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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95. 12. 26. 선고 95도715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도주차량)][공1996.2.15.(4),635]
판시사항

무단횡단하던 보행자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다가 마주 오던 차에 충격당하여 자신이 운전하던 택시 앞으로 쓰러지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역과시킨 경우,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운전자가 택시를 운전하고 제한속도가 시속 40km인 왕복 6차선 도로의 1차선을 따라 시속 약 50km로 진행하던 중, 무단횡단하던 보행자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다가 마주 오던 차에 충격당하여 택시 앞으로 쓰러지는 것을 피하지 못하고 역과시킨 경우, 원심이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 여부를 심리하지 아니한 채 업무상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은 법리오해, 심리미진의 위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검사

변호인

변호사 박원서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대전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검사의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인이 1994. 6. 3. 20:10경 영업용택시를 운전하고 제한속도가 시속 40km인 대전 동구 삼성동 소재 편도 3차선 도로의 1차선을 따라 시속 약 50km로 진행하던 중, 무단횡단을 하기 위하여 중앙선 부근에 서 있던 피해자가 반대방향에서 오던 차에 충격되어 피고인 진행차선의 1차선 상으로 날아 떨어지는 것을 전방 15m지점에서 발견하고 급박한 나머지 미처 제동조치를 취하지 못한 채 핸들을 우측으로 꺾었으나 피하지 못하여 피고인의 차로 피해자를 역과하여 사망하게 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자동차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상주의의무의 정도는 일반 자동차운전자 중 평균인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직업운전자라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라는 전제하에, 위와 같은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자동차운전자인 피고인에게 무단횡단하다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던 피해자가 반대차선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충격되어 중앙선을 넘어 피고인의 진행차선 앞으로 튕겨져 날아 오리라는 것까지를 예상하면서 이에 대비하여 운전하여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고, 또한 피해자가 날아 떨어지는 것을 아주 짧은 거리인 불과 15m전방에서 발견한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제한속도인 시속 40km로 진행하였다 하더라도 피해자와의 충돌을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이 취한 조치는 자동차운전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 한 것이라고 할 것이며, 나아가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위반하여 다소 과속으로 운전한 잘못이 있거나 검사의 주장대로 중앙선 부근에 있던 피해자가 무단횡단할지도 모를 가능성 등에 대비하여 운전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중앙선 상에 서 있다가 반대차선의 차량에 충격되어 피고인 진행차선 전방으로 날아 들어온 데 그 직접적인 원인이 있는 것이어서 그러한 피고인의 과실과 이 사건 교통사고와의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도 할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사고는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고, 달리 이 사건 사고가 피고인의 업무상과실로 인하여 발생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검사의 항소를 배척하고,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이 사건 사고지점 부근을 진행하던 중 당시 진행방향 전방 중앙선 상에 피해자가 도로를 횡단하기 위해 서 있고 그곳은 시속 40km의 속도제한구역이므로 이러한 경우 피고인으로서는 피해자의 동정을 잘 살피면서 제한속도 이내로 운행하여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한 채 만연히 아무런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하고 제한속도를 10km 초과하는 시속 50km로 진행한 과실로 이 사건 사고를 저지른 것이라고 함으로써, 피고인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피해자가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였음을 전제로 이에 터잡아 피고인의 과실을 문제삼고 있음이 명백하므로, 원심으로서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사고지점으로부터 얼마 정도나 앞선 지점에서 처음 발견하였는지를 먼저 심리·확정한 다음 자동차운전자가 도로의 중앙선 부근에 서 있는 무단횡단자를 발견한 경우에 어떠한 주의의무가 요구되는지를 판단하여, 피고인이 피해자를 미리 발견하지 못하였을 뿐더러 이를 발견할 가능성도 없었던 것으로 인정되거나, 또는 미리 발견하여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사고결과를 회피할 수 없었다고 인정될 경우에 한하여 비로소 피고인에게 이 사건 사고결과에 대한 죄책이 없다고 하였어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기록에 나타난 이 사건 사고지점의 도로형태, 사고 시각, 사고 당시의 교통량 등에 비추어 볼 때 1차선상으로 진행하던 피고인이 도로의 중앙선 부근에 서 있던 피해자를 미리 발견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고, 더욱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지점은 왕복 6차선의 간선도로였음을 알 수 있으므로 그 중앙선 부근은 양쪽으로 많은 차량들이 교행하는 매우 위험한 지역이었던 것으로 짐작이 되는데다가, 피해자는 횡단 도중에 여의치 못하여 잠시 중앙선 부근에 머무르고 있는 자이었던 만큼 틈만 나면 그곳을 벗어나기 위하여 피고인의 진로 앞으로 횡단하려고 시도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 평균적인 운전자라면 피해자가 스스로이든 아니면 위험지역에 있는 관계상 다른 차량에 의한 외력으로 인한 것이든 간에 자신의 진로 상에 들어올 수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여 피해자의 행동을 주시하면서 그러한 돌발적인 경우에 대비하여 긴급하게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제한속도 아래로 감속하여(제한속도의 상한까지만 감속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아니할 것이다) 서행하거나 중앙선쪽으로부터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진행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니, 피고인이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면서 진행하였더라면 비록 피해자가 다른 차에 충격당하여 피고인의 진로 상으로 들어왔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그것을 발견한 것이 15m 전방이었던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결과의 발생은 충분히 피할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보여진다.

3.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처음 발견한 지점을 확정하여 피고인이 통상적으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를 좀더 심리하여 보지 아니한 채, 단지 피고인에게 피해자가 반대방향에서 달려오는 차량에 충격되어 피고인의 운행차선 앞으로 튕겨져 날아 오리라는 것까지를 예상하면서 이에 대비하여야 할 업무상주의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피고인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업무상과실의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미진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논지는 이유 있다.

4.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임수(재판장) 김석수 정귀호(주심) 이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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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급 사건
-대전고등법원 1995.2.24.선고 94노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