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가. 확정된 형사판결의 민사재판에 있어서의 증명력
나. 변경된 청구에 대한 재판을 유탈한 사례
판결요지
가.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도 이미 유죄로 확정된 관련 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되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다.
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사건의 변론기일에서 원고가 피고의 채무를 모두 대위변제하였으니 그 변제금원에 대하여 피고에게 구상한다고 기재된 준비서면을 진술한 경우에는 원고가 청구원인을 변경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청구를 선택적으로 병합한 취지로 보여지므로 청구의 변경에 대하여 불허재판을 함이 없이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 것은 잘못이다.
참조조문
가. 민사소송법 제187조 나. 제235조 , 제236조
원고, 상고인
주식회사 서해유선 소송대리인 변호사 최휴섭
피고, 피상고인
피고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거시증거에 의하여 원고와 피고는 1984.7.14. 원고는 그 소유인 바다낚시용 에프.알.피(F.R.P.) 견지배 9척(스즈기 16마력 엔진부착)을 1척당 금 3,000,000원씩 대금합계 금 27,000,000원에 피고에게 매도하기로 하고, 피고는 위 대금의 지급에 갈음하여 토지 3필지(이하 이 사건 부동산이라 한다)의 소유권을 원고가 지정하는 소외 김복문 등에게 이전하기로 하며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을 이전하기에 앞서 이 사건 부동산 중 전 1필지상에 경료되어 있던 근저당권설정등기(근저당권자 강병철, 채권최고액 금 4,900,000원)를 말소하여야 하고(위 전에는 그밖에 소외 강성자를 근저당권자로 한 채권최고액 금 2,000,000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경료되어 있었으나 이는 피고가 말소하여야 할 대상에 포함시키지 아니하였다), 피고가 1984.9.19.까지 원고에게 위 선박대금에 해당하는 금 27,000,000원을 변제할 경우에는 원고는 피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소유권을 환원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으로 된 계약을 체결한 사실, 이에 따라 원고는 피고에게 그 무렵 위 선박 9척을 인도하고 피고는 이 사건 부동산 중 임야 3필지에 관하여는 원고측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모두 경료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계약체결당시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로 인정되는 금 19,876,120원에서 앞서본 2건의 근처당권설정등기에 의하여 담보된 채권최고액 합계금 6,900,000원을 공제하면서 이 사건 부동산의 실제가치는 금 12,876,120원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부동산의 객관적 가치가 위 선박대금인 금 27,000,000원을 훨씬 상회한다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원고와의 사이에 계약을 체결하고 원고로부터 위 선박 9척을 인도받아감으로써 원고에게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 14,023,880원의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그 배상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에 대하여, 위 계약체결당시의 이 사건 부동산의 시가는 제1심 감정인 이종현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금 19,876,120원임에 비하여 원심감정인 이정희의 감정결과에 의하면, 금 21,627,430원으로 되어 있어 다소 차이가 있을 뿐만 아니라, 제1심 및 원심증인 소외 1, 원심증인 이규웅의 각 증언에 비추어 보더라도 위 각 감정결과만으로 이 사건 부동산의 계약당시 시가가 위 각 감정금액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며, 그밖에 피고가 계약당시에 이 사건 부동산의 객관적 가치가 위 선박대금인 금 27,000,000원을 훨씬 상회한다고 기망하였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에 부합하는 갑제5호증의 4,5,7,9,14,15의 각 일부기재와 제1심 증인 김복문, 원심증인 오일수의 각 일부증언은 갑제5호증의 11,12,13,16,17,38의 각 기재와 제1심 및 원심증인 소외 1, 원심증인 이규웅의 각 증언에 비추어 믿지 아니하고 그밖에 갑제5호증의20 내지 25,27,28의 각 기재만으로 위 주장을 인정하기는 어려운 외에 달리 아무런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민사재판에 있어서 형사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에 구속을 받는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이미 유죄로 확정된 관련형사사건의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유력한 증거자료가 된다 할 것이므로 민사재판에서 제출된 다른 증거에 비추어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배척할 수 없는 것이다 ( 당원 1989.5.9. 선고 87다카1519 판결 참조).
그런데 원심이 배척한 갑제5호증의9는 피고가 1986.2.28.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은 판결이고, 그 범죄사실은 사기등 전과 3범인 피고가 소외 1, 2 등과 매매를 가장하여 유선을 편취할 것을 공모하여 1984.7.12. 원고와 위 유선 9척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사실은 이 사건 부동산 중 임야 2필지 12,000평은 소외 2가 1980.3.1.경 소외 김교호로부터 평당 300원씩 매수한 후 그 대금 중 1,800,000원만 지급하고, 나머지 잔금은 지급하지 않고 있다가 1984.6.22.경에 잔금을 지급하고 그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다가 그 다음 날짜로 피고 앞으로 형식적으로 가등기를 경료해 놓은 것으로 그 동안 시가에 큰 변동이 없었고, 한편 나머지 전 1필지 2,742평은 피고가 1976.2.3.경 타어어 외상대금 채무담보를 위하여 소외 강병철에게 최고액금 4,900,000원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으나 위 채무를 변제하지 못하여 이를 말소하지 못하고 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원고의 주주인 위 김복문에게 이 사건 부동산 중 임야는 피고가 소외 2로부터 1984.9.19.까지 채권 금 31,800,000원을 받기 위하여 가등기를 설정해 둔 것으로 시가가 최하 평당 3,000원에서 최고 6,000원 이상은 나가는 것이고, 또한 강병철의 근저당권은 물건을 전혀 받은 일이 없어 즉시 말소하여 줄 수 있다고 말하여 이 사건 부동산이 위 매매대금에 상응하는 가치가 있는 것처럼 위 김복문을 기망하여 그로부터 같은 달 18.경 서울 성동구 광장동 89 소재 삼덕기계에서 위 유선 9척 시가 금 27,000,000원 상당을 인도받아 이를 편취하였다는 것이고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제5호증의2의 기재와 제1심증인 소외 1의 일부증언에 의하면 위 판결은 대전지방법원 항소부에서 확정된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은 위 원고 주장사실을 인정할 유력한 증거가 된다 할 것인데 한편 원심이 위 갑제5호증의9를 배척함에 있어서 대비증거로 쓴 증거 갑제5호증의 11 내지 13,16,17,38의 각 기재는 모두 위 형사사건 수사기록 중 일부이고 제1심 및 원심증인 소외 1의 일부증언은 위 형사판결에서 피고의 공동정범으로 인정된 자의 변명에 불과하며 원심증인 이규웅의 증언은 이 사건 부동산의 위 매매당시의 시가는 최소한 금 40,000,000원을 넘는다는 것이나 그는 농업에 종사하는 자인데 어떠한 경위로 위 시가를 알게 되었는지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이들 증거를 종합하여 보아도 위 형사판결의 사실판단을 채용하기 어렵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심이 위와 같은 이유로 형사판결인 갑제5호증의9를 배척하고 원고의 주장사실을 인용하지 않은 것은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할 것이므로 이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하며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있다.
그리고 기록에 의하면, 원고 소송대리인은 원심 제6차 변론기일에 피고가 이 사건 부동산 중 전 1필지에 설정된 강병철에 대한 근저당채무 금 4,900,000원 및 강성자에 대한 근저당채무 금 2,000,000원, 도합 금 6,900,000원을 변제하지 아니하여, 원고는 김기용을 통하여 위 채무를 모두 대위변제하였으니 대위변제한 금 6,900,000원에 대하여 피고에게 구상한다고 기재된 준비서면(1987.6.25.자)을 진술하고 있어,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청구취지금액 중 금 6,900,000원에 대하여 청구원인을 변경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청구를 선택적으로 병합한 취지로 보여지는 데도, 원심이 청구의 변경에 대해 불허재판을 함이 없이 위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청구에 대하여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니 이 점도 잘못이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