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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다228318 판결
[사해행위취소][미간행]
판시사항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물품을 공급받기 위하여 부득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은 경우, 채무자의 담보권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원칙적 소극) 및 이때 설정된 담보권의 피담보채무에 기존 채무가 포함되어 있으나, 기존 채무를 위한 담보설정과 물품을 계속 공급받기 위한 담보설정이 불가피하게 동일한 목적하에 하나의 행위로 이루어졌고, 당시의 여러 사정하에서 그것이 사업의 계속을 통한 회사 갱생이라는 목적을 위한 담보제공행위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않은 경우, 기존 채무를 위한 담보설정행위가 사해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기풍 담당변호사 송명근 외 1인)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인터피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보충 상고이유서 등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① 피고는 주식회사 서울축산[이하 ‘(주)서울축산’이라 한다]과 2010. 12.경부터 사료매매거래를 하여 오다가, 2015. 10. 28. 피고의 (주)서울축산에 대한 미회수대금채권을 담보하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63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설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2015. 10. 30.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쳤는데, 위 근저당권설정등기가 2016. 1. 13. 말소된 사실, ② 피고는 2016. 4. 20. (주)서울축산과 결제예정금액을 800,000,000원으로 하여 2016. 4. 21.부터 사료원료를 공급하기로 하는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을 체결한 다음, 2016. 4. 21.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800,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계약(이하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같은 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사실 등을 인정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① 피고는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직후인 2016. 1. 16.부터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마쳐진 3개월 동안 추가 근저당권설정을 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주)서울축산에 계속적으로 물품을 공급한 점, ② 특히 피고가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친 직후인 2016. 4. 22. 이후 더 이상 (주)서울축산에 건초 등을 공급한 내역이 확인되지 않는 점, ③ 오히려 피고는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채권최고액의 범위 내에서 종전의 미지급대금채무를 포함한 모든 채무를 담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사업계속 추진을 위한 신규자금 융통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채무자가 그 소유의 부동산을 채권자 중의 어느 한 사람에게 채권담보로 제공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나, 자금난으로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채무자가 자금을 융통하여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채무 변제력을 갖게 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물품을 공급받기 위하여 채무초과 상태에 있으면서도 부득이 채무자 소유의 부동산을 특정 채권자에게 담보로 제공하고 그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무자의 담보권설정행위는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다8883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와 같이 설정된 담보권의 피담보채무에 기존 채무가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 채무를 위한 담보설정과 물품을 계속 공급받기 위한 담보설정이 불가피하게 동일한 목적하에 하나의 행위로 이루어졌고, 당시의 여러 사정하에서 그것이 사업의 계속을 통한 회사 갱생이라는 목적을 위한 담보제공행위로서 합리적인 범위를 넘지 아니한 때에는 기존 채무를 위한 담보설정행위 역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0다25842 판결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피고는 2010. 12.경부터 (주)서울축산에 건초 등을 판매하여 왔는데, 거래규모는 2013년에 918,163,105원 상당, 2014년에 1,312,507,372원 상당, 2015년에 1,846,818,521원 상당에 이른다.

(2) 한편 (주)서울축산은 2014. 1. 21.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한 다음, 이 사건 부동산 등에 관하여 같은 날 국민은행에 채권최고액을 715,2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이 사건 부동산 중 파주시 (주소 생략) 대 4,407㎡에 관하여 2014. 5. 19. 국민은행에 채권최고액 679,2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각 마쳐주었다.

(3) (주)서울축산은 2015. 1.경부터 2015. 9.경까지 피고로부터 합계 1,463,753,007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받아 월 평균 162,639,223원 상당의 물품을 구입하였으나, 자금사정 악화로 (주)서울축산의 피고에 대한 미지급대금채무 잔액은 2015. 9. 4. 808,729,354원에 이르렀다. 이에 피고가 2015. 10. 무렵 (주)서울축산에 물품의 공급을 중단하면서 담보제공을 요구하자, (주)서울축산은 2015. 10. 30. 피고에게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었다.

(4) (주)서울축산이 2016. 1.경 피고에게 대출거래은행을 국민은행에서 신한은행으로 변경하면 200,000,000원을 더 대출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신한은행 앞으로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할 수 있도록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을 말소하여 주면 신한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아 피고에게 200,000,000원을 변제한 다음 다시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주겠다고 제안을 하였고, 피고는 이러한 제안에 동의를 하였다.

(5) 이에 따라 2016. 1. 13. 이 사건 부동산과 이 사건 부동산 중 파주시 (주소 생략) 대 4,407㎡에 관하여 국민은행 앞으로 마쳐진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와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모두 말소되는 한편, 같은 날 이 사건 부동산 등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1,662,000,000원으로 하는 근저당권설정등기가 신한은행 앞으로 마쳐졌다.

(6) (주)서울축산이 2016. 1. 13. 피고에게 200,000,000원을 변제함으로써 피고의 (주)서울축산에 대한 미회수대금채권 잔액은 361,818,521원이 되었다.

(7) 한편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이후 피고는 (주)서울축산에 2016. 1.경 103,619,913원 상당의, 2016. 2.경 59,997,278원 상당의, 2016. 3.경 87,644,887원의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였다.

(8) 피고는 2016. 4. 20. 거래규모를 확대하기 위하여 (주)서울축산과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을 체결하는 한편, 2016. 4. 21.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고 그 설정등기를 마쳤다.

(9) 피고는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에 따라 (주)서울축산에 2016. 4. 21. 48,981,196원 상당의, 2016. 4. 22. 139,869,576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였다. 그런데 (주)서울축산이 2016. 4. 25. 거래처로부터 100,000,000원 정도의 물품대금을 지급받고도 그 중 40,000,000원만을 피고에게 지급하고 나머지는 다른 용도로 사용함에 따라 이후 물품의 공급을 중단하였다.

다. 이러한 사실관계 및 기록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자금난에 처한 (주)서울축산이 사업의 계속적 추진에 필요한 물품을 피고로부터 공급받기 위하여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것으로 보이고, 이와 같이 담보를 제공함으로써 합계 188,850,772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받은 이상,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의 체결은 사업의 계속적 추진을 통해 회사를 갱생하기 위하여 한 담보제공행위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1)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된 이후 피고는 (주)서울축산에 공급하는 물품의 양을 대폭 축소하였고, 이에 (주)서울축산은 부족한 공급물량을 보충하기 위하여 2016. 2. 24.부터 2016. 3. 25.까지 약 1달 동안 원고로부터 수입용 건초 등을 공급받기도 하였지만, 2016. 3. 25. 이후에는 원고로부터의 물품 공급마저 중단되었다. 그 결과 (주)서울축산은 2016. 4. 무렵에는 매출을 거의 올리지 못하는 등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2) 이러한 상황에서 2016. 4. 중순 무렵 피고의 임원으로부터 거래를 정상화하자는 제안을 받게 된 (주)서울축산 대표이사 소외 1은 ‘한 달에 4억 원 정도만 있으면 거래가 어느 정도 돌아갈 수 있고, 두 달가량 매출액 8억 원 정도의 공급이 있으면 충분히 돌릴 수 있다’고 말하였고, 이에 피고의 임원이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을 800,000,000원으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주면 800,000,00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하여 줄 수 있다고 하자, (주)서울축산은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여 피고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영업을 계속하는 것이 변제 자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판단하고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3)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이 체결된 직후 피고가 (주)서울축산에 이틀에 걸쳐 무려 188,850,772원에 달하는 물품을 공급한 점에 비추어 보면, (주)서울축산과 피고 모두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에 따라 800,000,000원 상당의 물품을 공급받거나 공급하려고 하였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피고가 이후 (주)서울축산에 물품의 공급을 중단한 것은, 여러 채권자들로부터 채무의 변제를 독촉받은 (주)서울축산이 물품의 판매대금 중 상당 부분을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데 사용하는 등 피고에 대한 채무 변제 이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한 데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4)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는 피담보채무에 2016. 4. 15.까지 발생한 미지급대금채무가 포함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미지급대금채무는 피고가 (주)서울축산과 2010. 12.경부터 이루어진 계속적 거래관계에서 발생한 채무로서 위 미지급대금채무를 위한 담보설정과 이 사건 물품거래계약에 의하여 물품을 계속 공급받기 위한 담보설정은 불가피하게 동일한 목적하에 하나의 행위로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위와 같은 미지급대금채무 역시 원래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되거나 담보될 수 있는 채무이었던 점,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이 말소될 당시 (주)서울축산은 피고에게 신한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다음 이 사건 부동산을 다시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약정을 한 점, 이 사건 제1 근저당권이 말소된 2016. 1. 13. 무렵 위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될 수 있었던 피담보채무액은 361,818,512원으로, 피고와 (주)서울축산의 거래가 종료된 2016. 4. 말경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에 의하여 담보된 피담보채무액 366,140,850원과 거의 비슷한 금액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기존 채무를 위한 담보제공은 합리적 범위를 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제2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사해행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조재연(재판장) 김소영(주심) 박상옥 노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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