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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7다67654 판결
[채무부존재확인등][미간행]
판시사항

[1]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있어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금융기관이 그 귀책사유로 특약사항을 지키지 못하여 보증기관이 면책되는 경우 특약사항 불이행에 보증기관의 잘못이 경합되었다고 하여 이러한 사정을 보증채무의 면책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소극)

원고, 피상고인

세도농업협동조합 (소송대리인 변호사 박영주)

피고, 상고인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장석)

주문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그 채택증거를 종합하여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법’에서 정한 금융기관인 원고가 2000년 5월부터 같은 해 9월까지 같은 법이 정한 신용보증기금 관리기관인 피고의 신용보증서를 담보로 농민인 이 사건 채무자들에게 ‘2000 농어민 부채경감대책’에 따른 그 판시 각 농업경영개선자금을 대출한 사실, 원고는 위 대출금채무의 신용보증인인 피고의 업무위탁에 따라 채무자들에 대한 신용조사 등의 업무를 처리함에 있어 지침이 되는 그 판시 업무처리지침 및 경영평가기준의 규정을 위반하여 채무자들의 농외소득이나 영농규모를 과대 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규정상 대출부적격자들에 대하여도 피고의 신용보증 하에 이 사건 각 대출을 실행하였는데, 이러한 규정위반행위는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서 제2조, 제6조, 신용보증면책기준 제12항 등에 정한 보증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사실, 이 사건 채무자들은 그 대출금의 전부 혹은 일부를 원심 판결 별지 내역표 기재와 같이 원고에 대한 기존 대출금채무의 변제에 충당하였는데 그 중 일부는 피고의 신용보증 하에 이루어진 대출이었던 사실, 2002. 8. 9.부터 2005. 3. 25. 사이에 이 사건 채무자들의 대출금채무 연체에 따른 보증사고가 발생하여 보증인인 피고가 원고의 요구에 따라 이를 대위변제한 사실, 그 후 위 보증인 면책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규정위반의 부당대출행위가 정부 합동조사결과 밝혀져 이에 피고가 위 대위변제금 상당의 부당이득의 반환을 구하자 원고가 그 채무부존재확인청구의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대출은 피고가 대출실적 부진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까지 경고하면서 원고에게 대출실행을 독려함으로써 이루어진 점, ② 위 업무처리지침 등의 내용이 복잡하여 해석상 오류의 위험이 있었던 점, ③ 이 사건 업무위탁계약서에 따르면 피고도 필요한 경우 위탁업무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었음에도 원고에 대한 감독권 행사를 소홀히 한 잘못이 있다는 점, ④ 이 사건 대출채권자이자 신용보증의 수익자인 원고에게 대출적격자 심사권한과 의무를 모두 부여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고, 피고가 사전통제나 심사 없이 사후 감사에 따른 책임만을 묻는 것은 신의칙 혹은 공서양속에 반한다는 점, ⑤ 이 사건 대출은 고리의 기존 농업용 대출 등의 원리금 상환용으로 시행된 정책자금대출인데, 위 대출금 일부가 피고가 기왕에 보증하였던 기존 대출금채무의 원리금 상환에 사용되어 그만큼 피고의 기존 보증채무가 소멸하게 된 점 등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 각 신용보증서에 기하여 원고에게 지급한 대위변제금 308,519,930원 중 피고의 기존 신용보증 담보액 상당의 대출금 상환에 사용된 193,431,612원은 ‘민법’ 제744조 가 정하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점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위 인용금원 상당액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러나 ‘민법’ 제744조 가 정하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있어서 그 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것인지 여부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그 비채변제의 급부가 수령자에게 그대로 보유되는 것이 일반인의 법감정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그 대상인 착오에 의한 비채변제가 강행법규에 위반한 무효의 약정 또는 상대방의 고의·중과실의 위법행위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인 경우에는 그러한 변제행위를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라고 속단하여서는 안 될 것이고 ( 대법원 1996. 12. 20. 선고 95다52222, 52239 판결 , 대법원 2007. 10. 12. 선고 2005다64675 판결 등 참조), 한편 금융기관이 그 귀책사유로 특약사항을 지키지 못하면 면책약관조항에 따라 보증기관의 책임이 면책되는 것이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금융기관이 특약사항을 이행하지 못한 데에 보증기관의 잘못이 경합되었다고 하여 별도의 불법행위책임을 추궁할 수 있음은 몰라도 그와 같은 사정을 보증기관의 보증채무 면책범위를 정함에 있어 참작할 근거는 없는 것이다 (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0다3003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와 원심의 인정 사실에 의하면, 먼저 원심이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의 근거로 드는 사유 중 ①항 내지 ④항의 점들은, 전문 금융기관의 지위에서 고의 혹은 중과실에 가까운 명백한 규정위반의 부당대출행위를 한 원고가 그 때문에 면책되는 보증채무 상당액을 그 정을 알지 못하는 피고로부터 수령한 것이 도의관념에 적합한 변제라고 보기에 합당한 근거가 될 수는 없고, 그러한 원고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피고가 제대로 감독하지 아니한 과실이 인정된다 하여 달리 볼 것도 아니다.

다만, 원심이 제시한 사유 중 ⑤항의 점은, 위 규정위반의 부당대출행위로 말미암아 결과적으로 피고가 기왕에 보증하였던 기존 대출금채무의 보증책임을 면제받는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볼 수도 있어, 그 부분에 해당하는 이 사건 대출금 상당액을 부당이득반환의 대상에서 제외하고자 하는 원심의 의도에 수긍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 직접적 원인이 된 원고의 위 규정위반행위가 명백한 부실대출에 해당하는 이상 전문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원고의 입장에서는 용납되기 어려운 비도덕적 행위라는 점, 제1심과 원심의 일치된 사실인정과 같이 피고가 보증한 기존 대출금과 이 사건 대출금 사이에 대환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이상 이 사건 대출에 기한 보증금의 지급을 그와 동일성 없는 기존 대출관계를 들어 거부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점, 이 사건 대출은 법률상 당사자이자 채권자인 원고 자신의 업무에 속하는 것이지 피고의 대출업무를 원고가 대행한 것은 아니어서 그 부실대출에 따른 손실을 원고가 부담하게 되는 것이 도의관념에 반한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피고가 보증하였던 기존 대출시점과 이 사건 대출 및 그 보증사고의 발생시점이 상이할 뿐만 아니라 원고가 기존 대출의 관리업무 혹은 이 사건 대출의 실행에 관한 업무를 적정하게 수행한 경우에도 기존 대출의 보증사고가 발생하였을 것이라고는 단정할 수 없다는 점 등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위 ⑤항의 사정을 근거로 이 사건 각 대출금 중 피고의 기존 신용보증부 대출금 상환에 사용된 금액 상당의 대위변제가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이 위와 같은 사정만을 근거로 피고의 이 사건 대위변제금 중 일부에 대한 원고의 반환채무가 존재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것은, ‘민법’ 제744조 가 정하는 도의관념에 적합한 비채변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차한성(재판장) 고현철 김지형(주심) 전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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