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와 유가증권 상장신청법인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 및 그 상장폐지결정의 법적 성질
[2]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제정한 유가증권상장규정의 법적 성질
[3]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제정한 유가증권상장규정의 특정 조항을 무효라고 보아야 하는 경우
[4] 주권상장법인이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정한 구 유가증권상장규정의 상장폐지조항의 효력(무효)
판결요지
[1]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그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고, 상장회사의 신청이 없는 상태에서의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에 의한 상장폐지 내지 상장폐지결정은 그러한 사법상의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일방적인 의사표시이다.
[2]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증권거래법의 규정에 따라 제정한 유가증권상장규정은,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일반적, 추상적인 규정으로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볼 수는 없고, 증권거래법이 자치적인 사항을 스스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제정된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의 자치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장계약과 관련하여서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다수의 상장신청법인과 상장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 즉 약관의 성질을 갖는다.
[3]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가 제정한 유가증권상장규정은 법률의 규정에 근거를 두고 상장법인 내지 상장신청법인 모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실질적으로 규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어 관련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을 그 내용으로 할 수는 없고,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는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위 상장규정의 특정 조항이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남으로써 정의관념에 반한다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함으로써 그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조항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4]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구체적인 재무상태나 회생가능성 등을 전혀 심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한 구 유가증권상장규정(2003. 1. 1. 시행)의 상장폐지규정은, 그 규정으로 달성하려는 ‘부실기업의 조기퇴출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과 위 조항에 따라 상장폐지될 경우 그 상장법인과 기존 주주들이 상실할 이익을 비교할 때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고, 또한 구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에 따른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하여 차별하는 것에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어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 정의관념에 반한다. 아울러 위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할 경우에 과도한 불이익을 가하여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에 기한 회생의 기회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회사정리절차를 통하여 조기에 부실을 종료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사실상 구 회사정리법상 보장된 회사정리절차를 밟을 권리를 현저히 제약하는 것이어서,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조기에 회사를 정상화하도록 하려는 구 회사정리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 따라서 위 상장폐지규정은 무효이다.
참조조문
[1]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 제15조 , 제16조 , 증권거래법 제88조 [2]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 증권거래법 제88조 , 제115조 [3]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 제15조 제2항 , 증권거래법 제85조 , 제88조 , 제115조 [4] 증권거래법 제88조 , 구 유가증권상장규정(2003. 1. 1. 시행) 제37조 제1항 제9호,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부칙 제2조로 폐지) 제1조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1조 참조), 제30조 제1항 (현행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조 제1항 참조)
원고, 피상고인
정리회사 충남방적 주식회사의 관리인 소외인의 소송수계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고유창)
피고, 상고인
주식회사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담당변호사 곽경직외 1인}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2점 내지 제4점에 대하여
피고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의 규정에 따라 설립된 주식회사로서, 그 유가증권시장에 유가증권의 상장을 희망하는 발행회사와 피고 사이에 체결되는 상장계약은 사법상의 계약이고, 상장회사의 신청이 없는 상태에서의 피고에 의한 상장폐지 내지 상장폐지결정은 그러한 사법상의 계약관계를 해소하려는 피고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라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증권거래법 제88조 제2항 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유가증권의 심사 및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유가증권의 관리를 위하여 피고가 상장규정을 정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다음, 제3항 에서 그 상장규정에 정할 사항을 열거하고 있는바, 이러한 증권거래법의 규정에 따라 제정한 피고의 유가증권상장규정(이하 ‘상장규정’이라고만 한다)은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성격을 주식회사로 규정한 이상 이를 행정기관이 제정하는 일반적, 추상적인 규정으로서 법령의 위임에 따라 그 규정의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가지면서 그와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을 가지는 법규명령이라고 볼 수는 없고, 그 대신 증권거래법이 자치적인 사항을 스스로 정하도록 위임함으로써 제정된 피고의 자치 규정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상장계약과 관련하여서는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피고가 다수의 상장신청법인과 사이에 상장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의 내용, 즉 약관의 성질을 갖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기본적으로는 피고와 상장법인 사이의 관계가 상장계약이라는 사법상의 계약을 통하여 맺어지는 것이기는 하지만, 피고는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에 의하여 그 설립이 강제됨과 아울러 피고가 아닌 자는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선물시장 또는 이와 유사한 시설을 개설하거나 유사시설을 이용하여 유가증권의 매매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15조 제2항 )에 의하여 유가증권시장을 개설할 수 있는 법률상의 독점권을 부여받고 있을 뿐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증권거래법에 의하여 그 유가증권시장을 운영함에 필요한 상장규정을 정할 권한까지 가지고 있어서 자신의 주식을 유가증권 거래시장에 상장하여 거래를 하고자 하는 법인은 피고가 개설한 거래시설에서 피고가 정한 상장규정에 따라 거래를 할 수밖에 없고 피고의 회원이 아닌 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매매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으므로( 증권거래법 제85조 ), 결국 위 상장규정은 법률의 규정에 근거를 두고 상장법인 내지 상장신청법인 모두에게 당연히 적용되는 규정으로서 실질적으로 규범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으니만큼 관련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사항을 그 내용으로 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유가증권의 매매거래 및 선물거래에 있어서 공정한 가격의 형성 및 안정과 원활한 유통이 피고의 존립 목적이라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한국증권선물거래소법 제4조 제1항 ) 피고는 고도의 공익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장규정의 특정 조항이 비례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남으로써 정의관념에 반한다거나 다른 법률이 보장하는 상장법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함으로써 그 법률의 입법 목적이나 취지에 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그 조항은 위법하여 무효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 사건에 나타난 여러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건대, 구 회사정리법(2005. 3. 31. 법률 제7428호로 제정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부칙 제2조로 폐지)은 재정적으로 궁핍한 상태에 있으나 경제적으로 갱생의 가치가 있는 주식회사의 정리·재건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제1조 ), 경제적 가치가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해체됨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경제적인 손실을 방지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가 있으므로, 그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부실이 심화되어 회생이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기 전에 정리절차에 의한 정상화 절차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법 취지에 부합하는 운용이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위 법은 정리절차 개시요건 중의 하나로 되어 있는 ‘채무변제불능’을 파산원인이 되는 지급불능 정도의 심각한 상태가 아니라 ‘사업의 계속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는 정도’의 수준으로 규정( 제30조 제1항 )함으로써 너무 늦지 않은 단계에서 회사의 재건을 도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데, 이러한 회사정리법의 제반 규정과 입법 취지에 비추어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하였다 하여 곧 그 회사의 재정상태가 주식상장을 불허할 정도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할 것이고, 오히려 그 개시신청만으로 상장을 폐지하면 회생가능한 기업의 정상화를 막아 사회경제에 손실이 초래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으로 말미암아 재정상의 어려움을 겪는 회사들이 상장폐지를 면하고자 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회피하다가 결국 부실을 심화시키거나 장기화시켜 정상화의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적지 아니한 점, 부실상태가 심각한 기업을 조기에 주식시장에서 퇴출시키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은 다른 상장폐지조항만으로도 충분히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보면, 오로지 회사정리절차의 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업의 구체적인 재무상태나 회생가능성 등을 전혀 심사하지 아니한 채 곧바로 상장폐지결정을 하도록 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그 규정으로 달성하려는 ‘부실기업의 조기퇴출과 이를 통한 주식시장의 거래안정 및 투자자 보호’라는 목적과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위 조항에 따라 상장폐지될 경우 그 상장법인과 기존 주주들이 상실할 이익을 비교할 때 비례의 원칙에 현저히 어긋나는 것이고, 또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한 기업만을 곧바로 상장폐지하도록 하고 있어서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이라고만 한다)에 따른 공동관리절차를 선택한 기업에 비하여 차별하고 있는데 그러한 차별에 다른 합리적인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형평의 원칙에도 어긋나 정의관념에 반한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회사정리절차를 선택할 경우에 과도한 불이익을 가하여 회사정리법에 기한 회생의 기회를 현저하게 제한하고 회사정리절차를 통하여 조기에 부실을 종료할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사실상 회사정리법상 보장된 회사정리절차를 밟을 권리를 현저히 제약하는 것이어서, 앞서 본 바와 같이 부실이 심화되기 전에 조기에 회사를 정상화하도록 하려는 회사정리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도 할 것이다 (더욱이 2006. 4. 1. 시행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서는 기존의 경영자를 관리인으로 임명하는 제도, 채권자협의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그 실질적인 역할 수행을 위하여 비용을 당해 기업이 부담하게 하는 제도, 그리고 회생계획의 인가 이전이라도 법원의 허가를 얻어 영업 또는 사업의 중요한 일부를 양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인수·합병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 등이 신설되어 회사정리법과 비교할 때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한 채무자의 절차 진입을 조기에 유도하여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도모함과 동시에 회생절차를 활성화하고 또한 회생절차의 조기종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기업회생절차가 대폭 개편되었으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지금의 상황에서 보자면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더더욱 부당하고 균형을 잃은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회생절차의 사회적 효용을 중시하여 회생절차 중에 있다는 점을 이유로 하는 차별적 취급을 금지하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2조의2 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사건 상장폐지규정은 위법한 조항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같은 취지의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상장폐지절차와 기촉법상 공동관리절차의 의미, 비례의 원칙 및 형평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하여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부칙조항은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과 별도로 그 요건과 법률효과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의 경과규정 내지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을 원칙으로 하여 그 적용을 제한하는 예외조항으로서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이 유효한지 여부에 따라 그 효력이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같은 취지에서,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무효이어서 이 사건 부칙조항도 무효라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은 이 사건 상장폐지조항과 이 사건 부칙조항과의 관계에 관한 법리오해, 심리미진 등의 위법이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