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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 2007. 5. 2. 선고 2007노703 판결
[증거변조][미간행]
피 고 인

피고인

항 소 인

검사

검사

박영빈

변 호 인

법무법인 다울 담당변호사 서정욱

주문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서울 서초구 (이하 생략)에 있는 외국어 학원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서일시스템의 관리부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으로, 위 회사가 1999. 1. 20.자로 해고한 영어강사 공소외 1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결정에 따라 같은 해 5. 13. 복직시켰으나 같은 해 7. 19. 다시 해고하여 위 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부당해고결정을 받자 이에 불복하여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과 관련하여, 2000. 11. 30. 이후 일자불상경 불상장소에서 공소외 1이 매일 하루의 일과를 작성하여 제출한 교사일지를 피고인이 매일 서명을 하면서 그 원본을 보관하고 있음을 기화로, 위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회사측에 유리하게 사용할 목적으로 교사일지를 변조하기로 마음먹고,

1. 1999. 5. 25.자 교사일지 중 마지막부분에 “3시~11시 출근에 대해 면담”이라고 공소외 1이 기록한 부분에 검은색 싸인펜으로 “sign후에 기록된 것임”이라고 적어 넣고,

2. 1999. 6. 14.자 교사일지 중 마지막 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다른 교사들은 하루전에 미리 보고하여 승낙을 받은 후 허용하지만, 한 선생님은 오직 퇴근하기 전 바로 요청하는 것임, 모든 허락에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님”이라고 적어 넣고,

3. 1999. 6. 15.자 교사일지 중 마지막 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 공소외 2 학생 부모가 다시 시작할 때 다른 교사로 변경해 줄 것을 사전에 요청하였기 때문”이라고 적어 넣고,

4. 1999. 6. 17.자 교사일지의 중간 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 공소외 3 학생은 성남지사의 학생이며 성남지사장의 요청에 의한 것이지 마치 떨어질 학생이나 결석이 많기 때문에 낮시간으로 변경한 것이 아님”이라고 적어 넣고,

5. 1999. 6. 30.자 교사일지의 중간 부분에 빨간 사인펜으로 “ 공소외 4는 서일근무 때문에 입국한 것이 아니라 미국 대학의 담당교수님 교재 편집일 때문에 입국하였던 것이며, 단지 갑작스런 교사부족으로 학생들을 지도하였던 것임. 단, 편집일이 끝났기 때문에 다시 귀국한 것이지 회사에 불만이 있기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님”이라고 적어 넣고,

6. 1999. 7. 1.자 교사일지의 좌측 끝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accelerat English 작성은 1-2시간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작업이며 경찰서 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작성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임. 시간근무에 13명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매우 많음”이라고 적어 넣고,

7. 1999. 7. 2.자 교사일지의 중간 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한선생님은 최부장이 없을때 공소외 5씨 책상이나 기타 다른 교사들의 책상을 함부로 뒤지고 다녔으며 심지어는 학생들 카드를 꺼내어 다른 곳으로 옮긴 사실이 있음” 이라고 적어 넣고,

8. 1999. 7. 8.자 교사일지의 좌측 끝부분에 빨간 싸인펜으로 “ 공소외 6 교사는 5분전에 출발해야만 막차를 탈 수 있기 때문에”라고 적어 넣은 후,

위 교사일지를 공소외 1에 대한 징계사건인 위 재판에서 증거로 제출함으로써 타인의 징계사건에 대해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증거변조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임을 요하고 민사·행정 또는 선거사건에 대한 증거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바, 이 사건 공소사실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행정사건인 행정법원 2000구18062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사건에 제출하고자 2000. 11. 30.경 이 사건 교사일지를 변조하였다는 것인바, 이 사건 근무일지는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라고 볼 수가 없어 범죄구성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하고, 한편 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작성한 교사일지에 결재를 하면서 피고인의 의견을 기재하기도 하였고, 공소외 1은 위 기재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되면 이에 덧붙여 자신의 의견을 다시 기재하기도 한 점, ② 피고인은 자신의 의견을 빨간 펜을 이용하여 기재하였고 그 부분은 공소외 1이 기재한 부분과 명확히 구분되어 혼동될 여지가 없는 점, ③ 피고인은 이 사건 교사일지를 징계위원회가 열릴 당시 제출하지 않았음은 물론 위 행정사건에서 피고보조참가인인 공소외 1이 재판부에 이 사건 교사일지의 제출을 요구하여서야 비로소 이를 법원에 제출한 점 등 이 사건 교사일지의 작성행태, 피고인 기재 부분의 구분 가능성 및 내용, 이 사건 교사일지의 이용 정도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사일지에 기재한 내용이 증거의 가치에 변경을 가하는 증거변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을뿐더러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교사일지를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하여 변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으며, 달리 이 사건 범죄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검사의 항소이유의 요지

가. 법리오해

이 사건 변조된 교사일지의 제출의 대상이 된 사건은 서울행정법원 2000구18062호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소송인바, 위 취소소송의 경우 외형상으로는 행정소송으로서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해당하지 아니한 것처럼 보여지기는 하나, 실제 위 소송은 서일시스템에서 공소외 1을 징계해고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결정을 받자, 서일시스템이 위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써 위 취소소송은 서일시스템의 공소외 1에 대한 징계사건의 일환으로 증거변조의 구성요건인 타인의 징계사건에 해당함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본건 변조된 증거를 제출한 대상이 행정소송으로서 징계사건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범죄구성요건해당성이 없다고 판단한바, 이는 증거변조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나. 사실오인

공소외 1은 1999. 9. 16. 자신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끝난 후 교사일지 중 일부를 사본하여 보관하다가 위 취소소송에 제출하였는바, 공소외 1이 제출한 교사일지와 피고인이 제출한 교사일지를 비교하여 보면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가필한 사실을 알 수 있고, 한편 2000. 11. 30. 위 취소소송에서 공소외 1이 피고인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한 후 재판부가 그 증거자료로 피고인에게 교사일지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여 그제서야 교사일지가 문제화 되었던 점,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신문한 내용에 대해 자신이 그때까지와는 다르게 주장하였던 증언 내용과 부합되게 교사일지를 수정·보완하여 위 취소소송에 증거로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위 취소소송에서 증언한 2000. 11. 30. 이후에야 교사일지에 대하여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내용을 추가하였음이 명백하며, 그 내용 역시 피고인이 자신의 허위 증언을 합리화하고 위 취소소송을 제기한 서일시스템의 허위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이 사건 교사일지를 변조하여 제출한 것으로 보이고, 그 결과 그동안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주장되지 아니한 새로운 일부 사실들을 부각시킴으로써 마치 공소외 1에게 해고사유가 있었던 것처럼 인정되게 하여 공소외 1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는 판결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바, 그렇다면 피고인이 공소외 1에 대한 징계사건의 연속인 위 취소소송에 증거인 교사일지를 의도적으로 변조하여 이를 제출함으로써 타인의 징계사건에 대해 변조한 증거를 사용한 것이 분명하다고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이 사건 교사일지에 기재한 내용이 증거의 가치에 변경을 가하는 증거변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을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는 교사일지를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로 사용하기 위하여 변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4. 이 법원의 판단

살피건대, 증거변조죄가 성립되기 위하여는 타인의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한 증거임을 요한다고 할 것인바 우선, 형사사건에 한정하고 있으므로 민사·행정·조세·가사·비송사건에 관한 증거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증거변조죄가 위증죄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사법작용 또는 징계작용의 적정을 그 보호법익으로 한다는 점에서 위 죄에 규정된 ‘징계사건’은 공법상의 감독관계에 기초하여 법령에 따라 직무상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피감독자에게 부과하는 제재 즉 국가의 징계사건에 한정되고 사인(사인)간의 징계사건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런데 피고인이 이 사건 교사일지를 제출한 위 취소소송은 형식적으로는 행정소송이나 그 실질은 서일시스템이 공소외 1을 징계해고 한 것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결정을 받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신청한 재심신청까지 기각당하자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에 대하여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서, 행정소송이라고 하여 여기서 말하는 징계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수 없으나, 서일시스템과 공소외 1 사이의 징계사건은 사인간의 사건으로 앞서 언급한 국가의 징계사건에 해당하지 않음이 분명하므로, 행정사건이라는 이유만으로 징계사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한 원심에는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할 것이나 결국 피고인의 행위가 증거변조죄의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론은 타당하여 위와 같은 잘못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검사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더 나아가 판단할 필요가 없으나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공소외 1이 서일시스템에 복직한 1999. 5. 13. 이전에도 수강생의 출·결석 사항을 기록하는 내용의 일지가 있었는데, 공소외 1이 복직한 이후에는 수강생의 출·결석 사항 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근무시작과 종료시간, 학생의 인원수, 결석자, 결석사유, 신규학생이나 그만둔 학생의 현황 등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적도록 하였고, 공소외 1 뿐만 아니라 서일시스템의 모든 교사들도 위와 같은 양식의 교사일지를 작성하였던 사실, 다른 교사들은 교사일지에는 출·퇴근시간, 수업에 결석한 학생, 새로 들어오거나 그만둔 학생들에 대하여만 간략히 기재하였으나, 공소외 1은 위 내용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의견 등 업무외적인 내용까지도 기재하였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작성한 교사일지를 결재하면서 공소외 1이 기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피고인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에 자신의 의견을 기재하였으며, 한편 공소외 1은 피고인의 결재 후에도 자신의 의견을 추가로 기재하기도 하였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퇴직한 이후 이 사건 교사일지를 정리하면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자신의 의견을 추가로 기재하였던 사실, 그런데 피고인이 위와 같이 기재한 내용은 명백한 허위사실이라기 보다는 상당부분 사실에 근거하여 기재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공소외 1은 교사일지를 작성하면서 검은색이나 파란색 펜으로 기재하였던 반면 피고인은 주로 빨간색 펜으로 기재하여 피고인이 기재한 부분은 공소외 1이 기재한 부분과 글씨체나 색깔 등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혼동될 여지가 없는 점, 피고인은 이 사건 교사일지를 징계위원회가 열릴 당시에 제출하지 않았고 위 취소소송에서도 제출하지 않다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출석한 공소외 1이 재판부에 이 사건 교사일지의 제출을 요구하자 비로소 법원에 제출한 점, 피고인이 가필한 시점이 공소외 1이 미리 근무일지를 복사한 후인 1999. 7. 16.경 이후인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이 위 취소소송에서 증언을 한 2000. 11. 20.경 이후에 가필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은 공소외 1이 교사일지를 미리 복사한 사실을 알고 있어 만약 피고인이 이 사건 교사일지를 변조하여 제출한다면 공소외 1이 이와 같은 사실을 알게 될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굳이 이 사건 교사일지를 변조하여 법원에 제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밖에 이 사건 교사일지의 작성 및 결제형태, 피고인 기재 부분의 내용 및 구분 가능성, 이 사건 교사일지의 이용 및 관리상황, 피고인과 공소외 1 사이에 계속된 법적 분쟁 및 그 결과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교사일지에 기재한 내용이 진정한 증거의 가치나 효과에 변경을 가하는 증거변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피고인에게는 공소외 1에 대한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의 증거로 사용하기 위하여 이 사건 교사일지를 변조한다는 인식이 있었다고도 볼 수 없다는 원심의 사실인정에 관한 부가적인 판단도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다).

5.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노태악(재판장) 김정석 권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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