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20211 판결
[물품대금][미간행]
판시사항

[1] 사용자책임의 성립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의 의미와 그 판단 기준

[2] 건설회사의 공사계약팀 대리 갑이 판촉물 도소매업자인 을의 부탁을 받고 건설회사가 공사발주처 및 행정관청에 대한 선물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처럼 병을 기망하여 을과 함께 그로부터 상품권을 교부받으면서 건설회사의 명판과 위조한 사용인감을 상품권발주서와 인수증에 날인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고, 갑이 위 상품권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로 한 후에는 직접 상품권발주서 등을 위조하거나 상품권을 병으로부터 교부받지는 않았지만 병이 계속 기망상태에 빠져 있도록 하는 등 불법행위를 한 사안에서, 을의 일련의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건설회사의 사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사례

[3]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사용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가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사용자책임의 인정 여부(소극) 및 사용자책임의 면책사유인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의 의미

[4] ‘건설회사가 비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담당자는 그 회사 공사계약팀 갑 대리이다’라는 판촉물 도소매업자 을의 거짓말과 그의 부탁을 받고 같은 취지로 거짓말한 갑의 말을 믿고 갑에게 상품권을 교부하여 대금 결제를 받아 온 병이, ‘갑은 더 이상 상품권 거래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이며 그 업무는 건설회사의 상무가 직접 담당할 것’이라는 을의 거짓말을 들은 후에도 그 건설회사 상무에게 거래의 진정성 여부를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을에게 상품권을 교부하였다가 그 대금 일부의 결제를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은 사안에서, 병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갑의 일련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본 사례

원고, 피상고인

주식회사 하컴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대환외 2인)

피고, 상고인

에스케이건설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이규홍 외3인)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에 관하여

민법 제756조 에 규정된 사용자책임의 요건인 ‘사무집행에 관하여’라는 뜻은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업활동 내지 사무집행행위 또는 그와 관련된 것이라고 보여질 때에는 행위자의 주관적 사정을 고려함이 없이 이를 사무집행에 관하여 한 행위로 본다는 것이고, 외형상 객관적으로 사용자의 사무집행에 관련된 것인지의 여부는 피용자의 본래 직무와 불법행위의 관련 정도 및 사용자에게 손해 발생에 대한 위험창출과 방지조치 결여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있는지를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다75921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실 즉, 판촉물 도소매업을 하는 소외 1은 2004. 8.경 사실은 피고가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원고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소외 2에게 “피고가 공사발주처 및 행정관청에 대한 선물 등으로 사용하기 위해 상품권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원고가 이를 납품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 피고가 비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이니 비밀로 해야 한다. 피고의 담당임원은 소외 3 상무이고 담당자는 소외 4 대리이다”라고 거짓말하였고, 그 무렵 피고의 공사계약팀 대리이던 소외 4는 소외 1의 부탁을 받고 원고의 임원인 소외 5를 만나 같은 취지로 거짓말한 사실, 원고는 피고에게 납품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2004. 8. 20.부터 2007. 12.경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소외 4에게 상품권을 교부하였는데, 당시 소외 1과 소외 4는 피고의 명판과 위조한 사용인감을 상품권발주서와 인수증에 날인하는 방식으로 거래를 하여 온 사실, 소외 4는 2007. 12.경 피고의 업무지원팀으로 이동하면서 위와 같은 상품권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당시 소외 1은 소외 5에게 “피고가 소외 4를 상품권 거래업무에서 빠지게 하고 소외 3 상무가 직접 담당하기로 하였다”라고 거짓말한 사실, 소외 1은 2007. 12.경 소외 4로부터 위조한 피고의 사용인감을 돌려받은 후 위 사용인감과 보관하고 있던 피고의 명판으로 피고 명의의 상품권발주서와 인수증을 위조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 소외 1은 그 무렵 원고를 안심시키기 위해 소외 4로부터 피고의 법인인감이 날인된 사용인감신고서 양식과 법인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아 사용인감신고서 양식의 “사용인감” 란에 자신이 위조한 사용인감을 날인한 후 법인인감증명서와 함께 원고에게 교부한 사실, 원고는 피고에게 계속 납품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2007. 12.경부터 2008. 5. 15.까지 사이에 수회에 걸쳐 소외 1에게 상품권을 교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는 건설회사로서 발주처로부터 건설공사를 도급받아 시공하고 인·허가관청과 공사 진행에 관한 사항을 조율하는 것을 그 주된 사무로 하는 점, 피고의 직원인 소외 4는 발주처 및 인·허가관청 관련자들에게 선물로 제공하기 위해 피고가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처럼 원고를 기망하였고, 피고 명의의 상품권발주서 및 인수증을 위조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후 원고로부터 직접 상품권을 교부받기까지 하였던 점, 소외 4가 2007. 12.경 이후에는 직접 상품권발주서 및 인수증을 위조하거나 원고로부터 상품권을 교부받지는 않았지만 원고가 계속 기망상태에 빠져 있도록 하였고, 나아가 소외 1이 원고로부터 상품권을 계속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피고의 사용인감신고서 양식과 법인인감증명서를 소외 1에게 교부하고 그 전에 교부했던 피고의 명판을 회수하지도 않았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위와 같은 소외 4의 일련의 행위는 외형상 객관적으로 피고의 사무집행에 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용자책임의 요건 중 ‘사무집행 관련성’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2점에 관하여

피용자의 불법행위가 외관상 사무집행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있어서도, 피용자의 행위가 사용자나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의 사무집행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피해자 자신이 알았거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에는 사용자 혹은 사용자에 갈음하여 그 사무를 감독하는 자에 대하여 사용자책임을 물을 수 없고, 한편,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이라 함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피용자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는 것으로 거의 고의에 가까운 정도의 주의를 결여하고, 공평의 관점에서 피해자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상태를 말한다 ( 대법원 2000. 11. 24. 선고 2000다1327 판결 ,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3다36133 판결 등 참조).

원심은, 소외 4가 피고의 공사계약팀 대리였던 사실, 원고의 전무인 소외 5가 소외 4에게 상품권을 교부한 장소가 피고의 본사 건물 2층 접견실 또는 본사 건물 앞 커피숍이었고 피고 명의로 원고에게 상품권 대금이 송금된 적이 없는 사실, 소외 1이 원고에게 교부한 피고의 사용인감신고서에 날인된 사용인감 인영에는 사용인감 번호가 ‘117’로 되어 있는 반면 그 아래에 기재되어 있는 사용인감 번호는 ‘제113호’로 되어 있는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피고의 담당 임원에게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이 맞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소외 4 또는 소외 1에게 상품권을 계속 공급한 사실은 인정되나, 원고로서는 피고의 공사계약팀 대리인 소외 4가 공사입찰 및 하도급계약 체결 업무에 사용하기 위해 상품권을 구입하고 그 실무를 소외 4가 담당하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점, 소외 4와 소외 1이 원고에게 ‘상품권 대금을 송금한 사람은 피고의 직원이고 비자금으로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인 명의로 송금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는 소외 4가 소외 5에게 직접 수표로 상품권 대금을 지급하였던 점, 소외 1이 원고에게 교부한 피고의 사용인감신고서에 날인된 사용인감 번호와 그 아래에 기재되어 있던 사용인감 번호가 일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용인감신고서에 피고의 법인인감이 날인되어 있고 법인인감증명서까지 첨부되어 있었던 점, 원고는 피고가 비자금으로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므로 그와 같은 상태에서 피고의 임원에게 전화를 걸거나 다른 방법으로 피고가 이 사건 상품권을 구입하는 것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사실만으로는 소외 4의 일련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원고가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는 2004. 8. 20.부터 2008. 4. 11.까지 사이에 10만 원짜리 상품권 295,700장을 소외 4 또는 소외 1에게 교부하고 그 대금인 295억 7,000만 원을 모두 지급받은 사실, 원고는 그 이후인 2008. 4. 14.부터 2008. 5. 15.까지 사이에 10만 원짜리 상품권 31,000장을 소외 1에게 추가로 교부하였으나 그 대금 중 1억 원 만을 지급받고 나머지 30억 원을 지급받지 못한 사실, 원고는 2007. 12.경 소외 4가 더 이상 상품권 거래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이며 상품권 거래업무는 피고의 소외 3 상무가 직접 담당할 것이라는 소외 1의 말을 듣게 되자 그 무렵 피고와의 거래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피고의 인감신고서와 법인인감증명서를 교부받았으나 정작 피고의 소외 3 상무에게는 거래사실의 진위를 확인한 바 없었던 사실, 원고는 2007. 12.경 이전까지는 소외 4에게 상품권을 직접 교부하고 인수증과 상품권발주서에 소외 4의 서명날인을 받아 왔으나 2007. 12.경 이후에는 피고 회사의 소외 3 상무에게 상품권을 직접 교부한 것이 아님은 물론 그로부터 인수증과 상품권발주서에 서명날인을 받지도 아니하였던 사실, 단지 원고는 피고 회사와 거래한다는 소외 1의 말과 소외 4가 소외 1에게 교부한 인감신고서의 기재만을 신뢰한 채 소외 1에게 상품권을 교부하고 그로부터 위조된 인수증과 상품권발주서를 교부받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이 사건 상품권거래는 원고가 알고 있기로도 건설회사인 피고가 불법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으로 비밀리에 수백억 원대의 상품권을 구입한다는 것이어서 매우 비정상적인 거래였음이 분명한 점, 원고가 이 사건 상품권거래로 인하여 손해를 입게 된 것은 최종거래기간 동안의 상품권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기 때문인데, 원고는 최종거래기간 동안의 거래와 관련하여 피고 회사의 소외 3 상무에게 거래의 진정성 여부를 전혀 확인한 바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에게 상품권을 직접 교부하거나 인수증 등을 교부받은 것도 아니었던 점, 원고는 소외 4가 상품권 거래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거래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에서 사용인감신고서를 교부받았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용인감신고서에 날인된 인감번호와 기재된 인감번호는 일견하여 보더라도 상이한 것이어서 그 자체로 진정성이 의심스러운 것이었던 점, 원고가 인식한 바와 같이 비자금 운용으로서 이 사건 상품권거래가 이루어진 것이라면 추적이 가능한 수표로 대금을 지급하는 것도 이례적이라 할 것인 점, 그와 같은 상황에서 원고는 피고 회사에 대하여 별다른 확인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채 거액의 상품권 거래를 지속하여 왔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더라면 소외 4의 일련의 행위가 그 직무권한 내에서 적법하게 행하여진 것이 아니라는 사정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이를 직무권한 내의 행위라고 믿음으로써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에 현저히 위반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공평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불법적으로 조성된 비자금 운용에 편승하여 손쉽게 상품권 거래에 따른 차익을 얻으려 한 원고를 구태여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용자책임이 면책되는 ‘피해자의 중대한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3.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arrow
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0.2.12.선고 2009나66657
본문참조조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