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7. 12. 14. 선고 2007므1690 판결
[이혼등][미간행]
판시사항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의 의미와 그 판단기준 및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혼청구의 인용 여부(원칙적 적극)

원고, 상고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우진 담당변호사 김훈외 2인)

피고, 피상고인

신삼현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승 담당변호사 고미진)

사건본인

사건본인 1외 2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은, 그 채택 증거를 종합하여, 원고와 피고는 1987. 7. 9. 혼인한 이후 피고의 잦은 실직으로 인하여 원고가 우유배달, 화장품외판 등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고 피고가 음주, 외박을 일삼는 바람에 부부관계도 소원해 지게 된 사실, 피고는 1999년경부터 카드도박에 빠져 도박장소를 알선하는 일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도박자금을 빌려주던 소외인과 가까이 지내면서 소외인과 함께 밤늦게 택시를 타고 원·피고의 집 앞까지 동행하였다가 원고와 마주친 일이 있었고, 소외인은 2004. 12.경 원고에게 전화하여 ‘피고의 말에 넘어가 돈을 떼었는데 피고와는 부부같이 지내온 사이니 남편 단속 잘하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 등 원고가 피고의 부정행위를 의심할 만한 사정이 있었던 사실, 또 피고는 2000년경에는 주식투자를 하였다가 실패하고 2002년경부터는 다단계판매업에 종사하였다가 다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되었으며, 이로 인하여 원고도 많은 채무를 지게 된 사실, 한편 원고와 피고는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자주 부부싸움을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피고가 폭력을 행사한 적도 있는 사실, 이러한 사정들로 원·피고의 불화는 심해졌고, 이에 원고는 2005. 3.경 피고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렵다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후 2005. 8.경에는 집을 나와 피고와 따로 생활하고 있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런 다음 원심은, 앞서 본 바와 같은 피고의 무책임한 생활태도로 말미암은 경제적 어려움과 다액의 금전채무 부담, 자녀 교육문제 등을 둘러싼 잦은 부부싸움과 피고의 유형력 행사, 피고의 부정행위를 의심케 하는 정황의 존재, 이러한 사정들로 인해 극심해진 원·피고 간의 불화는 인정되나, 피고가 지난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면서 원고가 가정으로 돌아오길 바라고 있고 자녀들과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원고만 마음을 돌리면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가 원만하게 회복될 여지가 있는 상태로 보이므로, 그 혼인관계가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이혼청구와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2. 그러나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할 수 없다.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연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제반사정을 고려하여 보아 부부의 혼인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다고 인정된다면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이혼청구는 인용되어야 한다 ( 대법원 1991. 7. 9. 선고 90므1067 판결 , 대법원 1994. 5. 27. 선고 94므130 판결 등 참조).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혼인 초기부터 피고의 경제적 무능과 책임감 결여로 사실상 홀로 생계유지를 떠맡아 오느라 적지 않은 고통을 받아왔음에도, 피고는 이를 덜어주기는커녕 1999년경 이후 도박과 투기적 경제활동으로 다액의 채무까지 지고 그 과정에서 원고를 신용불량자로 만들어 버리는 등 오히려 그 고통을 가중시켜 온 점, 게다가 피고가 외박, 음주, 도박 등을 일삼고 그 부정행위를 의심하게 할 만한 소지를 제공하는 등 무절제하고 불성실한 생활태도로 일관함으로써 원고의 피고에 대한 불신과 불만도 오랫동안 누적되어 온 점,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피고의 진지한 반성과 태도변화가 전혀 없었던 데다가 이를 슬기롭게 풀어 나가려는 원고의 노력도 부족하였으며 오히려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그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도 발생함으로써 원·피고 간의 불화가 심화되고 이에 상응하여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상실도 더해 간 점, 원·피고 간에는 별거 전 10년 가까이 성관계가 없었고 또 첫째 딸 사건본인 1이 탄원서(갑 제12호증의 1)에서 원·피고의 관계를 물과 기름의 관계로 비유한 데서 짐작할 수 있듯이 위와 같은 애정과 신뢰의 상실은 상당히 뿌리가 깊고 그만큼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는 점, 결국 원고는 이와 같은 상황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피고와 재결합할 의사가 추호도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는 점, 한편 피고는 이혼을 원치 않는다고 하나 피고에게 진정으로 애정과 신뢰에 바탕을 두고 혼인관계를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며, 피고와 자녀들의 관계 또한 원만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첫째딸 사건본인 1은 원·피고의 이혼에 반대하지 않는다고까지 증언하고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피고 사이의 혼인관계는 그 바탕이 되어야 할 애정과 신뢰가 상실되어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었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원고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고 보기에 충분하며, 나아가 그 파탄의 원인에 대한 원고의 책임이 피고의 책임보다 더 무겁다고 인정되지도 않으므로, 원고의 이혼청구는 인용되었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원심은 그 혼인관계의 파탄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모두 배척하였는바, 거기에는 민법 제840조 제6호 소정의 이혼사유 내지 혼인파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이 점에 관하여 채증법칙 위배 또는 심리미진으로 사실을 오인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능환(재판장) 김용담 박시환(주심) 박일환

arr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