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처분문서상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 계약내용의 해석방법
나. 각서 문언의 의사해석을 그르친 위법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가.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하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
나. 각서 문언의 의사해석을 그르친 위법을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원고
피고, 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조성래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이유의 요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1993.1.21. 소외 1에게 금 75,000,000원을 이자 월 3푼으로 정하여 대여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원심판시 부동산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45,000,000원으로 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사실, 그런데 원고가 같은 날 위와 같이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한 후 위 금 75,000,000원을 위 소외 1에게 교부하기 전에 위 부동산의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위 부동산에 대하여 소외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를 채권자로 하는 가압류기입등기가 경료되어 있고 이는 위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가 위 소외 1에 대한 금 11,000,000원의 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한 것임이 밝혀지자, 원고는 위 소외 1에게 당초에 약속한 금 75,000,000원 중 위 가압류청구금액인 금 11,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대여하겠다고 말하고, 위 소외 1은 이에 응하지 아니하여 서로간에 다툼이 있었던 사실, 이에 피고가 위 가압류청구금액인 금 11,000,000원에 대하여도 책임지고 변제하여 위 가압류기입등기를 말소하여 주겠다고 제의하자, 원고는 이를 수락하고 위 소외 1에게 금 75,000,000원을 대여한 사실, 그 후 피고는 같은 달 25. 금 11,000,000원에 대하여 원고를 채권자, 피고를 채무자로 하는 내용의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하였고, 또 원고에게 위 가압류 청구금액 금 11,000,000원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지고 변제할 뿐만 아니라, 위 소외 1이 위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하거나 경매 후 부족금이 생길 경우에도 이를 책임지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여 교부한 사실, 피고는 위 가압류등기를 말소하기 위하여 원고와 함께 같은 달 26. 액면 금 11,000,000원의 당좌수표를 가지고 위 대한보증보험주식회사에 갔으나, 위 대한 보증보험주식회사가 당좌수표는 받지 않는다고 하고, 원고 역시 현금지급을 요구하면서 위 당좌수표를 받지 아니하자, 며칠 후 피고는 소외 2를 통하여 원고에게 금 11,000,000원을 지급하였고, 원고는 그 무렵 위 가압류등기를 말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원고를 위하여 위 가압류의 청구금액을 책임지고 변제하여 그 기입등기를 말소해 주기로 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대여금 75,000,000원 및 이에 대한 이자 중 위 소외 1이 변제하지 아니한 금액이나 경매실행 후 부족금에 대하여도 지급보증하였다고 판단하고, 금 11,000,000원에 대하여만 그 지급보증을 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2. 상고이유 제1점에 대한 판단.
가. 원심이 위 사실을 인정함에 있어서 든 증거들을 검토해 보면, 갑 제1호증(각서, 이하 이 사건 각서라고 한다)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모두 피고의 원고에 대한 위 보증범위의 특정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이거나(갑 제2, 4호증, 갑 제3호증의 1, 2, 을 제1, 2호증, 을 제5호증의 1, 2), 그 기재내용이 작성명의인의 제1심법원에서의 증언이나 동일인 작성의 다른 서증 내용들과 달라 이를 믿기 어려운 것이거나(갑 제6호증의 1), 오히려 피고의 위 주장에 부합하는 취지의 내용(제1심 증인 소외 2의 증언)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원심은 피고가 서명날인한 처분문서인 이 사건 각서에 위 가압류청구금액 11,000,000원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지고 변제하고 채무자인 소외 1이 변제하지 못할 시 그리고 경매 후 부족금에 대하여서도 책임질 것을 각서한다고 기재된 점을 가장 중요한 근거로 하여 위와 같이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나. 그러나, 계약당사자 간에 어떠한 계약내용을 처분문서인 서면으로 작성한 경우에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할 것이지만, 그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과 그 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당사자가 그 계약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목적과 진정한 의사, 거래의 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고찰하여 사회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맞도록 논리와 경험의 법칙, 그리고 사회일반의 상식과 거래의 통념에 따라 그 계약의 내용을 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할 것이고, 특히 당사자 일방이 주장하는 계약의 내용이 상대방에게 중대한 책임을 부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그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할 것인바 (당원 1994.4.29.선고 94다1142 판결; 1993.10.26.선고 93다310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각서가 과연 원고 주장대로 피고가 원고를 위하여 위 가압류의 청구금액을 넘어서 위 대여금 75,000,000원 전체에 대하여 위 소외 1이 변제하지 아니한 금액이나 경매실행 후 부족금을 보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다. 먼저 이 사건 각서의 내용을 보면, "상기 본인은 1993.1.21.자로 남구 ○○동 소재 소외 1 자택(대지 86평과 건물 3동)을 원고에게 차용함과 동시에 설정된 부동산에 대한 대한보증보험의 가압류 일금 11,000,000원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지고 변제하고 채무자 소외 1이 변제하지 못할 시 그리고 경매 후 부족금에 대하여서도 책임질 것을 각서합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어, 위 문언의 의미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취지로 볼 수 있는 여지도 없지 아니하지만, 위 문언의 "피고가 책임지고 변제하고 채무자 소외 1이 변제하지 못할 시 그리고 경매 후 부족금에 대하여서도 책임"진다는 기재부분 앞에 "대한보증보험의 가압류 일금 11,000,000원에 대하여"라고 기재되어 있어 이를 위 금 11,000,000원에 대하여 피고가 책임지며, 위 금액을 채무자 소외 1이 변제하지 못할 때와 위 금액 중 경매 후 부족금에 대하여 책임진다는 취지로도 볼 수 있고, 또, 이 사건 각서를 위 대여금 75,000,000원 전체에 대하여 위 소외 1이 변제하지 아니한 금액이나 경매실행 후 부족금을 보증하는 취지로 작성한 것이라면 이 사건 각서에 위 금 75,000,000원 전체금액을 기재함으로써 보증액의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보통일텐데 위 전체금액의 기재가 전연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서를 피고 주장과 같이 위 가압류청구금액 11,000,000원에 대하여만 피고가 책임지고 변제하고 경매 후 부족금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취지로 해석할 여지도 있으므로, 위 문언의 객관적인 의미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은 취지임이 명확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나아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원고가 소외 1에게 금 75,000,000원을 대여하면서 이를 담보하기 위해 위 소외 1 소유의 위 부동산에 관하여 근저당을 설정하였는데, 위 부동산에 대하여 금 11,000,000원의 채권을 청구채권으로 한 가압류기입등기가 근저당설정 전 경료된 것이 위 근저당설정 후에 밝혀져서 원고가 위 소외 1에게 당초에 약속한 금 75,000,000원 중 위 가압류청구금액인 금 11,000,000원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만을 대여하겠다고 하고, 위 소외 1은 이에 응하지 아니함으로써 다툼이 있게 됨에 따라 피고가 위 가압류청구금액인 금 11,000,000원에 대하여도 책임지고 변제하여 위 가압류기입등기를 말소하여 주겠다고 제의하고, 원고가 이를 수락하여 위 소외 1에게 금 75,000,000원을 대여하였던 것이고, 원고와 피고 사이에 금 11,000,000원에 대하여만 금전소비대차계약 공정증서를 작성한 점, 기록(갑 제3호증의 2)에 의하면, 원고가 위 소외 1에게 금 75,000,000원을 대여하고 차용금증서를 받으면서 소외인 2명을 위 소외 1의 연대채무자로 세웠음을 알 수 있는데, 피고가 원고에게 금 75,000,000원 전체에 대한 보증을 한 것이라면 위 차용금증서에 한꺼번에 연대채무자로 됨으로써 충분할 터인데 따로 사건 각서를 작성한 점, 일반적으로 타인의 채무를 보증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보증에 의하여 지게 될 자기의 책임을 될 수 있는 대로 작게 국한시키려는 것이 통상 보증인의 의사인 점 등을 종합하여 생각해 보면, 이 사건 각서는 피고가 위 대여금 75,000,000원 전체가 아닌 위 가압류청구금액 11,000,000원에 대하여만 위 소외 1이 변제하지 아니하는 금액이나 경매실행 후 부족금을 보증한다는 의사로 작성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피고가 위 대여금 75,000,000원 전체에 대하여 위 소외 1이 변제하지 아니하는 금액이나 경매실행 후 부족금을 지급보증한 것이라고 단정한 것은 결국 당사자의 의사표시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거나 채증법칙에 위반하여 사실을 잘못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