섭)

피고, 피상고인

대림산업 주식회사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충정 외 8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후 제출된 원고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서 민법 제766조 제2항 의 소멸시효의 기산점이 되는 ‘불법행위를 한 날’이란 가해행위가 있었던 날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을 의미하나, 그 손해의 결과발생이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면 그 소멸시효는 피해자가 손해의 결과발생을 알았거나 예상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가해행위로 인한 손해가 현실적인 것으로 되었다고 볼 수 있는 때부터 진행한다 ( 대법원 2005. 5. 13. 선고 2004다71881 판결 참조).

한편 구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2012. 3. 21. 법률 제113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1조 ,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9조 제2항 에 규정된 장기계속공사계약은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에 관하여 별도의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개개의 사업연도별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가 아니라, 우선 1차년도의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총공사금액과 총공사기간을 부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제1차공사에 관한 계약 체결 당시 부기된 총공사금액 및 총공사기간에 관한 합의를 통상 ‘총괄계약’이라 칭하고 있는데, 이러한 총괄계약은 그 자체로 총공사금액이나 총공사기간에 대한 확정적인 의사의 합치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각 연차별 계약의 체결에 따라 연동된다. 즉, 총괄계약은 전체적인 사업의 규모나 공사금액, 공사기간 등에 관하여 잠정적으로 활용하는 기준으로서 구체적으로는 계약상대방이 각 연차별 계약을 체결할 지위에 있다는 점과 계약의 전체 규모는 총괄계약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 관한 합의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8. 10. 30. 선고 2014다23518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2.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가. 원고와 인천광역시는 서울 지하철 7호선 연장공사를 위하여 조달청장에게 공사계약의 체결을 요청하였고, 조달청장은 위 공사를 701공구 내지 706공구로 구분한 후 그중 원고가 요청한 701공구 내지 704공구에 대하여 2004. 8. 16. 각 공구별로 ‘기본설계 대안입찰’의 방식으로 입찰공고를 하였다.

나. 피고들(다만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의 소송수계인 삼성물산 주식회사의 경우, 소송수계 전 삼성물산 주식회사를 가리키나, 이하 편의상 소송수계 전후 각 회사를 ‘피고 삼성물산 주식회사’로 통칭한다)은 원심판결 [표 1] 기재와 같이 701공구 내지 704공구의 각 공구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2004. 11. 11.(701공구, 702공구) 및 2004. 11. 12.(703공구, 704공구) 각 입찰에 참가하였고, 피고들을 대표자로 한 각 컨소시엄이 2004. 12. 초순경 원심판결 [표 2] 기재와 같이 각 해당 공구의 낙찰자, 즉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다. 조달청과 각 컨소시엄은 2004. 12. 30. 각 해당 공구별로 착공일 2004. 12. 31., 준공일 2005. 12. 26.로 하여 시설공사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각 1차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는데, 그 계약서에는 각 계약금액 외에도 총공사준공일 및 총공사금액이 부기되어 있다.

라. 한편 피고들은 위 입찰참가 전 지에스건설 주식회사, 에스케이건설 주식회사와, 각 회사가 701공구 내지 706공구 중 1개 공구에 대해서만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후 위 [표 1] 기재와 같이 각각 1개의 공구에 대해서만 입찰에 참여하였고(이하 ‘이 사건 공구분할’이라 한다), 또한 피고들은 위 입찰참가 전 다른 업체들과는, 위 업체들이 낙찰 가능성이 낮은 ‘원안입찰’을 하면서 피고들이 지정한 수준의 입찰금액을 기재하여 입찰에 참여하고 피고들은 원안입찰보다 낙찰 가능성이 높은 ‘대안입찰’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한 후 위 [표 2] 기재와 같이 입찰에 참여함으로써(이하 ‘이 사건 들러리 입찰’이라 한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들이 각각 701공구 내지 704공구의 실시설계 적격자로 선정되었다.

마. 피고들은 이 사건 각 1차 계약 체결 후 공사완공일까지 연도별로 연차별 계약(701공구는 14차, 702, 703공구는 각 10차, 704공구는 11차)을 체결하였다.

3.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전제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가. 원심은 우선, 이 사건 공구분할과 들러리 입찰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 제1호 제4호 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원고가 피고들의 경쟁제한행위로 인하여 효율적인 낙찰자를 선택하지 못하였거나 과도한 금액으로 낙찰자를 선정하는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들은 공동불법행위자로서 각자 701공구 내지 704공구에서 발생한 원고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나. 원심은 피고들의 소멸시효 항변에 대하여,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에는 지방재정법 제82조 제1항 에서 규정한 5년의 소멸시효기간이 적용되는데 그 기산점은 ‘현실적으로 손해의 결과가 발생한 날’이라고 전제한 후, 이 사건 각 1차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종료되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각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어 정상적인 낙찰대금과 실제 낙찰대금의 차액 상당액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원고에게 발생하였다고 보아, 이 사건 각 1차 계약을 체결한 2004. 12. 30.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또한 원심은, 이 사건 각 1차 계약을 체결할 때 총공사준공일 및 총공사금액이 기재된 계약서가 작성됨으로써 이 사건 공사 전체에 관한 총괄계약과 1차분 연차별 계약이 동시에 성립하였고, 위 각 계약을 통하여 각 해당 공구별로 피고들의 총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됨으로써 원고가 각 계약서에 부기된 총공사금액을 피고들에게 지급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의무가 발생하였으므로, 그때 총공사금액 전부에 관한 손해가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발생되었다고 판단한 후, 이 사건 소가 이 사건 각 1차 계약 체결일인 2004. 12. 30.부터 5년이 경과하여 제기되었으므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모두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4. 그러나 원심의 판단 중 소멸시효 기산일에 관한 판단 부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만약 원심판단과 같이 이 사건 각 1차 계약이 체결됨으로써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종료되고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총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면, 그때 총공사금액 전부에 관한 손해가 원고에게 현실적으로 발생되어 그때부터 손해배상채권 전부에 대한 소멸시효가 진행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이 사건 각 1차 계약 체결 시 그 계약서에 총공사준공일 및 총공사금액을 부기함으로써 총괄계약도 함께 체결하였다고 볼 수 있으나, 위 총괄계약의 효력은 계약상대방의 결정, 계약이행의사의 확정, 계약단가 등에만 미칠 뿐이고, 계약상대방이 이행할 급부의 구체적인 내용, 계약상대방에게 지급할 공사대금의 범위, 계약의 이행기간 등은 모두 연차별 계약을 통하여 구체적으로 확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각 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된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총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각 연차별 계약을 통해 원고가 피고들에게 지급할 각 공사대금이 구체적으로 확정되었는지를 추가로 심리한 후 연차별 계약별로 원고의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을 각각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이 이 사건 각 1차 계약과 동시에 총괄계약이 체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때 피고들의 총공사금액에 대한 권리의무가 확정되었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채권 전부의 소멸시효가 그때부터 진행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장기계속공사계약에서 총괄계약과 연차별 계약의 관계 및 총괄계약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민유숙(재판장) 조희대(주심) 김재형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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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6.9.8.선고 2014나9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