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가 사업시행자에게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주택재건축사업에 적용 또는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소극) /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나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보상에 관한 법률’ 규정이 주택재건축사업에 유추적용되는지 여부(소극)
[2]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44조 제1항 , 제2항 에 따라 임차권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의 반환을 구하려면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져야 하는지 여부(적극)
판결요지
[1]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38조 , 제40조 제1항 , 제49조 제6항 의 문언과 취지를 종합하면,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는 도시정비법 제38조 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 한다)상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주택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될 수 없다.
나아가 도시정비법의 입법 목적 및 취지,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의 특성 등과 아울러 ① 도시정비법은 다양한 유형의 정비사업에 대하여 각 사업의 공공성 및 공익성의 정도에 따라 구체적 규율의 내용을 달리하고 있는 점, ②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 설치를 통한 도시기능의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재개발사업 등에 비하여 공공성 및 공익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점, ③ 그에 따라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건축사업 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 등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의 해결방법으로, 수용·사용 등의 공적 수단에 의하지 않고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통한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도시정비법의 기본적 틀로서 입법자가 결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④ 주택재개발사업 등에서 수용보상금의 산정이 개발이익을 배제한 수용 당시의 공시지가에 의하는 것과는 달리, 주택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 행사의 기준인 ‘시가’는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하는데, 이러한 차이는 주택재건축사업의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임차권자 등에 대한 보상을 임대차계약 등에 따라 스스로 해결하게 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나 공익사업법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2]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44조 제1항 내지 제4항 의 입법 취지·목적, 위 각 규정의 체계적 해석 등과 아울러 ① 도시정비법 제44조 제3항 은 임차권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사업시행자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구상권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토지등소유자에게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점, ② 도시정비법 제44조 제4항 또한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 등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③ 토지등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무단 전차인 등의 경우까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 에 기하여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다른 법률관계에서는 임대차계약상 임대인을 상대로 보증금반환채권을 갖는 데 불과한 무단 전차인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임대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반환받게 되는 점, ④ 이러한 결과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서 정한 임차권 보호의 취지와 부합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임대인의 무자력 등으로 구상을 하지 못할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 , 제2항 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 , 제2항 에 따라 임차권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의 반환을 구하려면, 임차권자가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경우라야 한다.
원고, 피상고인
화곡3주구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외 2인)
원고보조참가인, 상고인
케이비부동산신탁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담당변호사 김용담 외 3인)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3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승주 외 4인)
피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대한예수교장로회 은성교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화우 담당변호사 김승주 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의 피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은성교회에 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 중 피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은성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같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경과한 후에 제출된 원고의 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원고 보조참가인의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판단한다.
1. 피고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건물인도 청구권의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1점)
구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2012. 2. 1. 법률 제11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도시정비법’이라 한다) 제49조 제6항 에 따라 관리처분계획이 인가되어 고시된 때에는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는 도시정비법 제54조 에 의한 이전의 고시가 있은 날까지 종전의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 이를 사용하거나 수익할 수 없고, 사업시행자가 이를 사용·수익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다53635 판결 참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라 임차권자로서 사용·수익이 정지된 피고들은, 사업시행자로서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권을 취득한 원고에게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건물 부분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본문에 따른 건물인도 청구권의 존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나. 손실보상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2점)
도시정비법 제38조 는 정비사업 시행자에게 정비구역 안에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 한다)에 의한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을 부여하면서,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는 다른 정비사업과 달리 천재·지변 그 밖의 불가피한 사유로 인하여 긴급히 정비사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때( 도시정비법 제8조 제4항 제1호 )에 해당하는 사업에 한정하고 있다. 그리고 도시정비법은 제40조 제1항 에서 “정비구역 안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을 위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권과 그 밖의 권리에 대한 수용 또는 사용에 관하여는 이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익사업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49조 제6항 본문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로 인한 토지 또는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등 권리자의 사용·수익의 정지를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그 예외로 “사업시행자의 동의를 받거나 제40조 및 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권리자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각 규정의 문언과 그 취지를 종합하면,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는 도시정비법 제38조 에 따라 사업시행자에게 공익사업법상 정비구역 안의 토지 등을 수용 또는 사용할 권한이 부여된 정비사업에 제한적으로 적용되고, 그 권한이 부여되지 아니한 주택재건축사업에는 적용될 수 없다 할 것이다 .
나아가 도시정비법의 입법 목적 및 취지,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의 특성 등과 아울러 ① 도시정비법은 다양한 유형의 정비사업에 대하여 각 사업의 공공성 및 공익성의 정도에 따라 그 구체적 규율의 내용을 달리하고 있는 점, ②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은 “정비기반시설은 양호하나 노후·불량건축물이 밀집한 지역에서 주거환경을 개선”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서 정비기반시설이 열악한 지역에서 정비기반시설 설치를 통한 도시기능의 회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주택재개발사업 등에 비하여 그 공공성 및 공익성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점, ③ 그에 따라 도시정비법은 주택재건축사업 시행자와 토지등소유자 등의 협의가 성립하지 않을 경우의 해결방법으로, 수용·사용 등의 공적 수단에 의하지 않고 매도청구권의 행사를 통한 사적 자치에 의해 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도시정비법의 기본적 틀로서 입법자가 결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④ 주택재개발사업 등에 있어서 수용보상금의 산정이 개발이익을 배제한 수용 당시의 공시지가에 의하는 것과는 달리, 주택재건축사업의 매도청구권 행사의 기준인 ‘시가’는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이 포함된 가격을 말하는데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8다21549, 21556, 21563 판결 참조), 이러한 차이는 주택재건축사업의 토지등소유자로 하여금 임차권자 등에 대한 보상을 임대차계약 등에 따라 스스로 해결하게 할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주택재건축사업에 대하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나 공익사업법 규정이 유추적용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
그러므로 원심이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수용 또는 사용 권한이 부여되어 있지 아니한 이 사건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자인 원고에게 임차권자인 피고들에 대한 영업손실 등에 관한 손실보상의 의무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단서 및 공익사업법상 손실보상 규정의 적용 또는 유추적용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다. 도시정비법 제38조 , 제49조 제6항 의 위헌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3점)
(1) 도시정비법 제38조 에 관하여
헌법 제11조 제1항 에 근거를 둔 평등원칙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을 자의적으로 다르게 취급함을 금지하는 것으로서, 법령을 적용할 때뿐만 아니라 입법을 할 때에도 불합리한 차별취급을 하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
앞서 본 도시정비법상 주택재건축사업과 주택재개발사업 등의 추진 목적과 공공성 및 공익성의 차이 등에 비추어 보면, 주택재개발사업 등과 달리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 그 시행자에게 원칙적으로 수용 또는 사용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그 사업 성격의 차이를 반영한 합리적 차별이라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 헌법재판소 2014. 1. 28. 선고 2011헌바363 결정 참조).
또한, 주택재건축사업의 임차권자들이 손실보상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은 도시정비법 제38조 가 주택재건축사업 시행자에게 수용 또는 사용의 권한을 부여하지 않음으로 인한 부수적 결과이지, 위 조항이 직접 임차권자의 재산권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므로, 위 조항이 피고들의 재산권을 정당한 보상 없이 침해하였거나,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2)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에 관하여
도시정비법 제49조 제6항 은 사업시행자가 임차인에 대하여 가지는 인도청구권을 규정한 것에 불과하여, 주택재건축사업의 경우에도 주택재개발사업 등처럼 공익사업법을 적용하여 수용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도록 규정하지 아니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조항의 위헌 여부에 따라 이 사건의 결론에 직접적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므로, 그 위헌 여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 볼 필요가 없다.
(3) 소결
원심이 같은 취지에서 피고들의 위 각 조항에 대한 위헌 주장을 배척한 것은 정당하고, 거기에 도시정비법 제38조 , 제49조 제6항 의 위헌 여부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위법이 없다.
라. 점유현황에 관하여(상고이유 제4점)
이 부분 상고이유는 원심이 인정한 피고들의 점유현황이 실제와 다르다는 취지의 주장으로 사실심인 원심의 전권사항에 속하는 증거의 취사선택과 사실인정을 탓하는 것에 불과하여 적법한 상고이유로 볼 수 없다.
2. 원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피고 대한예수교장로회 은성교회(이하 ‘피고 은성교회’라고 한다)의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2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은성교회는 교회 신축공사의 수급인인 피고 다인종합건설 주식회사(이하 ‘피고 다인종합건설’이라 한다)에게 2008. 4. 30. 교회 건물로 사용 중이던 이 사건 건물을 매매대금 700억 원에 매도하되, 계약금 50억 원은 계약 당일 피고 은성교회가 피고 다인종합건설에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으로 상계하고, 중도금 356억 1,600만 원은 2008. 6. 19. 금융기관 차입금채무와 임차보증금채무의 인수 등으로 지급에 갈음한 사실, 피고 은성교회와 피고 다인종합건설은 교회 신축공사가 완료될 때까지 피고 은성교회가 이 사건 건물을 피고 다인종합건설로부터 임차하여 사용하되, 나머지 매매대금 273억 8,400만 원(이하 ‘매매대금 잔금’이라고 한다)은 그 임차보증금으로 갈음하고, 향후 교회 신축공사가 완료되면 피고 은성교회가 지급하여야 할 공사대금과 이를 정산하기로 하여 중도금 지급일인 2008. 6. 19. 소유권을 피고 다인종합건설에게 이전하여 주고, 위 매매계약서상에 기재된 건물 명도일 다음날인 2008. 7. 1.자로 피고 다인종합건설과 피고 은성교회 사이에 위와 같은 내용의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사실, 그 후 현재까지 피고 은성교회는 이 사건 건물을 교회 건물로 실제로 점유·사용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은성교회는 피고 다인종합건설과의 이 사건 건물에 대한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임차보증금 273억 8,400만 원의 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위법이 없다.
나. 피고 은성교회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1항 , 제2항 (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에 정한 ‘임차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상고이유 제1점)
(1)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임차인’의 범위
도시정비법 제44조 는 제1항 에서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지상권·전세권 또는 임차권의 설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그 권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2항 에서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자가 가지는 전세금·보증금 그 밖의 계약상의 금전의 반환청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이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도시정비법이 정비사업 구역 내의 임차권자 등에게 계약 해지권은 물론, 나아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청구권까지 인정하는 취지는, 정비사업의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에 따라 그 의사에 반하여 임대차목적물의 사용·수익이 정지되는 임차권자 등의 정당한 권리를 두텁게 보호하는 한편, 계약상 임대차기간 등 권리존속기간의 예외로서 이러한 권리를 조기에 소멸시켜 원활한 정비사업의 추진을 도모하고자 함에 있다.
이와 같은 입법 취지·목적, 위 각 규정의 체계적 해석 등과 아울러 ① 도시정비법 제44조 제3항 은 임차권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한 사업시행자의 토지등소유자에 대한 구상권의 법적 근거가 되는 규정이므로, 위 조항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토지등소유자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려면 토지등소유자에게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가 있음을 전제로 하는 점, ② 도시정비법 제44조 제4항 또한 마찬가지로 토지등소유자의 임차권자에 대한 보증금반환채무 등을 전제로 한 규정이라고 볼 수 있는 점, ③ 토지등소유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무단 전차인 등의 경우까지 도시정비법 제44조 제2항 에 기하여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면, 다른 법률관계에서는 임대차계약상 그 임대인을 상대로 한 보증금반환채권을 갖는 데 불과한 무단 전차인 등이 ‘정비사업의 시행’이라는 우연한 사정에 기하여 임대인의 자력과 무관하게 보증금을 반환받게 되는 점, ④ 이러한 결과는 주택임대차보호법 등에 정한 임차권 보호의 취지와 부합하지 아니할 뿐 아니라, 사업시행자로 하여금 임대인의 무자력 등으로 구상을 하지 못할 위험까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어서 정비사업의 원활한 진행이라는 이 사건 조항의 입법 취지에도 어긋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임차권자가 사업시행자를 상대로 보증금 등의 반환을 구하려면, 임차권자가 토지등소유자에 대하여 보증금반환채권을 가지는 경우라야 한다 .
(2) 피고 은성교회가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임차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원심은, 그 채용 증거를 종합하여, 피고 은성교회가 피고 다인종합건설과 사이의 이 사건 건물에 관한 2008. 7. 1.자 임대차계약에 기하여 임차보증금 273억 8,400만 원의 반환채권을 가지고 있는 사실, 피고 은성교회가 이 사건 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임차권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이유로 이 사건 2011. 9. 2.자 준비서면의 송달로써 임대차계약을 해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이로써 위 임대차계약은 해지되었다고 할 것인데 이 경우 피고 은성교회는 이 사건 조항에 따라 사업시행자인 원고에게 그 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으므로, 결국 원고는 피고 은성교회에 대하여 위 보증금 상당의 금전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이러한 의무는 피고 은성교회의 점유부분에 대한 인도의무와 동시이행 관계에 있다고 보아 피고 은성교회의 동시이행항변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를 수긍할 수 없다.
신탁법상의 신탁은 위탁자가 수탁자에게 특정의 재산권을 이전하거나 기타의 처분을 하여 수탁자로 하여금 신탁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권을 관리·처분하게 하는 것이므로( 신탁법 제1조 제2항 ), 부동산의 신탁에 있어서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고, 위탁자와의 내부관계에 있어서 소유권이 위탁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며, 이와 같이 신탁의 효력으로서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이전되는 결과 수탁자는 대내외적으로 신탁재산에 대한 관리권을 갖는 것이다( 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피고 다인종합건설은 2008. 6. 19. 참가인과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 담보신탁계약을 체결하고, 같은 날 참가인에게 위 신탁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준 사실, 위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원부로 등기된 신탁조항 중 제9조는 “위탁자는 수탁자의 사전승낙이 없는 경우에는 신탁부동산에 대하여 임대차 등 권리설정 또는 신탁부동산의 현상을 변경하는 방법으로 가치를 저감하는 행위를 하지 못 한다”고 정하고 있고, 제10조 제1항은 “위탁자가 신탁부동산에 이 신탁계약 이전에 체결한 임대차계약현황은 별첨5와 같고, 동 임대차계약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 반환채권은 우선수익자의 수익권보다 우선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같은 조 제3항은 “이 신탁계약 체결 후 신규 임대차 또는 재임대차계약은 수탁자의 사전승낙을 조건으로 위탁자 명의로 체결하되, 임대차보증금은 수탁자에게 입금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 사실, 위 별첨5로 신탁원부에 첨부된 ‘임대차계약 현황’에는 피고 은성교회가 임대차보증금 없이 월 임대료 5,800만 원으로 이 사건 건물 중 일부(1층 6-2호, 2층 4호, 3층 5-9호, 4층 2호)를 임차한 것으로만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와 같은 사실관계를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위 신탁계약에 따라 이 사건 부동산의 대내외적 소유권은 신탁등기일인 2008. 6. 19.에 수탁자인 참가인에게 완전히 이전되었으므로, 위 신탁등기일 당시 이 사건 부동산에 존재하는 위 별첨5 기재 임대차에 대한 임대인 지위만 수탁자에게 승계되고, 위 신탁등기일 이후로는 위 신탁조항 제10조 제3항에 따라 수탁자의 사전승낙 등을 거쳐 체결된 임대차만이 소유자인 수탁자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피고 은성교회가 2008. 7. 1. 피고 다인종합건설과 사이에 체결한 위 임대차계약에 대하여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자인 참가인의 사전승낙을 받았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참가인은 위 임대차계약에 정한 위 보증금에 대하여 피고 은성교회에게 반환채무를 부담하지 않게 되고, 그러한 경우 위 (1)항에서 본 법리에 비추어 결국 피고 은성교회는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조항에 기한 위 보증금의 반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참가인은 위 별첨5의 기재에 따라 피고 은성교회가 임대차보증금이 없는 임차인인 것으로 알았을 뿐, 위 임대차계약에 따른 임대차보증금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고, 달리 기록을 살펴보아도 당시 피고 은성교회나 피고 다인종합건설이 참가인으로부터 임대차계약 체결에 대한 사전승낙을 받았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증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이와 달리 피고 은성교회나 피고 다인종합건설이 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참가인의 사전승낙을 받았는지 여부 및 그에 따라 피고 은성교회가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임차인’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에 관하여 심리하지 않은 채, 그 판시 사정만을 들어 피고 은성교회의 동시이행항변을 받아들이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이 사건 조항에 정한 ‘임차인’의 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의 피고 은성교회에 대한 부분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며,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 중 피고 은성교회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들의 상고로 인한 부분은 패소자들이 부담하도록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