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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
서울중앙지법 2008. 3. 7. 선고 2008고합33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항소[각공2008상,957]
판시사항

[1]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의 입법 취지와 목적

[2] 인터넷 블로그에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 등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공직선거법상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의 게시행위’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방법

[3] 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선거운동 조직이나 정당 등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12회에 걸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특정 대통령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스크랩하여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한 사안에서, 제반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에 위반되는 ‘탈법방법에 의하여 문서를 게시한 행위’ 혹은 제254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은 선거일을 앞둔 일정한 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 등의 배부, 게시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 규정의 취지는 선거에서 후보자의 조건을 공정, 평등하게 하기 위하여 사실상 선거운동의 성격을 가진 문서와 같은 인쇄물 등이 무제한적으로 배부되어 선거운동에 부당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것을 막고, 공직선거법 제64조 내지 제66조 가 문서의 경우 선전벽보, 선거공보, 소형인쇄물 등에 의한 선거운동만을 허용하면서 이에 대하여도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 의미가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헌법 제116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선거운동 기회균등 보장의 원칙에 입각하여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사이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고,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통하여 후보자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를 도모함에 그 입법 목적이 있다.

[2] 인터넷 블로그에 게시된 글에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명칭이 나타나는 경우에, 이러한 게시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 또는 ‘당선·낙선의 목적의사’에 기한 행위로서 공직선거법상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의 게시행위’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블로그의 일상적인 운영의 틀 내의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블로그의 개설 경위, 전체적인 취지, 구성, 게시된 글의 내용, 글의 출처,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성, 운영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

[3] 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선거운동 조직이나 정당 등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이 선거운동기간 중에 12회에 걸쳐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된 특정 대통령 후보자를 반대하는 내용의 기사를 스크랩하여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게재한 사안에서, 위 행위는 피고인이 그 관심사 중 하나인 당시의 정치상황에 관한 글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게시한 것에 불과하고, 일부 접속자들이 이를 열람하여 선거와 관련된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위 피고인이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므로,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 행위라거나, 선거인을 상대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에 위반되는 ‘탈법방법에 의하여 문서를 게시한 행위’ 혹은 제254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검사

이준범

주문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naver)에서 ‘ (이름 생략)’라는 블로그(http://blog.naver.com/ (이름 생략))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정당 또는 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를 포함한다)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고, 또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07. 12. 19. 실시되는 제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인터넷을 통하여 한나라당 후보자인 이명박을 낙선시키는 활동을 전개하기로 마음먹고, 2007. 9. 13. 22:22경 서울 양천구 신월동 (지번, 아파트이름, 동호수 생략) 소재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컴퓨터를 이용하여 인터넷 “오마이뉴스”에 접속한 다음, 위 사이트에 있는 “대통령 자질 의심케 하는 이명박 후보의 성매매 발언”이라는 제목의 “이명박 발언 들은 편집국장들, 왜 침묵하나, ‘고태진 칼럼’ 대통령 자질 의심케 하는 이명박 후보의 ‘성매매 발언’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지난 8월 28일 서울 시내 한 중국음식점에서 주요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10명 가량과 저녁식사를 하는 도중 ‘여성’에 관한 부적절한 비유를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특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을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인생의 지혜’로써 ‘현지에서 가장 오래 근무한 선배는 마사지 걸들이 있는 곳을 갈 경우 얼굴이 덜 예쁜 여자를 고른다더라. 왜 그럴까 생각해봤는데 얼굴이 예쁜 여자는 이미 많은 남자들이...,(일부 생략) 그러나 얼굴이 덜 예쁜 여자들은 서비스도 좋고...(일부 생략)’식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이번 이명박 후보의 발언도 기자들과의 폭탄주 회동 자리였다는 점, 여성에 대한 비하 내지는 성희롱 발언이었다는 점, 약속이나 한 듯 언론들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거의 유사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편하게 비공개로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였고, 폭탄주를 마신 상태였기 때문에 보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는 언론들의 해명도 똑같다. 그간 7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성매매방지특별법’도 제정되고, 우리 사회의 인권의식이나 성의식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폭탄주 회동’ 문화나 여성 비하 의식이 여전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이번 이명박 후보 발언의 사례다. 이명박 후보가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어느 술집 구석에서 만나서 그런 대화를 나눴다면 공개될 이유도 없을 것이고, 문제 삼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사적인 자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측근 정치인들과 함께 신문사 편집국장을 만나는 자리가 사적인 자리라고 할 수 있는가? 예전의 ‘관기발언’도 그렇지만, 벌써부터 기자들과 폭탄주를 나눠 마시면서 음담패설이나 주고받는 사람이 과연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라는 기사를 퍼와 자신의 위 블로그에 이를 게재하였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글을 게재한 것을 비롯하여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그때부터 2007. 11. 19.까지 모두 12회에 걸쳐 위 이명박 후보를 반대하는 내용의 글을 게시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등을 게시함과 동시에 사전선거운동을 하였다.

판 단

1. 국민의 기본권과 공직선거법에 의한 제한

가. 대의민주제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질서하에서 주권자인 국민은 공직자를 선출하는 선거에 자유롭게 참여하여 그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선거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의 자유는 구체적으로 투표의 자유, 입후보의 자유 나아가 선거운동의 자유를 뜻한다. 선거운동의 자유는 널리 선거과정에서 자유로이 의사를 표현할 자유의 일환이므로 표현의 자유의 한 태양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선거과정에서 국민이 정치적 의견을 자유로이 발표·교환함으로써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게 된다.

그러나 금권, 흑색선전 등에 의한 타락선거를 막고, 무제한적이고 과열된 선거운동으로 말미암아 발생할 사회경제적 손실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국민의 진정한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선거의 공정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하여 선거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 등을 제한할 수 있지만, 그 제한의 목적과 제한의 방법·정도 사이에 비례의 원칙이 지켜져야만 한다.

나.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화 시대에 있어서는 개인의 인터넷 공간에서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타인과 이를 교환하는 행위가 용이해졌으며, 이러한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의 실현방법에 있어서 변화, 즉 표현의 자유의 실현방법이 쉽고 다양해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바, 이러한 표현의 자유가 신장될 수 있는 토대에 대해서는 적정한 보장이 요구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개인이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를 통해 타인의 의사 형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하는바(종전에 주로 언론매체를 통해서 이루어지던 여론형성이 이른바 ‘개인미디어’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그 악용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공직선거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선거운동의 수단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크므로, 그 악용에 대해서 유의해야 한다.

다. 이러한 ‘인터넷에 글을 게시하는 행위’는 공직선거법과 관련해서 주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서 보듯이 공직선거법 제93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의 게시행위’와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라. 물론 게시글의 내용에 따라 공직선거법상의 허위사실공표죄( 제250조 )나 후보자비방죄( 제251조 )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고, 이에 대해서는 보다 중한 법정형이 규정되어 있는데, 이 사건 공소사실은 위 죄들을 포함하지 않았으므로 문제되지 않는다.

2. 공직선거법 관련 규정의 의미

가. 선거운동 자유의 원칙과 그 제한

공직선거법제58조 제2항 에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법 또는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금지 또는 제한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선거운동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선언하면서, 선거운동에 있어서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제59조 내지 제118조 에서 선거운동에 금권, 관권, 폭력 등에 의한 부정을 유인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억제하고, 과잉선거운동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효율적으로 제한하며, 후보자 간의 실질적 기회균등을 기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의 주체, 기간, 방법 등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

(1) 규정 및 입법 목적

(가)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은,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 문서 …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위 규정은 선거일을 앞둔 일정한 기간 동안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 도화 등의 배부, 게시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것으로서, 이 규정의 취지는 선거에서 후보자의 조건을 공정, 평등하게 하기 위하여 사실상 선거운동의 성격을 가진 문서와 같은 인쇄물 등이 무제한적으로 배부되어 선거운동에 부당한 경쟁을 초래함으로써 선거의 공정을 해치는 것을 막고, 공직선거법 제64조 내지 제66조 가 문서의 경우 선전벽보, 선거공보, 소형인쇄물 등에 의한 선거운동만을 허용하면서 이에 대하여도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등 엄격한 규제를 하고 있는 의미가 상실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헌법 제116조 제1항 이 규정하는 선거운동 기회균등 보장의 원칙에 입각하여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사이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고, 비용이 적게 드는 선거운동을 통하여 후보자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선거의 평온과 공정을 해하는 결과의 발생을 방지함으로써 공정한 선거를 도모함에 그 입법 목적이 있다.

(2)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라는 전제 아래 그에 정한 행위를 제한하고 있는 것은 고의 이외에 초과주관적 요소로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을 범죄성립요건으로 하는 목적범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는 이 규정이 앞서 본 유권자인 국민의 선거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점을 염두에 둔 결과이다. 한편, 그 목적에 대하여는 적극적 의욕이나 확정적 인식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족하다. 그리고 그 목적이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ㆍ경쟁 후보자 또는 정당과의 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 및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7. 6. 15. 선고 2007도175 판결 참조).

나아가 대의민주제하에서 일반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은 결국 대표자를 뽑는 선거를 통해 구체화된다는 점에 비추어 모든 정치적 표현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로 귀결될 수 있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의 ‘선거에 영향을 미칠 목적’을 너무 넓게 인정할 경우 모든 정치적 표현이 이에 해당하게 되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인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다. 사전선거운동의 제한 : 공직선거법 제59조 제254조

(1) 규정 및 입법 목적

(가) 공직선거법은 제59조 에서 “선거운동은 후보자등록마감일의 다음날부터 선거일전일까지에 한하여 이를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면서, 제254조 에서 선거일( 제1항 ) 및 선거운동 기간 전( 제2 , 3항 )에 선거운동을 한 경우를 처벌하고 있다.

(나) 공직선거법이 앞서 본 바와 같이 개별적으로 금지·제한하는 법규정이 없는 한 누구든지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음을 선언하면서도 선거운동의 시기를 제한하는 취지는, 기간의 제한 없이 선거운동을 무한정 허용할 경우에는 후보자 간의 오랜 기간 동안의 지나친 경쟁으로 선거관리의 곤란으로 이어져 부정행위의 발생을 막기 어렵고, 후보자 간의 무리한 경쟁의 장기화는 경비와 노력이 지나치게 들어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손실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후보자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공평이 생기게 되는 결과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2) ‘사전선거운동’의 의미

선거운동의 기간 제한 규정을 넓게 적용할 경우, 선거운동기간 이전에 행해지는 선거의 자유,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실현하는 행위를 사실상 제약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국민의 기본권과 상충할 수밖에 없는 사전선거운동 금지규정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요구되며, 이는 규정의 합헌적인 해석을 통해서 달성되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254조 제3항 에서 말하는 ‘사전선거운동'이라 함은 특정 선거에서 선거운동기간 전에 특정 후보자의 당선을 목적으로 투표를 얻거나 얻게 하기 위하여 필요하고 유리한 모든 행위, 또는 반대로 특정 후보자의 낙선을 목적으로 필요하고 불리한 모든 행위 중에서 선거인을 상대로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를 말한다. 단순한 의견개진 등과 구별되는 가벌적 행위로서의 선거운동의 표지로서 당선 내지 득표(반대 후보자의 낙선)에의 목적성, 그 목적성의 객관적 인식가능성, 능동성과 계획성이 요구된다( 대법원 2005. 1. 28. 선고 2004도4325 판결 참조).

3. 블로그의 특징과 공직선거법 위반과의 관계

가. 블로그의 특징

블로그는 웹로그(Weblog = Web+Log)의 줄임말로 인터넷 공간에 자신의 경험, 일상 등을 기록하는 사적인 기록공간의 의미로 시작되었으나, 현재 그 운영형태가 주위 사람들과의 친목을 도모하고 인맥을 관리하는 정도의 지극히 개인적인 형태에서부터,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의견이나 지식을 적극적으로 전달하는 ‘1인 미디어’의 형태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나. 공직선거법 위반과의 관계

(1) 블로그에 게시된 글에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명칭이 나타나는 경우에, 앞서 본 ‘탈법방법에 의한 문서의 게시행위’와 ‘사전선거운동’에 의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문제된다.

(2) 위와 같이 블로그가 ‘1인 미디어’의 형태로 사용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개인 블로그에 글이 게시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없다거나, 선거인을 상대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한 ‘능동적·계획적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3) 그러나 블로그 운영자가 개인적인 일상, 취미, 관심사 등을 기록 및 수집하는 것을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해 왔고, 그 관심사의 하나로서 정치·선거 관련 글을 기록 또는 수집하여 게시한 경우로서, 그러한 글의 게시가 피고인이 일상적으로 해 오던 블로그 운영의 틀 내에 있다면 그러한 행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한 ‘능동적·계획적 행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① 그러한 글의 게시 행위가 ‘선거운동의 부당한 경쟁 및 후보자들 간의 경제력 차이에 따른 불균형이라는 폐해를 막아 후보자의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후보자 간의 무리한 경쟁의 장기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하려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제254조 의 입법 목적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보기 어렵고, ② 특정한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과 관련된 행위라도 일상적·의례적·사교적인 행위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고, 기부행위라 하더라도 지극히 정상적인 생활형태의 하나로서 사회질서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일종의 의례적 행위나 직무상의 행위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한다고 보는 판례(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5도2014 판결 , 2007. 4. 26. 선고 2007도218 판결 등 참조)의 법리가 유추·적용될 수 있으며, ③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에 열거되어 있는 다른 문서, 도화 등의 게시행위는 선거권자들이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어떤 반박을 제시하기도 어려운 수동적, 일방적인 상태에서 위와 같은 탈법행위에 노출됨에 반하여, 인터넷은 선거권자가 정보의 수신 여부를 선택할 수 있고, 그 정보에 대해 반박하는 등 상호작용이 가능하여, 선거의 공정 등을 보호하고자 하는 위 조항의 법익을 침해할 위험성이 더 적으므로, 그 허용되는 범위도 더 넓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4) 위와 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 또는 ‘당선·낙선의 목적의사’에 기한 행위가 아닌 블로그의 일상적인 운영의 틀 내의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블로그의 개설 경위, 전체적인 취지, 구성, 게시된 글의 내용, 글의 출처,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성, 운영자의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4. 판 단

가. 인정 사실

이 사건 증거 및 변론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인정할 수 있다.

(1) 피고인의 지위 및 피고인과 후보자·경쟁후보자 또는 정당과의 관계

피고인은 자동차 판매 영업사원이고,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으며, 제17대 대통령선거와 관련하여 어떠한 선거운동 조직에 가입한 적도 없다.

(2) 피고인의 블로그 운영 및 글의 게시 경위

(가) 피고인은 2006. 8.경부터 인터넷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 (이름 생략)’라는 블로그를 개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나) 피고인의 블로그는 노동이야기, 시가 빛날 때, 가락이 흐를 때, 정치이야기, 세상이야기, 그림이야기, 노래이야기, 역사이야기, 민족이야기, 문화이야기, 풍경이야기, 여성이야기 등 약 38개의 같은 등위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고, 경찰이 위 블로그의 캡쳐화면을 인쇄한 날인 2007. 11. 19.경에 모든 카테고리에 게재된 글의 수는 약 4,329개(피고인은 약 6,000개라고 진술)이다.

(다) 피고인은 다른 인터넷 사이트(오마이 뉴스 5개, 민중의 소리 2개, 프레시안 3개, 한겨레신문 1개, 레디앙 1개)에 게시된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의 기사, 칼럼 형식의 글을 스크랩하여 자신의 블로그 내의 ‘정치이야기’ 카테고리에 게시하였다.

(라) 한편, 위 12개의 게시글에 대한 2007. 11. 19.경까지의 덧글 수를 보면, 별지 범죄일람표 순번 제3번의 글에는 하나의 덧글도 작성·게시되지 않았고, 순번 제6번의 글에는 25개의 덧글이 작성·게시되었으며, 다른 글에는 그 사이 횟수의 덧글이 작성·게시되었다.

(마) 피고인이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이 적용되는 기간( 2007. 6. 22. ~ 2007. 12. 19.) 무렵인 2007. 6. 19.부터 같은 해 11. 26.경까지 위 블로그에 게시한 글은 약 1,600개였고, 대통령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하루에 약 10개 정도의 글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피고인 제출의 의견서).

(3) 게시한 글의 내용

피고인이 게시한 글은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은바, 그 게시글의 대부분에 다음과 같은 내용적 특징이 있다.

본문내 포함된 표
순번 내 용 특 징
1 이명박 후보의 ‘성매매 발언’ 관련 이명박 후보의 발언을 들은 언론사 편집국장들이 왜 그 사실을 기사화하지 않느냐는 비판이 주된 취지
2 왜곡된 보도라는 이명박 후보측의 반박이 함께 실림
3 경부운하 정책 관련 운하 정책이 계속 바뀌고 있으므로 현장조사 후 정책 내용을 확정하라는 주장
4 이명박 후보의 공약 남발 이명박 대통령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인정하고, 깊이 있는 공약을 내세울 것을 요구
5 김경준의 귀국 관련 내용 김경준 귀국과 관련된 한나라당의 이중적 태도 지적, 한나라당의 해명을 함께 적음
6 BBK 사건의 쟁점 포인트 2가지 BBK 사건과 관련하여 주목해야할 점을 정리, 한나라당의 반박 내용도 함께 실림
7 이명박 후보가 MAF 회장설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않은 것과 맞춤법을 틀린 내용 이명박 후보측의 해명이 함께 실림
8 이명박 후보의 경제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비판 이명박 후보의 정책이 경제를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취지
9 김경준의 횡령액이 이명박 후보의 LKE 뱅크 계좌로 입금됐다는 내용 이명박 후보측의 반박도 함께 실림
12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내용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 적시

(4) 행위 당시의 사회 상황

피고인이 위 각 글을 게시한 시기는 대부분의 주요 언론이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한 당선후보자인 이명박과 관련된 위 글들과 같은 내용을 주된 기사로 내보내던 시점이다.

나. 판 단

(1) 피고인이 게시한 글이 특정 후보자를 반대하는 취지를 담고 있고, 불특정인들이 위 글들에 덧글을 다는 형태 등으로 의견을 표시한 점은 인정된다.

(2) 그러나 한편 위 인정 사실과 변론에 의하면, ① 피고인이 글을 게시한 장소는 피고인의 개인 ‘블로그’이고, 위 블로그는 약 38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피고인은 그 중 ‘정치이야기’라는 카테고리에만 위 글들을 게시하였고, 나머지 카테고리들은 문화, 음악, 그림 등 선거와는 상관이 없는 분야인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글들을 게시하기 훨씬 전인 2006. 8.경 위 블로그를 개설하였고, 그 개설 이유에 대하여 개인적인 신변잡기와 사진, 좋아하는 시나 음악, 관심이 가는 여러 분야의 글과 자료들을 올릴 목적이었다고 진술하고 있고, 위 블로그의 구성에 비추어 이러한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점, ③ 피고인은 위 블로그 개설 이후 꾸준히 글을 게시해 왔는데, 위 블로그에 게시된 글은 약 4,329개 정도이고, 이 사건 대통령 선거에 즈음하여 게시된 글만도 약 1,600개임에 반해 이 사건 글들은 12개로서 전체 블로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인 점, ④ 이 사건 글들은 2007. 9. 13.부터 2007. 11. 19.까지 약 2달에 걸쳐 12번 게시되었는바, 위 게시기간, 피고인이 올린 전체 글의 개수 및 당시 위 글과 같은 내용들이 주요 언론에서 차지했던 비중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12개의 글들을 특별히 강조했다거나, 그 게시방법 및 형태에 있어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없는 점, ⑤ 위 블로그에 대한 2007. 11. 19.자 캡쳐화면에 의하면 당시는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이 사건 글에 적시된 내용이 커다란 사회적 논쟁거리였음에도, 위 블로그의 최근 덧글 10개 중 8개는 이 사건 글들과 전혀 상관없는 글에 대한 덧글이었던 점, ⑥ 이 사건 글들은 모두 인터넷신문 등에 게시된 기사나 칼럼 등을 스크랩한 것으로서, 이명박 후보를 맹목적으로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주요 언론에서 보도되어 널리 알려진 의혹들을 바탕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들이고, 이에 대한 이명박 후보측의 반론 또한 함께 실려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또한 경부운하와 경제정책과 관련된 일부 글들은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고려하면 후보자의 공약 반대를 넘어서 장차 국가의 발전방향에 대한 관심과 비판을 담은 것으로 볼 수 있어서, 평소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글을 수집하여 게시하였던 피고인의 블로그 운영방식에 비추어 피고인의 위 게시행위는 일상적으로 해 온 자연스러운 행위로 보이는 점 등이 인정된다.

(3) 이러한 사정들에다가 피고인이 특정 후보자의 선거조직에 가입한 사실이 없으며, 나아가 정당이나 정치적 사회단체에 가입한 사실도 없는 점까지 더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12개의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행위는 여러 가지 분야에 대하여 일상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던 피고인이 그 관심사 중 하나인 당시의 정치상황에 관한 글을 통상적인 방법으로 게시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고, 일부 접속자들이 이를 열람하여 선거와 관련된 어떤 영향을 받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는 위 피고인이 의도하지 않은 부수적인 결과에 불과하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일상적이고, 의례적인 피고인의 이러한 행위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거나, 피고인의 행위가 선거인을 상대로 특정인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하기 위하여 하는 것이라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능동적·계획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의 행위는 공직선거법 제93조 제1항 에 위반되는 ‘탈법방법에 의하여 문서를 게시한 행위’ 혹은 제254조 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5. 결 론

결국,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에 의하여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별 지] 범죄일람표 : (생략)]

판사 민병훈(재판장) 박종열 오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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