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beta
텍스트 조절
arrow
arrow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다7357 판결
[대여금][미간행]
판시사항

금융기관이 대출규정의 제한을 회피하기 위하여 실질적 주채무자 아닌 제3자와 사이에 제3자를 주채무자로 하는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경우, 위 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로서 무효인 법률행위인지 여부(소극)

참조조문
원고,상고인

한림신용협동조합의 소송수계인 파산자 한림신용협동조합의 파산관재인 예금보험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임흥순)

피고,피상고인

양영준 (소송대리인 변호사 양경승)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김영택은 그의 형인 김영화가 전무로 근무하고 있는 원고 조합으로부터 많은 돈을 대출받아 사용하여 오다가, 1999. 4. 초순경 법원의 경매 대상물로 나온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아 타에 전매하면 큰 차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위 부동산을 낙찰받는데 필요한 4억 원을 원고 조합으로부터 대출받고자 김영화와 대출상담을 하였는데, 김영택의 원고에 대한 기존 대출금채무가 연체되고 있어 김영택을 주채무자로 하여서는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므로, 제3자를 주채무자로 내세워 대출받은 다음 김영택이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받아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는 즉시 원고 앞으로 위 대출금채무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합의한 사실, 이에 따라 김영택은 자신의 친구이자 원고 조합의 전 이사장인 고한택에게 주채무자 명의를 빌려달라고 부탁하였는데, 고한택은 자신이 운영하는 탐라냉동운수사의 자금 조달을 위해 앞으로 원고로부터 돈을 빌려쓸 일이 많으므로 자신의 명의를 빌려주기는 어렵고 대신 위 업체의 종업원으로 있는 피고의 명의를 빌려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한 다음, 피고에게 위와 같은 사정을 얘기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을 원고 조합에 담보로 제공하게 되고 원고 조합에서도 양해하기로 하였으니 주채무자 명의를 빌려주더라도 피고가 책임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하여 피고로부터 주채무자 명의를 빌려주겠다는 승낙을 받은 사실, 이에 김영화가 원고 조합의 고영준 상무에게 피고 명의로 대출을 실행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피고는 1999. 4. 17. 고한택과 함께 원고 조합 사무실로 찾아가, 채무자를 피고, 차용금액을 금 380,000,000원, 변제기를 2001. 4. 17.로 하는 내용의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서(갑 제1호증)의 채무자란에 서명날인하고,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계약서(아직 김영택이 위 부동산을 경락받기 전이어서 근저당권설정자란과 채무자란, 근저당물건 목록 등이 모두 공란인 상태였다.)의 채무자란에도 미리 날인하고 대출금수령에 필요한 예금청구서(갑 제16호증의 2) 등 관계서류에도 미리 서명 날인하여 위 서류들을 원고 조합 직원에게 교부하였고, 원고는 같은 날 위 대출금을 피고의 예금계좌에 입금하였다가 이를 바로 인출하여 김영택에게 교부한 사실, 김영택은 조카인 김지용 명의로 대금 320,000,000원에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아 위 대출금으로 낙찰대금을 납부하고 1999. 4. 20.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김지용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다음, 같은 날 원고 앞으로 채권최고액 금 600,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그 후 김영택이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못하자, 원고는 2000. 8.경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근저당권에 기하여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2000타경14045호로 임의경매신청을 한 다음, 그 경매절차에서 2001. 11. 23. 금 225,788,396원을 배당받아 이를 위 대출원금 중 일부에 충당한 사실을 알 수 있다.

2. 원심은, 비록 피고가 직접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약정서 등 대출관계서류의 주채무자란에 서명 날인하였다고 하여도, 위 금전소비대차약정의 실질적인 주채무자는 어디까지나 위 김영택이고, 그가 대출절차상의 편의를 위해서 실제 대출받고자 하는 채무액에 대하여 피고를 형식상의 주채무자로 내세우고, 원고를 대리하여 이 사건 대출을 실행한 위 김영화도 이를 양해하여 피고에 대하여는 채무자로서의 책임을 지우지 않을 의도하에 피고 명의로 대출관계서류를 작성받은 이상, 피고는 형식상의 명의만을 빌려준 자에 불과하고 그 대출약정의 실질적인 당사자는 원고와 김영택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 명의로 되어 있는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약정은 원고의 양해하에 그에 따른 채무부담의 의사 없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진 것에 불과하여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는 무효의 법률행위라고 판단하였다.

3. 그러나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수긍하기 어렵다.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하는바, 제3자가 금융기관을 직접 방문하여 금전소비대차약정서에 주채무자로서 서명 날인하였다면 제3자는 자신이 당해 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임을 금융기관에 대하여 표시한 셈이고, 제3자가 금융기관이 정한 대출규정의 제한을 회피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제3자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타인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타인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로 볼 수는 없으므로, 제3자의 진의와 표시에 불일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7다8403 판결 , 1998. 9. 4. 선고 98다17909 판결 , 2003. 4. 8. 선고 2002다3867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앞서 본 이 사건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는 직접 원고 조합을 방문하여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약정서,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및 그 밖에 대출금 수령에 필요한 예금청구서 등 관계서류에 서명 날인하거나 날인하였다는 것이므로, 이로써 피고는 자신이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의 주채무자가 될 의사임을 원고에 대하여 표시하였다고 할 것이고, 한편 김영택이 기존 대출금채무가 연체되고 있어 추가 대출이 불가능하자 고한택을 통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되므로 주채무자 명의를 빌려 주더라도 피고가 책임질 일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하여 피고가 이를 승낙하였다는 것이지만, 이와 같이 김영택의 원고에 대한 기존 대출금채무가 연체되어 있는 관계상 피고 명의로 대출을 받아 이를 사용하도록 할 의도가 있었다거나 그 원리금을 김영택의 부담으로 상환하기로 하였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김영택이 물적 담보를 제공함과 아울러 김영택에게 대출금 상환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하면서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에 따른 경제적 효과를 김영택에게 귀속시키려는 의사에 불과할 뿐, 그 법률상의 효과까지도 김영택에게만 귀속시키고 대출명의인인 피고에게 귀속시키지 아니할 의사였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이 사건 금전소비대차계약이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판단하였으니, 원심판결에는 통정허위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박재윤(재판장) 서성 이용우(주심) 배기원

arrow
심급 사건
-광주고등법원제주재판부 2002.12.27.선고 2002나5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