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주주총회를 개최함 없이 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 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에게 상법 제395조 의 규정에 의한 책임을 묻기 위한 요건
판결요지
상법 제395조 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지는 것은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 사용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대표자격의 외관현출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주주총회를 소집, 개최함이 없이 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면, 의사록 작성으로 대표자격의 외관이 현출된 데에 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되어야만 한다.
참조조문
원고(반소피고)
피상고인 신광선 외 14인 원고(반소피고)들 소송대리인 변호사 강현중
피고(반소원고)상고인
피고 주식회사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상고이유보충서의 기재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 내에서)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피고 회사는 창립 당시 소외 1의 동생인 소외 2가 대표이사로, 소외 1의 아내인 소외 3과 형인 소외 4가 각 이사로 각 취임하였으나, 사실상 소외 1이 자본금 전액을 출자하고 다만 그 절차상 주권을 발행하지 아니한 채 주식인수인의 명의를 그의 친족 앞으로 신탁하여 두고, 실질적으로 피고의 총주식을 단독으로 소유하면서 경영권을 행사하여 온 1인회사인데, 피고 회사가 1987.6.9. 소외 청일건업주식회사에 대하여 이 사건 연립주택의 완공에 따른 공사대금지급채무를 이행하기 어렵게 되자, 그 해결방안으로 소외 회사와의 사이에 소외 1이 소유하는 피고 회사의 총주식을 포함한 모든 자산을 소외 회사에게 양도하고,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 내지 이사로서의 경영권일체를 소외 회사가 지정하는 자에게 인계하여 주기로 한 사실, 이에 따라 소외 2가 같은 해 7.6. 피고 회사의 이사직을 사임하고 같은 날짜로 소외 회사의 전무이사인 김상기가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였는데, 소외 1은 위 김상기가 피고 회사의 업무에 관심을 두지 아니한 틈을 타서 여전히 피고 회사의 업무에 관여하는 등 사실상 피고 회사의 경영주로 행세하던 끝에, 1988.10.7. 사실은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가 각 소집, 개최된 일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날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어 피고 회사의 주주 7인(주식총수 10,000주) 중 6인(주식총수 8,000주)이 출석하여 위 김상기를 대표이사인 이사직에서 해임하고 소외 1을 이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임시주주총회의사록을 위조함과 아울러, 그날 이사회에서 이사 3인, 감사 1인 등 전원이 출석하여 대표이사인 위 김상기를 해임하고 소외 1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있었던 것처럼 이사회회의록을 위조한 후, 위 각 서류들을 이용하여 같은 달 12. 위와 같은 내용으로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인 이사의 변경등기를 마쳤으며, 1989.1.19. 당국으로부터 이 사건 연립주택의 분양전환을 승인받아 같은 해 2.부터 5.경까지 사이에 그 전세대분을 일반분양하였고, 원고들과의 이 사건 분양계약과 그 소유권이전청구권보전의 가등기도 그 일환으로 이루어진 사실, 그 후 위 김상기는 피고 회사를 상대로 위와 같이 위조된 주주총회의사록 및 이사회의사록에 기재된 각 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결과, 1990.2.14. 그 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이 선고되고, 그 판결이 그대로 확정됨에 따라 1991.5.17. 피고의 대표이사 취임등기를 회복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소외 1이 한 원고들과의 분양계약은 표현대표이사의 행위로서 유효하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대하여, 당시 피고 회사의 적법한 이사로 남아있던 소외 3, 4와 감사이던 소외 5 등이 소외 1의 장기간에 걸친 경영권행사를 적극 동조하였고,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김상기 또한 소외 1의 경영권행사를 장기간 방치하여 사실상 이를 묵인함으로써 최소한 피고 회사 이사 정원의 과반수가 소외 1의 표현대표를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허용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위 주장을 받아들여, 피고 회사는 소외 1을 그 적법한 대표이사로 믿고 거래한 원고들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2. 그러나. 상법 제395조 의 규정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 사용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대표자격의 외관현출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고,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주주총회를 소집, 개최함이 없이 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회사에게 그 책임을 물으려면, 의사록 작성으로 대표자격의 외관이 현출된 데에 대하여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되어야만 할 것이다 ( 당원 1992.8.18. 선고 91다14369 판결 ; 1992.9.22. 선고 91다5365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원심이 확정한 대로, 소외 1이 주주총회의사록을 위조하여 자신을 대표이사로 등기할 당시 그는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나 이사가 아니었고, 소외 회사에 피고의 주식과 자산 전부를 양도하여 주주의 지위에 있은 것도 아니라면, 소외 1의 행위가 대표이사인 김상기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소외 1이 권한없이 대표자격의 외관을 만들어낸 데 대하여 피고 회사에 어떠한 책임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원심으로서는 먼저 소외 1의 대표이사로서의 외관이 현출된 데 대하여 피고 회사에 어떠한 귀책사유가 있는가를 살피고, 이에 따라 피고 회사에게 표현대표이사로 인한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가렸어야 할 것임에도, 이에 이르지 아니하고 막연히 소외 1의 경영권행사에 대하여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를 방치하였고 이사인 소외 3 등이 소외 1의 행위에 동조하였다는 사실만을 들어 피고 회사 이사 정원의 과반수가 소외 1의 표현대표를 허용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피고 회사로서는 소외 1을 적법한 대표이사로 믿고 거래한 원고들에 대하여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음은 상법 제395조 가 규정하는 회사의 책임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