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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3. 27. 선고 2017다287860 판결
[정산금지급의무부존재등][미간행]
판시사항

[1]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한 요건 및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판단하는 방법

[2]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따라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의 의미

[3] 갑 등과 을이 체결한 동업계약에서 ‘사업과 관련한 금전 출납 사항을 고의적으로 숨기거나 기만한 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금액의 5배수를 상대방에게 보상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위약금에 관한 조항을 두고 있는데, 갑 등이 을을 상대로 횡령 등을 이유로 위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한 사안에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위 위약금은 위약벌이 아닌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을이 횡령액의 5배에 이르는 위약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 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선해 담당변호사 민현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현 담당변호사 김호준 외 1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위약금은 민법 제398조 제4항 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므로, 위약금이 위약벌로 해석되기 위해서는 특별한 사정이 주장·증명되어야 하며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9034 판결 등 참조), 계약을 체결할 당시 위약금과 관련하여 사용하고 있는 명칭이나 문구뿐만 아니라 계약 당사자의 경제적 지위, 계약 체결의 경위와 내용, 위약금 약정을 하게 된 경위와 그 교섭과정, 당사자가 위약금을 약정한 주된 목적, 위약금을 통해 그 이행을 담보하려는 의무의 성격, 채무불이행이 발생한 경우에 위약금 이외에 별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위약금액의 규모나 전체 채무액에 대한 위약금액의 비율,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손해액의 크기, 그 당시의 거래관행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위약금의 법적 성질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16. 7. 14. 선고 2012다65973 판결 등 참조).

민법 제398조 제2항 에 의하여 법원이 손해배상의 예정액을 감액할 수 있는 ‘부당히 과다한 경우’란 손해가 없다든가 손해액이 예정액보다 적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 및 내용, 손해배상액 예정의 경위 및 거래관행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그와 같은 예정액의 지급이 채무자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하여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4다3115 판결 등 참조).

2.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위약금은 이 사건 동업계약에 따라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으로 하여금 횡령 또는 배임행위와 같이 동업약정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하고 이를 위약하였을 때에는 사적인 제재를 가하기 위한 위약벌의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위와 같은 위약벌 약정이 일반 사회관념에 비추어 현저히 공정성을 잃었다거나 공서양속에 반하여 그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금액을 감액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3. 가.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① 이 사건 동업계약 제13조는 ‘상호 신뢰의 원칙에 관한 사항’이라는 제목 아래 제2항에서 ‘사업과 관련한 모든 금전 출납 사항은 서로에게 전부 공개하며, 숨기거나 속이지 못한다. 만약 고의적으로 숨기거나 기만한 사항이 발견되면 해당 금액의 5배수를 상대방에게 보상하기로 한다.’라고 하여 위약금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을 두고 있는데, 이 사건 조항은 문언 자체로 보더라도 위약금을 상대방이 입은 손해에 대한 전보를 의미하는 ‘보상’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 위약벌이라는 명칭이나 문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② 이 사건 동업계약 제11조는 ‘손해배상’이라는 제목으로 ‘갑(피고)과 을(원고 1)과 병(원고 2)은 이 계약이 당사자 어느 일방의 귀책사유로 해지 또는 종료된 경우 투자금 반환은 없다. 또한 연수구에 개설할 수 없으며 같은 상호를 사용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조항과 이 사건 조항을 함께 살펴보면, 이 사건 동업계약이 어느 일방의 귀책사유로 해지 또는 종료될 경우 그 책임 있는 당사자의 투자금을 몰취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한 손해의 배상에 갈음하되, 거기에서 나아가 횡령 또는 배임행위를 저지를 경우에는 횡령액 또는 배임액의 5배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단순한 계약의 해지 또는 종료로 인한 손해 외에 횡령 또는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게 한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동업계약 제11조와 이 사건 조항 외에는 이 사건 동업계약상 일방의 의무 위반으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경우 상대방이 별도로 실제 발생한 손해 전부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다.

④ 원고들이 피고를 횡령 등으로 형사고소한 후인 2016. 3. 14. 그들 사이에서 작성된 합의서에는, 피고가 투자금 등 일체의 권리를 포기하고, 원고들에게 형사합의금으로 9억 원을 지급하되 위 형사합의금은 ‘민사 손해배상금’에서 정산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그로부터 수일 후인 2016. 3. 22. 작성된 동업 해지 계약서에는 민사재판을 통하여 비율 및 금액을 확인할 ‘위약벌’에서 형사합의금을 공제한 돈과 ‘2016년 3월 매출 정산’, ‘2015년 전체와 2016년 1~3월 세금과 부가세 부분’ 외에는 이 사건 동업계약의 해지 및 정산과 관련하여 상호 일체의 채권채무가 없음을 확인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처럼 원고들과 피고는 이 사건 동업계약 체결 당시는 물론이고 그 후 형사고소 및 합의, 동업계약 해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도 이 사건 위약금의 액수를 장차 민사재판을 통하여 확정하되 그렇게 정해진 위약금액에서 형사합의금액을 공제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 사건 동업계약 해지에 따른 정산을 마치기로 하였음을 알 수 있다.

⑤ 결국 이 사건 동업계약 체결 당시 원고들과 피고가 진정으로 의도하였던 바는 위약금에 관한 이 사건 조항을 통하여 자금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조합원에게 심리적으로 경고를 줌으로써 횡령 또는 배임행위와 같이 동업약정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한편, 횡령 또는 배임행위를 하였을 때 나머지 조합원들이 횡령액 또는 배임액 전부를 파악·증명하여 책임을 추궁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일응 기왕에 발견된 횡령액 또는 배임액의 5배를 지급하도록 미리 정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법률관계도 간이하게 해결하고자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⑥ 이와는 달리 이 사건 위약금이 오직 이 사건 동업약정에 따른 의무이행을 강제하고 이를 위반하였을 때 제재를 가하기 위한 수단인 위약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볼 때, 이 사건 위약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동업계약 제11조에 일방의 귀책사유로 동업계약이 해지 또는 종료된 경우 투자금을 반환하지 않기로 하는 규정이 따로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이 아니다.

나. 나아가 원심판결 이유 및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확정된 형사판결에서 인정된 피고의 횡령액은 234,406,785원인데 이 사건 조항에 의해 산정된 위약금은 그 5배인 1,172,033,925원에 이르는 점, 피고는 이 사건 위약금의 지급에 더하여 동업약정에 따른 투자금을 몰취당하고, 상표권 등 이 사건 병원과 관련한 일체의 권리까지 포기하게 된 점, 이 사건 병원의 회계 및 자금관리 업무는 전적으로 피고 혼자 담당하였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사실상 피고 일방에게만 편면적으로 적용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점 등을 비롯하여 원고들과 피고의 각 지위, 이 사건 동업계약의 내용, 위약금을 정한 동기와 목적, 손해액과 위약금의 크기 및 비율, 거래관행 및 경제상태 등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조항을 둔 목적에 자금관리를 담당하는 조합원으로 하여금 동업약정의 신뢰관계를 해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강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172,033,925원에 이르는 위약금을 지급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게 과다하다고 할 것이다.

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위약금의 해석 및 그 감액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김창석(주심) 조희대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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