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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13. 7. 25. 선고 2011도13023 판결
[업무방해·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주거침입)·항만법위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미간행]
판시사항

[1]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한 후 신고한 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을 개최한 경우, 신고범위를 일탈한 행위를 한 데 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 또는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에서 개최하는 ‘옥내집회’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경우

피 고 인

피고인

상 고 인

검사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인의 해산명령불응으로 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울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나머지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이라 한다)은 옥외집회나 시위를 주최하려는 자는 그 목적, 일시, 장소, 주최자, 연락책임자, 질서유지인의 주소·성명·직업·연락처, 참가 예정인 단체와 인원, 시위의 경우 그 방법을 기재한 신고서를 관할 경찰서장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하고( 제6조 제1항 ), 집회나 시위의 주최자가 위와 같이 신고한 목적, 일시, 장소, 방법 등의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면서( 제16조 제4항 제3호 ), 이를 위반하는 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22조 제3항 ). 이와 같이 집시법은 옥외집회나 시위에 대하여는 사전신고를 요구하고 나아가 그 신고범위의 일탈행위를 처벌하고 있지만, 옥내집회에 대하여는 신고하도록 하는 규정 자체를 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당초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지만 그 신고 내용과 달리 아예 옥외집회는 개최하지 아니한 채 신고한 장소와 인접한 건물 등에서 옥내집회만을 개최한 경우에는, 그것이 건조물침입죄 등 다른 범죄를 구성함은 별론으로 하고, 신고한 옥외집회를 개최하는 과정에서 그 신고범위를 일탈한 행위를 한 데 대한 집시법 위반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

나. 원심은, 피고인이 당초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하 ‘부산노동청’이라 한다) 앞 인도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하겠다고 신고하였음에도 실제로는 피고인과 공소외 1, 2, 7 및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전국항만예선지부(이하 ‘예선노조’라 한다) 부산 및 울산지회 조합원 121명이 그 신고한 장소에서 옥외집회를 개최하지 아니하고 집회참가인들 사이에 미리 연락된 바에 따라 바로 부산노동청 건물 안으로 들어가 그 1층 로비를 점거하여 옥내집회를 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비록 그 과정에서 타인이 관리하는 부산노동청 건물에 무단 침입한 위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3호 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위배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위 신고범위 일탈의 옥외집회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대하여

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공소외 1, 2, 3 및 예선노조 부산지회·울산지회 노조원 121명과 함께 2009. 10. 13. 부산노동청 로비에 연좌하여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가를 부르고 구호를 제창하는 등으로 집회를 하던 중 부산연제경찰서장의 위임을 받은 교통경비과장으로부터 부산노동청 건물에 침입하는 질서문란행위를 하였을 뿐 아니라 신고한 집회의 장소·방법 등 범위를 뚜렷이 벗어나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를 계속하였다는 이유로 3차에 걸쳐 해산명령을 받았음에도 지체 없이 해산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에 의한 해산명령을 하려면 ‘ 제16조 제4항 각 호 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하여야 하는데,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비록 피고인 등이 부산노동청에 들어간 행위가 결과적으로 그 건물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건조물침입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별개의 폭행, 협박, 손괴, 방화에 상응하는 정도의 행위가 부가되지 않는 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적시된 피고인 등의 행위만으로 집시법 제16조 제4항 제2호 소정의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이 사건 집회가 위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소정의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나.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1) 집회의 자유는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 ). 집시법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등 일정한 경우에 자진해산을 요청하고 이에 따르지 아니하면 해산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규정된 것이다( 집시법 제20조 제1항 ).

한편 옥내집회는 집시법상 사전신고 없이 개최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 역시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그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 따라서 타인이 관리하는 건조물에서 옥내집회를 개최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행위로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집회”( 집시법 제20조 제1항 제5호 , 제16조 제4항 제2호 )에 해당하는 등 그 집회의 목적, 참가인원, 집회 방식, 행태 등으로 볼 때 타인의 법익 침해나 기타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하여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는 때에는 해산명령의 대상이 된다고 보아야 한다. 설령 그 집회의 장소가 관공서 등 공공건조물의 옥내라 하더라도 그곳이 일반적으로 집회의 개최가 허용된 개방된 장소가 아닌 이상 이를 무단 점거하여 그 건조물의 평온을 해치거나 정상적인 기능의 수행에 위험을 초래하고 나아가 질서를 유지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른 경우에는, 집회의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활동의 범주를 넘는다 할 것이므로 그것이 해산명령의 대상이 되는 것은 마찬가지라 할 것이다 .

(2)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다음 사실 등을 알 수 있다. ① 부산노동청은 부산 및 울산광역시와 경상남도를 관할지역으로 하여 이 지역의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 근로조건의 보호, 노사분쟁의 예방·조정, 근로자의 복지증진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이다. ②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가 2009. 8. 7. 전면 파업에 돌입한 후 위 부산지회 소속 근로자들은 2009. 10. 12.까지 위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 총 15회에 걸쳐 정부의 교섭중재를 촉구하는 취지의 집회를 개최하였다. ③ 예선노조 울산지회 지회장인 피고인과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부산본부 의장(예선투쟁본부장)인 공소외 1, 예선노조 부산지회 지회장인 공소외 2,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인 공소외 3 등은 2009. 10. 14. 부산노동청에서 개최될 예정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즈음하여 그 전날인 2009. 10. 13. 부산노동청 1층 로비를 점거하여 농성함으로써 교섭재개의 계기로 삼기로 하고, 다만 그에 관한 집회신고는 예선노조 부산지회가 관할 경찰서장에게 이미 제출한 부산노동청 앞 인도에서의 옥외집회신고를 활용하기로 계획하였다. ④ 피고인과 공소외 1, 2는 2009. 10. 13. 11:00경 부산노동청을 방문하여 근로개선지도3과장 공소외 4 등과 면담하면서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그 사이에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인근에 집결한 예선노조 부산지회 및 울산지회 조합원 121명은 같은 날 11:20경부터 11:30경까지 사이에 부산노동청 1층 로비에 무단으로 침입하였다. ⑤ 그리고 그때부터 같은 날 14:50경까지 사이에 그곳 바닥에 연좌하여 부산노동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면서 “노동청장은 각성하라.”는 등 구호를 외치고 노동가를 부르는 등으로 집회를 지속하였다. ⑥ 부산노동청은 4층 건물로 그중 1층에 민원실이 있고, 1, 2층에 근로개선지도1·2·3과가 위치하고 있는데, 위 연좌농성으로 인해 부산노동청의 민원부서 업무와 민원인들의 통행에 지장을 초래하였고, 부산노동청 직원들 중 일부는 청사 계단 및 복도에서 청사경호 업무에 대비하는 등으로 원래의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였다. ⑦ 이에 부산노동청장은 같은 날 11:57분경 피고인 및 노조원들에게 퇴거를 요청하였고, 부산연제경찰서 서장 공소외 5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위 경찰서 경비교통과장 공소외 6은 2009. 10. 13. 12:10경에 자진해산명령을, 같은 날 12:20경에 1차, 같은 날 13:55경에 2차 해산명령을 하고, 위 공소외 5가 같은 날 14:35경 3차 해산명령을 하였으나 피고인과 조합원들은 이에 불응하였다.

(3) 위 사실관계 등으로 알 수 있는 여러 사정, 즉 부산노동청은 고용안정과 노사분쟁의 조정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관공서로서 일반 공중이나 민원인 등이 임의로 그 건물 내에서 집회를 할 것까지도 허용되어 있는 개방된 장소로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 등이 주도하여 조합원들로 하여금 이 사건 집회장소인 청사 로비에 진입하게 한 경위, 그 집회의 목적과 규모, 청사관리권자의 퇴거요구에 불응하면서 진행된 집회의 방식과 진행시간, 이 사건 집회가 이루어진 청사 내 공간의 규모나 구조, 그곳을 찾는 민원인의 출입이나 공무원들의 업무수행에 방해를 일으킨 정도, 기타 이 사건 집회의 진행상황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 등이 위 부산노동청 청사에 집단으로 무단 침입한 후 로비를 점거한 채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으로 장시간 옥내집회를 강행하면서 퇴거요구에 불응한 것은, 그로 인하여 청사의 평온과 시설관리권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여 질서를 문란하게 하는 집회로써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수 없도록 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집회에 대하여 적법한 해산명령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단정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집시법상 해산명령의 요건과 대상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에 대한 해산명령불응으로 인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양창수(재판장) 박병대 고영한(주심) 김창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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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울산지방법원 2011.9.9.선고 2010노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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