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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다88832 판결
[양수금][미간행]
판시사항

[1] 민법 제766조 제1항 에 정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의 의미 및 그 판단 기준

[2] 금원 갈취의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갈취 사실을 밝힌 시점에는 그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에 소로써 구한 손해배상채권이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한 사례

[3] 금원 갈취 피해자가 한 채권양도통지에 강박에 의한 증여 취소의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지만, 채권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이에 기한 양도통지 또한 무효인 이상 위 취소의 의사표시만을 유효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송백 담당변호사 오윤덕)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형태)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이 되는 민법 제766조 제1항 소정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이란 손해의 발생, 위법한 가해행위의 존재, 가해행위와 손해의 발생과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는 사실 등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하여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하였을 때를 의미하고, 피해자 등이 언제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을 현실적이고도 구체적으로 인식한 것으로 볼 것인지는 개별적 사건에 있어서의 여러 객관적 사정을 참작하고 손해배상청구가 사실상 가능하게 된 상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인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22249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이 소외 1이 피고의 협박으로 2001. 7. 17.부터 2002. 10. 14.까지 수차례에 걸쳐 합계 6억 원을 갈취당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갈취’라 한다), 그 후 2003. 11. 19. 수사기관에 피고의 이 사건 갈취사실을 밝힌 사실, 이에 피고는 이 사건 갈취의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고 그 판결이 확정된 사실, 한편 소외 1은 2007. 8. 28. 원고에게 이 사건 갈취금원에 관한 채권을 양도하고(이하 ‘이 사건 채권양도’라 한다)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그 양수채권 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에 기하여 양수금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관하여, 소외 1은 적어도 위와 같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갈취사실을 밝힌 시점에는 그 불법행위의 손해 및 가해자를 알았다고 보아야 하고 이 사건 소는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제기되었으므로 위 손해배상채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정당하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기산점 및 그 입증책임에 관한 법리오해나 채증법칙 위배,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상고이유에서, 피고에 대한 앞서 본 유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위 소멸시효가 진행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판결들은 모두 이 사건과 사안이 달라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그리고 원심판결의 이유와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더라도, 위 시효소멸에 관한 피고의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원심이 이에 관한 판단유탈, 석명의무 위반, 법리오해로 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은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없다.

2. 원심은, 이 사건 갈취로 인한 금원지급(이하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라 한다)의 취소로 발생한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양수하였음을 전제로 그 채권에 기한 양수금의 지급을 구하는 원고의 청구에 대하여, 소외 1이 이 사건 채권양도 전인 2005. 11. 11. 소외 2에게 이 사건 갈취금원에 관한 채권을 양도하고(이하 ‘종전 채권양도’라 한다) 2005. 11. 28. 피고에게 그 양도사실을 통지한 사실, 그 후 소외 2가 그 양수한 채권에 기하여 피고를 상대로 양수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다가 종전 채권양도가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라는 이유로 그 청구를 기각당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2가 제기한 위 양수금청구의 소는 그 양수채권이 손해배상채권임을 전제로 하였다고 보이는 점, 원고도 2008. 1. 14.자 준비서면에서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의 양도통지라고 밝히고 있는 점에 비추어, 종전 채권양도통지는 손해배상채권만을 양도한 취지의 통지로 봄이 상당하므로 거기에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한다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소외 1이 피고의 강박상태에서 벗어나 위와 같이 수사기관에 이 사건 갈취사실을 진술한 2003. 11. 19.경부터 3년의 제척기간 내에 그 취소권을 행사하였음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그 취소권은 이미 제척기간의 경과로 소멸되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의 위 청구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종전 채권양도통지에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하는 의사표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

우선 원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종전 채권양도통지는 ‘앞서 본 유죄의 확정판결에 명시된 원금 6억 원 및 그 이자에 대하여 채권회수청구권 등 일체의 권한을 소외 2에게 양도하였으니 위 돈을 소외 2에게 변제하여 달라’는 내용으로, 그 문언상 피고로부터 갈취당한 돈을 회수할 수 있는 청구권 일체를 양도하였다는 취지가 비교적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어, 그 양도채권이 손해배상채권에 국한되었다고 해석하기는 곤란하다. 게다가 금원을 갈취당한 피해자가 그 피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가지게 되는 손해배상채권과 부당이득반환채권 중 부당이득반환채권은 자신에게 유보해 두고 손해배상채권만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경우란 통상 상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더욱 그러하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소외 2가 종전 채권양도에 기하여 제기한 위 양수금청구의 소는 그 청구원인이 단지 종전 채권양도에 따라 양수한 채권의 지급을 구한다는 취지일 뿐 그 양수채권이 손해배상채권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변론의 전 과정을 통하여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 및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양도통지라는 주장을 기본적으로 견지하여 왔음을 알 수 있고, 다만 2008. 1. 14.자 준비서면에서 이와 달리 종전 채권양도통지가 손해배상채권의 양도통지라고 주장한 이유는 손해배상채권의 양도를 통지한 때에도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를 취소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적 주장을 전개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고 이해된다. 따라서 원심이 이 부분 판단의 근거로 든 앞서 본 사정들은 그 판단의 합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종전 채권양도통지에는 손해배상채권 외에 부당이득반환채권도 양도하였다는 취지가 포함되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고, 이러한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양도통지는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의 취소와 그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채권의 발생을 당연히 전제하고 있으므로, 종전 채권양도통지에는 위와 같은 취소의 의사표시가 묵시적으로 포함되었다고 볼 수 있다(이와 같은 취소로 발생하는 부당이득반환채권에 관한 종전 채권양도는 장래채권의 양도로서 유효하다). 따라서 이와 달리 판단한 원심에는 종전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종전 채권양도는 소송신탁에 해당하여 무효이므로 이에 기한 종전 채권양도통지 또한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데,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의 취소는 종전 채권양도를 전제로 그 양도통지에 포함되어 이와 일체로 이루어진 의사표시로서 종전 채권양도와 그 양도통지가 없다면 그 존재가 추단되지 않는 종적 지위를 가지는 데 불과하므로, 종전 채권양도와 그 양도통지가 무효인 이상 위 취소의 의사표시만 유효하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변론을 통하여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한 바 있는 이 사건에서, 종전 채권양도통지로 이 사건 강박에 의한 증여가 취소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결론적으로 정당하고, 채권양도통지에 관한 의사해석을 그르치고 취소권의 행사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이에 관한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기록에 비추어 보면, 소외 1이 피고의 강박상태에서 벗어나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시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고,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한 잘못이 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게 하기로 관여 대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영란(주심) 이홍훈 민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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