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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7. 6. 1. 선고 2005다5843 판결
[가압류이의][미간행]
판시사항

[1] 아파트 분양광고의 법적 성질(=청약의 유인) 및 분양광고의 내용 중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

[2] 아파트 분양광고의 내용 중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과 부대시설에 준하는 것으로서 분양자가 이행 가능한 것은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한 사례

[3] 부동산 거래에 있어 신의칙상 거래 상대방에 대한 고지의무를 부담하는 경우 및 거래 상대방이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위 고지의무를 면하게 되는지 여부(소극)

[4] 아파트 분양자는 아파트 단지 인근에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사실을 수분양자에게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한 사례

[5]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입증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 법원이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는지 여부(적극)

[6]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허용되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에 수탁자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상의 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제3자가 가지는 손해배상채권도 포함되는지 여부(적극) 및 ‘신탁재산에 기인하지 않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중에서 그 불법행위로 증가된 신탁재산의 가치와 채권자의 손실 사이에 어떠한 대가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에도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허용되는지 여부(적극)

[7]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에 있어서 수탁자의 허위·과장의 분양광고로 인하여 수분양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수분양자가 가지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이 비록 위자료청구권이라 할지라도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에 해당한다고 본 사례

채권자, 상고인

채권자 1외 557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송진훈외 3인)

채무자, 피상고인

한국자산신탁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정수외 4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분양계약의 내용에 관한 법리오해의 점에 관하여

청약은 이에 대응하는 상대방의 승낙과 결합하여 일정한 내용의 계약을 성립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확정적인 의사표시인 반면 청약의 유인은 이와 달리 합의를 구성하는 의사표시가 되지 못하므로 피유인자가 그에 대응하여 의사표시를 하더라도 계약은 성립하지 않고 다시 유인한 자가 승낙의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비로소 계약이 성립하는 것으로서 서로 구분되는 것이다. 그리고 위와 같은 구분기준에 따르자면, 상가나 아파트의 분양광고의 내용은 청약의 유인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데 불과한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선분양·후시공의 방식으로 분양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의 거래사례에 있어서 분양계약서에는 동·호수·평형·입주예정일·대금지급방법과 시기 정도만이 기재되어 있고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이하 아파트 및 그 부대시설을 포괄하여 ‘아파트’라고만 한다)의 외형·재질·구조 및 실내장식 등(이하 위 사항들을 포괄하여 ‘외형·재질 등’이라고만 한다)에 대하여 구체적인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경우가 있으나, 분양계약의 목적물인 아파트에 관한 외형·재질 등이 제대로 특정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체결된 분양계약은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므로, 비록 분양광고의 내용, 모델하우스의 조건 또는 그 무렵 분양회사가 수분양자에게 행한 설명 등이 비록 청약의 유인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그러한 광고 내용이나 조건 또는 설명 중 구체적 거래조건, 즉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수분양자가 분양자에게 계약 내용으로서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여지는 사항에 관한 한 수분양자들은 이를 신뢰하고 분양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고 분양자들도 이를 알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분양계약시에 달리 이의를 유보하였다는 등의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에 이를 분양계약의 내용으로 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채권자들과 코레트신탁 주식회사(이하 ‘코레트신탁’이라고만 한다) 사이에 체결된 이 사건 분양계약서(갑 제2호증의 1 내지 622)에는 분양의 목적물이 건물과 대지의 면적 및 그 동과 호수를 표시한 아파트 1동과 이에 따른 전기, 도로, 상수도시설 기타 부대시설(공용)로 되어 있고, 기타사항(제17조)으로 견본주택 내에 시공된 제품은 특별한 사정 없이 타사 제품으로 변경될 수 없고 견본주택 및 각종 인쇄물과 모형도상의 구획선 및 시설물의 위치, 설계도면 등의 표시가 계약체결일 이후 사업계획 변경승인 및 신고 등에 따라 일부 변경된 경우에는 코레트신탁이 수분양자들에게 이를 통보하기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온천, 바닥재(원목마루), 유실수단지, 테마공원, 서울대학교의 이전, 일산과 금촌을 연결하는 도로의 확장, 콘도이용권의 제공, 전철복선화와 관련하여 아무런 내용이나 조건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위와 같은 내용 이외에는 아파트의 외형·재질에 대하여 별다른 내용이 없어 위 분양계약서는 그 자체로서 완결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분양계약은 목적물의 외형·재질 등이 견본주택(모델하우스) 및 각종 인쇄물에 의하여 구체화될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나아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 사건 광고 내용 중 도로확장 및 서울대이전 광고, 전철복선화에 관한 광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외형·재질과 관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통념에 비추어 보더라도 수분양자들 입장에서 분양자인 코레트신탁이 그 광고 내용을 이행한다고 기대할 수 없는 것들이므로 허위·과장 광고라는 점에서 그 광고로 인하여 불법행위가 성립됨은 별론으로 하고 그 광고 내용이 그대로 분양계약의 내용을 이룬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이와 달리 온천 광고,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유실수단지 광고 및 테마공원 광고는 이 사건 아파트의 외형·재질 등에 관한 것으로서, 그리고 콘도회원권 광고는 아파트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부대시설에 준하는 것이고 또한 이행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 분양계약의 내용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분양광고의 내용을 구분하여 살피지 아니한 채 그 전부에 관하여 그와 같은 아파트만을 공급하기로 하는 합의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분양계약에 있어서 당사자의 의사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채권자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2. 공동묘지 존재사실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 여부에 대하여

부동산 거래에 있어 거래 상대방이 일정한 사정에 관한 고지를 받았더라면 그 거래를 하지 않았을 것임이 경험칙상 명백한 경우에는 신의성실의 원칙상 사전에 상대방에게 그와 같은 사정을 고지할 의무가 있으며, 그와 같은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직접적인 법령의 규정뿐 아니라 널리 계약상, 관습상 또는 조리상의 일반원칙에 의하여도 인정될 수 있고 ( 대법원 2006. 10. 12. 선고 2004다48515 판결 등 참조), 일단 고지의무의 대상이 되는 사실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이미 알고 있는 자에 대하여는 고지할 의무가 별도로 인정될 여지가 없지만, 상대방에게 스스로 확인할 의무가 인정되거나 거래관행상 상대방이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실제 그 대상이 되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던 상대방에 대하여는 비록 알 수 있었음에도 알지 못한 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그 점을 들어 추후 책임을 일부 제한할 여지가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고지할 의무 자체를 면하게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아파트 단지 내 118동 및 116동의 북서쪽으로 아파트단지 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위치하여 있고 위 초등학교의 바로 뒤편 야산에는 재단법인 낙원공원이 관리·운영하는 분묘 기수가 4,300여 기에 이르는 대규모의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사실, 코레트신탁이 제작·배포한 이 사건 아파트에 대한 광고전단뿐만 아니라 분양안내책자 및 조감도 등에는 신설될 위 초등학교 부지만 표시되어 있고 위 공동묘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은 수목이 식재된 야산으로만 나타나 있을 뿐이고 공동묘지는 표시되어 있지 아니한 사실 등을 알아볼 수 있는바, 이처럼 일차적으로 수분양자들의 오해를 유발한 사정과 함께 아직까지의 우리 사회의 통념상으로는 공동묘지가 주거환경과 친한 시설이 아니어서 분양계약의 체결 여부 및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일 뿐만 아니라 대규모 공동묘지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곳에 아파트단지가 들어선다는 것은 통상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까지를 감안할 때 위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잘 알고 있었던 코레트신탁으로서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던 수분양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수분양자들에게 위와 같은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고지할 신의칙상의 의무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채권자들 중 공동묘지의 존재사실을 알고 있었던 자와 알지 못하였던 자를 구분하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인정한 다음, 그 인정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공동묘지는 그 규모와 위치에 비추어 현장을 방문하여 확인하거나 인근 주민들에게 탐문하는 방법으로 쉽게 그 존재를 알 수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 또 실제 현장을 방문한 채권자들 중 상당수는 공동묘지의 존재를 알았을 것으로 추측된다는 점 및 위 공동묘지의 존재는 이로 인하여 장차 분양계약의 효력이나 이에 따른 채무의 이행에 장애를 가져와 수분양자가 분양목적물에 대한 권리를 확보하지 못할 위험이 생길 사정에 해당하지도 아니한다는 점을 들어 채권자들 모두에 대한 관계에서 고지의무의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단한 데에는, 채증법칙 위반으로 인한 사실오인, 심리미진 내지는 고지의무의 위반으로 인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채권자들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3. 손해액 산정방식에 관하여

법원은 위자료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피해자측과 가해자측의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금액을 정하여야 하므로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당해 사고로 입은 재산상 손해에 대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 및 그 배상액의 다과 등과 같은 사유도 위자료액 산정의 참작 사유가 되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인정되는데도 입증곤란 등의 이유로 그 손해액의 확정이 불가능하여 그 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이러한 사정을 위자료의 증액사유로 참작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1984. 11. 13. 선고 84다카72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광고 중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하는 부분과 관련하여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채권자들이 코레트신탁의 위법한 기망행위로 인하여 입은 재산상 손해액을 ① 채권자들이 실제 지급한 분양대금액에서 ② 기망행위에 의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던 당시를 기준으로 한 이 사건 아파트의 시가(즉, 채권자들이 주장하는 적정 분양대금의 가액)을 차감한 액수로 산정하는 입장에서 볼 때 차감항목인 ②의 가액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만한 방법이 없다고 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또한 이처럼 재산상 손해액의 산정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입장에서라면 원심이 판시하는 바와 같이 그러한 사정을 정신적 손해의 산정에 참작하여 배상할 손해액을 산정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 채증법칙 위반, 이유불비, 이유모순, 판단누락, 석명의무 위반 등의 잘못이 있다는 상고이유의 주장들은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

반면, 앞서 본 바와 같이 기망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이 아니라 계약책임을 인정함이 상당한 온천광고, 바닥재(원목마루) 광고 등과 관련하여서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 산정 문제에 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다 할 것이나, 계약책임에 의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도 기록상 온천 광고일인 1998. 2. 15. 이전에 이미 청약한 자들이 있으나 그 분양계약체결일은 모두 위 온천 광고일 이후인 사정을 알아볼 수 있어 채권자들 중 온천광고 이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한 자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들에 대하여는 위자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채무자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채무자의 주장과 같이 분양대금 납입상의 혜택을 제공한 이후 분양계약 체결건수가 급증한 사실이 통계상 확인된다 하더라도 그동안 온천광고가 계속되었고 그것이 시장에서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라고 여겨지는 이상 온천광고는 채권자들의 분양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분양계약 체결시점이 위와 같은 혜택이 제공된 시점 이전인지 아니면 이후인지에 따라 수분양자들의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달라진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원심이 지적하는 사정 이외에 추가로 분양계약 체결시점을 변수로 하여 위자료의 수액이 달라져야 한다는 채무자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온천 광고 또는 공동묘지 존재사실의 불고지와 관련한 손해와 달리 바닥재(원목마루) 광고와 관련한 손해에 있어서는, 이 사건 감정 결과상의 손해액이 거래사례를 비교하여 특정시점의 아파트 시가를 산정하고 다시 그 시가를 기초로 다른 시점의 아파트 시가를 산정하는 방식으로 계산된 것이 아니라 광고 내용에 따라 시공하는 경우와 실제 시공된 것과의 시공원가의 차이를 계산하여 평당 손해액(평당 135,000원)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반면 달리 그 시공원가의 산정이 잘못되었다는 반증도 없는 이상, 이 부분 손해에 관하여는 재산상 손해액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확정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가적으로 설시해 둔다.

4. 신탁법 제21조 제1항 단서의 해석에 관하여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채권자는 수탁자의 일반채권자와는 달리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데( 신탁법 제21조 제1항 ), 여기서 말하는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에는 신탁재산의 관리 또는 처분 등 신탁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자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상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자인 제3자가 가지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도 포함되는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왜냐하면, 신탁자 또는 수탁자의 고유재산으로부터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보장하려는 것이 신탁법의 고유한 목적임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오늘날 수탁자의 사무가 전통적인 영역인 단순한 재산 관리의 수준을 넘어서서 활발한 대외적인 활동을 수반하기에 이른 만큼 그에 상응하여 피해자에 대한 보호방안의 필요성을 외면하기 어렵고, 다른 한편으로 대리인이나 고용인이 그 자신의 일반적인 권한 내에서 행동한 경우 본인이나 사용자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듯이 그 자신의 일반적인 권한 내에서 행동하는 수탁자는 비록 신탁자 개인에게 책임을 귀속시킬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책임을 귀속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공평에 부합한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유에서 피해자인 제3자로 하여금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므로, 신탁업무를 수행하는 수탁자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상의 행위로 인하여 제3자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인 이상, 신탁재산에 속하는 공작물의 숨은 하자에서 생기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이나 신탁사무의 처리로서 매각한 신탁재산의 숨은 하자에 대한 담보책임과 같이 신탁재산 자체에서 연유하는 권리와 대비하여 원심이 지적하는 바와 같은 이른바 ‘신탁재산에 기인하지 않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 중에서 그 불법행위로 증가된 신탁재산의 가치와 채권자의 손실 사이에 어떠한 대가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라 할지라도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사건 분양형 토지신탁계약에 있어서 신탁사무란 신탁재산인 토지상에 아파트를 신축한 다음 이를 일반분양하여 그 개발이익을 신탁자에게 다시 환원하는 것이고, 따라서 그 판시와 같은 허위 내지 과장의 분양광고로 인하여 수분양자인 채권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면 이는 수탁자의 통상적인 사업활동상의 행위로 인하여 수분양자인 신청인들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채권자들이 가지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은 그것이 비록 위자료청구권이라 할지라도 신탁법 제21조 제1항 단서 소정의 ‘신탁사무의 처리상 발생한 채권’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서서 코레트신탁의 허위, 과장광고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채권자들의 위자료채권은 신탁재산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거나 신탁재산 자체로부터 연유하지 아니하였고, 또한 불법행위로 채권자들이 입은 고통과 대가적 관련성이 있는 신탁재산의 가치증가를 가져오지도 않았으므로 그에 기한 신탁재산에 대한 강제집행은 허용할 수 없다고 한 데에는, 신탁재산에 대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는 채권의 범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나머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도 이유 있다.

5.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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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고등법원 2004.12.7.선고 2004나22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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