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민법 제1019조 제1항 에서 말하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의미 및 피상속인의 처, 자녀, 부모가 상속을 포기하여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된 경우, 법원이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할 때에 고려하여야 할 사항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민법 제1019조 제1항 은 상속인은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3월내에 상속포기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이라 함은 상속개시의 원인이 되는 사실의 발생을 알고 이로써 자기가 상속인이 되었음을 안 날을 말한다. 한편 선순위 상속인인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들, 부모가 모두 적법하게 상속을 포기한 경우 누가 상속인이 되는지는 상속의 순위에 관한 민법 제1000조 제1항 과 상속포기의 효과에 관한 민법 제1042조 내지 제1044조 의 규정들에 따라서 정해질 터인데 일반인의 입장에서 피상속인의 처와 자녀, 부모가 상속을 포기한 경우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이로써 자신들이 상속인이 되었다는 사실까지 안다는 것은 이례에 속하므로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피상속인의 형제자매가 상속인이 된 경우에는 상속인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을 아는 것만으로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 따라서 이러한 때에는 법원으로서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을 확정함에 있어 상속개시의 원인사실뿐 아니라 더 나아가 그로써 자신의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안 날이 언제인지까지도 심리·규명하여야 마땅하다 ( 대법원 2005. 7. 22. 선고 2003다43681 판결 참조).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차용금 채무를 지고 있던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2008. 10. 15. 사망하자 그 제1순위 상속인인 처와 자녀들, 제2순위 상속인인 모가 적법한 기간 내에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그 신고가 수리되었고 이로 인해 망인의 형제자매들로서 제3순위 상속인인 피고와 제1심 공동피고 소외 2 등이 공동상속인이 된 사실, 원고는 망인의 처와 자녀들이 상속재산을 부정소비하여 상속포기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상대로 대여금 청구의 소를 제기하여 제1심에서 패소하였다가 항소심에서 망인의 처에 대한 부분에 한하여 승소하였으나 대법원에서 그 부분이 파기되어 결국 위 소송은 전부 패소로 확정된 사실, 원고는 위 민사소송의 제1심 계속중에 피고에게 내용증명우편을 보내 망인의 제1, 2순위 상속인들이 상속포기신고를 하였으나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여 제1순위 상속인들이 한 상속포기신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면서(소장을 첨부하였다) ‘현재는 귀하가 제3순위 상속인이므로, 혹 망인의 재산을 물려받는 경우 한정승인하여 채권자들에게 상속재산 범위 내에서 채무변제를 하면 되고, 상속재산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추후 민형사상 불이익을 입게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고지를 한 사실, 이 사건 내용증명우편은 피고가 주소지에서 운영하던 식당 종업원이 수령하였는데, 피고는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난 후 망인의 다른 채권자로부터 승계집행문을 송달받고 나서 바로 상속포기신고를 하여 그 신고가 수리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상속의 과정에서 종국적인 상속인이 누구인지 즉시 알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 있어서, 피고의 종업원이 이 사건 내용증명우편을 수령하였다고 하여 피고가 그 내용을 알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그 후 망인의 다른 채권자가 보낸 승계집행문을 송달받고서는 바로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과 대조해 보면 피고가 이 사건 내용증명우편에 기재된 내용 자체를 알지 못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내용증명우편에는 제1, 2순위 상속인들의 상속포기신고로 인하여 현재는 피고가 제3순위 상속인이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다른 한편 원고가 제1순위 상속인들이 한 상속포기신고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어 원고 스스로도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가 상속인이 되지 아니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밝히고 있는 점, 또한 그 전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도 현재 피고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리려는 것 보다는 향후 상속인으로 확정될 경우 상속재산을 가지고 성실히 채무변제에 임할 것을 독촉 내지 경고하는 취지로 볼 수 있는 점, 선순위 상속인이 한 상속포기의 효력을 다투는 소송이 진행중인 사실이나 그 결과를 피고가 알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만으로 곧바로 피고가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는 당초 망인의 처와 자녀들, 모가 상속포기를 함으로써 그 다음 상속순위에 있는 자신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가 망인의 다른 채권자가 보낸 승계집행문에 의하여 비로소 이를 알게 되어 그제서야 상속포기신고를 한 것이라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이 점에 관하여 더 심리하여 피고가 자신이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게 된 날을 분명하게 확정하고 난 후에 그가 한 이 사건 상속포기신고가 적법한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단지 이 사건 내용증명우편 송달에 의하여 피고가 상속인이 된 사실을 알았다고 속단한 나머지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나 이루어진 상속포기의 효력을 부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피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