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전 소유자의 체납전기요금이 있는 것을 알고 공장을 경락받은 자가 한국전력공사와의 사이에 체납전기요금 납부약정을 하고 이를 납부한 경우 그 약정이 불공정행위나 강박에 의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소극)
판결요지
공장경락인이 공장을 경락취득함에 있어 전 소유자의 체납전기요금이 있는 것을 알고 경락한 것이라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하여는 그 전기요금의 승계납부가 불가피하다는 것도 알고 경락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경락 후 체납전기요금 납부약정을 하고 이를 납부하였다면 다른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그 납부약정을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이거나 강박에 의한 행위라 할 수는 없다.
원고, 피상고인
전일제지주식회사 소송대리인 명동법무법인 담당변호사 김갑수
피고, 상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재후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피고소송대리인의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이 사건 공장은 원래 소외 송전제지주식회사의 소유였는데 위 소외회사는 피고에게 위 공장에 대한 금 150,811,810원의 전기요금을 체납하여 1989.2.28.부터 위 공장에 대한 전기의 공급이 중단되고 있었던 사실, 원고는 1989.3.14. 이 사건 공장에 관한 임의경매절차에서 위 공장을 대금 2,501,300,000원에 경락받은 뒤 피고에게 전기공급을 요청하였으나 피고는 전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 채무는 신수용가에게 승계된다는 피고의 전기공급규정을 내세워 원고가 위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고 거절한 사실, 이에 원고는 거액을 들여 경락받은 위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게 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될 형편에 놓이게 되었고 또한 전기의 독점공급사업자인 피고로부터가 아니고는 달리 전기를 공급받을 방도도 없어서 부득이 1989.3.22. 피고의 체납전기요금납부 요구에 동의하여 위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한 뒤에 비로소 피고로부터 전기를 공급받게 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원고가 소외회사의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하기로 한 것은 피고로부터 전기를 공급받지 못할 경우 공장가동을 하지 못하게 되어 막대한 손해를 입게될 궁박한 처지에서 체납전기요금을 우선 납부하여야만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피고의 강박에 의한 것이어서 원고의 위 승계납부약정은 취소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있어 만일 원고가 이 사건 공장을 경락취득함에 있어 전소유자의 체납전기요금이 있는 것을 알고 경락한 것이라면 공장을 가동하기 위하여는 그 전기요금의 승계납부도 불가피하다는 것도 알고(그 승계의무가 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경락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고 경락 후 그 체납요금을 피고에게 납부하였다면 다른 특단의 사정이 없는한 그 납부약정을 궁박한 상태를 이용한 불공정행위이거나 피고의 강박에 의한 행위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 대법원 1990.6.22. 선고 89다카31122 판결 등 참조). 원심도 원고가 이 사건 공장을 취득하기 전에는 전수용가(전소유자)에 의한 전기요금이 체납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위와 같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심이 채택한 1심증인 김영을의 증언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1989년도 11,12월경에 이미 전 수용가인 소외회사의 전기요금체납 사실을 알았다는 것이고 또 기록에 의하면 원고도 위 소외회사와 같은 지역에서 제지업을 영위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원고가 당시 이 사건 공장의 가동상황을 전혀 몰랐다는 것은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 터에 원심이 만연히 배척한 판시증거들에 의하면 피고가 소외 회사의 전기요금체납으로 1988.12.말경 1차 전기공급을 중단하고 경매개시 이후에 이 사건 공장건물에 대한 가압류 결정을 받아 그 집행까지 하였으며 경락이전인 1989.2.28. 2차로 전기공급을 중단한 뒤 그 무렵 원고 회사 임직원에게 전수용가의 체납전기요금을 승계납부하지 않으면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는 사정을 알려주었다는 사정들이 엿보인다.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원고로서는 이 사건 부동산을 경락취득할 당시 전소유자가 체납한 전기요금이 있고 이를 인수하여 납부하지 않으면 전기공급을 받을 수 없다는 사정을 알고 위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하더라도 이 사건 공장을 취득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이를 경락받은 것으로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후에 원고가 피고와의 사이에 위 체납전기요금을 납부하기로 약정하였다 하더라도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를 피고의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진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고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