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에서 말하는 ‘운전’의 의미 및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에서 정한 ‘교통사고’의 정의 중 ‘차의 교통’의 의미 / 이러한 ‘운전’과 ‘차의 교통’의 해석에 관한 법리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서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의 해석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지 여부(적극)
참조조문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 제54조 제1항 , 제148조 ,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2조 제2호 , 제3조 제1항 , 형법 제268조
참조판례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
법무법인 내일 담당변호사 황찬서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과「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검사의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부분에 대한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무죄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인정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에 대하여도 상고하였으나,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 부분에 관한 구체적인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2.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상해, 공무집행방해 부분에 관하여
원심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상해 및 공무집행방해의 점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관련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나.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부분에 관하여
(1) 도로교통법 제2조 제26호 는 ‘운전’이란 도로에서 차마를 그 본래의 사용 방법에 따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운전의 개념은 그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목적적 요소를 포함하는 것이므로 고의의 운전행위만을 의미하고, 자동차 안에 있는 사람의 의지나 관여 없이 자동차가 움직인 경우에는 운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2004. 4. 23. 선고 2004도1109 판결 등 참조).
한편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은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형법 제268조 의 죄(업무상과실치상죄)를 범한 경우를 처벌의 특례 적용 대상으로 정하고 있고( 제3조 제1항 ), ‘교통사고’란 차의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하는 것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2조 제2호 ), 여기서의 ‘차의 교통’이란 차량을 운전하는 행위 및 그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7. 1. 11. 선고 2006도7272 판결 참조).
이러한 ‘운전’과 ‘차의 교통’의 해석에 관한 법리는 ‘차의 운전 등 교통으로 인하여’ 사람을 사상하거나 물건을 손괴한 경우 운전자 등이 취하여야 할 조치에 관한 의무를 규정한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서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의 해석에 관하여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2) 원심은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의 처가 피고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승용차를 운전하여 호남고속도로 지선을 유성 방면에서 논산 방향으로 진행하다가 갓길에 정차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승용차에서 내린 후 승용차가 좌측 1차로 방향으로 후진하여 그 후미가 마침 1차로에서 진행하던 피해 차량의 전면을 충격하였다는 것인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직후부터 일관되게 자신이 이 사건 당시 운전을 하지 아니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이 사건 당시의 상황에 관하여 ‘처가 승용차를 정차하여 내린 후 피고인이 승용차의 대시보드나 가운데 부분에서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뒤졌는데 바닥에 휴대전화가 보이지 아니하여 손으로 조수석과 운전석 쪽을 더듬었고 그 뒤 차량이 움직이는 느낌이 들었으며 경적소리가 들렸고 승용차가 멈춘 후 빠져나왔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③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CCTV 영상에 대한 감정결과 ‘이 사건 당시 승용차의 진행 과정에서 후진등과 브레이크등은 소등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승용차의 후진 과정에서 감·가속 또는 좌·우 방향의 현저한 운동 변화가 보이지 아니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 사건 당시 승용차는 중립 기어 상태에서 사이드브레이크 해제에 따라 오르막 도로의 경사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후진한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피고인이 주행 및 조향장치를 조작하였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점, ④ 피고인의 처는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직전 피고인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하여 가던 중 피고인과 말다툼을 하게 되었고, 자신이 화가 나 승용차를 갓길에 대고 기어를 중립에 놓은 후 승용차에서 내려 유성 방면으로 걸어갔다’는 취지로 진술하여 이 사건 당시 승용차의 변속기가 중립상태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교통사고실황조사서에 의하면 이 사건 장소는 경사진 곳이었으므로 피고인의 운전 없이도 승용차가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현장조사 결과에 의하면 이 사건 승용차를 갓길에 정차한 후 기어를 중립으로 놓자 바로 승용차가 뒤로 밀리기 시작하였고 갓길에서 1차로까지 동력 없이 대각선으로 이동이 가능하였던 점, ⑥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고속도로 갓길에서 좌측 후방의 1차로 방향으로 후진으로 진행하였는데, 피고인이 음주상태였음을 감안하더라도 진행방향이 매우 이례적인 점, ⑦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는 정차한 지 약 17분 후에야 후진하기 시작하였고, 피고인의 처가 기어를 중립으로 두고 승용차에서 내리자마자 승용차가 바로 움직이지 아니한 것에 관하여 피고인의 처는 제1심법정에서 ‘이 사건 당시 기어를 중립에 두고 습관적으로 사이드브레이크를 살짝 올렸으며 차량이 오래되어 사이드브레이크를 조금만 건드려도 쉽게 풀린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하였다는 ②항과 같은 행동에 비추어 보면 사이드브레이크가 걸린 상태에서 승용차가 정지하여 있다가 피고인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사이드브레이크가 풀려 승용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운전’을 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하고「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도주차량)[이하 ‘특정범죄가중법위반(도주차량)’이라 한다]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면서도 원심은 동일한 사고와 관련한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에 대하여는 별다른 이유의 설시 없이 이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3) 그러나 사정이 이러하다면,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타고 있던 승용차가 그와 같이 후진하게 된 것은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에 규정된 ‘차의 운전 등 교통’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4) 그럼에도 피고인의 승용차가 후진한 것이 ‘차의 운전 등 교통’에 해당함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에는 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의 ‘차의 운전 등 교통’의 의미와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취지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파기의 범위
4.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