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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부산지법 2009. 11. 5. 선고 2009노2161 판결
[명예훼손·모욕] 상고[각공2010상,324]
판시사항

아파트 관리사무소 내 회의실에서 아파트 동대표 등 10여 명이 듣고 있는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라고 말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모욕행위에 해당하지 않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판결요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인 피고인이 관리사무소 내 회의실에서 아파트 동대표 등 10여 명이 듣고 있는 가운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라고 말하여 공연히 모욕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회의의 개최 경위 및 내용, 회의 당시 참석자들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 내용 및 분위기, 특히 참석자들의 해명요구에 대하여 피해자가 반응한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의 위 발언이 비속어를 사용하여 다소 무례하거나 불손하게 느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설령 피고인의 위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어 이를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회의에 임하는 피해자의 태도, 피고인이 위 발언을 하게 된 경위, 위 발언이 피고인의 발언 중에 차지하는 비중 및 모욕적 표현의 정도, 피고인의 발언을 전후한 피해자의 응대 내용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피고인 및 검사

검사

김기훈

변 호 인

법무법인 세헌 담당변호사 이준채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은 무죄.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피고인은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지랄해라! 패주겠다!”라고 말한 사실이 없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라고 표현하기는 하였으나, 그와 같은 표현이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 만한 모욕적인 언사라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위와 같은 표현을 하게 된 동기나 경위 등에 비추어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정도에 해당하지 않는 것임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모욕의 점을 유죄로 인정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나. 검사

피고인은 이 사건 공고문에 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을 찍고 그 게시를 승인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과 며칠 전에 피해자의 비리 문제를 적극적으로 문제삼았던 장본인으로서 직접 경비직원들 16명에게 공고문을 나누어주며 붙일 것을 지시하였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명예훼손죄의 정범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설령 그 정범성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피고인은 비상대책위원회의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방조죄가 성립한다고 보아야 함에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하여 명예훼손의 점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다.

2. 판단

가. 모욕죄에 대한 판단

(1) 직권 판단

피고인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피건대, 검사가 당심 계속 중인 2009. 10. 13. 모욕의 점에 관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지랄하네! 패주겠다!’를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로 변경하는 내용으로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하였고, 이 법원이 같은 날 이를 허가함으로써 그 심판대상이 변경되었으므로, 이 점에서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게 되었다.

다만, 위에서 본 직권파기 사유가 있음에도,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은 여전히 이 법원의 심판대상이 되므로, 이에 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변경된 공소사실

피고인은 2008. 10. 14. 20:00경 부산 수영구 남천2동 삼익타워아파트 관리사무소 내 회의실에서, 위 아파트 동대표인 공소외 1 등 10여 명이 듣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공소외 2에게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라고 말하여 공연히 피해자를 모욕하였다.

(3) 당심의 판단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어떤 글이 특히 모욕적인 표현을 포함하는 판단 또는 의견의 표현을 담고 있는 경우에도 그 시대의 건전한 사회통념에 비추어 그 표현이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에는 형법 제20조 에 의하여 예외적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1433 판결 등 참조).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면, 2008. 10. 14. 피해자 공소외 2를 비롯한 삼익타워아파트의 입주민 대표자 7명, 비상대책위원회 5명과 관리사무소장인 피고인이 모여 회의를 한 사실, 위 회의 참석자들은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인 피해자에게, 부산지방노동청 부산동부지청장이 삼익타워 입주자대표회의에 보낸 시정지시(취업규칙 및 근로자명부의 게시, 근로조건의 서면 명시, 근로시간의 신고 등), 방역업체 교체, 상수도 및 승강기 배전함 교체, 관리비 예치구좌 회장 인감 남용 여부 등에 대하여 그 해명을 요구한 사실, 참석자들은 피해자로부터 방역업체 교체, 상수도 및 승강기 배전함 교체 등을 하게 된 경위를 설명받은 다음, 피해자에게 위와 같은 일을 함에 있어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피해자의 잘못을 추궁하였으나, 피해자는 일부 자신의 실수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대체로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취지의 변명으로 일관한 사실,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의 발언에 대하여 종전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언급된 내용과 다를 때는 즉시 이를 확인해보자는 취지로 말하면서(삼익타워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열릴 때마다 그 회의 내용을 녹취하고 있었다) 피해자의 변명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응한 사실, 피해자는 피고인의 이와 같은 태도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하면서 이에 맞서던 중(이와 같은 반응 중에는 ‘이 자식이 지랄이 뭣고, 니 어른 공경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여러 차례 피고인이 자신에게 관리사무소장의 정년을 올려달라고 하였다는 취지로 말하자(한편 피해자는 피고인이 위와 같은 말을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당시 회의에서 아무런 근거자료를 제시하지는 못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위와 같은 말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응한 사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말을 한 반면에, 피해자도 피고인에게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이 있기 전에는 ‘당신이 이 양반아’,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이 있은 후에는 ‘차라, 이놈의 새끼야’ 등과 같은 말을 한 사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이러한 언쟁 직후에도 참석자들과 피해자 사이에 피해자의 대표자 사임 및 새로운 대표자의 선임방법 등에 관하여도 언쟁이 있은 다음 위 회의는 종료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나타나는 2008. 10. 14.자 회의의 개최 경위 및 회의 내용, 회의 당시 참석자들과 피해자 사이의 대화 내용 및 그 분위기, 특히 참석자들의 해명요구에 대하여 피해자가 반응한 태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회의 당시 피해자에게 한 발언인 ‘말도 안 되는 소리 씨부리고 있네. 들고 차버릴라’라는 표현은 비속어를 사용하여 다소 무례하거나 불손하게 느껴질 수 있기는 하지만,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훼손할만한 모욕적 언사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경멸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어 이를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 인정사실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2008. 10. 14. 회의 당시 참석자들이 피해자에게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 요구를 한 것과 관련하여 피해자가 이에 대하여 책임을 회피하거나 거짓 변명을 하는 듯한 태도로 응대를 하고 있었던 점, 피해자는 피고인이 정년 연장 요구를 하였다는 점에 대하여 아무런 증거자료도 제시하지 않은 채 여러 차례 피고인이 이와 같은 요구를 하였다고 말하였고, 피고인이 즉흥적으로 피해자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발하면서 이 사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인 점,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은 피고인의 말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지 아니하고 그 모욕적 표현의 정도도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경미한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피고인과 언쟁을 벌이던 피해자 역시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을 전후하여 ‘당신이 이 양반아’, ‘차라 이놈의 새끼야’라고 응대하였던 점 등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공소사실 기재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달리 피고인의 위와 같은 발언이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은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무죄라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취지의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

다. 명예훼손죄에 대한 판단

(1)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2008. 10. 16. 17:00경 피해자 공소외 2의 비리가 밝혀진 사실이 없음에도, 부산 수영구 남천2동 삼익타워아파트 8개동 11개소 엘리베이터 입구 여백에 가로 30㎝×세로 48㎝ 크기의 용지에 “공고”라는 제목 아래 “···입주자대표회의 비리의혹···”이라는 문구를 관리사무소장 직인을 찍어 부착함으로써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였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의 위 공고가 위 부분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부착된 사실이 인정되지만, 피고인의 원심 법정 진술과 공고문의 기재내용에 의하여, 위 공고에는 “삼익타워주민 비상대책위원회 일동”이 명의자로 기재되어 있고 관리사무소의 명의 및 직인이 우하단 여백의 “10/16 게시승인”이라는 수기문구 옆에 날인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한편 피고인이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위 공고의 부착을 거부할 권한을 가졌음은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피고인이 위 공고에 의한 의사표시의 주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시하였다.

(3) 당심의 판단

주택법 시행령 제57조 제3항 제3호 에 의하면, 입주자 등이 공동주택에 광고물·표지물 또는 표지를 부착하는 행위를 하기 위해서는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삼익타워아파트 공동주택관리규약 제39조 제1항은 관리주체의 동의 기준에 관하여 지정된 장소에 부착하거나 입주자 등에게 홍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행위(정부기관에서 지정된 게시판에 부착하는 행위, 입주자 등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공하는 행위, 안전수칙과 관련하여 지정된 시설에 부착하여 홍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지정된 장소 외에 부착하거나 미관을 해치는 행위(대형 광고물을 단지 안에 설치하는 행위, 발코니 전면과 건물 외벽을 이용하는 광고행위, 광고물·선전물 등 스티커를 부착하는 광고행위)는 부동의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공판기록 제63면), 이에 의하면 이 사건 공고문과 같이 공동주택에 부착되는 표지물 등에는 모두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이는 관리사무소장 명의의 직인이 날인되는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그 동의 여부에 관하여 관리주체는 표지물의 내용에 대해 실질적인 심사를 할 권한은 없고 미관을 해치는 등의 형식적인 요건에 결격사유가 없는 이상 표지물의 부착에 대한 동의를 거부할 수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원심이 적절하게 설시하고 있는 바와 같이 위 공고에 관리사무소의 명의 및 직인이 날인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삼익타워주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아파트 내에 위와 같은 게시물을 부착하기 위한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뿐이므로, 이를 두고 피고인이 위 공고에 기재된 의사표시의 주체가 되었다거나 그 내용에 동의를 하였다고 볼 수는 없고, 설령 피고인이 위 공고문의 내용이 입주민에게 유익하다는 판단 하에 경비직원들 16명에게 위 공고문을 부착하도록 지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게시물 등의 부착에 관한 관리소장으로서의 직무를 적법하게 수행한 것에 불과하므로, 삼익타워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와 피고인 사이에 어떠한 협의가 있었다고 볼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명예훼손 행위의 정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또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공고문의 작성주체가 누구인지 특정되지도 않은 이상 피고인을 이 사건 명예훼손 행위에 대한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결국 원심이 이와 같은 전제에서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공소사실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한 조치로서 수긍이 가므로, 이 점에 관한 검사의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없다.

라. 소결

따라서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 제6항 에 의하여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판결하기로 하되,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한다.

3.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모욕의 점의 요지는, 제2의 가, (2)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앞서 제2의 가, (3)항에서 본 바와 같이 죄가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명예훼손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며,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연욱(재판장) 정영호 김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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