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처와 공모하여 피해자와의 사이에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매매대금을 위 채권에 충당한 경우에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판결요지
피고인이 피해자의 처에 대한 채권을 회수하기 위하여 피해자의 처와 공모하여 제3자를 매수인으로 내세워 피해자와의 사이에 피해자 소유의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그 매매대금을 위 채권에 충당한 행위는 사회상규상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거래당사자가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기망행위가 된다고 하여 사기죄의 성립을 인정한 사례.
피 고 인
피고인 1 외 1인
상 고 인
피고인들
변 호 인
법무법인 태평양합동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김인섭 외3인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피고인들 변호인의 상고이유를 본다(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되었으므로 상고이유서 기재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만 판단한다).
1. 상고이유 제1점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들이 이 사건 피해자 와의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공소외 박인석을 매수인으로 내세워 매매대금을 2회의 중도금과 잔금으로 나누어 실제로 지급할 것처럼 매매계약서에 기재한 점, 피고인 1이 위 피해자의 처인 공소외 1로부터 위 피해자에게 위 매매대금 등금 3억 6천만원을 위 피고인에게 대여하였다고 거짓말을 하였으니 이에 맞추어 거짓말을 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은 바 있고 또 공소외 1로부터 위 피해자에게 담보로 잡은 것처럼 보여 주어야 하니 땅문서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피고인 1 소유의 부동산권리증과 위 매매중도금 지급일자에 발급받은 피고인 1명의 가등기용 인감증명서를 공소외 1에게 빌려준 점, 피고인 2가 피고인 1로부터 이 사건 부동산을 그녀가 받을 돈 대신에 받은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또 피고인 1의 부탁을 받아 이 사건 부동산의 매수명의인인 위 박인석을 가장하여 위 피해자와 가격흥정을 하였기 때문에 위 피해자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가 정상적으로 대금이 지급되는 매매로 알고 이 사건 계약을 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피고인 1이 공소외 1에게 많은 돈을 빌려주고 변제받지 못하여 많은 피해를 입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인 1을 도와 주려고 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1심이 판시한 바와 같이 피고인들이 1과 공모하여 위 피해자를 기망함으로써 이 사건 부동산을 편취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있는바,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과 판단에 수긍이 가고 거기에 소론과 같은 위법이 없다.
논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피해자가 평소에 자신의 재산에 관한 관리 및 처분을 공소외 1에게 위임하였으나 이 사건 부동산의 매매에 관하여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계약체결에 직접 참여하면서 계약서내용을 상당한 시간에 걸쳐 상세히 검토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소외 1이 위 매매대금의 용도를 속일 수 없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또 위 피해자가 이 사건 매매계약체결 이전에 공소외 1이 피고인 1에게 부담하고 있는 채무의 담보로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하여 피고인 2 명의로 가등기가 경료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소론 주장에 부합하는 공소외 윤준섭의 수사기관 및 제1심 법정에서의 진술은 원심이 이를 취신하지 아니한 취지인바 기록상 이러한 원심조치를 탓할 만한 사유가 없으며, 또 위 피해자가 피고인 1과 소중규의 이 사건 부동산 취득을 인정하고 이 사건 부동산 중 건물 등의 전세보증금처리문제 등을 소중규에게 부탁하였다는 소론 주장은 피고인 측의 진술 외에는 이를 인정할 자료가없고, 또 위 피해자 및 공소외 1 부부의 사회적 경험이나 성격, 생활태도 등으로 보아 내성적이고 남을 돕기 좋아하는 피고인 1에게 기망당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 기타 소론이 주장하는 내용은 사정론에 불과하다.
결국 원심판결에 채증법칙위배, 심리미진 및 사실오인의 위법이 있다는 논지는 모두 이유없다.
2. 상고이유 제2점
소론은 이 사건 매매계약체결은 피고인 1과 피해자 부부 간의 채권채무관계 청산과정의 일부로서 양자의 채권을 상계한 데에 불과하고, 피고인 1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위와 같이 상계충당하기로 공소외 1 사이에 합의된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만으로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인 기망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나, 기록을 살펴보아도 위 피해자가 피고인 1에 대하여 소론과 같은 차용금채무의 지급책임을 부담한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피고인들이 위 피해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피고인 1과 공소외 1 사이의 채권채무관계청산을 위한 상계를 목적으로 매매계약을 하는 것이고 계약내용대로 이행할 의사가 없음을 위 피해자에게 고지하지 아니하고 숨긴 이상 기망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할 것이다.
사기죄에 있어서의 기망은 널리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서로 지켜야할 신의와 성실의무를 저버린 정도의 것을 말하는 것임은 소론과 같으나, 위 피해자가 그들 부부의 재산관리 및 처분을 공소외 1에게 위임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매매계약체결 당시 직접 참여하여 계약체결 이전부터 이 사건부동산의 매매대금을 평당 250만원으로 할 것을 주장하여 왔으며, 또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인 1과 공소외 1이 매매대금을 위 대여금에 충당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숨기면서 매수인도 제3자를 내세우고 대금지급방법도 정상적인 매매계약의 경우인 것처럼 가장한 점 등에 비추어 볼때에 위 피해자가 피고인 1과 공소외 1과의 위와 같은 합의사실을 알았더라면 이 사건 매매계약에 응하지 아니하였을 것임이 명백할 뿐만 아니라, 가사 논지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피해자가 피고인 1에 대하여 위 대여금을 지급할 법률상 책임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 피해자로서는 다른 재산을 처분하는 등의 방법에 의하여 위 채무를 변제할 수도 있는 것이므로 피고인들의 위와 같은 행위는 그것이 비록 공소외 1에 대한 대여금채권의 회수를 위한 것이었고, 또 소론과 같은 사정이 있었다고 하여도 사회상규상 정당한 권리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재산상의 거래관계에 있어서 거래 당사자가 지켜야 할 신의와 성실의 의무를 저버린 기망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지가 들고 있는 당원의 판례들은 모두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한 것이어서 적절한 선례가 되지 못한다.
결국 원심판결에 사기죄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는 논지도 이유없다.
3. 그러므로 상고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