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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20.5.1. 선고 2019고합233 판결
살인
사건

2019고합233 살인

피고인

A

검사

최용보(기소), 최혜경, 최용보(공판)

변호인

변호사 박융겸

판결선고

2020. 5. 1.

주문

피고인을 징역 13년에 처한다.

이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약 5년 전 피해자 B(여, 41세)를 만나 사귀던 중 2019년 6월 중순경부터 청주시 청원구 C아파트 D호에 있던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자 및 피해자의 아들 E(11세)와 함께 동거를 하였던 사람이다.

피고인은 2019년 5월경 피해자에게 매월 5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보내주는 등의 도움을 주었음에도 피해자가 자신을 피해 다른 남자인 F을 만나 동거한 사실을 알게 되어 심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었고, 그로 인해 피해자와 헤어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과 잠자리를 하니까 좋냐.', '큰일 치르고 싶었는데 E 때문에 차마 그러지 못한다.', '다 죽인다.',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평생 너를 잊지 못한다.', '언제든지 나에게 돌아와라.', '전화 안 받으면 찾아가겠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분노와 함께 피해자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던 중 피고인은 2019년 6월 중순경 피해자로부터 F과 헤어졌다는 말을 듣고 피해자가 F을 다시는 만나지 않고 F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동거를 시작하였으나, 피해자가 술에 취할 경우 F을 잊지 못한 채 "F이 보고 싶다."는 취지로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게 되면서 피해자에 대한 불만이 심화되었다.

피고인은 2019. 7. 26. 18:30경 위 C아파트 인근에 있는 식당에서 피해자 및 위 E와 함께 식사를 하며 술을 마시던 중 피해자에게 "이번 달에는 생활비를 30만 원밖에 주지 못하겠다."는 취지로 말을 하자 피해자가 짜증 섞인 표정을 보이고, 같은 날 20:10경 위 식당을 나서며 계산을 할 당시 피해자가 "돈 있네."라고 비꼬는 투로 말을 한 나머지 서로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 및 위 E와 함께 귀가하게 되었다.

피고인은 2019. 7. 26. 21:01경 위 C아파트 G동 5~6층 사이 옥외 비상계단에서, 피해자와 별다른 대화 없이 냉랭한 분위기 속에서 담배를 피우던 중 피해자가 술에 취해 "F이 보고 싶어 죽겠다."라고 말을 하여 "그만하라."고 하였으나 같은 말을 반복하자 화가 나 바닥에 있던 린스 통 재떨이를 밖으로 집어 던지며 피해자에게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피해자가 재차 위와 같은 말을 하여 팔꿈치로 피해자를 난간 끝쪽 우측 벽으로 밀치고, 더는 말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피해자가 간절한 눈빛을 보이며 애절하게 "F이 보고 싶어 죽을 것 같다."라고 말을 하자 순간 격분하여 피해자의 몸을 난간 밖으로 밀어 살해할 마음을 먹고, "씹할, 내가 하지 말라고 했지."라고 소리치며 양손으로 피해자의 허리춤을 강하게 잡아 난간(높이 약 1.2m, 폭 약 13cm) 밖을 향해 들어 올렸으나 여의치 않자 피해자의 한쪽 다리를 잡아 들어 올리고, 이에 피해자가 난간에 상체를 지탱하며 몸을 뒤집은 채 "하지 마, 그만해."라고 겁에 질려 저항하였음에도 양손으로 피해자의 허벅지를 잡고 양다리를 자신의 머리 위까지 높이 들어 올리며 피해자의 상체가 난간 밖으로 거꾸로 빠지도록 밀어내 피해자를 약 13.75m 아래의 난간 밖 지상 바닥으로 떨어뜨려 그 자리에서 두개골분쇄골절 등으로 인한 다발성 손상으로 사망하게 하여 살해하였다.

증거의 요지

1. 피고인의 일부 법정진술

1. 피고인에 대한 각 검찰 피의자신문조서 중 일부 진술기재

1. E, H, I, J, F, K, L에 대한 각 경찰 진술조서

1. CCTV 영상 캡처 사진, CCTV 촬영 영상 CD, 영상분석 CD(충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팀), 영상선명화결과CD(국립과학수사연구원)

1. 112신고사건처리표

1. 변사자조사결과보고서

1. 각 사진

1. 각 수사보고(M 방범용 CCTV와 피해장소에 관한, 중요참고인 위치표시에 대한, 현장에서 범행장면 재현 등, 영상 자료 초 단위 캡처 및 설명 등, 범행 장소 난간 높이에 대한, 통신자료 회신 및 피해자 보험에 대하여, 국과수 감정의뢰 등 회보 사항에 대하여, 피해자 아들 면담 및 피해자 주거에 대하여, 피해자 금융계좌에 대한, 고용보험 및 영상화질개선에 대한 회신, 발생 현장 높이 측정, 피의자 진술에 따른 재연 사진 및 동영상 첨부, 독신사 숙소 재연 영상 설명 자료, 현장 사진 첨부, CCTV 시각과 현재 시각 확인, CCTV 사각지대 확인)

1. 각 내사보고(G동 엘리베이터 등 CCTV 확인 관련, 영상 분석 결과 회신 자료 첨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형법 제250조 제1항(유기징역형 선택)

유죄의 이유

1.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당시 미필적이라도 피해자를 살해할 고의가 없었다.

2. 기초적 사실관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 피고인과 피해자의 교제 경위 등

1) 피고인은 2014년 10월경 '친구만들기' 애플리케이션을 통하여 당시 용인에서 미용사로 근무하던 피해자를 만나 교제하였다.

2) 피해자는 2017. 9. 13. 피고인의 권유에 따라 피고인의 집 근처인 위 아파트를 매수한 다음 2017년 10월경 용인에서 위 아파트로 아들 E와 함께 이사하였다.

3) 피고인은 피해자의 계좌로 2017. 10. 30.부터 2019. 1. 25.까지 월 50만 원을 정기적으로, 2019. 3. 25.부터 2019. 4. 19.까지는 회당 20~40만 원을 부정기적으로 각 입금하였다. 피고인은 당시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던 자녀 셋을 홀로 키우고 있어 상당한 양육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피고인의 월 평균 급여는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2월까지는 254만 원, 2019년 1월부터 이 사건 범행 당시까지는 200만 원 정도로 (증거기록 899쪽), 피고인은 수입과 비교해 상당한 돈을 피해자에게 지급하였다.

나. F로 인한 피고인과 피해자의 결별

1) 피해자는 피고인과 교제 중이던 2019년 4월 하순경 '여보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F을 만나 2019년 5월 초순경부터 2019년 6월 초순경까지 피해자의 집에서 동거하였다.

2) 피고인은 2019년 5월 중순경 어느 주말에 피해자의 집을 방문하였다가 피해자, 피해자의 아들, F이 함께 있는 것을 보고 곧장 돌아 나왔는데, 피해자가 피고인을 따라 나와 '미안하다. 만나는 사람이다.'라고 하였고 이에 피고인은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피고인은 그로부터 약 2주 후 저녁에 만취 상태로 피해자의 집에 찾아갔고, F는 피고인과 단둘이 이야기하다가 피해자를 포기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고인과 F를 찾아와 '내가 물건이냐, 나는 F과 함께 살 테니 피고인은 물러나라.'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별다른 말 없이 그 자리를 떠났다. 피고인이 이후에도 2~3회 정도 피해자의 집을 더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증거기록 374쪽).

3) 피고인은 2019. 5. 15. 피해자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다수 발송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차례 전화를 걸고,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으면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은 문자메시지를 여러 차례 전송하였다.

4) 당시 H, F은 피해자에게 피고인의 행동이 심각하니 경찰에 신고하라고 조언하였다(증거기록 115, 375쪽).

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재결합과 이후의 불화

1) 피해자와 F은 2019년 6월 초순경 결별하게 되었고, 피고인은 2019년 6월 중순 무렵부터 다시는 F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피해자의 집에서 동거하였다.

2) 피해자는 잠들기 전 술을 마시는 버릇이 있었고, 술에 취하면 시비를 걸거나, 상대방의 약점을 지적하여 자존심을 깎아내리곤 하였다(증거기록 371, 842쪽), 피해자는 피고인과 동거를 시작한 이후에도 술에 취하면 홀로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거나 F의 이야기를 하는 등으로 피고인과 여러 차례 갈등이 있었다. 피고인, 피해자, E는 2019년 7월 하순경 충남 태안으로 2박 3일간 여름 휴가를 갔는데, 피고인이 혼자 전복 내장을 먹자 피해자는 '그 사람은 안 그랬는데, 좋은 건 다 나에게 주었는데.'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F 문제로 피해자를 매트리스로 밀어 넘어뜨리기도 하였다.

라. 이 사건 범행 당일

1) 피고인은 2019. 7. 26. 오후 피해자가 근무하며 식사를 하지 못하였다고 말하자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여 근무를 마친 피해자를 태우고 귀가하였다.

2) 피고인, 피해자는 피해자의 집 근처에 있던 식당에서 삼겹살, 소주 5병 등을 나누어 먹었다. 이날 식사를 함께한 E는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헤어지자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3) 피고인, 피해자, E은 식사를 마치고 귀가하였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손을 잡은 상태로 엘리베이터를 탔으나 피해자는 엘리베이터를 타자마자 피고인의 손을 뿌리치고 거울을 바라보다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증거기록 157쪽),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날 20:40경 담배를 피우려 위 아파트의 복도 끝에 위치한 5층과 6층 사이에 비상계단으로 갔다.

4) 이후 피해자는 위 비상계단에서 피고인에게 F이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였고, 이에 화가 난 피고인은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소리를 지르고 피해자를 벽에 밀쳤으나 그럼에도 피해자가 다시 같은 말을 하자 21:00경 피해자를 들어 올렸고, 21:01경 피해자가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5) 피해자가 추락한 비상계단 바로 옆인 N호에 사는 I는, 당시 안방에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위층에서 여자가 큰소리로 '악, 악' 하고 소리쳤고, 이후 '퍽'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위 아파트의 O호(지면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추락한 지점과 약 42m 떨어진 곳이다)에 사는 J은, 당시 안방에서 축구를 보고 있었는데 성인이 여자애를 혼내는 소리, '으악'하는 큰 고함, '퍽' 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당시 G동 후면 주차장에 주차한 뒤 차량에서 내렸던 K(지면을 기준으로 피해자가 추락한 지점과 약 26m 떨어진 곳에 있었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큰 소리로 남자가 화내는 것을 들은 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보니 G동 1호 6층 비상계단에 불이 켜진 것을 보았으며,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남자가 욕설을 하며 여자를 일방적으로 다그쳤고, 여자가 울면서 '그러지 마, 하지 마.'라고 마치 겁에 질려 애원하듯 부탁하였으며 이후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3. 판단

가. 피해자가 난간에서 추락한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주장

1) 피고인과 변호인은 이 법원에 이르러,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겁을 주고자 마주본 상태에서 피해자의 몸을 난간 위로 끌어 올렸는데 올리는 힘이 한쪽으로 쏠려 피해자의 한쪽 다리만이 위로 올라갔고, 그 순간 피해자가 몸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면서 피해자의 배 부분이 난간을 스치며 다이빙하듯 바깥쪽 지상으로 쏠리게 되었으며, 급히 피해자의 양쪽 다리를 잡고 계단 방향으로 끌어 올리려고 노력하였으나 결국 힘이 빠져 피해자가 지상으로 추락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2) 한편 피해자가 떨어지게 된 경위에 관하여, 피고인은 수사 초기 피해자가 마치 자살하려고 하였고 자신이 이를 막으려고 하였으나 막지 못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다가, 입건 이후 자신이 피해자를 난간 쪽으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실수로 피해자의 몸이 난간 바깥쪽으로 쏠리게 되어 피해자를 잡고 버텼으나 놓쳤다고 하거나, 난간을 붙잡고 버티고 있는 피해자의 하복부를 밀었다고 하거나, 피해자의 양다리를 들어 올렸다고 하는 등으로 그 진술, 주장 내용이 계속 바뀌었다.

나. CCTV 영상

이 사건이 발생한 옥외 비상계단 난간으로부터 약 82m 거리에 방범용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위 CCTV는 이 사건 아파트 G동 2층부터 6층의 1, 2호와 비상계단, 그 뒤편에 있는 P동의 일부 가구 방향을 촬영한다. 위 CCTV 영상을 통해 이 사건 추락직전 피고인과 피해자가 비상계단으로 오는 모습, 이 사건 추락 이후 피고인이 계단위로 올라가는 모습 등을 확인할 수 있고, 위 CCTV 영상을 확대하거나 보정한 영상들에 의하면 다음과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 21:00:39경1) 피고인이 플라스틱 린스 통 재떨이를 난간 밖으로 던졌다.

○ 21:01:03경 피고인의 머리가 잠깐 보였다가 바로 사라지고, 21:01:06경 피고인의 머리가 보인 후 피해자의 머리가 보이는데 피고인이 벽을 등지고 서고 피해자가 피고인을 마주 보고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 21:01:02경부터 21:01:15경 사이에 피고인과 피해자의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벽 쪽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이 나타난다.

○ 21:01:29경부터 21:01:30경 사이에 난간 위쪽으로 보이는 피고인의 어깨와 머리가 2회 들썩거리며 힘을 준다.

○ 21:01:33경 피고인이 몸을 뒤로 젖히며 피해자의 몸을 2회 잡아당기는 모습이 보이고, 21:01:36경 피고인이 몸을 숙여 상체를 낮춘 상태에서 허리를 펴며 피해자를 당기는 모습이 나타난다.

○ 21:01:41경 피해자의 양발이 '┏' 모양으로 피고인의 얼굴 앞으로 올라온 모습이 확인되는데, 피해자의 발은 처음에는 피고인의 얼굴 높이 정도였다가 이후 피해자의 왼쪽 발이 피고인의 어깨 위쪽으로 종아리 대부분이 올라간 상태로 버둥거린다.

○ 21:01:51 경 피고인이 어깨에 피해자의 다리를 걸치는 모습이 보이고 그 이후 피해자는 다리를 심하게 버둥거리지 않는다. 이후 21:01:56경까지 피해자의 다리가 보이나 그 후 피해자의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피고인은 21:01:56경부터 21:01:57경 사이 머리를 아래에서 위로 한번 올린다.

○ 21:02:01경 피고인의 머리가 갑자기 아래로 쑥 내려가는 모습이 보이고, 피고인은 21:03:11경까지 난간 아래를 바라보며 가만히 있다가 뒤로 돌아 계단을 통해 6층으로 올라간다.

다. 피해자의 추락 경위에 관한 이 법원의 판단

1) 먼저, 피고인과 변호인이 이 법원에서 한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마주본 상태에서 피해자를 난간 위로 끌어 올렸는데 힘이 한쪽으로 쏠려 피해자의 한쪽 다리만이 위로 올라갔고 그 순간 피해자가 몸을 반대 방향으로 비틀면서 피해자의 배 부분이 난간을 스치며 다이빙하듯 난간 바깥 지상 쪽으로 쏠리게 되었는지 본다. 위와 같은 주장대로라면 이미 피해자의 무게 중심은 난간 바깥쪽으로 이동하였을 것이므로 그 상태에서 피해자가 난간을 잡고서 자신의 몸을 지탱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피고인은 제3회 검찰 피의자신문 당시 검찰청 독신자 숙소에서 범행 상황을 재연하였는데, 피고인은 피해자보다 약 5kg 정도 가벼운 수사관을 들어 올리지 못하였으며, 수사관의 손목만 잡은 상태에서는 약 2초 이상 버티지 못하였는바(증거기록 1,175쪽 이하), 피해자의 다리가 피고인의 얼굴 위로 올라온 21:01:41경부터 피해자의 다리가 보이지 않는 21:01:56경까지 피고인이 자신의 힘으로 피해자의 다리를 잡은 채 버티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2) 피고인이 피해자를 마주 본 상태에서 피해자의 허리를 양손으로 안아 들어 올리다가 혹은 들어 올린 다음 피고인이 피해자의 복부를 밀거나 다리를 들어 올려 피해자가 추락한 것인지 본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체격(피해자는 키 165cm, 몸무게 60~61kg, 피고인은 키 166cm, 몸무게 65~66kg 정도였다), 이 사건 난간의 높이 (120cm)를 고려할 때 피고인이 피해자를 안은 상태에서 난간 위쪽으로 들어 올리려면 최대한 몸을 밀착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들어 올려야 할 것으로 보이고, 올리는 과정에서도 피해자가 본능적으로 피고인 쪽으로 안기려 할 것이어서 피해자의 상반신이 피고인 쪽으로 기울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인이 피해자를 들어 올리기 위해 힘을 쓰기 시작한 20:01:29경 이후, 특히 몸을 숙이며 힘을 주었던 21:01:36경 이후 CCTV 영상에는 피고인의 상반신만 나타날 뿐 피해자의 상반신이 피고인의 상반신에 겹쳐진 모습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바, 피고인은 그 주장과 같이 피해자를 마주 본 상태에서 몸통을 붙잡아 들어 올려 난간에 걸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더구나 피고인은 제3회 검찰 조사 당시 범행 상황을 재연하기 위하여 약 55kg 정도의 검찰 수사관과 마주 본 상태에서 허리띠를 착용한 수사관의 허리를 잡고 120cm 높이 난간 위로 들어 올리고자 하였으나, 수사관이 함께 뛰어준 경우에도 피고인은 난간 위로 수사관을 올리지 못하였고, 이 사건 범행 당시 피해자는 허리띠 없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으므로 마주한 상태에서 몸통을 껴안아 난간 높이까지 들어 올린다는 것은 더욱 어려워 보인다. 앞서 본 영상의 21:01:29경부터 21:01:30경까지 장면 역시 피고인이 그러한 방식으로 피해자를 난간 위로 들어 올리지 못하였음을 보여준다.

3) 오히려 앞서 본 영상에 따르면, 피고인은 21:01:29경 이후 약 4회 정도 피해자의 허리 부분을 잡고 피해자를 들어 올리려 하였으나 피해자를 들어 올리지 못하였다. 피고인은 21:01:36경 몸을 숙인 상태에서 난간 아래쪽 피해자의 신체 부위를 잡은 채 몸을 일으키며 힘을 주었고, 21:01:41경 피해자의 양다리가 처음 피고인의 머리 쪽으로 올라온 이후 21:01:51경 피해자의 양다리가 피고인의 어깨에 걸쳐지는 모습까지 나타나는바, 이에 비추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허리를 잡아 피해자를 난간 위에 올리려 하다가 여의치 않자 공소사실과 같이 이 사건 난간을 지렛대 삼아 피해자의 다리 부분을 잡아 들어 올리고, 그 순간 중심을 잃은 피해자의 몸이 물구나무서듯 뒤집히며 그 다리가 피고인의 머리 위로 올라오게 된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피고인 역시 검찰 4회 조사에서 난간 위에 올라앉아 있는 피해자의 양다리를 들어 올렸고, 그 과정에서 몸이 거꾸로 뒤집혔으며, 이후 피해자의 양 무릎에서 허벅지까지 사이 부분을 잡아 올린 사실을 진술하였는바, 위 상황에서 일부 부합한다), 달리 다른 방법으로 피해자의 몸이 난간 위에 걸쳐지게 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라. 살해 고의의 인정

1) 살인죄에서 살인의 범의는 반드시 살해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며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되는 것인바,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다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6. 4. 14. 선고 2006도734 판결 참조).

2)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범행 당시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①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전 피해자가 돈 문제로 비꼬며 말한다고 생각해 기분이 나쁜 상태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다시는 F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을 동거 조건으로 삼을 정도로 F 문제로 예민하였다. 그러나 피해자는 술에 취하면 F의 이야기를 하였으며, 이 사건 직전 피고인과 함께 난간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갑자기 'F이 보고 싶다. 죽고 싶다.'라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그만하라고 말하였고, 재떨이로 사용하던 린스 통을 난간 밖으로 던졌으며, 오른쪽 팔꿈치로 피해자의 가슴 부위를 밀어 피해자를 벽에 밀치는 등으로 겁을 주어 다시는 피해자가 같은 말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런데도 피해자는 피고인의 눈을 마주 본 채 'F이 보고 싶어 죽겠다.'라고 말하였고, 피고인은 이에 분노하여 극도로 흥분한 것으로 보인다.

② 이 사건이 발생한 난간은 5층과 6층 사이 비상계단에 있고, 지상에서 난간까지의 높이는 13.75m이며, 난간 자체의 높이는 120cm, 폭은 13cm이다. 피해자는 키 165cm, 몸무게 60~61kg, 피고인은 키 166cm, 몸무게 65~66kg 정도였다. 피해자는 이 사건 범행 직전 소주 3병가량을 마셨고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68%였으며, 피고인도 소주 2병 정도를 마신 상태였다. 피해자의 체중이 결코 가볍지 않고, 피고인과 피해자 모두 상당한 술을 마신 상태였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를 난간 위로 들어 올려 피해자의 상반신이 난간 바깥쪽으로 걸치게 될 경우 자칫 피고인이 피해자를 놓치거나 피해자가 난간을 놓쳐 추락하게 될 가능성과 위험성이 매우 크다. 또한, 위와 같은 높이에서 사람이 지면으로 그대로 추락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망하게 된다는 점 역시 경험칙상 분명하다.

③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처럼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겁만 주려 했을 뿐 피해자를 떨어뜨릴 의사가 없었다면, 피고인은 피해자를 몇 차례 들어 올리는 시늉만 하거나 들어 올린 이후라도 당장 내려주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피고인은 약 4회 피해자의 허리 등을 잡고 들어 올리려다 실패하자 몸을 숙여 다리를 잡아 피해자를 들어 올린 것으로 보이는바, 일련의 행동이 단순히 피해자를 겁주기 위한 행동으로는 도저히 볼 수 없고, 순간적으로나마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을 먹었거나 적어도 자신의 행위로 피해자가 떨어져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서 이를 용인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④ 나아가 피고인은 피해자의 발이 자신의 얼굴 위로 올라온 21:01:41경 이후 21:01:56경 피해자의 몸이 난간 밖으로 내려간 것으로 보이는 시점까지 사이에 10초 이상 피해자의 다리를 내려놓거나 자신의 몸을 낮추는 등으로 피해자의 추락을 막을 수 있는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있었는데도,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오히려 비명을 지르며 '그러지 마, 하지 마'라며 겁에 질려 애원하는 피해자의 다리를 붙잡은 자세를 계속 유지하다가 결국 피해자를 지상으로 추락시켜 사망하게 하였다.

⑤ 한편, 앞서 본 CCTV 영상의 21:01:56~57경 피고인의 머리가 아래에서 위로 올라오는 모습이 한 차례 보이는데, 설령 이를 피고인이 난간 밖으로 추락하기 시작한 피해자의 양쪽 발목을 잡고서 위로 잡아당기려는 행동으로 본다 하더라도 이는 실행행위를 마친 이후 뒤늦게 사태를 되돌리려는 행동에 불과하므로 살인죄의 고의 인정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F의 이야기를 듣고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초과하는 전과가 없는 점 등 일부 유리한 정상이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은 개인이 가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는 전제임과 동시에 국가 및 사회의 존립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이다. 살인죄는 인간의 생명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이고 그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뒤따르게 된다.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동기나 경위를 감안하더라도 한 사람의 생명을 앗아간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피해자는 자신을 5층 높이의 난간 밖으로 떨어뜨리려는 피고인의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고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였고, 지면에 추락하여 사망에 이르는 과정에서 끔찍한 공포와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 또한, 이 사건으로 인하여 초등학교 5학년에 불과한 피해자의 자녀는 어머니를 잃은 충격과 슬픔 속에서 남은 인생을 홀로 살아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직후 피해자가 자살한 것처럼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려 하였고, 수사기관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사건이 단순한 우발적 사고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피해자의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을 가하는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 데 관하여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하였다. 피고인에 대해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실형을 선고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가족관계, 범행의 동기, 수단 및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형법 제51조에서 정한 양형의 조건을 참작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양형기준에 따르면 '미필적 살인의 고의'를 특별감경인자로 인정할 경우 감경영역에 해당하는 징역 7년부터 12년 사이의 실형을 권고하고 있으나, 앞서 본 불리한 정상들을 고려하여 양형기준의 권고형 상한을 넘는 형을 선고한다).

판사

재판장 판사 조형우

판사 조수민

판사 조민식

주석

1) CCTV 화면 상단에 기재된 시각은 실제 시각보다 1분이 빠르다(증거기록 1,248쪽). 이하에서는 CCTV 상단에 기재된 시각에 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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