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주식의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에 기한 주식거래가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되는 경우 및 증권회사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행위를 한 것인지 여부의 판단 기준
[2] 과당매매의 성립 여부는 반드시 증권업자가 고객의 계좌를 지배한 기간 전체의 거래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여부(소극)
[3]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 여부의 판단 기준
[4]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산정 기준
참조조문
[1] 민법 제750조 , 제756조 , 증권거래법 제107조 [2]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 증권거래법 제107조 [3] 민법 제105조 , 제393조 , 제506조 , 제750조 , 제763조 , 민사소송법 제202조 , 증권거래법 제107조 [4] 민법 제393조 , 제750조 , 제763조 , 증권거래법 제107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4603 판결 (공1997하, 3596) 대법원 2002. 3. 29. 선고 2001다49128 판결 (공2002상, 994) 대법원 2006. 2. 9. 선고 2005다63634 판결 [4]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 (공1992, 2235)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3다49542 판결 (공2004상, 230)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2다12659 판결
원고, 피상고인
원고 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새시대 담당변호사 유태현)
피고, 상고인
피고 1 주식회사외 1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외 1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과당매매의 성립 여부에 관하여
증권회사가 고객과 포괄적 일임매매 약정을 하였음을 기화로, 그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함으로써 고객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 이 경우 증권회사의 직원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과당매매 행위를 한 것인지의 여부는 고객 계좌에 대한 증권회사의 지배 여부, 주식 매매의 동기 및 경위, 거래기간과 매매횟수 및 양자의 비율, 매입 주식의 평균적 보유기간, 매매 주식 중 단기매매가 차지하는 비율, 동일 주식의 매입·매도를 반복한 것인지의 여부, 수수료 등 비용을 공제한 후의 이익 여부, 운용액 및 운용기간에 비추어 본 수수료 액의 과다 여부, 손해액에서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율, 단기매매가 많이 이루어져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의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주식 매매의 반복이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1997. 10. 24. 선고 97다24603 판결 , 2006. 2. 9. 선고 2005다63634 판결 등 참조).
한편, 증권업자가 일정 기간 동안 고객의 계좌를 지배하였다고 하여 반드시 그 계좌 지배 기간 전체의 거래를 기준으로 과당매매 성립 여부를 판단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만약 그 중 일부 기간의 거래는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과도한 거래가 반복되었음이 인정되지만 나머지 기간의 거래는 그렇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일부 기간의 거래만을 기준으로 과당매매 성립 여부를 판단할 수도 있다.
원심은 그 채용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피고들이 원고로부터 주식거래를 포괄적으로 일임받은 소외 1, 2를 통하여 이 사건 계좌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점, 피고 1 주식회사(이하 ‘ 피고 1 회사’이라고 한다) 계좌의 경우 일임거래 기간인 1999. 8. 10.부터 2000. 5. 4.까지 약 9개월여 간 2,490회에 이르는 빈번한 매매횟수, 8.26회에 이르는 과도한 월평균 매매회전율, 투자 순수익이 3억여 원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5억 원 상당의 수수료를 포함하여 19억 원 이상의 거래비용이 지출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예탁금 44억 원 중 16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점, 피고 2 주식회사(이하 ‘ 피고 2 회사’이라고 한다) 계좌에 있어서는 2000. 5. 4.부터 2001. 4. 13.까지의 전체 일임거래 기간 중에서 2000. 5. 4.부터 같은 해 6. 30.까지의 초반 2개월여 간의 거래(이하 ‘ 피고 2 회사 제1거래’라고 한다)의 경우 512회에 이르는 빈번한 매매횟수, 16.96회에 이르는 과도한 월평균 매매회전율, 4억여 원의 수수료를 포함하여 5억 원 이상의 거래비용이 지출되고 결과적으로 총 예탁금 27억여 원 중 15억 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점, 피고 1 회사에서의 거래 및 피고 2 회사 제1거래의 경우 매수한 당일 혹은 적어도 3일 이내에 매수한 가격보다도 저렴하거나 거의 같은 가격 또는 수수료 등을 공제하면 거의 이익이 남지 않는 가격에 매도하는 형태의 거래가 상당수 있었는데, 소외 1 등이 그 거래들을 운용함에 있어 단기매매가 필요하였던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면, 당시 주가가 하락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피고 1 회사에서의 거래 및 피고 2 회사 제1거래에 있어서 소외 1 등의 주식매매행위는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없고, 고객인 원고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원고의 이익을 무시하고 피고들의 영업실적을 증대시키기 위한 과당매매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다.
앞에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위 주식매매행위에 대하여 과당매매에 해당한다고 근거로 삼은 사유들에 대한 사실인정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위 사유들에 의하면 위 주식매매행위는 전문가로서의 합리적인 선택이라 할 수 없으며 소외 1 등이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고객인 원고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한 결과 고객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힌 것이므로 과당매매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 할 것이다. 원심은 위 주식매매행위가 원고의 이익을 무시하고 피고들의 영업실적을 증대시키기 위한 행위여서 불법행위가 성립된다고 보았으나 이는 고객의 이익을 등한시하고 무리하게 빈번한 회전매매를 한 결과 고객인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위 주식매매행위에 대하여 과당매매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므로,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과당매매에 관한 법리오해, 채증법칙이나 경험칙 위반, 판단누락 등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
2.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 여부에 관하여
채권의 포기(또는 채무의 면제)는 반드시 명시적인 의사표시만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아니고 채권자의 어떠한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에 의하여 그것이 채권의 포기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기는 하나, 이와 같이 인정하기 위해서는 당해 권리관계의 내용에 따라 이에 대한 채권자의 행위 내지 의사표시의 해석을 엄격히 하여 그 적용 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대법원 1987. 3. 24. 선고 86다카1907, 1908 판결 , 2005. 4. 15. 선고 2004다27150 판결 등 참조).
따라서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고객이 계좌의 거래 내용과 손실 발생 여부를 알고서도 증권업자에게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거나, 오히려 담당 직원의 권유에 따라 다른 증권회사로 계좌를 이관하여 주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고객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위나 계좌를 이관하게 된 동기 등 그러한 행위를 하게 된 전후 사정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행위를 함에 있어서 고객이 증권업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한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 있었는지, 고객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할 만한 동기나 형평상의 이유가 있었는지 여부 등의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원고가 이른바 홈트레이딩시스템(Home Trading System)을 통하여 주식거래 상황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고 매월 피고 회사들로부터 거래내역, 잔고현황을 공식적으로 통보받았음에도 피고 회사들에게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는 등 관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점이나 원고 회사의 자금부장이 피고 2 회사에서의 일임거래를 종료하면서 그때까지의 계좌 내역를 확인한 후 ‘잔고 이상 없음’이라고 서명하여 주었다는 점 등의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소외 1 등의 주식거래 결과를 모두 추인 또는 용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기록과 위 법리에 비춰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과 판단은 옳고 거기에 피고들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손해배상청구권의 묵시적 포기 또는 묵시적 추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 등이 없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원고는 피고 1 회사에서의 거래에서 큰 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소외 1의 요구에 따라 피고 2 회사로 거래 계좌를 이관한 후 소외 1 등으로 하여금 계속 관리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당시 원고 회사의 자금 담당 직원들로서는 이미 너무 큰 손실이 발생한 상황에서 소외 1이 계좌를 이관해 주기만 하면 손실을 전부 회복시켜 주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계좌 이관에 동의하여 주었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계좌 이관의 전후 사정을 감안하면 원심이 들고 있는 제반 사정에다가 계좌 이관에 동의하여 준 사정을 합쳐 본다고 하더라도, 원고가 그때까지의 주식거래 결과를 모두 추인하고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므로, 위와 같은 원심의 조치에 판단 누락으로 인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수도 없다.
3.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과당매매의 불법행위로 인한 재산상의 손해는 위법한 가해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재산상의 불이익, 즉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과당매매가 종료된 이후의 재산상태의 차이를 말한다 ( 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33070 판결 , 2006. 1. 26. 선고 2002다12659 판결 등 참조).
과당매매는 포괄적 일임매매의 약정 등 증권업자에 의한 고객의 계좌 지배가 그 성립요건이므로,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도 최초의 예탁금이 그대로 잔존해 있는 것이 아니라 증권업자에 의한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과당매매 기간 동안 주가가 변동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도 주가 변동에 따라 재산상태의 변동이 있었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 상태는,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의 투자위험이 반영되어야 하므로, 과당매매가 시작되는 시점의 예탁금 및 주식 등의 평가액으로부터, 주가지수 변동률 등을 사용하여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 발생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과 거래비용을 적절히 평가하여 이를 공제한 금액(정상거래 후 잔고)이라고 할 것이고, 결국 그 금액과 과당매매가 종료된 시점의 잔고(과당매매 후 잔고)의 차액을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로 보아 이를 산정함이 원칙이라고 할 것이다.
다만, 실제로는 개별 주식거래의 다양성과 주식시장의 변동성 등으로 인하여, 주가지수 변동률 등의 통계자료만으로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 발생되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손실이나 거래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증권업자가 부담할 최종적인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법원으로서는, 위와 같은 방법에 의해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당해 거래관계에 특수한 상황이 있을 때에는 이를 참작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조정할 필요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안에 따라서는 경험칙이나 논리칙 또는 공평의 원칙에 어긋나지 아니하는 한 아예 ‘과당매매가 시작되는 시점의 계좌상태’와 ‘과당매매 종료 시점의 계좌 잔고’와의 차액에 의해 손해를 산정한 다음, 정상적인 일임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수수료 등 거래비용이 지출되리라는 사정 및 전반적인 주가하락추세 등의 요소로 인해 과당매매가 없었더라도 어느 정도의 손실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는 사정 등을 적절히 참작하여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책임을 감경하는 방법으로 손해배상액을 결정할 수도 있다고 할 것이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제1심판결 이유를 인용하여,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원래는 부담할 필요가 없었으나 과당매매로 인하여 추가로 부담하게 된 거래수수료나 세금 등의 제비용, 과당매매가 아니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고객의 예탁금 손실 등으로 나뉠 수 있으나, 주식거래의 특성상 개개의 거래를 분석하여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를 일일이 분류해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피고 1 회사에 대하여는 최초 예탁금에서 중간 인출금과 과당매매 종료시점의 잔고를 뺀 금원을 기준으로, 피고 2 회사에 대하여는 최초 예탁금에서 과당매매 종료시점의 잔고를 뺀 금원을 기준으로 각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를 산정한 다음, 원고의 과실도 이 사건 손해의 발생이나 확대에 원인이 되었음을 이유로 그 과실비율에 터 잡아 피고들이 배상할 책임의 범위를 제한하면서, 원고가 거래내역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그 관리를 일임하면서 사후관리를 소홀히 한 점, 홈트레이딩시스템을 적극 활용하지 못한 점, 피고 1 회사에서의 거래에서 손해가 발생한 사실을 알았음에도 피고 2 회사로 옮겨서 거래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동의하였다는 점 등의 사정뿐만 아니라 이 사건 과당매매 기간 동안 과다한 수수료가 발생하였던 점, 증권시세가 전반적인 침체국면에 있었던 점 등의 사정들도 아울러 참작하여 피고 1 회사의 책임비율을 40%로, 피고 2 회사의 책임비율을 30%로 제한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는바,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는 원칙적으로 추가로 부담하게 된 제비용과 과당매매가 아니었으면 발생하지 아니하였을 예탁금 손실 등이라고 한 원심의 위 설시는 과당매매가 아니었더라도 발생하였을 제비용이나 예탁금 손실 등은 원칙적으로는 손해의 범주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를 표현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취지를 책임제한의 참작사유로 원심이 들고 있는 여러 사정, 그 책임 제한의 비율, 그 밖에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은 피고들의 배상책임의 범위를 제한함에 있어, 비록 그 이유 설시에 있어 다소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기는 하나,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졌을 경우에도 그에 상응한 거래비용이 지출되었으리라는 사정이나 전반적인 주가하락 등의 요소로 인해 과당매매와 무관하게 어느 정도 손실이 발생되었으리라는 사정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와 같은 원심의 조치는 결국 앞서 설시한 과당매매에 있어 손해배상액을 정하는 방법 중 후자의 방법을 택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과당매매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 등이 없다.
또한,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에서 과실상계 사유에 관한 사실 인정이나 그 비율을 정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사항에 속한다고 할 것인바, 기록과 원심판결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정한 원고의 과실비율이 너무 가벼워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므로, 원심이 정한 과실상계 비율이 적정하지 않다는 취지의 피고 2 회사의 상고이유에서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4. 결 론
그러므로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이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