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1]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한 어음의 효력(=무효)
[2]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중첩적 채무인수로 볼 것인지 여부(한정적극)
판결요지
[1] 어음의 만기는 확정가능하여야 하므로 어음 자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날이어야 하고 어음 이외의 사정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할 수 없는 것인바,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한 어음은 무효이다.
[2] 타인의 채무에 관하여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채권자에게 교부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채무를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고,상고인
강영식
피고,피상고인
양유승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어음의 만기는 확정가능하여야 하므로 어음 자체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날이어야 하고 어음 이외의 사정에 의하여 좌우될 수 있는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니 불확정한 날을 만기로 정한 어음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
원심은 소외 우성특수조경 주식회사(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가 원고에게 공사대금조로 발행·교부한 어음이 부도되자 소외 회사의 이사인 피고는 1992. 9. 24. 원고에게 미변제된 부도어음금 35,550,000원을 액면으로 하고, 발행일 1992. 9. 24. 발행지 및 지급지 각 서울, 지급기일 '용마산현장 준공 후'라고 기재한 약속어음을 발행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약속어음은 유통증권, 문언증권으로서 어음법이 요구하는 만기 등 어음요건의 구비는 원칙적으로 어음문면 그 자체에 의하여 판단할 것이지 원인관계상의 사정을 고려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어음의 위 지급기일은 부적법하므로 이 사건 어음은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을 살펴보면 원심의 이러한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그 판단도 위 법리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 주장과 같은 채증법칙 위배,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사실관계가 위와 같다면 이 사건 어음은 백지어음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어음이 백지어음임을 전제로 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은 이를 받아들일 바 못 된다. 논지는 이유 없다.
2.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가 이 사건 약속어음의 발행으로서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인수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그에 부합하는 증인들의 증언을 배척한 다음 피고가 소외 회사의 이사로서 대표이사인 소외 김호근의 처남인 사실 및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면서 그 표면에 대금결제시 어음회수 조건이며 소외 회사에서 시공한 전 공사 완공시까지 지불하겠다는 문구를 기재한 사실과 피고가 소외 회사의 어음이 부도난 이후인 1992. 7. 15. 자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용마산조경공사의 도급자인 소외 주식회사 동현건설 명의로 공사하자담보를 목적으로 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은 인정되지만, 한편 이 사건 어음 표면에는 '단 우성특수조경 발행 어음분의 재발행분'이라는 기재가 되어 있는 사실과 또한 원심 증인 김호근, 김수남(제15차 및 제18차 변론기일)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위 김호근은 소외 회사의 어음이 부도난 후 도망가 있었으나, 그 동안에도 실질적으로 위 회사의 업무를 관장하였고 또한 곧 업무에 복귀하여 1993. 12. 말까지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직을 계속 수행한 사실을 종합하면,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함으로써 이 사건 어음상의 채무 이외에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게 된 원인인 소외 회사의 부도난 어음금 채무까지도 인수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하여 배척하고 있다.
타인의 채무에 관하여 제3자가 채무자를 위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하여 채권자에게 교부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동일한 채무를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고 할 것이다( 당원 1989. 9. 12. 선고 88다카13806 판결 참조).
그러나 원심이 피고의 채무인수 사실을 배척하고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게 된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위하여 채택한 증인들도 피고의 매부인 김호근, 그 형인 김수남으로 신빙성이 부족하다고 아니할 수 없고 오히려 피고가 이 사건 어음을 발행하면서 그 표면에 '소외 회사 발행 어음분 재발행이며 대금결제시 어음회수 조건이며 소외 회사에서 시공한 전 공사 완공시까지 지불하겠음'이라고 기재한 문언의 뜻은 당시 원고가 이미 소외 회사발행의 부도된 약속어음을 소지하고 있어 따로이 소외 회사에 대한 약속어음 액면의 확인 또는 약속어음 채무만을 부담하기 위한 별도의 어음발행이 불필요하였던 점에 비추어 이는 피고가 소외 회사의 원고에 대한 공사대금 채무를 인수하되 다만 소외 회사 발행의 부도어음과 상환하여 이를 지급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고, 또한 기록에 의하면 소외 회사의 부도 후 피고가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인 위 김호근을 대신하여 공사를 시행하였으며, 제1심 이래 피고는 원고의 공사대금 채권이 모두 변제되었다는 취지로 다투고 나왔음을 알 수 있는바, 이러한 사정에 피고가 위 김호근의 처남인 사실 및 소외 회사가 부도가 난 이후에 피고 소유의 부동산에 관하여 소외 동현건설 명의로 공사하자 담보를 위한 근저당권을 설정하여 준 사실 등을 합쳐보면, 피고가 소외 회사의 채무를 면책적 또는 중첩적으로 인수하였다고 볼 수 있음에도 원심이 원고의 위 주장을 배척한 것은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그릇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질렀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환송하기로 하고 관여 법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