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당좌수표가 이른바‘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경우에 원인채무가 소멸하는지 여부
판결요지
당좌수표가 이른바 ‘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경우에 당좌수표의 소지인으로서는 이미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종전의 수표에 기한 수표금청구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원인채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의 지급기일까지 그 지급이 유예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원인채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가 지급되어야만 그 원인채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참조조문
원고, 피상고인
조춘자구의주택조합사기사건피해자대책위원회 소송대리인 변호사 유중원
피고, 상고인
피고 1 외 15인 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구도일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고들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피고들 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는 1992.10.8. 서울신탁은행 양재동지점에 원고에 대한 약정금 채무자인 피고들이 그 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원고에게 교부한 소외 일렉트로시스템주식회사가 발행한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의 추심을 위임하면서 원고의 대표자 명의로 개설된 원고의 예금계좌에 이를 입금시켰으며,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다음날 이를 위 당좌수표의 지급인인 한미은행 도산로지점에 지급제시를 하였으나 당좌수표의 발행인인 위 회사에 결제자금이 없어 당좌수표를 결제할 수 없게 되자, 원고는 그날 위 회사의 요청으로 이미 지급 제시하여 버린 위 당좌수표가 부도처리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금 100,000,000원을 현금으로 지급받고 위 회사 발행의 액면 금 220,000,000원의 당좌수표 2매를 교부받는 대신 위 회사와 한미은행 지점 및 서울신탁은행 지점 등과의 사이에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원고의 위 예금계좌의 예금으로 당좌수표금에 상당하는 자기앞수표를 발행하여 원고에게 주면 원고는 이를 위 회사가 당좌거래를 하는 한미은행 지점의 결제구좌에 입금시키기로 합의하여 그 합의대로 처리한 결과 당좌수표가 부도처리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하고, 위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는 기존의 원인채무인 약정금채무의 이행을 위하여 교부되었다고 보아야 하고 이 경우 기존의 원인채무는 채권자가 어음, 수표채권을 행사하여 궁극적인 만족을 얻은 경우에 한하여 소멸한다고 할 것인데, 위 당좌수표가 형식적으로 결제된 것같이 처리는 되었으나 이는 이른바 “되막음”을 한 것에 불과할 뿐이어서 원고가 위 당좌수표의 결제에 의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었다고 할 수 없어 이로써 기존의 원인채무인 540,000,000원의 약정금채무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거기에 어떠한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는바, 위와 같이 위 당좌수표가 되막음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경우에 당좌수표의 소지인으로서는 이미 결제된 것으로 처리된 종전의 수표에 기한 수표금청구는 할 수 없을 것이나, 그 원인채무에 관하여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따라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의 지급기일까지 그 지급이 유예된 것에 불과하고 실질적으로 채권의 만족을 얻은 것은 아니어서 원인채무 자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새로이 교부받은 당좌수표가 지급되어야만 그 원인채무가 소멸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니 (당원 1992.2.25. 선고 91다14192 판결 참조), 같은 취지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이유모순이나 수표결제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위 액면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를 피고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1992.9. 30.에 지급제시하지 아니한 것은 당시 수표의 발행인인 위 회사가 수표를 결제할 자금이 없어서 위 회사의 요청에 따라 그 지급제시를 늦추게 되었던 때문임은 원심이 적법하게 확정하고 있는 바이고, 가사 소론과 같이 위 회사의 대표이사인 소외인이 같은 해 10.5.경 서울신탁은행 양재동지점으로부터 금 900,000,000원을 대출받은 일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원고가 알았다거나 또는 그 당시에 원고가 위 수표를 지급제시하였더라면 결제되었을 것이라는 점에 관한 별다른 입증이 없는 이 사건에서 원고가 같은 해 10.8.에 위 수표의 지급제시를 한 데 어떤 잘못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들에 대하여 어떤 손해배상채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고 또 기존의 원인채무인 위 540,000,000원의 약정금채무가 소멸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이 점을 다투는 논지는 모두 이유 없다.
2. 그리고 위에서 본 것처럼 위 서울신탁은행 지점이 추심을 위임받은 금 540,000,000원의 당좌수표가 되막기의 방법에 의하여 결제되었다면 그로써 위 지점의 추심업무는 종료되는 것이고, 가사 소론이 주장하는 것처럼 당시에 위 회사가 위 지점으로부터 금 2,100,000,000원을 대출받기로 예정되어 있어 그 대출금으로 원고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는데 그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위 회사와 원고 사이의 약정을 위 회사가 이행하지 않은 것일 뿐 그로 인하여 위 당좌수표의 액면에 상당하는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라거나 원고와 위 지점이 위 회사와 공모하여 피고들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어떤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라고 할 수도 없다.
따라서 원심이 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위 지점의 위 회사에 대한 대출관계에 관한 피고들의 증거신청이나 그 증거조사를 위한 변론재개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것은 정당한 것이라 할 것이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나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이 이외의 원심법원에서 원심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의 결정을 하였다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4.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패소자들의 부담으로 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