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갑이 을 등이 제기한 선행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는 소송대리인을 두고 항소까지 하여 적극적으로 다투면서도, 병이 제기한 후행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제1심판결이 확정되도록 하여 가액배상을 마친 다음, 선행 소송 항소심에서 선행 소송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한 사안에서, 위 항변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갑이 을 등이 제기한 선행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는 소송대리인을 두고 항소까지 하여 적극적으로 다투면서도, 병이 제기한 후행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채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항소도 제때 제기하지 않아 제1심판결이 확정되도록 하여 가액배상을 마친 다음, 선행 소송 항소심에서 선행 소송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는 본안전 항변을 한 사안에서, 갑이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선행 소송과 달리 후행 소송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항소도 제때 제기하지 않아 제1심판결이 확정되도록 한 점, 민법 제487조 단서에 따라 수인의 취소채권자 전부를 피공탁자로 하여 가액을 공탁함으로써 이중 지급 또는 집행을 면할 수 있었음에도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취소채권자 1인에게 가액 전부를 지급한 점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볼 때, 갑이 후행 소송의 확정판결에 따른 가액회복을 마쳤으나, 이는 선행 소송에서 가액배상을 면하기 위한 항변자료를 제출할 목적으로 후행 소송의 취소채권자 1인과 긴밀히 협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다른 취소채권자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그들 사이의 형평을 깨뜨렸으며, 앞서 이루어진 선행 소송 결과를 쓸모없게 함으로써 판결의 권위 나아가 사법의 신뢰를 해치게 하였으므로, 위 항변은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2조 , 제406조 제1항 , 제487조 , 민사소송법 제248조 [소의 제기]
원고, 피항소인 겸 부대항소인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영진 담당변호사 권태형 외 2인)
피고, 항소인 겸 부대피항소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진영)
변론종결
2011. 10. 27.
주문
1. 피고의 항소 및 원고의 부대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2. 항소비용과 부대항소비용은 각자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피고와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 사이에 체결된 [별지] 목록 제1항 및 제2항 기재 각 권리질권설정계약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30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는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에게 [별지] 목록 제3항 기재 채권을 양도하고, 소외 주식회사 코엑스( 이하 생략)에게 [별지] 목록 제3항 기재 채권을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에게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
2. 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부대항소취지
제1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와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 사이에 체결된 [별지] 목록 제1항 기재 권리질권설정계약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290,732,667원 및 이에 대하여 이 판결 확정일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5%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는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에게 [별지] 목록 제3항 기재 채권을 양도하고, 소외 대한민국(서울중앙지방법원 공탁계)에 [별지] 목록 제3항 기재 채권을 소외 주식회사 태연에프앤씨에게 양도하였다는 취지의 통지를 하라.
이유
1. 제1심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아래와 같이 당심에서 제기한 당사자들의 주장에 대한 판단을 추가하는 외에는 모두 제1심판결문의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2. 추가하는 부분
가.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대한 판단
1) 주장
가) 피고
피고는 태연에프앤씨의 채권자들인 원고 및 소외 1, 2, 3 등으로부터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당하거나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에 따른 수령금액의 분배를 요구받는 등으로 시달림을 받았다. 피고는 법률자문을 구한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54660호 사해행위 취소소송에서 승소하여 이미 확정판결을 갖춘 소외 1에게 확정판결에 따른 돈을 지급하면 다른 모든 채권자들에 대한 책임을 면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피고는 당심 소송 계속 중인 2011. 3. 30. 소외 1에게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3억 원을 지급함으로써 그 가액 전액을 회복하여 주었다. 따라서 태연에프앤씨의 다른 채권자인 원고의 이 사건 소 가운데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취소와 그 가액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나) 원고
이 사건 소는 소외 1의 소에 앞서 제기되었고, 제1심판결도 먼저 선고되었다. 그런데 피고가 소외 1과 짜고 제1심판결을 확정시킨 후, 소외 1에게 그 판결에서 명한 가액을 지급하였다. 이와 같이 후행 소송의 다른 채권자에게 가액을 회복한 경우에는 판결의 권위와 신뢰 보호를 위하여 선행 소송의 채권자에게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와 달리 보아 선행 소송의 권리보호 이익을 인정하여야 한다. 또한 피고가 소외 1과 통모하여 가액 회복을 한 다음, 이를 빌미로 선행 소송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도 어긋나므로 허용될 수 없다.
2) 인정되는 사실관계
가) 원고 등은 피고를 상대로 아래와 같이 제1·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취소, 가액회복과 채권양도를 구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이하 ‘선행 소송’이라 한다)을 제기하였고,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통하여 원고 등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다투었다.
원고: 2010. 2. 5.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2864호
청하기업 주식회사: 2010. 2. 1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4570호
주식회사 씨엔에스제이글로벌: 2010. 2. 11.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14587호
나) 소외 1은 2010. 5. 28.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합54660호 로 피고를 상대로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취소와 가액 3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이하 ‘후행 소송’이라 한다). 피고는 소송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고 그 소송에 출석하지도 않았다.
다) 2010. 11. 19. 선행 소송에서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설정액 3억 원)의 취소와 그 가액(1억 5천여만 원 내지 3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는 각 원고 일부승소판결이 선고되었고, 피고는 2010. 12. 9. 선행 소송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라) 2011. 1. 21. 후행 소송에서 원고( 소외 1) 승소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문이 2011. 2. 8. 피고에게 송달되었는데, 피고는 항소제기기간이 경과한 2011. 2. 23. 항소장을 제출하였고, 2011. 3. 10. 항소장이 각하됨으로써 판결이 확정되었다. 피고는 가족의 교통사고로 경황이 없어 항소제기기간을 준수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마) 2011. 3. 24. 소외 1의 위 판결에 기한 신청으로 피고 소유의 주1) 건물 에 대하여 강제경매가 개시되었고, 2011. 3. 25. 소외 1이 피고에게 경매신청을 알리며 임의변제를 촉구하는 취지의 통지서를 보냈다.
바) 2011. 3. 30. 피고는 소외 1의 은행계좌로 3억 원을 송금하였고, 소외 1은 피고에게 후행 소송의 판결에서 지급을 명한 3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모두 수령하였다는 영수증을 작성하여 주었는데 그 영수증에 “향후 위 3억 원의 영수에 관하여 발생하는 문제 및 기타 채권자들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모두 영수인이 책임질 것을 확인합니다.”라고 기재하였다.
사) 한편 피고는 2011. 3. 25. 당심에서 진행된 제1차 변론준비기일에 아무런 말도 없이 불출석하였고, 2011. 4. 22. 제2차 변론준비기일 전인 2011. 4. 14. 접수한 준비서면에서 앞서 본 바와 같이 소외 1에게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설정액 3억 원 전액을 지급하였으므로 이 부분에 관한 선행 소송은 권리보호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아) 또한 선행 및 후행 소송의 과정에서 피고는 미국에 거주하였고, 그 채권자들인 원고 등에게 피고의 국내 재산은 제1, 2권리질권만이 알려져 있던 관계로 이에 관하여만 보전처분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소외 1의 소송대리인은 후행 소송에서 선행 소송의 제1심판결문 정본의 사본을 참고자료로 제출하였고 주2) , 그 소장과 준비서면의 체계와 내용이 선행 소송에서의 그것과 유사하다(갑 제18호증의 1 내지 3). 후행 소송의 판결이 확정된 직후 소외 1이 피고의 부동산에 대하여 강제경매를 신청하였으며, 피고는 그 경매개시일로부터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소외 1에게 3억 원을 모두 지급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5 내지 20호증과 을 제25 내지 3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가) 채권자취소권의 요건을 갖춘 각 채권자는 고유의 권리로서 채무자의 재산처분행위를 취소하고 그 원상회복을 구할 수 있지만, 어느 한 채권자가 동일한 사해행위에 관하여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를 하여 승소판결을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고 그에 기하여 재산이나 가액의 회복을 마친 경우에는, 다른 채권자의 채권자취소 및 원상회복청구는 그와 중첩되는 범위 내에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게 된다( 대법원 2005. 3. 24. 선고 2004다6536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에 따라 이 사건을 살펴보면, 후행 소송이 선행 소송보다 늦게 제기되고 제1심판결도 후에 선고되었지만, 선행 소송이 항소심 계속 중에 후행 소송의 판결이 확정되었고, 그에 따라 피고가 소외 1에게 제2권리질권의 설정액 전액을 지급한 이상, 이 사건 소 가운데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취소와 그 가액의 지급을 구하는 부분은 일응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나) 위와 같은 법리는 채권자취소권이 채무자의 책임재산 보전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채권자평등의 원칙의 내용의 하나인 채권의 상대권성을 양보하고, 법률행위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에게 채권자라는 이유로 타인 간의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게 한 예외적인 제도라는 점을 감안하여, 채권자취소소송이 중첩하는 경우 이중 지급이나 집행의 위험을 방지하는 등 수익자의 권리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채권자취소권은 채권의 공동담보인 채무자의 책임재산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사해행위를 취소하고 채무자의 일반재산으로부터 일탈된 재산을 모든 채권자를 위하여 수익자 또는 전득자로부터 환원시키는 제도이고, 이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한다는 사해의사로서 채권의 공동담보를 감소시키는 행위, 즉 사해행위가 형평과 도덕적 관점에서 허용할 수 없다는 취지에서 인정되는 것이다( 대법원 2001. 2. 27. 선고 2000다44348 판결 ,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2다42957 판결 등 참조). 또한 민법 제2조 는 신의성실 및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고, 민사소송법 제1조 는 민법상의 신의성실의 원칙과는 별개로 “당사자와 소송관계인은 신의에 따라 성실하게 소송을 수행하여야 한다.”고 하여 소송 수행과정에서의 신의성실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채권자취소권의 존재 근거 및 민법과 민사소송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을 종합하여 보면, 채권자취소소송에서 수익자의 권리보호 및 권리침해의 최소화라는 요청도 채권자 사이의 형평 도모를 위한 채무자 책임재산의 보전이라는 채권자취소권의 제도적 취지, 신의에 따른 권리행사 및 소송수행이라는 신의성실 원칙의 근간을 침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사건을 살펴보기로 한다.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피고는 선행 소송과 후행 소송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선행 소송에서는 항소를 제기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다투면서도 후행 소송에서는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항소도 제때에 제기하지 않아 제1심판결이 확정되도록 하였다. ② 소외 1이 후행 소송에서 제출할 소송자료를 얻고 강제집행을 위한 피고 재산을 찾음에 있어서 피고 측의 협조 이외에 다른 방법을 이용하였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③ 선행·후행 소송의 여러 채권자가 제2권리질권설정계약의 취소와 그 가액의 배상을 구하고 이를 인용하는 수개의 제1심판결이 선고된 터이므로 피고로서는 민법 제487조 단서에 따라 수인의 취소채권자 전부를 피공탁자로 하여 그 가액을 공탁함으로써 이중 지급 내지 집행을 면할 수 있었다( 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7다3391 판결 참조). 그럼에도 피고가 취소채권자 1인 그것도 뒤늦게 소송을 제기한 소외 1에게 그 가액 전부를 지급한 것은 취소채권자들 사이의 형평을 깨뜨리는 행위로서 또 다른 형태의 사해행위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④ 후행 소송에서 제1심판결의 확정과 피고의 건물에 대한 강제경매 개시의 경위,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변제의 시기, 이와 관련한 자료의 구비와 선행 소송에서 항변자료 제출 등에 비추어 이 모든 과정이 피고와 소외 1의 긴밀한 협의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⑤ 위 가액 지급과 관련하여 다른 취소채권자들과 사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의 책임을 소외 1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피고의 소외 1에 대한 변제가 확정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사정변경에 따라 변제의 효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가 후행 소송의 확정판결에 따른 가액의 회복을 마쳤으나, 이는 피고가 선행 소송에서의 가액 배상을 면하기 위한 항변자료를 제출할 목적으로 후행 소송의 취소채권자 1인과 긴밀히 협의하여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하여 다른 취소채권자들의 신의를 저버리고 그들 사이의 형평을 깨뜨렸으며, 앞서 이루어진 선행 소송의 결과를 쓸모없게 함으로써 판결의 권위 나아가 사법의 신뢰를 해치게 되는 결과에 이르렀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가 후행 소송의 판결에 따른 가액회복을 내세워 선행 소송의 권리보호 이익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상 받아들일 수 없다.
4) 소결론
결국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고, 피고의 본안전 항변은 이유 없음에 돌아간다.
나.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1) 주장
2009. 8. 7. 피고가 태연에프엔씨에 금원을 대여하지 않았고, 그에 관한 제1권리질권설정계약이 체결되지도 않았는데, 피고 또는 소외 4가 태연에프엔씨의 법인인감을 임의로 사용하여 제1권리질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제1권리질권설정계약은 피고가 다른 채권자들을 배제하고 자신의 투자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허위의 계약으로서 사해행위에 해당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2) 판단
갑 제21 내지 26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제1권리질권설정계약이 원고의 주장과 같은 경위로 작성된 허위의 계약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제1심판결은 정당하고, 이에 대한 피고의 항소 및 원고의 부대항소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 지] 목록: 생략]
주1) 아산시 음봉면 신수리 (이하 생략)
주2) 원고 대리인은 관련 사건의 진행내역 등에 비추어 소외 1 측이 피고로부터 그 판결문 정본을 넘겨받아 참고자료로 제출하였다고 주장하고, 이에 대하여 피고는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