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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7. 9. 9. 선고 97도1561 판결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및품질관리에관한법률위반·사기][공1997.10.15.(44),3202]
판시사항

[1] 상품의 허위·과장광고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되는 경우

[2] 음식점에서 한우만을 취급하는 것으로 기망하여 수입 쇠갈비를 판매한 것을 사기죄로 의율한 사례

[3] 음식점에서 조리·판매하는 수입 쇠갈비에 대한 원산지표시의무 여부(소극)

판결요지

[1]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며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는바,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하겠으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과장,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2] 식육식당을 경영하는 자가 음식점에서 한우만을 취급한다는 취지의 상호를 사용하면서 광고선전판, 식단표 등에도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기재한 경우, '한우만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광고가 식육점 부분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에서 조리·판매하는 쇠고기에 대한 광고로서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먹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곳에서는 한우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시키기에 충분하므로, 이러한 광고는 진실규명이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인 쇠갈비의 품질과 원산지에 관하여 기망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그 사술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넉넉하다고 본 사례.

[3] 음식점에서 조리하여 판매하는 쇠갈비가 농수산물 가공품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으로 지정·고시되지 않았다면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데,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및품질관리에관한법률에 따라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을 지정·고시한 농수산물원산지표시업무처리요령(1995. 9. 25.자 농림수산부 고시 제1995-81호)에 의하면, 수입 농수산물 중 "육과 식용설육"을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였을 뿐,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 중 조리된 음식을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음식점에서 조리·판매하는 수입 쇠갈비에 대하여는 원산지표시의무가 없다.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및 검사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피고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사기죄의 요건으로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리는 모든 적극적 및 소극적 행위로서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며 사기죄의 본질은 기망에 의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고,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그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는바, 일반적으로 상품의 선전, 광고에 있어 다소의 과장, 허위가 수반되는 것은 그것이 일반 상거래의 관행과 신의칙에 비추어 시인될 수 있는 한 기망성이 결여된다고 하겠으나 거래에 있어서 중요한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 사실을 거래상의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추어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로 고지한 경우에는 과장, 허위광고의 한계를 넘어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한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2. 9. 14. 선고 91도2994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은 동일한 장소에서 서로 다른 상호로 일반음식점 및 식육점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으며 일반음식점의 상호는 '고향'으로서 '한우'라는 표현이 들어 있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나, 위 두 가지 영업의 상호는 영업신고증 및 허가증상으로만 분리되어 있을 뿐 사실상 음식점의 외부 간판에는 '고향한우마을'로 표시('한우'라는 부분이 특히 강조되어 있다)되어 있는 사실, 위 식육점은 음식점의 객석 옆에 설치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전시용으로서 판매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사실, 위 음식점의 내부에는 한우만을 사용한다는 광고선전판이 식육점 진열대 이외에 음식점의 객석 주위에도 10여 개 부착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위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식단표의 바깥 부분에는 상호가 '고향한우마을'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한우만을 사용한다고 기재되어 있는 사실을 인정한 다음, '한우만을 판매한다'는 취지의 광고가 위 식육점 부분에만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음식점에서 조리·판매하는 쇠고기에 대한 광고로서 위 음식점에서 쇠고기를 취식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곳에서는 한우만을 판매하는 것으로 오인시키기에 충분하므로, 이러한 광고는 진실규명이 가능한 구체적인 사실인 쇠갈비의 품질과 원산지에 관하여 기망이 이루어진 경우로서 그 사술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상술의 정도를 넘는 것이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고, 따라서 피고인의 기망행위 및 편취의 범의를 인정하기에 넉넉하다 고 판단하였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인정 및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혹하여 부당하다는 소론 주장은 징역 10년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를 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및품질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은 일반음식점을 경영하면서, 1995. 1. 4.부터 1996. 6. 14.까지 수입 농수산물인 수입 쇠갈비 10,849㎏을 국산품인 한우갈비로 위장하여 손님들에게 조리·판매함으로써,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및품질관리에관한법률(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17조 제2항 의 규정에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살피건대, 위 법 제17조 제1항 은 "농림수산부장관은 국산 또는 수입 농수산물을 판매 또는 가공하는 자에 대하여 필요한 경우 품목을 지정하여 소비자가 알 수 있도록 제조·용기·포장 또는 판매장소 등에 원산지표시를 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그 제2항 은 " 제1항 의 규정에 의하여 국산 또는 수입 농수산물 및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에 대하여 원산지 표시를 하도록 한 경우 그 농수산물을 판매 또는 가공하는 자는 당해 농수산물 및 가공품에 대하여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하며, 이를 허위로 표시하거나 수입 농수산물의 경우 국산품으로 위장판매 또는 국산품과 혼합하여 국산품으로 위장하여 판매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같은법시행령(1996. 8. 8. 대통령령 제1513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8조 제1항 은 " 법 제17조 제1항 의 규정에 의한 원산지표시의 대상품목은 국산 및 수입 농수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으로서 유통질서의 확립과 소비자의 올바른 선택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품목 중 농림수산부장관이 지정하여 고시하는 품목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산지표시의 대상품목은 농수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 중 지정·고시된 품목이라 할 것이다.

먼저 이 사건과 같이 음식점에서 조리하여 판매하는 쇠갈비가 농수산물 또는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인지에 관하여 살펴보면, 위 법 제2조 제1호 는 농수산물을 "가공되지 아니한 상태의 농산물·임산물·수산물 및 축산물과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같은 조 제4호 는 농수산물 가공품을 "농수산물을 원료 또는 재료로 하여 제조·가공한 가공식품·전통식품 및 민예품"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므로, 음식점에서 조리하여 판매하는 쇠갈비는 위 법 소정의 농수산물은 아니더라도 위 법 소정의 농수산물 가공품에는 해당된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음식점에서 조리하여 판매하는 쇠갈비가 농수산물 가공품에 해당된다고 하더라도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으로 지정·고시되지 않았다면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할 의무가 없다고 할 것인데, 위 법에 따라 원산지표시 대상품목을 지정·고시한 농수산물원산지표시업무처리요령(1995. 9. 25.자 농림수산부 고시 제1995-81호)에 의하면, 수입 농수산물 중 "육과 식용설육"을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였을 뿐, 이를 원료로 한 가공품 중 이 사건과 같은 조리된 음식을 대상품목으로 지정하지는 아니하였으므로, 결국 원산지표시의무가 없다 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6. 10. 선고 97도752 판결 참조).

그렇다면 음식점에 조리하여 판매하는 쇠갈비가 그 원료의 원산지를 표시하여야 하는 품목임을 전제로 하는 이 사건 공소사실 중 농수산물가공산업육성및품질관리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무죄라 할 것이므로, 원심이 이유를 달리하여, 위 점에 관하여 무죄를 선고한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한 것은 판결에 영향이 없어 결과적으로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논지는 이유 없다.

3. 그러므로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관여 법관들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돈희(재판장) 최종영(주심) 정귀호 이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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