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이행보증계약에 기한 보증인의 보증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음을 이유로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2]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행보증계약 계약자와 보증채권자 사이에 다툼이 있다고 하여도, 보증인으로서는 보증금지급채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그 판단에 관한 위험을 자신이 부담하여 지체책임 발생에 따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이행보증계약에 기한 보증인의 보증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보증인에게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즉 지급거절의 권능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보증금지급의무가 실제로 발생하여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보증인은 보증채권자에게 이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지는 한 그 이행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는 보증금을 채권자의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지체책임도 면하게 된다.
[2]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이행보증계약 계약자와 보증채권자 사이에 다툼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보증계약상 보증채무의 이행거절사유로 정하여지지 아니한 이상 보증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보증인으로서는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보증계약에서 정하여진 대로 보증채권자가 제출하는 관련 서류 등을 검토함으로써 스스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판단에 관한 위험은 보증인 자신이 부담하여야 하므로, 보증인이 보증금을 즉시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에 좇아 보증금을 보증채권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진 한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 사례.
참조판례
[1]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951 판결 (공1995상, 463)
원고, 피상고인 겸 상고인
한국토지주택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달희)
피고, 상고인 겸 피상고인
건설공제조합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천지인 담당변호사 유철균)
주문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구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의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1. 원심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였다.
가. 원고는 1999. 10. 5. ○○건설 주식회사(상호가 2001. 4. 6. ‘○○종합건설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가 그 해 12. 14. ‘□□건설산업 주식회사’로 변경되었다. 이하 ‘○○건설’이라고 한다) 및 □□건설 주식회사(2001. 12. 22. 위의 □□건설산업 주식회사에 합병되었다. 이하 ‘□□건설’이라고 한다. 이상의 두 회사를 합하여 ‘○○건설 등’이라고 한다)와의 사이에, 각각 ○○건설 등이 원고로부터 대구 남구 (주소 생략)주거환경개선사업지구 내 아파트건설공사의 1공구토목건축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고 한다)를 공사대금 합계 11,240,910,000원, 공사착공일 1999. 10. 20.로 정하여 수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도급계약(이하 ‘이 사건 도급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도급계약에 의하면, ○○건설 등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하여 준공기한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성하지 못하거나 완성할 가능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원고가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공사계약일반조건 제44조 제1항 제2호).
나. ○○건설 등은 피고와의 사이에 이 사건 공사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하여 원고를 보증채권자로 하여 이행보증계약(이하 ‘이 사건 보증계약’이라고 한다)을 각 체결하였다. 그 계약에 의하면, 피고는 ○○건설 등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 기한 공사 등의 계약의무를 약정한 보증기간 내에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보증금을 지급하고(제1조, 제2조), 원고는 보증금 청구 전에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하여야만 이를 청구할 수 있으며(제5조), 피고는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받은 경우에 원고로부터 손해 사정과 관련된 서류를 징구하여 보증금 지급에 필요한 조사를 마친 후 지급할 보증금을 지체없이 결정하여 그 결정으로부터 7일 이내에 보증금을 지급하기로 한다(제9조).
다. ○○건설은 이 사건 공사를 시행하던 중 임금체불, 자재대금 미지급 등으로 인하여 간헐적으로 이 사건 공사를 중단하였다가 2001. 6. 30.경 부도가 났고, □□건설도 같은 해 7. 6.경 부도를 냄으로써 이 사건 공사는 전면적으로 중단되었다. 원고는 그 무렵부터 여러 차례에 걸쳐 ○○건설 등에게 이 사건 공사를 재개할 것을 독촉하였으나, ○○건설 등은 종내 이 사건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건설 등이 이 사건 도급계약에서 정한 준공기한까지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 2001. 8. 24. ○○건설 등에게 각기 이 사건 도급계약을 해지한다는 통지를 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피고에게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금을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고, 같은 해 10. 4. 위에서 본 이 사건 보증계약 제9조에 따라 피고에게 보증금의 지급에 필요한 심사자료를 제출하였다.
라. □□건설과 ○○건설은 2001. 10. 11.과 같은 해 12. 5.에 원고에 대하여 “원고는 제3채무자인 피고가 발행한 보증서에 기하여 피고에게 보증금을 청구하거나 보증금을 수령하여서는 아니된다. 피고는 원고에게 위 보증서에 기한 보증금을 지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한 각 보증금지급금지가처분결정을 받았다( 대전지방법원 2001카합794호 및 광주지방법원 2001카합927호 . 이하 각 ‘제1가처분결정’, ‘제2가처분결정’이라고 부르고, 이들을 합하여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라고 한다). 원고는 2002. 1. 29. 제1가처분결정에 대하여 이의를 신청하였는데 상대방인 □□건설의 변론기일 불출석 등으로 같은 해 6. 2.에 제1가처분신청은 취하된 것으로 간주되었고, 같은 달 17일 피고에게 제1가처분결정의 집행해제결정이 송달되었다. 제2가처분결정에 관한 가처분신청도 2005. 6. 28.에 적법하게 취하되었다.
마. □□건설은 2002. 6. 21. 원고를 상대로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는 □□건설이 부도가 났다는 사정만으로 준공기한 내에 이 사건 공사를 완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원고의 막연한 추측에 근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여 무효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도급계약해지의 무효확인청구소송(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02가합2337호 . 이하 ‘이 사건 해지무효확인소송’이라고 한다)을 제기하였는데, 2003. 12. 18. “이 사건 도급계약은 원고의 2001. 8. 24.자 해지 의사표시에 의하여 적법하게 해지되었다”는 이유로 청구기각판결을 선고받았고, 그 판결은 □□건설의 항소 및 상고가 모두 기각됨으로써 2004. 3. 25. 확정되었다.
바. 원고는 2001. 8. 24. 이후에도 여러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이 사건 보증계약에 기한 계약이행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지무효확인소송 등이 계속되어 있음을 이유로 그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하다가 2006. 6. 28.에 이르러 원고에게 이 사건 보증계약에 따른 보증원금 1,105,962,700원을 지급하였다.
2. 원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1) 원심은 원고의 주장, 즉 피고는 원고가 이 사건 보증계약을 해지하고 피고에게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한 2001. 8. 24.부터 위 보증원금의 지급 전일까지의 기간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금의 지급에 관한 이행지체책임을 진다는 주장에 대하여, 이 사건 보증계약에 기한 피고의 보증금지급의무가 발생하였음은 이를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각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는 동안에는 피고가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고, 따라서 피고는 그 가처분결정에 기한 지급금지의 효력이 상실된 다음날부터, 즉 □□건설에 관한 보증금에 대하여는 제1가처분결정의 집행해제결정을 송달받은 다음날인 2002. 6. 18.부터, ○○건설에 관한 보증금에 대하여는 피고가 이 사건 해지무효확인소송의 확정판결에 기하여 보증금지급청구를 받은 다음날인 2004. 4. 24.부터 각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① 이 사건 보증계약에 기한 보증금의 지급에 대한 지급금지가처분은 보증채무의 존부를 결정짓는 이 사건 도급계약의 적법한 해지 여부에 대하여 당사자들 사이에 명백한 다툼이 있어 보증사고의 발생이 미확정상태임을 전제로 한 것인 점, ②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서 직접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보증금의 지급청구 및 수령을 금지하고,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보증금의 임의지급을 금지하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효력에 의하여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이 사건 보증계약의 주채무와 그 보증채무의 발생 여부가 미확정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으므로 피고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존재를 이유로 집행공탁을 할 수 없음은 물론 채권자의 수령거절 또는 채권자불확지를 원인으로 한 변제공탁을 할 수도 없는 점, ④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효력이 그대로 존속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보증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경우에 따라서 채무 없는 변제를 강요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는 점, 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는 그 가처분에서 정한 담보공탁금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여 이를 배상받아야 할 것인 점, ⑥ 한편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존재는 그 효력의 유무를 떠나서 적어도 피고로 하여금 이 사건 보증계약의 주채무 및 보증채무의 존부에 관한 의심을 가지게 하는 상당한 사유로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그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원고가 이 사건 보증계약의 보증사고발생에 관한 책임이 ○○건설 등에게 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 대한 보증금의 지급금지를 명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은 피고가 보증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원심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유효하게 존속하는 동안에는 피고가 이 사건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을 수긍할 수 없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제3채무자인 피고에 대하여 보증금의 임의지급을 금지하고 있다고 하여도, 이는 피고의 보증금 지급 등 위반행위의 효력을 가처분채권자인 ○○건설 등에 대하여 대항할 수 없다는 것뿐이고, 피고의 원고에 대한 보증금지급의무 자체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의 보증금지급의무에 관하여 지급금지가처분결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으로써 피고에게 그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 즉 지급거절의 권능( 민법 제536조 , 제588조 등 참조. 이는 금전채무자가 지체책임에 관하여 ‘과실 없음’을 주장하지 못한다는 것과는 차원을 달리한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고, 보증금지급의무가 실제로 발생하여 그 이행기가 도래하면 피고는 보증채권자인 원고에게 이를 이행하여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지는 한 그 이행의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 등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채권가압류에 관한 대법원 1994. 12. 13. 선고 93다951 판결 참조). 다만 그는 보증금을 채권자의 수령불능을 이유로 변제공탁함으로써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그에 따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지체책임도 면하게 된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집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되는 손해를 당해 가처분에서 정한 담보공탁금에 대한 권리의 행사로써 배상받을 수 있다는 사정은 위와 같은 피고의 지체책임 발생 여부와 무관하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심은 이 사건 가처분결정의 효력으로 잠정적이기는 하나 이 사건 보증계약에 기한 보증금지급채무의 발생 여부가 미확정상태인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는 등의 사정을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피고가 이 사건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하는 근거의 하나로 들고 있다. 그러나 비록 이 사건 도급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되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원고와 ○○건설 등과의 사이에 다툼이 있다고 하여도, 그것이 이 사건 보증계약상 보증채무의 이행거절사유로 정하여지지 아니한 이 사건에서 그러한 다툼이 있다는 것만을 들어 피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채권자인 원고에 대하여 보증인으로서 보증채무를 이행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자신의 보증금지급채무가 발생하였는지 여부를 이 사건 보증계약에서 정하여진 대로 원고가 제출하는 관련 서류 등을 검토함으로써 스스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그 판단에 관한 위험은 보증인 자신이 부담하여야 한다. 따라서 보증인이 보증금을 즉시 지급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판단에 좇아 보증금을 원고에게 지급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지체책임 발생의 다른 요건이 갖추어진 한 그로부터 발생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들어 그것이 유효하게 그대로 존속하고 있는 이상 원칙적으로 피고는 이를 이유로 보증금의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고 보고 이 사건 가처분결정에 기한 지급금지효력이 각 상실되었다는 시기 이후에야 비로소 지체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한 것에는 이행지체책임 또는 지급금지가처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취지는 이유 있다.
3. 피고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본다.
피고는, 피고가 □□건설과의 사이에 체결한 보증계약에 기한 보증금지급채무에 관하여 지체책임을 지는 것도 이 사건 해지무효확인소송에서 원고의 승소판결이 2004. 3. 25.에 확정됨으로써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에 관한 귀책사유가 수급인인 ○○건설 등에 있는 것임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후에 원고가 보증금의 지급을 청구한 다음날인 2004. 4. 24.부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도급계약의 해지가 적법하게 행하여졌는지 여부에 관한 재판상 다툼의 귀추와 같은 채권자와 주채무자 사이의 사정은 앞서 본 바와 같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보증금지급채무의 이행지체로 인한 법적 책임의 발생에 영향이 없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상고이유의 주장는 더 살펴볼 필요 없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