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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1988. 10. 24. 선고 87다카1644 판결
[구상금][공1988.12.1.(837),1464]
판시사항

이해관계없는 제3자의 대위변제에 있어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 여부의 판단

판결요지

이해관계없는 제3자의 대위변제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 채무자의 의사는 제3자가 변제할 당시의 객관적인 제반사정에 비추어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함부로 채무자의 반대의사를 추정함으로써 제3자의 변제효과를 무효화시키는 일은 피하여야 한다.

원고, 상고인

원고

피고, 피상고인

피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김종만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원고의 상고이유를 본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원고가 피고의 소외 영농단위농업협동조합에 대한 농촌주택개량사업자금의 원리금채무 도합 7,985,208원을 대위변제하였지만 원고는 피고의 위 채무를 대위변제할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는 자인데다가 위 변제는 채무자인 피고의 의사에 반하므로 피고에 대하여 구상권이 없다고 판단하면서 위 변제가 피고의 의사에 반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즉 피고는 위 농협과 1980.1.29. 주택부금계약을 체결하고 20년에 걸쳐 매월 부금을 납입하되 이를 지체할 때에는 소정과태료를 지급키로 약정하는 한편, 그해 7.26.과 7.31.에 위 농협으로부터 농촌주택개량사업자금 5,220,000원을 5년거치 15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융자받으면서 그 상환은 매 1년마다 위 주택부금의 원리금채권과 상계해 가되 피고가 위 주택부금을 소정기일에 납입하지 않을 경우에는 위 분할납입과 기한의 이익을 상실한다는 내용의 약정을 하였는데, 그 후 피고는 위 주택부금납입을 1980.10. 이후 연체하다가 1982.7.30.에 이르러 이때까지의 부금합계액과 소정과태료를 납부하고 위 주택개량사업융자금의 분할상환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회복하였던 사실이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그동안 주택부금납입이 연체되었다고 하여도 연체액과 소정과태료를 납부한다면 다시 위 농협으로부터 위 융자금상환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여전히 향유할 수 있도록 배려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할 수 있었으니, 원고가 피고의 위 융자금상환채무를 일시에 변제한 것은 채무자인 피고의 의사에 반한다는 것이다.

2. 그러나 이해관계없는 제3자의 변제가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는지의 여부를 가림에 있어서 채무자의 의사는 제3자가 변제할 당시의 객관적인 제반사정에 비추어 명확하게 인식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함부로 채무자의 반대의사를 추정함으로써 제3자의 변제효과를 무효화시키는 일은 피하여야 할 것이다.

원심이 채용한 1심증인 소외 1의 증언에 그 밖의 원심채용증거를 합쳐보면 위 농협은 피고에게 위 농촌주택개량사업자금을 대여하고 그 담보로 피고소유의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하여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두고 있던 중 소외 2의 강제경매신청으로 위 부동산이 원고에게 경락되자, 이미 분할상환에 관한 기한의 이익이 상실된 위 사업자금 대출금채권의 일시변제를 받기 위하여 배당신청을 하려고 하였으나 경락인인 원고가 대위변제할 뜻을 표명하기 때문에 배당신청을 포기하였고, 그후 위 농협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경락허가결정을 원인으로 원고에게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됨과 동시에 말소된 사실이 인정되는 바, 이러한 사정하에서 피고가 위 농협으로부터 다시 분할상환에 관한 기한의 이익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는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위와 같이 원고가 대위 변제할 당시의 객관적인 제반사정은 전혀 고려함이 없이 오직 과거에 연체액을 납입하고 기한의 이익을 회복받은 일이 있다는 한가지 사실만으로 이번에도 피고가 기한의 이익을 회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증거판단을 그르쳐 채무자의 의사를 합리적인 근거도 없이 추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결국 위와 같은 위법은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제12조 제2항 소정의 파기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재성(재판장) 이회창 김주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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