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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2998 판결
[무고][공1996.5.15.(10),1465]
판시사항

고소인이 피고소인의 주관적 의사에 관하여 갖게 된 의심을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무고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사례

판결요지

진실한 객관적인 사실들에 근거하여 고소인이 피고소인의 주관적인 의사에 관하여 갖게 된 의심을 고소장에 기재하였을 경우에 법률 전문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와 같은 의심을 갖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 비록 그 의심이 나중에 진실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곧바로 고소인에게 무고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무고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변호사 김동호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본원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1991. 10. 10. 피해자 공소외 1과 사이에, 위 공소외 1이 공소외 안종달 소유인 경남 김해군 진례면 송현리 711 답 1,783㎡ 중 450평을 평당 금 100,000원에 위 공소외 1 명의로 구입하여 3년 내에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고 성토작업을 하여 대지로 조성한 후 그 중 300평을 피고인에게 소유권을 이전하여 주면 그 대가로 위 공소외 1에게 나머지 150평을 주기로 약정하고, 그 자리에서 위 450평의 구입자금으로 금 45,000,000원을 위 공소외 1에게 교부함과 동시에 위 공소외 1로부터 위 금 45,000,000원에 대한 차용증서를 작성받았고, 피해자 공소외 2, 이상운은 위 차용증서에 연대보증인으로 서명날인하였는바, 그 후 피고인은 1992. 7. 초경 위 공소외 1로부터 위 711 답에서 도로에 이르는 진입로가 없어서 위 711 답의 지목변경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위 711 답 대신에 다른 농지를 구입해 달라고 승낙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3. 11. 17. 위 공소외 1, 2, 이상운 등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피고소인 등은 지목변경이 불가능한 위 711 답 450평을 구입하여 지목변경하여 준다고 속이고 금 45,000,000원을 받아 편취하고 엉뚱한 농지를 가져가라고 하므로 엄중 처벌하여 달라"는 요지는 허위내용의 고소장을 작성, 제출함으로써 위 공소외 1, 2, 이상운을 각 무고하고, 같은 달 20.에도 피고소인을 위 공소외 1과 이상운으로 한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작성, 제출하여 위 공소외 1과 이상운을 각 무고하였다는 것이다.

2. 그런데 기록에 의하면, 도시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피고인은 남편의 건강이 좋지 아니하여 시골의 전원 주택지를 물색하던 중, 공소외 이도자로부터 공소외 이상운과 공소외 1을 소개받고 그들에게 전원 주택지의 구입을 부탁하였는바, 경남 김해군 송현리 277의 1에 거주하는 위 공소외 1은 같은 리 493의 3에 거주하면서 위 같은 리 711 답을 소유하고 있던 공소외 안종달로부터 위 711 답을 평당 금 100,000원에 매도하겠다는 말을 듣고 피고인에게 연락하여 위 토지의 매수를 권유한 사실, 피고인은 위 공소외 1 등과 함께 위 711 토지를 직접 살펴본 후 위 토지에 집을 지을 수 있느냐고 위 공소외 1에게 물었고, 그 물음에 대하여 위 공소외 1은, "내가 무주택자여서 지목변경허가신청을 할 수 있으니까 지목변경허가가 나면 집을 지을 수 있다"고 대답한 사실, 이에 피고인은 위 공소외 1의 위 말을 믿고 그와 위 공소장 기재와 같은 약정을 하고 그에게 금 45,000,000원을 교부한 사실, 위 공소외 1은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로 위 안종달 소유의 위 토지 450평을 매수한 후 이를 농지에서 대지로 전용하고자 하였으나 진입로가 없어서 대지로 전용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자 1991. 말경부터 1992. 초경 사이에 피고인 몰래 이를 공소외 석외환에게 평당 금 150,000원에 전매하고 그 전매차익을 위 안종달과 나누어 가진 후 이와 같은 사실을 피고인에게는 비밀로 하였다가 1992. 7. 초경에야 위 안종달과의 매매계약을 해약하였다고 피고인에게 거짓말하였으며, 위 석외환과 전매계약을 할 때에도 자신의 몫으로 150평을 확보하여 두었는데, 그러한 사실을 피고인에게는 끝까지 숨기고 있었던 사실, 또한 위 공소외 1은 피고인에게 알리지 아니한 채 임의로 1992. 1. 17. 공소외 구성옥으로부터 위 711 답에 인접한 토지인 같은 리 713 답 884평을 저렴한 가격에 매수한 후, 같은 해 7. 초순경에야 위 711 답에 대하여는 농지전용허가를 받을 수 없어서 매매계약을 해약하였으니 다른 농지라도 구입하겠느냐고 물어 피고인이 그렇게 하라고 승낙하자, 그 전에 미리 매수하여 놓은 위 713 답 중 300평에 대하여 농지전용절차를 밟아 이를 대지로 조성하여 놓은 후, 위 713 답 300평을 마치 평당 금 150,000원의 고가에 매수한 것처럼 피고인을 기망하면서, 피고인에게 원래 약정한 위 711 답 300평 대신에 위 713 답 300평을 인수하여 갈 것을 요구한 사실 등을 각 인정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제1심 법원은 관련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와 같은 사실들을 인정한 후, 그렇다면 고소장의 기재내용은 대부분 진실한 반면 위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행위는 배임죄에 해당되므로, 피고인에게 무고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였고, 원심은 제1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을 그대로 원용하면서, 위 사실만으로도 피고인에게 무고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는 간단한 이유만을 붙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였다.

3. 그러나 원심이 인정한 위 사실관계에 의하면, 피고인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위 2차례의 고소장의 기재내용 중, 위 711 토지가 지목변경이 불가능한 농지라는 점, 그런데도 불구하고 위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711 토지 450평을 3년 이내에 대지로 지목변경하여 그 중 300평을 피고인에게 소유권이전하여 주는 조건으로 피고인으로부터 금 45,000,000원을 받고 피고인에게 차용증서까지 작성하여 주었다는 점, 그 후 위 공소외 1이 피고인에게 위 토지가 지목변경이 불가능하니 인접한 713 토지 300평을 이전하여 갈 것을 피고인에게 요구하였다는 점 등은 모두 객관적인 진실에 그대로 부합되고, 다만 위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위 금 45,000,000원을 수령할 당시부터 계획적으로 피고인의 돈을 편취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는 내용의 고소장 기재 부분만이 그 진실 여부가 문제된다고 할 것인데, 앞에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위 공소외 1에게 처음부터 위와 같은 기망의사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 후에 행하여진 위 공소외 1의 일련의 행위에 비추어 보면, 위 공소외 1은 적어도 위 711 토지의 농지전용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는 피고인에게서 받은 금 45,000,000원의 상당 부분을 편취 내지 횡령하고자 하는 의사를 갖게 되었고 그 후 계속하여 피고인을 속이면서 그러한 의사를 실행에 옮겨왔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위 공소외 1의 위와 같은 편취 내지 횡령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 공소외 1에게 위 711 답 대신에 다른 농지를 구입하여도 좋다는 승낙까지 하게 되었고, 이 사건 고소장을 제출할 때까지도 그러한 상태가 지속되어 왔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으로서는 위 공소외 1의 그 동안의 일련의 행동으로부터 위 공소외 1이 자신을 속이고 위법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점은 피고인이 검찰에서, "농지를 구입한 사실에 대해 공소외 1 등이 자꾸 숨기려 들므로 고소를 하였다", " 공소외 1 등이 무엇인가를 자꾸 숨기고 애를 먹이기에 고소를 하였다"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에 의하여서도 뒷받침된다고 할 것이다.

4. 그렇다면, 위 공소외 1이 피고인으로부터 위 금 45,000,000원을 수령할 때부터 위 공소외 1에게 계획적인 편취의사가 있었다는 취지의 고소장의 기재내용이 실제의 사실과 다르다고 하더라도, 나중에 위 공소외 1이 계속하여 피고인을 속여온 점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위 공소외 1에게 처음부터 돈을 편취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또 위와 같은 상황에서는 위 공소외 1의 연대보증인으로서 위 공소외 1과 같이 행동하였던 위 이상운이나 위 공소외 1의 아버지로서 위 이상운과 공동으로 위 공소외 1의 연대보증인이 된 위 공소외 2도 위 공소외 1의 공범이라고 의심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이 진실한 객관적인 사실들에 근거하여 고소인이 피고소인의 주관적인 의사에 관하여 갖게 된 의심을 고소장에 기재하였을 경우에 법률 전문가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서 볼 때 그와 같은 의심을 갖는 것이 충분히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 비록 그 의심이 나중에 진실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하여 곧바로 고소인에게 무고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피고인이 갖게 된 의심에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것인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피고인에게 무고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단정하고 말았으니, 원심판결에는 무고죄의 고의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심리를 제대로 다하지 아니하고 채증법칙을 위반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사실을 잘못 인정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5.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정귀호(재판장) 김석수 이돈희 이임수(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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