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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2005. 10. 27. 선고 2005도5432 판결
[업무방해][미간행]
판시사항

[1] 업무방해의 결과발생의 염려가 없는 경우, 업무방해죄의 성립 여부(소극)

[2] 소유 임야에서 조경수 조림농장을 운영하는 피고인이 그 소유 임야에 철제울타리를 설치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농장 내 작업도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전답 경작에 지장을 주어 경작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업무방해의 고의 여부 등에 대한 심리미진 등을 이유로 파기한 사례

[3]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수죄 중 일부만이 유죄임에도 전부를 유죄로 인정한 경우, 그와 같은 위법이 판결 결과에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적극)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화우 담당변호사 변재승 외 1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1.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경기 (상세 행정구역 생략) 산 37-1, 38, 40, 42 소재 임야(이하 '이 사건 임야'라 한다)의 소유자로서 그 위에 관상수를 재배·판매하는 농장을 운영하여 왔는데, 피고인의 부친인 공소외 1이 1968.경 농장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하여 이 사건 임야 내에 작업도로를 개설한 사실, 피해자 1, 2, 3, 4, 5 등은 수십 년간 이 사건 임야에 인접한 같은 리 253, 255, 256, 259, 262 등 밭을 소유하면서 농사를 지어 왔는데, 이들은 이 사건 임야 내에 작업도로가 개설되기 전에는 지적도상의 도로(이하 '기존도로'라 한다)를 이용하였으나, 작업도로가 개설된 후에는 작업도로가 폭이 넓고 접근성이 좋아 이용하기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존도로를 이용하지 않고 작업도로를 통하여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구를 운반한 사실, 이 사건 임야 부근에서 농사를 짓던 사람들이 기존도로를 사용하지 않게 됨에 따라 기존도로는 점차 인접농지에 흡수되거나 잡목이 우거지게 되는 등의 이유로 그 폭이 좁아지거나 중간에 끊기는 부분이 생기게 됨으로써, 약 15년 전부터 사실상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기존도로를 통한 트랙터나 경운기 등의 운반도 불가능한 상태가 된 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임야에 불법건축물이 축조되고 관상수가 무단 벌목되거나 훼손되는 등의 피해를 입게 되자, 2002. 3.경 이 사건 임야 주변 등을 철제울타리로 둘러치고 그 입구를 자물쇠로 막았고, 이에 따라 피해자들이 작업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피해자들 중 일부는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부친이 개설한 작업도로에 대한 사용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작업도로를 수십 년간 사실상 경운기, 트랙터 등 농기구의 운반통로로 사용하여 왔고, 피고인도 이를 알면서 이에 관하여 특별히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니하여 사실상 그 사용을 허용하였거나 묵인 또는 방치한 것으로 보이는 점, 기존도로가 지적도 상에 표시되어 있기는 하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음에 따라 사실상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여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작업도로가 농기구를 운반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점, 피고인도 오래 전부터 기존도로가 사실상 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하였다는 것을 알았을 것으로 보이고, 적어도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할 무렵에는 이를 인지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철제울타리를 설치한 주된 목적이 이 사건 임야에 대한 불법적인 소유권침해를 배제하려는 것이지 피해자들의 경작업무를 방해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농사를 짓는데 있어 농기구의 운반은 필수적인 만큼 피고인으로서는 철제울타리의 설치로 인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의 경작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이 사건 임야 주변에 철제울타리를 설치함으로써 피해자들의 경작업무를 방해하였다고 평가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가. 업무방해죄의 성립에 있어서는 업무방해의 결과가 실제로 발생함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방해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나, 결과발생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는 본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작업도로 개설 이전에는 기존도로를 이용하여 경작을 하였던 사실, 피고인이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할 무렵 기존도로를 측량한 결과 그 폭이 약 2m 정도에 이르는 사실, 피해자들은 작업도로를 1년 중 농번기에만 10차례 정도 농기구 운반통로로 사용하였을 뿐 그 이외의 기간에는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기존도로의 복구가 손쉽게 이루어지고 피해자들이 이를 이용하여 종전과 같은 경작을 할 수 있다면 경작업무 방해라는 결과가 발생할 염려가 없다고 볼 여지가 있고, 한편 피고인은 이 사건 임야 내에 인접농지의 경작을 위한 불법 건축물이 건축되기도 하고, 인접농지 소유자들이 이 사건 임야 일부를 침범하여 농작물을 경작하면서 관상수가 무단 벌목되거나 훼손되었으며, 인접농지 경작과정에서 발생한 불씨가 이 사건 임야로 날아들어 관상수가 소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한 것이고, 기존도로를 이용하는 경우 인접농지의 경작이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였다고 변소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경작업무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없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할 당시나 그 후에 피해자들이 종전에 이용하던 기존도로를 복구할 수 있는지, 복구할 수 있다면 피해자들이 기존도로를 이용하여 종전과 같은 경작을 할 수 있는지 등을 자세히 심리한 다음, 이 사건 철제울타리 설치로 피해자들의 경작업무가 방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발생하였는지 여부 및 피고인에게 피해자들의 경작업무를 방해한다는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업무방해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를 지적하는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나. 한편 원심은, 피고인의 이 사건 철제울타리 설치 행위가 형법 제314조 에 해당한다고 인정한 다음 이를 단순일죄로 보아 처단하고 있으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철제울타리를 설치하여 작업도로를 사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피해자들 각자의 경작업무를 방해하였다는 것으로서, 위 각 죄는 1개의 행위가 수개의 죄에 해당하는 형법 제40조 소정의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수죄 중 그 일부만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 그 전부가 유죄로 인정된 경우와는 양형의 조건을 참작함에 있어 차이가 생기고 따라서 선고 형량을 정함에 있어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결국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므로 (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384 전원합의체 판결 , 2004. 6. 25. 선고 2004도1751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한 이후에도 그 소유의 밭에서 경작을 계속함으로써 경작업무가 방해되지 않은 피해자가 있다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여 단순일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고 할 것인바,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경찰에서 '피해자들 중 피해자 5는 그 소유의 경기 (상세 행정구역 생략) 262 전에서, 피해자 3은 그 소유의 같은 리 256 전에서 여전히 농사를 짓고 있고, 피해자 1도 그 소유의 같은 리 251 답에서 모내기를 끝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관련 사진까지 제출하고 있고, 원심판결 또한 피해자들 중 일부가 농사를 짓지 못하였다는 사실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이 사건 철제울타리를 설치한 후에도 경작을 계속한 피해자가 있는지, 경작을 계속한 피해자가 있다면 작업도로를 이용하지 못함으로 인하여 경작업무가 방해되었는지 등을 심리한 다음 피해자별로 업무방해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에 이르지 아니한 채 피해자들 전부에 대한 경작업무가 방해되었다고 인정하면서도 단순일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은 업무방해죄의 죄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범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영란(재판장) 강신욱 고현철(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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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05.7.6.선고 2005노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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