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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2006. 6. 30. 선고 2005가단197078 판결
[손해배상(지)] 항소[각공2006.8.10.(36),1720]
판시사항

[1] 2차적 저작물에 의한 원저작의 저작권 침해의 요건 및 그 충족 여부의 증명 정도

[2] 만화 “바람의 나라”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그 대략적인 줄거리 및 캐릭터의 성격에 있어 일부 유사한 점이 있으나, 위 만화가 이미 22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만화저작물임에 비해, 위 드라마 시놉시스는 앞으로 제작될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을 서술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 자체가 최종적이고 만족적인 어문제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 시놉시스에 의해 위 만화 저작자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저작권에 대한 권리보호의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

판결요지

[1] 2차적 저작물에 의한 원저작자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첫째 2차적 저작물의 저작자가 원저작자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주관적 요건), 둘째 2차적 저작물과 원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객관적 요건), 위 주관적 요건인 ‘의거’는 종국적으로 2차적 저작물 저작자의 내심의 문제에 귀착하는 경우가 많아 원저작자에게 그에 대한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원저작자로서는 2차적 저작물 저작자의 원저작물에 대한 접근(access)과 두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하면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저작권 침해의 증명이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2] 만화 “바람의 나라”와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시놉시스가 그 대략적인 줄거리 및 캐릭터의 성격에 있어 일부 유사한 점이 있으나, 위 만화가 이미 22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만화저작물임에 비해, 위 드라마 시놉시스는 앞으로 제작될 드라마 “태왕사신기”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이 서술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 자체가 최종적이고 만족적인 어문제작물로 보기 어렵고, 설령 위 드라마 시놉시스가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위에서 인정한 일부 유사성만으로는 두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려워 위 시놉시스에 의해 위 만화 저작자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 사례.

[3] 저작권 보호의 범위, 그 내용으로서 실질적 유사성의 비교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정확한 권리보호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문제이나, 그 판단은 결국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저작권자의 창작 의지를 고취시켜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social benefit)의 크기와 저작권자의 권리로 보호됨으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창작자들이 그 소재 및 내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서 더 나은 창작물이 탄생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의 크기를 형량해서 내려질 수밖에 없다.

원고

원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바른 담당변호사 오승종)

피고

피고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광장 담당변호사 남형두외 1인)

변론종결

2006. 5. 26.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5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소장 송달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 연 20%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이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는 1983년 만화작가로 데뷔하여 ‘ (생략)’이라는 필명으로 만화 저작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로서, ‘바람의 나라’라는 제호의 만화의 저작권자이고, 피고는 드라마 작가로서, 2004. 9. 14.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제작발표회를 가진 ‘태왕사신기’라는 제목의 드라마 시놉시스(synopsis)를 집필하였다.

나. 바람의 나라는 원고가 1992년 순정만화잡지 ‘댕기’에 처음으로 연재하기 시작하였고, 도서출판 주식회사 시공사에서 1998. 6. 5. 이를 단행본으로 발간하기 시작하여 2004. 5. 22. 제22권까지 단행본으로 발간되었다.

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 시대, 그 중에서 특히 제3대 대무신왕{재위 18-44, 휘(휘) 무휼(무휼)}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의인화되어 인간형으로 화체된 사신(사신=사신수)이 자신이 선택한 왕을 중심으로 부도{=신시(신시)}를 지향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라. 한편, 피고가 발표한 태왕사신기 드라마 시놉시스(이하 ‘이 사건 시놉시스’라고 한다)는 고구려 제19대 광개토대왕{재위 391-413, 이름은 담덕(담덕), 생존시의 칭호는 영락대왕(영락대왕)}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인 담덕이, 진정한 주군을 찾아 그 주군과 함께 오래 전에 떠났던 고향땅 신시(신시)를 다시 찾기 위해 노력하는 사신(사신)의 도움을 받으면서, 이 세상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단군의 나무를 찾아 그 땅에 도읍을 정하고 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는 과정을 그 주된 줄거리로 하고 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4호증, 제6호증의 1 내지 6, 을 제3, 5호증, 제7, 8, 9호증의 각 1, 2의 각 기재, 이 사건 구술 변론(제1회 변론기일)과정에 나타난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원고는, 피고가 원고의 승낙없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에 의거하여 이 사건 시놉시스를 작성하였고,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가 작품의 줄거리와 패턴, 신시(신시) 개념의 사용, 사신(사신) 캐릭터의 사용 등의 면에 있어서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와 실질적으로 유사하므로, 피고는 원고가 바람의 나라에 대하여 가지는 저작인격권 중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 유지권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를 상대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한다.

3. 판 단

가. 저작권 침해의 요건

살피건대,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주장하는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첫째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어야 하고(주관적 요건), 둘째 원·피고의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한다(객관적 요건).

나. 의거성

그런데 위 주관적 요건인 ‘의거’는 종국적으로 피고의 내심의 문제에 귀착하는 경우가 많아 원고에게 그에 대한 엄격한 입증을 요구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원고로서는 피고의 원고 저작물에 대한 접근(access)과 원·피고 저작물 사이의 실질적 유사성을 입증하면 다른 반증이 없는 한, 저작권침해의 증명이 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한편, 위 ‘접근(access)’은 피고가 실제로 원고의 저작물을 보았거나 그 내용을 알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보거나 접할 상당한 기회를 가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것인데, 갑 제4호증의 기재 및 이 사건 구술변론과정에서 나타난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는 만화 및 소설의 영역에 있어서 저명성과 광범위한 배포성을 가지고 있어 피고로서도 이를 보거나 접할 상당한 기회를 가졌음이 인정되고, 실제로 피고도 이를 읽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의 원고 저작물에 대한 ‘접근(access)’은 인정된다고 할 것이고, 이로서 위 ‘의거’ 요건은 충족되었다고 할 것이다.

다. 실질적 유사성

다음으로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와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기로 한다.

이 사건 원·피고의 저작물과 같은 어문 저작물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두 가지 형태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부분적·문언적 유사성(fragmented literal similarity)이고 다른 하나는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인데, 전자는 원고의 저작물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피고의 저작물에 복제된 경우를 말함에 비해, 후자는 피고가 원고의 저작물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원·피고의 저작물 사이에 비록 문장 대 문장으로 대응되는 유사성은 없어도 전체적으로 포괄적인 유사성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하는바, 위 두 가지 유사성 중 어느 하나가 있는 경우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송영식·이상정, 저작권법개설(제3판), 290, 세창출판사 : 정상조 편, 지적재산권법 강의, 296, 홍문사 : 오승종·이해완, 저작권법(제3판), 472, 박영사 등 참조.

이 사건의 경우를 보면,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는 단행본 22권으로 이루어진 만화 저작물이고, 피고의 이 사건 시놉시스는 피고가 드라마 제작발표회를 위해 준비한 A4지 약 26페이지(갑 제1호증의 파워포인트 영상자료, 페이지당 10 내지 15줄) 분량의 어문 저작물이고, 그 내용은 피고가 준비하고 있는 ‘태왕사신기’ 드라마 시나리오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양 저작물 사이에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을 찾아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두 저작물의 종류와 형태가 상이함에 비추어 볼 때, 부분적·문언적 유사성을 기준으로 이 사건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저작권침해 여부는 두 저작물의 포괄적·비문언적 유사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 것인데, 갑 제1, 2호증, 제6호증의 1, 2, 이 사건 구술변론 과정에서 나타난 변론의 전취지에 의하면, 원·피고의 각 저작물은 다음과 같은 점에 있어서 일부 유사한 점을 인정할 수 있다.

첫째, 두 작품은 모두 고구려를 배경으로 하고, 사신(사신)의 개념과 관련이 있는 캐릭터들이 등장하여 자신들이 선택한 왕을 중심으로 부도 혹은 신시를 지향한다는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둘째,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의 주인공인 무휼이 심복인 ‘마로’를 얻는 과정을 보면, 무휼은 누나인 세류를 찾으러 갔다가 숨어사는 마로와 해명의 군사를 만나게 되고, 마로는 처음에는 무휼을 왕으로 인정하지 않고 직접 공격하는 등 거부하지만 결국 그를 따르게 되어, 무휼이 마로와 그가 때를 기다리며 양성하고 있던 산채의 병사들(죽은 해명태자의 군사들)을 부하로 얻게 되고, 마로는 나중에 고구려 장수로 부여와의 전쟁에 나갔다가 주작인 세류를 구하고 전사하게 되는데,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에서 주인공인 담덕은 좋은 철(철)을 찾아 나섰다가 백두산 근처의 철광에서 ‘모두루’를 만나게 되고, 모두루는 처음에는 담덕에 대하여 거부감을 가졌으나, 곧 그에게 반하게 되고, 의기투합하여 평생의 친구가 된 담덕과 모두루는 강한 철기부대를 만들어내고, 모두루는 위 철기부대를 이끌고 담덕과 함께 전장을 누비다가 담덕을 살리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게 된다.

셋째, 바람의 나라에는 사신(사신 : 현무, 청룡, 백호, 주작)의 개념을 사용한 신수(신수)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통상 인간의 형상을 갖추고 있고, 자의식을 가지고 단독으로 행동하기도 하며, 사랑(주작 세류)을 하기도 하는 등의 개성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선택한 왕의 목표나 이상에 동조하고, 함께 부도로 복귀하고자 한다. 한편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시놉시스인 이 사건 시놉시스에도 사신의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애초부터 인성을 보유한 신의 존재로서 환생의 과정을 거쳐 인간으로 육화한 존재이고, 이들 사신은 공통으로 하나의 왕인 담덕을 주군으로 모시고 신시로 향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대략적인 줄거리 및 캐릭터의 성격에 있어 일부 유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저작물과 피고의 저작물은 다음과 같은 점에서 포괄적·비문언적인 관점에서도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원고의 저작물은 이미 22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된 완전한 형태의 만화저작물임에 비해,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는 그 표현 그대로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제작 발표회에서 투자 유치를 위해 앞으로 피고가 저술할 드라마 시나리오의 대략적인 개요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참석자들에게 배포한 것으로서, 그 자체가 최종적이고 만족적인 어문저작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

가사,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가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는 2차적 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다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위에서 인정한 일부 유사성만으로는 두 저작물이 실질적으로 유사하다고 보기 어렵다.

먼저, 원고의 저작물은 고구려라는 시대를 배경으로 일부 실존했던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에 원고가 창의적으로 개발한 환타지(fantasy)적 요소를 가미한 것으로서 이는 기본적으로 역사 저작물로서의 성격과, 환타지 저작물로서의 성격을 함께 가진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역사적 사실은 어느 한 작가의 저작권에 속한다고 볼 수 없는 공공의 영역(public domain)에 해당하므로 피고가 원고와 동일한 역사적 배경 및 사실을 자신의 저작물에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저작권침해라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원고 저작물 중 환타지적 요소 중에서도 그것이 원고가 새롭게 독창적으로 개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신화나 설화를 통해 일반이 공유하고 있는 부분이라면 그에 대해서도 원고의 저작권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원·피고의 두 저작물이 공히 고구려를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거나, 두 저작물에 동일한 사신(사신)의 개념을 사용한 캐릭터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이 사건 시놉시스에 의해 원고의 저작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원고는 자신이 고구려 역사 또는 신화에 나타난 사신 개념 그 자체에 대한 독점적인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신개념(A), 사신을 의인화(B),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C),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된 각 캐릭터에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을 부여(D), 사신을 의인화하여 누군가의 수호신으로 설정된 각 캐릭터에 작가만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특성이 부여된 캐릭터와 그 캐릭터의 상관관계(E)를 결합한 A + B + C + D + E 전체가 원고의 창작의 진수이고, 그에 대한 저작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A + B + C + D + E 전체에 대하여 원고에게 보호되어야 할 창작의 내용으로서 저작권이 존재한다는 점에 관한 원고의 위 주장 부분은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과연 피고의 저작물이 위 A + B + C + D + E의 결합물로서의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면, 그렇다고 보기에는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는 아직 그 내용이 너무나 간략하고,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다.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이 사건 시놉시스는 앞으로 제작될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대략적인 줄거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만이 서술되어 있을 뿐이어서 그것 자체만으로는 원고가 주장하는 창작적 내용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할 수 없다. 또한, 세부적인 내용을 살피더라도,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 사건 시놉시스의 내용이 원고의 창작물인 바람의 나라의 창작적 부분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다음으로, 앞에서 인정한 바와 같이 원·피고의 저작물에 있어서 주인공들이 심복을 얻는 과정 등의 내용이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저작권침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왜냐하면, 원·피고의 저작물 이외에도 세상에는 영웅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수많은 저작물들이 존재하는데, 그 영웅들이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치면서 심복을 얻고, 이를 통해서 힘을 키워 나가며, 결국에는 그 심복들이 주인공인 영웅들을 위해 죽음에 이른다는 구도는 너무나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위 패턴을 가진 저작물 사이에서도 저작권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경우도 있겠으나, 그 판단을 위해서는 좀더 세부적인 내용에 있어서의 등장인물의 등장 상황, 성격, 대화 등에 있어서 유사성의 비교가 가능하여야 할 것인데,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이 사건 시놉시스만으로는 그와 같은 비교가 가능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살피건대,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저작권 보호의 범위, 그 내용으로서 실질적 유사성의 비교가 문제되는 사건에서 정확한 권리보호의 범위를 판단하는 것은 몹시 어려운 문제이나, 그 판단은 결국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함으로써 저작권자의 창작 의지를 고취시켜서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사회적 편익(social benefit)의 크기와, 저작권자의 권리로 보호됨으로 인해 더 이상 새로운 창작자들이 그 소재 및 내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서 더 나은 창작물이 탄생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가 부담해야 하는 사회적 비용(social cost)의 크기를 형량해서 내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원고에게 더 넓은 범위의 저작권 보호를 인정하면 할수록 원고의 편익은 더욱 증가하는 면이 있겠지만, 이는 또한 원고 자신의 비용의 증가로 귀결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 중에서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범위를 넓힐수록 그 부분은 원고가 아닌 다른 창작자들에 의해 이미 사용되어진 부분에 해당하게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원고 자신도 자신의 창작에 있어서 그 소재를 사용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이미 사용한 소재 및 캐릭터에 대하여 앞선 다른 창작자들로부터 저작권침해라는 주장을 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Richard A. Posner, Economic Analysis of Law(6th ed.), 41, Aspen Publishers 2003.

(원·피고의 저작물 이전에 이미 사신의 개념을 사용한 만화 및 소설이 다수 창작되었음은 이 사건 구술변론 과정에서 충분히 나타난 바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아직 시놉시스 단계에 불과한 피고의 이 사건 저작물을 상대로 원고가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조금 성급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앞에서 여러 차례 지적한 바와 같이 원고의 저작물인 바람의 나라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보기에는 피고의 저작물인 이 사건 시놉시스는 그 내용과 형태에 있어서 아직 최종적이지 않고 완성되지 않은 단계의 것이고, 아직 시놉시스 단계에 불과한 피고의 저작물에 사신의 개념 사용 등 일부 원고 저작물에서 표현된 내용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이를 두고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하기에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사회 및 원·피고 본인들이 얻게 되는 사회적 편익이 그에 수반되는 사회적 비용에 비해 더 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원고로서는, 피고가 실제로 이 사건 ‘태왕사신기’ 드라마의 시나리오를 작성하여 그 내용대로 드라마가 제작되는 경우에 그것을 상대로 저작권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을 구하더라도 자신의 권리구제에 그다지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에서 살핀 바를 종합하면,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시놉시스를 이유로 저작권침해를 주장하고, 그에 따는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4. 결 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허성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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