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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도17627 판결
[업무상배임][공2018상,616]
판시사항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사업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적정한 용역비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용역비를 정하여 지급하게 한 경우, 재산상 손해를 회사에 가한 것인지 여부(원칙적 적극) 및 이때 배임죄의 성립에 필요한 재산상 손해 발생을 증명하는 방법과 증명 정도

판결요지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므로,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가볍게 액수 미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함으로써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사업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적정한 용역비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용역비를 정하여 지급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그와 같이 지급한 용역비와 적정한 수준의 용역비 사이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용역비가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통하여 충분히 증명되어야 하고, 손해의 발생이 그와 같이 증명된 이상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산정되지 아니하였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 없이 단지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수준의 용역비로 정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세종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므로,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가볍게 액수 미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함으로써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11036 판결 등 참조).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회사로 하여금 다른 사업자와 용역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적정한 용역비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용역비를 정하여 지급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그와 같이 지급한 용역비와 적정한 수준의 용역비 사이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용역비가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통하여 충분히 증명되어야 하고, 손해의 발생이 그와 같이 증명된 이상 손해액이 구체적으로 명백하게 산정되지 아니하였더라도 배임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그러나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 없이 단지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수준의 용역비로 정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2. 피고인들에 대한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 1은 피해자 ○○○○회의 이사·회장, 재건축추진협의회 위원으로 ○○○○회관 재건축사업을 대행하여 추진할 사업자를 선정함에 있어 피해자 ○○○○회의 이익을 위하여 선정기준을 마련하여 공개입찰로 제안서 및 견적서 내용의 적정성과 타당성, 사업수행능력에 대한 전문적이고 합리적인 검토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이 계약대로 진행되는지를 관리·감독함으로써 사업비용을 최소화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재건축관련 사업권을 피고인 2에게 주고 그로부터 모종의 이익을 취하기로 마음먹고, 피고인 2에게 사업진행방식을 미리 알려주어 2014. 5.경 사업자 선정에 필요한 제안서와 견적서를 준비하여 제출하게 하고, 이에 대해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거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 2가 있는 공소외 1 주식회사를 우선사업협상 대상자로 선정한 다음, 선정업체의 실적 등에 대한 이의가 있음에도 이사회에 ‘실적이 사실임을 확인하였고, 공소외 1 주식회사 외에 다른 신청업체를 찾을 수 없다’는 등 허위 사실을 보고한 후 2014. 6. 27.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용역비 23억 원의 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고, 피고인 2가 설립한 아무런 사업실적이 없는 공소외 2 주식회사로의 계약승계를 승인하여, 이후 실제 용역비 15억 1,800만 원을 지급함으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실제 공소외 1 주식회사와 체결된 계약 용역비와 피고인 1이 업무상 임무에 따라 재건축 업무를 추진하여 좀 더 낮은 수준에서 계약이 체결될 경우 정해질 수 있는 용역비와의 차액 상당의 액수 불상 재산상 이익을 공소외 2 주식회사가 취득하게 하고, 피해자 ○○○○회에 그에 상응하는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것이다.

3.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1이 이 사건 재건축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공개입찰 등의 적정한 절차를 거쳐서 사업자를 선정하였을 경우에는 10억 원 내지 15억 원에 대행용역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고, 적어도 23억 원보다 훨씬 낮은 금액으로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고 보아, 피고인 1의 임무위배행위로 피해자 ○○○○회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① 공소외 1 주식회사의 대표로 재건축 업무 경험이 많은 공소외 3과 그 직원 공소외 4는 이 사건 용역업무의 적정 용역비가 10억 원 내지 15억 원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고, 실제로 이 사건 용역계약 체결과정에서 용역비를 10억 원 내지 15억 원으로 제안하는 내용의 견적서도 직접 작성하여 준비한 바 있다.

② 이 사건 용역업무와 관련하여 지출되는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다. 그런데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산정한 3억 원의 용역비는 매일 33명의 인원이 투입되는 것을 전제로 한 반면, 실제 사업과정에서 투입된 인력은 매일 6명 이하여서 그 차이가 크다. 공소외 3과 공소외 4는 ‘당시 용역비를 불리기 위해 과다하게 투입인력을 책정하였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

③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 관심을 보이던 공소외 5 주식회사는 이미 2011. 9.경 전체임대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할 경우 감리용역 업무를 합쳐 약 17억 원에 수행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고, 이 사건 대행용역계약이 체결될 무렵에도 공소외 1 주식회사가 수행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약 12억 원의 용역비가 든다는 취지로 ○○○○회에 설명하였다.

④ 공소외 3과 ○○○○회 이사 공소외 6은 이 사건과 같은 대행용역계약에서는 통상 총 사업비의 2~3% 정도에서 용역비가 결정된다고 진술하고 있다. 실제 이 사건 재건축사업에서 사업비의 2~3%는 약 10억 원 내지 16억 5,000만 원으로 계산되는데, 이는 공소외 3과 공소외 4가 적정 용역비라고 말한 10억 원 내지 15억 원에 근사하다.

4.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할 수 없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 및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이 사건과 같은 대행용역계약에 있어 적정 수수료에 관한 규정이나 지침 등 객관적 기준은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피해자 ○○○○회의 내부 규정 등에 이 사건 대행용역계약과 같은 계약의 용역비를 정함에 있어 어떠한 제한이 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② 이 사건 용역비 23억 원이 실제로 인력 수나 인건비를 주된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 것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3은 피고인들 사이에 이미 23억 원으로 협의가 이루어졌다고 하여 그와 같은 금액의 견적서를 제출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피고인들은 이 사건 용역업무는 재건축사업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한 피해자 ○○○○회를 대신해 초기 사업자금 조달, 인허가 관련 대관업무 등까지 포함한 재건축사업의 전 과정을 대행하는 것이어서 공소외 1 주식회사나 피고인 2의 경험 및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 등이 사업의 성패를 위하여 매우 중요하고 따라서 그러한 대가가 상당 부분 용역비에 반영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용역비가 실질적으로 인력 수나 인건비를 주된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 것인지, 피고인들 주장과 같이 무형적 자산의 이용대가를 주된 기준으로 하여 결정된 것인지 등에 관하여 면밀하게 살펴본 다음, 이 사건 용역비가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한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③ 공소외 3이나 공소외 6의 진술 등만으로 총 사업비의 2~3%를 용역비로 정하는 것이 업계의 통상적인 관행이라거나 적정한 용역비 수준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업계의 통상적인 관행이나 적정 수준의 용역비 범위를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이 공판절차에서 현출된 바도 없다.

④ 설령 총 사업비의 2~3%를 업계의 통상적인 용역비 수준으로 보더라도, 이 사건 용역업무가 분양 및 임대관리 등 재건축사업의 전 과정을 대행하는 것으로 사업비의 규모가 크고, 상당한 기간이 소요되는 것인 데다가 사업자금 조달지원 등의 업무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의 특성을 고려하면, 23억 원의 용역비가 시장의 거래관행에 부합하는 가격범위를 과다하게 넘은 것이라고 쉽게 평가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2) 위와 같은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제시한 사정들만으로는 이 사건 용역비 23억 원이 적정한 용역비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게 정해진 것이라고 단정하거나, 나아가 그와 같이 용역비를 정하여 그 일부를 지급함으로써 ○○○○회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평가하기에 부족하고, 또한 당시 피고인 1에게 배임죄의 범의, 즉 임무위배행위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이나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3)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배임죄에서의 재산상 손해, 배임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재형(재판장) 김창석(주심) 조희대 민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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