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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 2020. 8. 21. 선고 2019노1244 판결
[업무상과실치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미간행]
피고인

피고인 1 외 1인

항소인

피고인들

검사

김도연(기소), 최하연(공판)

변호인

법무법인 (유한) 지평 담당변호사 김강산 외 1인

원심판결

청주지방법원 2019. 8. 13. 선고 2018고단1112 판결

주문

피고인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이유

1.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전기발전·공급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으로서 2017. 3. 7. 공소외 2 회사와 지장송전선로 이설공사 협약을 체결한 후 2017. 6. 23. 청주시 (주소 생략)에서 이루어지는 ‘154kV 국사-봉명T/L 지장철탑 이설공사’(이하 ‘지장철탑 이설공사’라 한다)를 전기공사업체인 공소외 회사(이하 ‘공소외 회사’라 한다)에 도급하였다.

피고인 1은 피고인 한국전력공사 소속 (직위명 생략)으로 위 이설공사 현장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공사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할 근로자의 위험방지 조치 업무를 총괄하는 사람이고, 공소외 3은 공소외 회사의 전무로서 지장철탑 이설공사 현장에서 근로하는 공소외 회사 소속 근로자들의 위험방지 조치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보건책임자이다.

추락의 위험이 있거나 공중 전선에 가까운 장소로서 시설물의 설치·해체·점검·수리 등의 작업을 할 때 감전의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작업을 하는 경우,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주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이거나,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이라면, 도급인 역시 수급인과 마찬가지로 그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조치를 하여야 한다.

가. 근로자 사망 재해 관련

(1) 피고인 1의 업무상과실치사 및 산업안전보건법위반

공소외 회사는 작업 중 감전 등 방지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여 2017. 11. 9. 한국전력공사에 고압선로 방호관 작업을 요청하였고, 2017. 11. 15. 한국전력 송전운영부가 배전운영부에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 협조 요청을 하는 절차를 통해 한국전력공사의 협력업체인 공소외 4 회사(이하 ‘공소외 4 회사’라 한다)가 방호관 설치 등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후 한국전력공사는 2017. 11. 16. 공소외 회사에게 비계 조립작업을 지시하였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비계 조립작업을 진행함에 있어 감전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노출 충전부 점검 및 필요한 감전 방지 조치를 취하게 하지 아니하였고, 공소외 3 역시 노출 충전부 점검 등의 조치 없이 위 작업 지시에 따라, 2017. 11. 28. 14:10경 지장철탑 이설공사 현장에서 공소외 회사 소속 근로자로서 전기공사 관련 자격이 없는 피해자 공소외 5로 하여금 전류가 흐르는 전선 인근의 약 14m의 높이의 장소에서 비계 조립작업을 하게 하였다.

사업주는 유자격자가 아닌 근로자가 충전전로 인근의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에 근로자의 몸 또는 긴 도전성 물체가 방호 되지 않은 충전전로에서 대지전압이 50㎸ 이하인 경우에는 300㎝ 이내로, 대지전압이 50㎸를 넘는 경우에는 10㎸당 10㎝씩 더한 거리 이내로 각각 접근할 수 없도록 하여야 하고(접근 한계거리 준수), 감전의 위험이 있는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 대해서는 절연용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하여야 하며, 작업 발판이나 안전방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인과 공소외 3은 피해자로 하여금 절연용 보호구나 안전대 등 추락 방지용 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로 22.9㎸의 전압인 배전선로의 접근 한계거리 300㎝ 이내의 공간에 있는 약 14m 높이의 장소에서 위와 같이 비계 조립작업을 하게 하였다가 절연방호관이 제대로 설치되지 아니한 채 노출되어 있던 충전 부위에서 발생한 방전 전류에 피해자가 감전되어 땅바닥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나 피해자로 하여금 2017. 11. 28. 14:56경 ○○○○○병원에서 감전에 의한 쇼크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1은 공소외 3과 공동의 업무상 과실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함과 동시에 공소외 회사의 근로자인 피해자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그의 사용인 피고인 1이 위 가.의 (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나.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정기감독 관련

(1) 피고인 1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작업계획서 미작성

피고인과 공소외 3은 각각 2017. 11. 29. 지장철탑 이설공사 현장에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의 내용,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그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그 계획서에 따라 작업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공소외 3은 차량계 하역운반기계인 카고크레인과 지게차를 사용하여 작업함에 있어 근로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작업계획서 작성 여부 및 이에 따른 작업 여부를 점검하지 아니하였다.

㈏ 차량계 건설기계 작업계획서 미작성

피고인과 공소외 3은 각각 2017. 11. 29. 위 이설공사 현장에서,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의 내용,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그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후 그 계획서에 따라 작업하도록 하여야 함에도, 공소외 3은 차량계 건설기계인 굴삭기와 덤프트럭을 사용하여 작업함에 있어 근로자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지 아니하였고,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작업계획서 작성 여부 및 이에 따른 작업 여부를 점검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 한국전력공사

피고인은 그의 사용인 피고인 1이 위 나.의 (1)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수급인의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였다.

2. 항소이유의 요지

가.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1)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산업안전보건법’이라 한다) 제29조 제1항 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제29조 제3항 의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할 의무가 없다.

㈎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공소외 회사에게 도급 준 지장철탑 이설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

㈏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하여 공소외 회사와 함께 작업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이설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이 아니다.

(2) 이 사건 사망사고에 관하여, 피고인 1은 협력업체인 공소외 4 회사에게 지장철탑 이설공사 구간 내 배전선로 횡단구간의 비계작업을 위하여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를 맡김으로써 충분한 안전조치가 된 것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공소외 회사로 하여금 위 이설공사를 진행하도록 하였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위반행위가 있었다거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를 양벌규정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3) 또한 피고인 1은 지장철탑 이설공사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지시나 감독을 하지 아니하여 안전관리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4)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등 관련 법령에서 도급 사업주인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와 그의 사용인 피고인 1에 대하여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작업계획서나 차량계 건설기계 작업계획서 작성 등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나. 양형부당

원심이 피고인 1,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에게 선고한 형(피고인 1: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 피고인 한국전력공사: 벌금 700만 원)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3.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령

피고인들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위반으로 기소되었는데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제29조 제3항 의 ‘ (제29조) 제1항 에 따른 사업주’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

①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업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의 사업주는 그가 사용하는 근로자와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 생기는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1. 사업의 일부를 분리하여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2.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

제1항 각 호 외의 부분에 따른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는 다음 각 호의 조치로 한다.

1.부터 5. 각 생략

제1항 에 따른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나.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사업주’에 해당하는지 여부

(1) 지장철탑 이설공사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의 ‘전문분야의 공사’에 관하여 법에서 따로 정의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하여 피고인들은 건설산업기본법과 그 시행령 등에서 정한 ‘건설업 중 전문공사를 시공하는 업종’만이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전기공사인 철탑 이설공사를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의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유추해석금지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법 제29조 제1항 은 2011. 7. 25. 법률 제10968호로 일부 개정되면서 위 제2호 가 추가되었는데, 그 개정 취지와 이유는 도급 사업주가 사업 일부를 도급 주어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전문공정의 단계별로 도급을 주어 공사를 수행하고 있는 경우에도 종합적인 현장 안전관리가 요구되므로 전문분야의 공사 전체에 대해 하도급을 주는 경우에도 도급 사업주가 자신이 사용하는 근로자 및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에 대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회피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고,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로서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를 전부 도급 주는 경우에는, 예를 들어 종합공사를 시공할 수 있는 업체에게 공사를 전부 도급 주는 경우와 달리, 현장에서 안전관리를 총괄할 주체가 불분명하여 종합적인 안전관리가 소홀해 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러한 경우 도급 사업주가 현장의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통해 산재예방에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명확히 규정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뒤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이 사건 산재사고도 각 전문분야의 공사업체들 사이에 안전관리에 관한 의사소통과 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고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할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태에서 발생하였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서 ‘전문분야의 공사’의 범위에 관하여 건설산업기본법의 ‘건설업 중 전문공사’로 한정하고 있지 않고, 위와 같은 입법취지나 법 조항의 문언 등에 비추어 건설공사가 아닌 전기공사 등을 전문분야의 공사에서 제외되는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 (피고인들이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대법원 2015도1082 판결 등은 건설산업기본법 상 ‘전문공사’에 해당하는 ‘파일공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문분야의 공사’에 해당하는 것으로 본 사례일 뿐이고, 건설산업법 상 ‘전문공사’에 해당하지 않는 공사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문분야의 공사’에서 배제한다는 취지는 아니다.)

③ 지장철탑 이설공사는 지장송전선로를 이설하는 공사로서 전주의 전선, 충전부를 다루거나 충전부 주변에서 전주(철탑)를 이설하는 작업을 하고,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는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필요한 비계 설치 작업 중 작업자를 감전사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방호작업 등을 하며, 위 각 공사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전기공사와 강구조물공사업, 절연방호관 설치작업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원과 필요한 장비를 갖춘 업체가 전기공사업법에 따른 전기사업 허가 등을 받아야 하므로, 지장철탑 이설공사 및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 모두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서 정한 ‘전문분야의 공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④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공소외 회사에게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공소외 4 회사에게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를 각 도급 주었으므로,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에 정한 ‘사업이 전문분야의 공사로 이루어져 시행되는 경우 각 전문분야에 대한 공사의 전부를 도급을 주어 하는 사업’의 도급 사업주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지장철탑 이설공사에서 공소외 회사와 함께 작업한 사실이 없으므로 위 이설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의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이 아니라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위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 제9쪽 본문 제7행(아래에서 둘째 줄)부터 제11쪽 제12행까지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였다.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3)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사업주’에 해당한다.

다. 근로자 사망 재해 관련 피고인들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및 피고인 1의 업무상과실치사죄 성립 여부

(1) 원심의 판단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판결문 제14쪽 제1행부터 제16쪽 제9행까지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하게 설시하여 위 주장을 배척하면서 피고인 1의 이 부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관한 위반행위 및 고의, 업무상과실치사죄에 관한 안전관리의무를 모두 인정하는 판단을 하였고, 이에 따라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이 부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도 인정하였다.

(2) 당심의 판단

원심이 설시한 이유를 기록과 대조하여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 제29조 의 규정들에 비추어 볼 때,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의 도급 사업주는 그 사업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 )를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 지정하여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하도록 하여야 한다. 피고인 1은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되어 있었던 점 및 아래와 같은 △△△△△△의 안전관리 조직체계에 비추어 볼 때, 수급인의 근로자들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업무를 총괄 관리할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18조 의 안전보건총괄책임자를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이 사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관하여 상당한 주의와 감독을 다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사정이 될 수 있을 뿐이고, 그것이 오히려 피고인들이 법적 책임을 면하는 사유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① 공소외 회사에서 수행한 지장철탑 이설공사는 한국전력공사 △△△△△△의 송전운영부에서 담당하였고, 공소외 4 회사에서 수행한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는 한국전력공사 △△△△△△의 배전운영부에서 담당하여,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에서 공사를 관리하는 부서가 서로 달랐다.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인 2017. 12. 7.자 공소외 4 회사의 작업계획서의 ‘공사감독’ 란에도 ‘송전 공소외 6, 배전 공소외 7’로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송전과 배전 관련 감독자가 각각 분리 기재되어 있다.

② 별지 한국전력공사 △△△△△△의 2017년도 안전관리 조직체계에 따르면, 본부장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및 안전관리자(안전담당 차장)를 통할하되, 안전의 책임은 조직의 직계 라인인 ‘본부장 - 안전책임자(담당부서장: 부장) - 관리감독자(차장) - 안전담당자(과장, 대리, 사원)’가 부담한다(별지 각주 1 참조). 위 조직체계에 따르면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담당한 송전운영부와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를 담당한 배전운영부의 직상위 안전관리책임자는 본부장인 피고인 1이다.

㈏ 공소외 회사 소속인 피해자는 22.9kv의 고전압인 배전선로 인근의 높은 곳에서 이 사건 비계 조립작업을 하다가 감전되어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다.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피고인 1은 사업장에서 위와 같이 산업재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작업이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된다는 점에 관하여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 할 것이고, 그럼에도 사전에 감전사고 예방을 위한 방호관 설치가 제대로 되었는지 점검하거나 관련 법령상의 재해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하였다고 할 것이다.

①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2017. 6. 23. 공소외 회사에게 지장철탑 이설공사를 도급 줄 때 위 비계 조립작업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다. 2017. 10월 말경 지장철탑 이설공사 구간에 배전선로가 신설되면서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따라 새로 설치된 철탑으로 송전선로를 이설하는 작업을 할 때 송전선로가 그 아래 배전선로와 접촉하여 배전선로를 손상시키지 않도록 송전선로가 아래로 처지지 않게 받쳐두기 위한 비계를 설치하게 되었다. 위 비계 조립작업의 비용은 지장철탑 이설공사의 도급금액 17억 7,000만 원과는 별도로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부담하기로 하였다.

② 한국전력공사 △△△△△△의 송전운영부는 2017. 11. 9. 공소외 회사로부터 비계 조립작업시 감전위험을 막기 위해 배전선로에 대한 절연방호관을 설치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고, 2017. 11. 15.경 협력업체인 공소외 4 회사에게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를 하게 하였다. (위 절연방호관 공사 비용 2,200만 원은 △△△△△△ 송전운영부 예산을 배전운영부로 보내어 처리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절연방호관 설치가 완벽하게 되지 않아 비계 조립작업이 이루어지는 구간에 노출된 충전부가 남아있게 되었다. 한국전력공사 △△△△△△는 2017. 11. 15.경 절연방호관 설치공사가 끝난 후에 2017. 11. 27. 비계 조립작업이 시행될 때까지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회사의 관계자들과 함께 절연방호관의 안전성을 점검하거나 확인하지 않았다. (이에 관하여 공소외 4 회사와 공소외 회사의 관계자들은 서로 상대방에게 그 원인 및 안전관리에 관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바, 각 전문분야 공사를 도급받은 수급인들인 공소외 회사와 공소외 4 회사 사이에 절연방호관 설치구간과 방법 및 안전점검에 관한 의사소통과 확인절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 제3항 에 따라 도급 사업주로서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③ 도급 사업주인 피고인 한국전력공사의 사용인이자 지장철탑 이설공사에 관한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인 피고인 1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제2호 , 제3항 에 따라 사업장에서 종합적인 안전관리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할 것이므로, 비계 조립작업을 지시하기 전에 절연방호관 설치공사가 제대로 되었는지 점검 및 확인하였어야 하고(피고인 1은 ‘공소외 4 회사에 방호관 설치를 요청하였으므로 감전사고 등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진 것으로 신뢰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수급인에게 안전관리를 모두 미룬 채 사업장의 종합적인 안전관리를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비계 조립작업을 할 때 필요한 산업안전보건법과 안전보건규칙이 정한 안전조치를 취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수급인 공소외 회사에게 일임한 채 아무런 관리 감독을 하지 않았다.

④ 한편 피고인 1은 한국전력공사의 △△지역 업무를 총괄하는 지위에 있어 현실적으로 관할 지역 내 공사를 모두 관리 감독할 수 없으므로 구체적 안전관리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고인 1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서 자신을 보좌하는 안전관리인 등을 두어 현장에서 수급인들 사이의 업무 조율을 통한 실질적인 안전관리를 담당하게 할 수 있었으나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 그래서 한국전력공사 △△△△ 송전운영부 소속 공소외 6이 현장에서 시공내용의 품질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을 뿐이고 현장에서 종합적인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 소속의 직원이 없었던 점(공소외 6은 수사기관에서 “나는 방호관 감독자는 아니고 다른 공정 때문에 현장에 있었다. 배전선로 절연방호관 설치공사의 안전관리는 피고인 한국전력공사 배전운영부에서 한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 사업주인 피고인 한국전력공사가 업무 부담을 고려하여 해당 사업의 안전관리를 실질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을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지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피고인 1이 현장에서 직접 안전관리를 할 직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은 피고인들이 사업장의 안전관리를 소홀히 취급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정일 뿐 오히려 피고인들이 면책되는 근거가 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라. 피고인들의 작업계획서 미작성으로 인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관하여

피고인 한국전력공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에서 정한 ‘도급 사업주’이고 피고인 1 그 사용인으로서 아래 관련 법령에 따른 작업계획서 작성의무를 부담한다. 따라서 작업계획서 작성의무가 없다는 피고인들의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에서 ‘사업주는 그의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가 토사 등의 붕괴, 화재, 폭발, 추락 또는 낙하 위험이 있는 장소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② 구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2019. 12. 26. 고용노동부령 제272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30조 제4항 은 ‘ 법 제29조 제3항 에서 산업재해발생위험이 있는 장소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장소를 말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9호 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또는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여 작업하는 장소’를 정하고 있다. ③ 위 시행규칙 같은 조 제5항 은 ‘ 법 제29조 제3항 에 따라 도급인인 사업주가 하여야 할 조치는 이 규칙에서 정한 사항을 제외하고는 안전보건규칙의 내용에 따른다.’고 정하고 있다. ④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8조 제1항 은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별표 4에 따라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별표 4의 구분에 따른 사항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하면서 제2호 로 ‘차량계 하역운반기계등을 사용하는 작업(화물자동차를 사용하는 도로상의 주행작업은 제외한다. 이하 같다)’을, 제3호 로 ‘차량계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을 정하고 있다.

마. 소결론

따라서 피고인들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4.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원심은 피고인들에 대하여 유·불리한 정상을 모두 고려하여 형을 정하였고, 원심판결 선고 이후 양형에 반영할 새로운 정상이나 특별한 사정변경이 보이지 않는다. 그 밖에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 대한 원심의 형이 합리적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

5. 결론

피고인들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 에 따라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이형걸(재판장) 이지형 김환권

주1) 원심에서 검사의 공소장의 공소사실 중 “도급인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할 수 있고” 부분을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1항 법문의 취지에 따라 “같은 장소에서 행하여지는 사업으로서”로 정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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