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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5. 10. 29. 선고 2013다69804 판결
[계약금등반환][미간행]
판시사항

[1]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 법률행위의 해석 방법

[2] 갑 지방자치단체가 음식문화 시범거리 BI(Brand Identity) 및 조성물 제작·설치사업 실시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면서 제안지침서에 ‘제안업체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으로 제안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기재하였는데, 을 주식회사가 입찰에 참가하여 BI 및 조성물 제작·설치계약을 체결하였으나, BI의 도안부분이 상업적 용도로 사용이 허용된 외국 저작물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인정된 사안에서, BI는 제안지침서상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고양시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티엘비에스 담당변호사 이덕재 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센스큐브의 소송수계인 파산채무자 주식회사 센스큐브의 파산관재인 소외인

주문

원심판결 중 제1심판결의 원고 청구 인용금액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BI와 관련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가. 법률행위의 해석은 당사자가 그 표시행위에 부여한 객관적인 의미를 명백하게 확정하는 것으로서 당사자 사이에 법률행위의 해석을 둘러싸고 이견이 있어 당사자의 의사해석이 문제 되는 경우에는 법률행위의 내용, 그러한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동기와 경위, 법률행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4. 4. 29. 선고 94다1142 판결 , 대법원 2015. 1. 29. 선고 2013다56891 판결 등 참조).

나.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채택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등을 근거로 원심 판시 별지 1 영상의 BI(Brand Identity, 이하 ‘이 사건 BI’라고 한다)가 풍동 애니골 음식문화 시범거리 조성물 설치사업(이하 ‘이 사건 사업’이라 한다)의 입찰공고 및 그에 첨부된 제안지침서(이하 ‘이 사건 제안지침서’라 한다)에 기재된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1) 이 사건 BI 중 그 문자부분의 독창성을 부인할 수 없고, 도안부분에 비하여 그 디자인적 가치나 창의성이 떨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이 사건 BI가 원심 판시 별지 2 영상의 저작물(이하 ‘이 사건 외국 저작물’이라 한다)의 단순한 변형 내지 수정물이라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BI는 저작권법상의 저작물에 해당한다.

2) 이 사건 제안지침서에서는 순수창작품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위·모작’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위 문장의 전체 맥락과 저작권법상의 창작물의 의미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가 제안하여야 하는 저작물이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위·모작이 아닌 창작물’이면 위 조항에서 정한 순수창작품의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볼 수 있고, 이 사건 BI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3) 풍동애니골의 상징으로 채택될 창작물에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은 2차적저작물이 당연히 제외되어야 한다거나 BI를 구성하는 모든 개별 요소를 입찰 업체가 자체적으로 창작한 작품만이 그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원고는 2009. 10. 6.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에 있는 애니골 지역을 음식문화 시범거리로 특화·개발하기 위하여 그 특성과 테마를 살린 BI 및 조성물을 제작·설치하는 내용의 이 사건 사업의 실시에 관한 입찰공고를 하였다. 그에 첨부된 ‘이 사건 제안지침서’에는 “제안업체는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으로 제안하여야 하며, 이를 위반 제출하여 당선되었으나, 이후 위·모작으로 밝혀질 경우 당선취소는 물론 민, 형사상의 모든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2) 피고는 위 입찰에 참가하여 이 사건 BI와 원심 판시 별지 3 내지 8 각 영상의 조성물(이하 ‘이 사건 조성물’이라 한다) 디자인 시안을 기재한 제안서를 제출하여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었고, 2009. 12. 14. 플랜두스페이스를 공동수급자로 하여 원고와 사이에 BI 및 조성물을 제작·설치하기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BI 제작계약 및 이 사건 조성물 제작계약을 체결하였다.

3) 피고와 플랜두스페이스는 이 사건 BI와 조성물의 제작·설치를 완료하고 원고로부터 2010. 6. 30.까지 247,297,940원을 지급받았는데, 그중 이 사건 BI와 관련된 디자인설계대금 37,012,587원은 모두 피고가 지급받았다.

4) 이 사건 BI는 ‘나무’ 도안부분과 ‘savor enjoy’, ‘풍동애니골’이라는 문자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고는 위 문자부분은 직접 제작하였으나, 도안부분은 상업적 용도로도 사용이 허용되어 있는 이 사건 외국 저작물을 거의 그대로 사용하였다.

(2) 이러한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이 사건 BI는 이 사건 외국 저작물을 거의 그대로 사용한 채 그 문자부분을 조합한 것에 불과하여 이를 이 사건 제안지침서상의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이라고 볼 수 없다.

1) 이 사건 제안지침서에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뿐만 아니라 ‘순수’창작품이라고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므로, 단순히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창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위 요건을 충족시킨다고 볼 수는 없다.

2) ‘순수’를 ‘위·모작이 아닌’의 의미로 본다고 하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외국 저작물을 그대로 가져온 이상 이를 ‘모방’을 의미하는 ‘위·모작’으로 충분히 해석할 수 있다.

3) 브랜드의 로고 등을 통하여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하고 브랜드의 고유하고 독특한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BI의 목적이나 그 활용가치를 감안하면 도안부분의 비중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4) 단순히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정도로는 이 사건 BI 중 도안부분을 제3자가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BI에 대한 권리에 의하여 이를 막을 수 없어 이 사건 BI 제작계약의 목적을 충족시킬 수 없다.

라.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을 들어 이 사건 BI가 이 사건 제안지침서상의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는 순수창작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BI 제작계약이 기망에 의하여 체결된 것이라는 원고의 주장을 배척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의사해석의 방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2. 이 사건 조성물과 관련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조성물은 이 사건 BI 시안이 최종 BI로 선정되기 전에 피고의 제안서에 기재된 디자인 그대로 선정되어 이 사건 BI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그중 원심 판시 별지 3 조성물의 경우 이 사건 BI와 비교할 때 나무를 상징하고 있는 점에서 공통점은 있으나, 그 표현형식과 방식 등에서 이 사건 BI와 전혀 별개인 것으로 인정되며, 이 사건 조성물은 모두 이 사건 제안지침서상의 순수창작품에 해당한다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조성물 제작계약을 취소 또는 해제할 수 없고, 이 부분과 관련하여 불법행위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계약의 취소나 해제, 불법행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이 사건 BI와 관련한 제1심판결의 원고 청구 인용금액에 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나머지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상옥(재판장) 이상훈 김창석(주심) 조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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