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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70189 판결
[손해배상(기)등][미간행]
판시사항

[1]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의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허용되지 않는 경우

[2] 국가공무원 갑이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시효완성 이전에 판결문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을의 인격적인 법익 침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었고, 위조된 위 판결문에 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을이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상태가 계속되었으므로, 이때 국가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원고, 피상고인

원고 1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창조 담당변호사 이덕우)

피고, 상고인

대한민국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한 경우,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는 경우,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한 경우, 또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 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29895 판결 ,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다32332 판결 등 참조).

2. 원심판결이 인용한 제1심판결은 그가 채택한 증거를 종합하여, 망 소외 1은 피고 산하 육군 제8사단 제16연대 제1대대장(대위)으로서 6.25 사변에 참여하였다가 1950. 8.경 정당한 사유가 없이 제16연대장 소외 2의 즉결처분에 의하여 총살당한 자이고, 원고들은 망인의 처와 아들인 사실, 소외 2는 위와 같은 즉결처분에 대한 비난을 모면하기 위하여, 망인이 적전비행죄(적전비행죄)로 육군 제1군단 고등군법회의에서 1950. 8. 17. 사형판결을 선고받은 것처럼 위 고등군법회의 판결문(이하 ‘이 사건 판결문’이라 한다)을 위조하고 이에 관한 사형집행 기록 등도 모두 위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건의 진상을 은폐·조작한 사실, 원고들은 망인이 전쟁 중에 사망하였을 것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으나 그 사망경위 등에 관하여 피고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통지도 받지 못한 사실, 그런데 1999.경 망인의 동생인 소외 3은 이 사건 판결문과 관련기록 등의 진위에 대하여 의심을 품고 육군본부 보통군사법원에 재심을 청구하였으며, 육군본부를 거쳐서 위 재심사건을 담당하게 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2003. 12. 3. “망인에 대한 고등군법회의 재판은 열리지 않았고, 이 사건 판결문과 관련 기록 등은 모두 소외 2에 의하여 조작되었으며, 그 판결의 전제가 되는 공소제기마저 없었다.”는 이유로, 망인에 대한 공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2003재고합1 ), 그 무렵 위 재심판결이 확정된 사실, 원고들은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어렵게 생활하다가 위 재심판결의 확정 이후인 2004. 10.경 망인을 국가유공자(전몰군경)로 등록한 사실 등을 인정하고, 이러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 산하 육군 연대장이던 소외 2가 원고들에게 적전에서 비행을 저지른 비겁한 군인의 유족이라는 오명(오명)을 씌우고 사실상 망인의 사망의 진상을 밝히기 곤란하게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하였으므로 피고는 이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다음 그 손해배상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피고의 항변에 대하여는 그 판시의 사유를 들어 소멸시효의 주장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3. 위 인정의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2가 망인의 사망경위를 은폐·조작하는 등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을 침해한 1950. 8.경 원고들의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구 예산회계법(1989. 3. 31. 법률 제4102호로 전문 개정 되었다가 2006. 10. 4. 법률 제8050호 국가재정법 부칙 제2조에 의하여 폐지된 것으로서, 2006. 12. 31.까지 시행된 것) 제96조 제2항 , 제1항 에 의하여 그로부터 5년이 경과한 1955. 8. 31.경 원고들의 국가배상청구권에 관한 장기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편, 위 사실관계에서 쉽게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이 사건에서는, 피고 소속 국가공무원인 소외 2가 그 시효완성 이전에 이 사건 판결문을 위조하는 등의 방법으로 원고들의 인격적인 법익 침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권 행사를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들었고, 위조된 위 판결문에 대하여 법원이 2003. 12. 3. 재심판결을 선고하고 그 무렵 위 재심판결이 확정됨으로써 그에 관한 시정조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이에 관한 국가배상청구를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운 장애 상태가 계속 되었다 할 것이니 위 1항에 설시한 법리에 비추어 피고가 이 사건에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을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는 이유로 배척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국가배상법상 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에 관한 법리오해 등 재판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일환(재판장) 양승태(주심) 박시환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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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6.9.28.선고 2006나26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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