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2020도18285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제작·
배포등),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
법률위반,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강
제추행), 아동복지법위반(아동에 대한음행강요 · 매
개·성희롱 등)
피고인
피고인
상고인
피고인
변호인
법무법인 참본 담당변호사 김경 외 2인
원심판결
서울고등법원 2020. 12. 9. 선고 (춘천)2020노95, (춘천)2020전노11(병합) 판결
판결선고
2021. 3. 25.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관련 법리
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의 입법경위
2000. 2. 3. 제정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는 청소년의 정의를 19세 미만의 남녀로 규정하면서 제8조 제1항에서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 · 수입·수출한 자를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였다.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2009. 6. 9.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 보호법'이라고 한다)로 제명이 개정되었고, 2012. 12. 18. 전부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 제1항에서 위 구법 제8조 제1항의 처벌규정이 유지되었는데, 다만 그 법정형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되었다(이 사건 이후 2020. 6. 2.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아동·청소년성 착취물'로 변경함으로써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은 그 자체로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착취 및 성학대를 의미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나.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을 촬영하게 한 경우 청소년성보호법위반(음란물제작 · 배포등)죄의 성립 여부
1) 피고인이 아동·청소년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음란물을 촬영하게 한 경우 피고인이 직접 촬영행위를 하지 않았더라도 그 영상을 만드는 것을 기획하고 촬영행위를 하게 하거나 만드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에 해당하고, 이러한 촬영을 마쳐 재생이 가능한 형태로 저장이 된 때에 제작은 기수에 이른다(대법원 2018. 1. 25. 선고 2017도18443 판결,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8도9340 판결 참조).
2)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에 있어서는 피고인이 해당 영상을 직접 촬영할 것을 요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되는 바, 그 취지는 ① 모바일기기의 보급이 일반화됨에 따라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은 매우 용이한 현실, ②② 현재 정보통신매체의 기술 수준에서는 단순히 촬영한 영상물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즉시 대량 유포 및 대량 복제가 가능하고, 제작에 관여한 사람의 의도와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유통에 제공될 가능성이 있고, 음란물의 제작행위 자체에 그 유통의 위험성까지도 상당부분 내재되어 있는 점, ③ 청소년성보호법의 입법목적, 아동·청소년이 용음란물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고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비정상적 가치관을 심어줄 수 있는 점, 아동·청소년이 사회공동체 내에서 책임 있는 인격체로 성장할 때까지 사회로부터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과 아동·청소년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 역시 온전히 보호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점, 제작행위에 관여된 피해 아동·청소년에게 영구히 씻을 수 없는 기록을 남기고 그러한 피해는 쉽사리 해결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제작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범죄로서 죄질과 범정이 매우 무겁고 비난가능성 또한 대단히 높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헌법재판소 2019. 12. 27. 선고 2018헌바46 결정 참조).
다. 공동정범의 성립 요건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인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그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하여 범죄를 실행하였을 것이 필요하고, 여기서 공동가공의 의사란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함이 없이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하는바(대법원 2003. 3. 28. 선고 2002도7477 판결 등 참조),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나(대법원 2000. 4. 7. 선고 2000도576 판결 등 참조), 반드시 사전에 치밀한 범행계획의 공모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으며 공범자 각자가 공범자들 사이에 구성요건을 이루거나 구성요건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다는 상호이해가 있으면 충분하다(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7도6706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러한 공동가공의 의사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엄격한 증명이 요구되지만, 피고인이 주관적 요소인 공동가공의 의사를 부인하는 경우에는, 사물의 성질상 범의와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 또는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방법에 의하여 이를 입증할 수밖에 없고, 무엇이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간접사실에 해당할 것인가는 정상적인 경험칙에 바탕을 두고 치밀한 관찰력이나 분석력에 의하여 사실의 연결상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3. 1. 24. 선고 2002도6103 판결 등 참조).
2. 이 사건의 판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공소외인 등 공범들과 공모하여 SNS 등을 통해 알게 된 아동·청소년들에게 거짓말을 하여 개인정보 탈취 사이트(이하 '이 사건 피싱 사이트'라고 한다)에 접속하도록 유도하여 트위터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탈취하고, 이를 이용해 청소년인 피해자들이 트위터에 비공개로 저장해 놓은 나체 사진과 신상정보를 수집한 다음 이를 빌미로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피해자들로 하여금 음란 사진 및 동영상을 촬영하게 하고 이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전송 · 게시하도록 함으로써 아동 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하고, 아동·청소년인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강제추행함과 동시에 아동인 피해자들에게 음란한 행위를 하게 하였다는 내용이다.
나. 원심은 피고인 등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사진 등을 촬영, 전송하게 한 행위가 제작에 해당함을 전제로, ➀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위해 만들어진 텔레그램 단체대화 방에 참여하기 전부터 공소외인 등의 범행계획을 알고 있었고, 위 대화방 참여 이후 이 사건 범행의 전체 과정과 공범들의 역할이 기재된 문서를 확인하고 이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기도 하였으며, 공범들과의 대화를 통해 공소외인 등 기존 공범들의 범행계획, 역할 분담 등에 관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알게 된 점, ② 피고인은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개선 작업을 담당하여 공범들의 전체 범행이 가능하도록 하였고, 전체 범행 중 자신이 직접 담당하지 않은 부분에 관하여도 범행 진행 상황을 묻고 조언을 하거나, 범행이 이루어지는 대화방에 참여하는 등 범행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점, ③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유지․보수 작업은 상당한 수준의 전문지식과 기술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고, 피고인과 공범들이 저지른 전체 범행은 이 사건 피싱사이트를 통한 개인정보 탈취가 이루어져야만 가능하며, 피고인이 위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이후 이루어진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개선 내역, 실행된 범행의 내용, 공범들과의 대화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피싱사이트가 만들어진 이후 범행에 가담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가 ‘범행 실행 가능성과 무관한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사소한 오류 수정’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는 점, ④ 오히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가담한 후에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정보 열람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 계획을 실행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 점, ⑤ 피고인은 이 사건 피싱사이트 프로그래밍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에서 수사기관에 적발될 경우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범행의 구성요건적 행위를 직접 실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범들과의 의사연락 하에 이 사건 범죄의 실행에 필수불가결한 전제조건이었던 이 사건 피싱사이트의 유지·보수 작업을 담당함으로써 이 사건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범의, 공모관계 및 기능적 행위지배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였다.
위와 같은 이유로 원심은, 공범 공소외인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 글을 게시하여 아동·청소년들을 상대로 그루밍, SNS 계정 해킹 및 협박을 통해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함께 제작할 팀원을 구한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고 피고인과 나머지 공범들이 순차 승낙한 후 그에 따라 실행행위를 하였다는 내용의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 앞서 본 법리에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을 비추어 보면, 원심판단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채증법칙을 위반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재판장대법관노태악
대법관김재형
주심대법관민유숙
대법관이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