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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6. 12. 15. 선고 2016다230553 판결
[수표금][미간행]
판시사항

공동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 불법행위자 1인이 전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함으로써 다른 불법행위자의 채무가 소멸하는 범위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바른 강훈 외 3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국민은행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순성 외 3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 2점에 대하여

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① 수표위조사기단 총책인 소외 1은 2013. 1. 11. 피고 은행 한강로지점 직원인 소외 2를 포섭하여 은행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고액권 수표용지(‘이 사건 백지수표’)를 빼돌려 교부받았다.

② 소외 1은 이 사건 백지수표를 이용하여 수표 진본과 동일한 형태의 이른바 ‘쌍둥이 수표’를 위조하기 위하여 사채업자인 원고를 소개받아, 공범인 소외 3을 통하여 2013. 6. 11. ‘원고로부터 100억 원권 자기앞수표 사본, 수표입출금 통장사본을 3일간 제공받고, 그에 대한 대가로 원고에게 7,200만 원을 지급한다’는 약정을 하였다.

③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2013. 6. 11. 피고 은행 동역삼지점에서 액면금 100억 원의 자기앞수표 한 장(‘이 사건 자기앞수표’)을 발행받고, 같은 날 소외 3에게 이 사건 자기앞수표 사본과 수표입출금 통장사본을 교부하였고, 소외 3은 이를 소외 1에게 건네주었다. 그런데 위 수표사본은 이 사건 자기앞수표의 수표번호 중 뒤 네 자리를 가리고 복사한 것이지만, 통장사본에는 이 사건 자기앞수표의 수표번호 전부가 기재되어 있었다.

④ 소외 1은 위 수표사본, 통장사본, 이 사건 백지수표를 다른 공범인 소외 4에게 교부하면서 ‘쌍둥이 수표’를 위조하도록 하였고, 소외 4는 이 사건 백지수표에 위 통장사본에 찍힌 이 사건 자기앞수표의 수표번호를 기재한 후, 공란인 금액란에 “10,000,000,000”이라고 기재하는 등 수표를 위조하여(‘이 사건 위조수표’) 소외 1에게 교부하였다.

⑤ 2013. 6. 12. 소외 3은 소외 1의 지시에 따라 피고 은행 정자동지점에서 이 사건 위조수표를 피고 은행 직원인 소외 5에게 지급제시하여, 피고로부터 ○○○인베스트먼트 명의의 계좌로 100억 원을 입금받았다.

⑥ 원고는 그 이틀 후인 2013. 6. 14. 이 사건 자기앞수표 진본을 피고 은행 원효로 지점에서 지급제시하였으나, 피고 은행은 동일한 수표가 이미 피고 은행 정자동지점에 지급제시되어 수표금이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나. 원심은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토대로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수표사본과 통장사본 거래를 통하여 이 사건 수표위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예견하였고, 수표사본을 교부한 후 지급정지 등의 조치를 취함으로써 이 사건 수표위조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음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소외 1 등 수표위조범들의 사기범행을 방조한 과실책임이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다. 이에 대한 상고이유 제1점의 주장은, 원고는 소외 1 측에 수표번호가 기재된 통장사본을 교부한 사실이 없음에도 원심은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원심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잘못이 없다.

라. 상고이유 제2점의 주장은, 원고에 대하여 소외 1 등 수표위조범들의 사기범행을 방조한 과실책임이 인정된다고 한 원심판단을 다투는 취지이다. 그러나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원고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 방조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않는다.

2. 상고이유 제3점에 대하여

공동불법행위자로서 타인에게 손해를 연대하여 배상할 책임이 있는 경우 불법행위자들의 피해자에 대한 과실비율이 달라 배상할 손해액의 범위가 달라지는 때에는 누가 그 채무를 변제하였느냐에 따라 소멸되는 채무의 범위가 달라진다. 이때 배상책임이 적은 불법행위자가 전체 손해액의 일부를 변제한 때에는 그보다 많은 배상책임을 지는 불법행위자의 채무는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만큼 소멸하지만, 많은 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일부를 변제한 때에는 배상책임이 적은 자의 채무는 그 변제금 전액에 해당하는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제금 중 배상책임이 적은 자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부분만큼만 소멸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1995. 3. 10. 선고 94다573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소외 1 등 수표위조범들과 함께 공동불법행위를 저질렀으므로, 피고가 입은 수표금 100억 원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제한 다음, 원고의 책임을 20%로 제한하여 20억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만약 위 수표위조범들이 피고가 입은 손해액 100억 원 중 일부를 변제하였다면 그 변제금 중 원고의 과실비율에 상응하는 20% 해당 금액만큼 원고의 배상책임도 소멸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원고 소송대리인은 제1심에서 2014. 3. 31.자 구석명신청서를 통해 피고가 피해금액 중 일부라도 회수한 금액이 있는지에 관하여 석명을 구하였고, 피고 소송대리인은 2014. 6. 16.자 준비서면에서 피고가 수표위조범 등으로부터 당시까지 회수한 금액이 16억 3,100만 원이라고 밝혔음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설령 원고가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의 일부가 소멸하였다는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원심으로서는 공동불법행위자인 소외 1 등 수표위조범들이 피고에게 변제하거나 피고가 회수한 손해배상금이 얼마인지 등에 관하여 석명권을 행사하여 심리한 후 앞에서 본 법리에 따라 원고가 피고에 대해 부담하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정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위와 같은 점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곧바로 원고의 피고에 대한 손해배상채무가 그 판시와 같다고 인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손해배상채무의 소멸, 손해액 산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이 부분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권순일(재판장) 박병대(주심) 박보영 김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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